조합 능력으로 귀농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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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
작품등록일 :
2024.08.18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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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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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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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왜 거기서 나와

DUMMY

‘저게 왜 여기서 튀어나오는 거야?’


헌터 업계에서의 공식 명칭은 랩터.


고전 게임 스타크래프트에 나오는 저그 종족의 한 유닛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하여 저글링이라 부르는 헌터도 있고, 워해머40K 세계관에 등장하는 한 종족과 비슷하다고 하여 타이라니드라고 부르는 헌터도 있었다.


하지만 이 생명체의 공식 명칭은 랩터였다.


가로막는 것을 모조리 찢어발기는 앞발의 날카로운 낫과 송곳니.


웬만한 공격은 우습게 버티며 돌진할 수 있는, 곤충처럼 단단한 갑피.


인간의 주력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도망칠 수 없는 놀라운 스피드.


임시로 세운 바리케이드 따위는 놀라운 점프력으로 가볍게 뛰어넘는 역 관절 다리.


하지만 리퍼의 가장 무서운 점은, 한번 리퍼가 출몰할 때마다 최소 1,000마리 이상이 떼거리로 몰려다니며 삽시간에 모든 것을 쑥대밭으로 만든다는 점이었다.


이 녀석은 실수로 무리에서 떨어지고 말았는지 한 마리뿐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위협적이지 않다는 뜻은 아니었다.


웬만한 야생동물보다 위험한 랩터와 마주치느니, 차라리 제 발로 호랑이굴로 걸어 들어가는 게 더 안전했으니까.


‘군고구마 냄새가 너무 좋아서 괴물까지 이끌린 건가?’


평범한 다른 헌터라면 이런 상황에 다르게 대처했겠지만, 나는 이제 막 잡동사니로 물건을 만들어 내는 법을 터득했을 뿐, 그걸 제외하면 일반인과 다를 게 없었다.


다른 헌터들이 하는 것처럼 랩터와 맞서 싸우려다가는 나는 순식간에 잘게 썰린 고기가 되어 저 녀석에게 먹힐 것이다.


경찰관이 쏘는 리볼버 권총 정도는 단단한 갑피로 가볍게 튕겨내며 돌진하는 녀석들이었으니까.


한가롭게 고구마를 구워 먹다가 느닷없이 인생에서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 나는 사고가 정지해서 머릿속이 굳어버렸다.


기껏해야 고구마 냄새에 이끌린 인근 마을 주민인가 생각했는데, 통제된 전장에서나 뛰어다닐 법한 랩터와 마주치다니!


운이 나빠도 이렇게까지 나쁠 수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곧장 뒤로 드러누워 기절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나는 흩어지려는 정신을 억지로 끌어 모아 정신력으로 버텼다.


내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면 저 랩터 녀석에게 맛 좋은 사람고기 한 끼를 대접하는 거나 다름없는 상황이었으니까.


나는 최대한 머리를 굴려 내가 어떻게 하면 이 상황에서 살아날 수 있을지 궁리해 보았다.


내가 비록 헌터로 각성하긴 했지만, 전투력은 전혀 없기에 맞서 싸우는 선택지는 그리 좋은 결과를 불러올 리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도망치는 것 역시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랩터가 달리는 속도는 어림잡아도 인간이 달리는 속도의 배 이상.


추한 모습으로 도망치다가 추한 결말을 맞이할 뿐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다 할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내가 절망하려던 무렵, 나는 문득 의문 하나가 떠올랐다.


내가 머릿속으로 이 상황을 해결할 방법을 떠올리며 시간을 버는 동안, 랩터가 내게 달려들지 않고 경계심 가득한 자세로 내게 으르렁거리기만 한다는 점이었다.


랩터가 마음만 먹으면 날카로운 발톱으로 나 하나 찢어발겨 버리고 내장을 포식하는 일 따위는 어렵지도 않을 텐데.


랩터는 그러지 않고 경계심 가득한 자세로 나를 노려보며 조심스럽게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무리에서 떨어져나온 놈이라서 경계심이 많은 건가?’


랩터가 떼를 지어 무리로 이동할 때는 행동에 망설임 따위는 없었다.


마치 해당 지역을 휩쓸고 지나가는 거대한 해일처럼 그곳에 있던 모든 걸 파괴하고, 모든 생명을 먹어 치우고 지역을 잿더미로 만들며 지나갈 뿐이었다.


행동 양상만 보자면 메뚜기떼를 100만 배쯤 위험하게 만들어 놓은 생물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이 랩터 한 마리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무리를 벗어나 혼자서 돌아다니고 있었고, 그랬기에 무리로 다닐 때보다 훨씬 더 경계심을 곤두세우는 것 같았다.


‘아니, 비록 무리에서 벗어난 녀석이라고 해도 하람 하나 찢어발기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닐 텐데?’


여전히 머릿속에서 의문이 사라지지 않아서 내가 의아하게 여길 무렵, 나는 뒤늦게 랩터의 시선이 나 자신이 아닌 내가 들고 있던 군고구마에 쏠려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녀석. 설마 군고구마 냄새를 맡고 온 건가?’


하긴, 사람도 좋아하는 걸 차원문을 열고 온 다른 세계의 괴물이 싫어하리라는 법은 없었다.


나는 시험 삼아서 들고 있던 군고구마를 천천히, 랩터를 자극하지 않도록 최대한 느리게 좌우로 흔들어 보았다.


나의 가설이 옳았다는 걸 증명하듯, 랩터의 시선은 내가 들고 있던 군고구마를 따라 움직였다.


‘내 예상이 맞았네. 랩터의 목적은 내 몸을 뜯어먹는 게 아니라, 군고구마였어.’


그렇다면, 군고구마만 내어주면 랩터에게 목숨을 위협당하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닌가?


거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서, 군고구마를 잘만 이용하면, 마치 맹수를 먹잇감으로 길들이듯이 내가 랩터를 길들일 수도 있지 않을까?


인류에게는 재앙이자 공포의 존재인 랩터를 길들여서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 할 수 있다?


아포칼립스의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군가 한 번쯤은 꿈꿔봤을 로망이었다.


정말 먹잇감으로 랩터를 길들이는 게 가능한 일일까?


그게 정말 가능한 일인지 불가능한 일인지는 나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일단 랩터가 내가 들고 있던 군고구마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기에, 나는 그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했다.


랩터가 군고구마를 노려보고 있는데 계속 그 군고구마를 들고 있으면, 랩터가 나를 군고구마와 함께 먹기 좋은 사이드 디쉬 정도로 여길 수도 있었으니까.


“옜다!”


나는 들고 있던 군고구마를 언더스로로 랩터의 발치에 던졌다.


내가 구운 군고구마가 얼마나 맛있는지 알았기에 그것을 랩터에게 빼앗기는 게 아깝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군고구마를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거는 건 바보짓 같았다.


군고구마로 목숨값을 지불할 수 있다면 정말 싼 거지.


랩터는 내가 군고구마를 던지자마자 곧장 날카로운 이빨이 달린 입으로 주워 먹었다.


모닥불에서 막 꺼낸 고구마라서 엄청 뜨거웠지만, 랩터에게 군고구마의 뜨거움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는지 통째로 삼켜버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군고구마 한 개를 해치워 버린 랩터는 곧장 내게 시선을 돌렸다.


나는 속으로 약간의 기대를 품었다.


랩터가 내게서 군고구마를 얻기 위해 나의 명령을 따르기 시작할지도 모른다는, 그래서 세계 최초로 랩터를 길들이는 데 성공한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었다.


하지만 랩터는 내 말을 잘 들어서 포상으로 군고구마를 얻기보다는, 나를 죽인 다음 내가 가지고 있던 군고구마를 전부 빼앗는다는 아주 쉽고도 간단하고 괴물다운 선택지를 떠올린 것 같았다.


랩터는 곧장 전투태세로 돌변하며 으르렁거렸다.


“망했다!”


강력한 역 관절 다리로 지면을 박차며 단숨에 내게 돌격해 오는 랩터를 쳐다보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그저 머릿속으로 이왕 죽을 거라면 한 번에 통째로 먹혀서 고통스럽지 않게 죽기를 바랄 뿐이었다.


“어?”


그 긴박한 순간에, 나는 놀라운 것을 목격하고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랩터가 괴성을 지르며 내게 달려든 순간, 마치 거대한 두더지가 땅을 파고 지나가는 듯 지면이 꿈틀거리더니, 허공에 떠오른 랩터의 바로 밑 땅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지면을 뚫고 솟구쳐 올랐다.


너무 빨라서 형체조차 제대로 볼 수 없었던 그 무언가는 튀어나오자마자 기습적으로, 허공에 떠서 미처 대응할 틈이 없던 랩터의 복부를 크게 물어뜯었다.


콰직!


권총 총탄도 튕겨내던 랩터의 단단한 갑피가 과자처럼 부서지고, 사방에 피가 튀며 내장이 줄줄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땅 밑에서 기습적으로 튀어나와 랩터를 크게 한입 깨물어 공격한 그것의 정체를 뒤늦게 발견해야 했다.


그것은 거대한 식물이었다.


단순히 거대하기만 한 식물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땅속에서 땅굴을 파고 움직일 수 있는 굵직하고 힘 좋은 줄기와 랩터의 갑피를 간단히 씹어 부술 수 있는 날카로운 이빨과 단단한 턱뼈를 지닌 무시무시한 형태의 식물이었다.


‘설마 이게 식충식물?’


나는 한입 깨문 랩터의 갑피와 살점을 우걱우걱 씹어 삼키는 그 식충식물을 보며 소름이 돋았다.


비록 내가 그동안 식충식물이라는 존재를 실물로 본 적이 없긴 했지만, 식충식물이라고 해서 이 정도로 파워풀하고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았다.


원래 식충식물이라고 해봐야 이파리에 앉은 파리 정도나 잡아먹는 식물 아니었던가?


고작 식충식물이 인류에게도 위협적인 랩터를 상대로 땅속에서 기습공격을 해서 치명적인 상처를 입힌다고?


물론 랩터도 학자들이 종을 분류할 때 동물보다는 곤충으로 분류하긴 하니까, 랩터를 잡아먹는다면 식충식물이라는 뜻에 맞긴 했다.


“크르르르르···.”


식충식물의 몸집이 랩터보다 훨씬 작아서 싸우기에는 불리해 보였지만, 랩터는 이미 식충식물의 기습공격에 너무나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것 같았다.


부서진 복부 갑피에서 바닥으로 쏟아져 내려 너덜거리는 내장의 상태를 보건대, 싸우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 두기만 해도 알아서 죽을 것 같았다.


“끄르륵···!”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가만히 서 있는 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 비틀거리던 랩터는 그 자리에 그대로 허물어져 버렸다.


혹시 몰라서 멀찍이 떨어져 있던 내가 가지고 있던 조약돌 몇 개를 던져봤지만, 랩터는 두 번 다시 움직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정말로 완전히 죽어버린 모양이었다.


‘운 좋게 랩터를 해치우긴 했지만, 아직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


랩터의 시체를 쳐다보던 나는 긴장감에 침을 꿀꺽 삼키며, 내 텃밭 가장자리에 큼지막하게 자란 식충식물에게 고개를 돌렸다.


하필이면 식충식물이 땅을 박차고 튀어나온 곳이 내가 할아버지의 식충식물 씨앗을 심었던 장소였기에 달리 생각할 건덕지도 없었다.


다른 작물들은 전부 잘 자랐는데 식충식물 씨앗만 아무런 소식이 없기에 씨앗이 상했나 여기고 있었는데.


설마 내 눈에 보이지 않게 땅속에서 랩터도 한입에 씹어 죽이는 미치광이 식물로 자라났을 줄이야.


이게 과연 내가 가진 조합 능력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할아버지께서 랩터를 씹어 죽이는 미친 식인식물을 씨앗을 가지고 계셨던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아무래도 전자일 확률이 더 높긴 했다.


할아버지께서는 전문 헌터들도 모를법한 희귀한 품종의 식인식물의 씨앗을 가지고 계실 만큼 대단한 인물은 아니셨으니까.


평소라면 나도 꽤 관심을 가졌을 주제였지만, 불행히도 나는 지금 그 주제에 대해서 깊게 고민할 여유가 없었다.


랩터가 죽어서 일단 눈앞의 위험 하나가 사라지긴 했지만, 랩터도 한입에 물어 죽이는 거대한 식충식물이라는 새로운 위험도 동시에 생겨났기 때문이었다.


랩터도 한입에 물어 죽였는데, 나 하나 죽이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닐 것이다.


‘어쩌지? 얘한테도 군고구마 줘볼까?’


하지만 랩터와 달리 거대한 식충식물은 모닥불에 익힌 군고구마 따위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그저 랩터가 쓰러진 자리까지 덩쿨을 뻗어 랩터의 시체를 조금 더 뜯어먹었을 뿐이었다.


그 모습이 상당히 그로테스크하긴 했지만, 어쨌든 식충식물이 내가 먹을 군고구마나 내 살점에 눈독을 들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다행인 일이었다.


“고맙다. 구해줘서. 네가 아니었으면 꼼짝없이 랩터한테 먹힐 뻔했어.”


식충식물이 나를 노리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해 확신을 얻은 나는 식충식물에게 다가가 감사 인사를 했다.


당연하겠지만 식충식물은 내가 가까이 다가오건, 내가 무슨 말을 하건 별달리 커다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랩터의 시체를 실컷 뜯어먹었는지 살벌하게 피가 뭍은 주둥이를 이리저리 돌리며 주변을 살피다가, 그대로 자기가 뚫어놓은 구멍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아마도 지금처럼 랩터를 공격할 일이 없다면 구멍에 들어가 있는 것이 이 식충식물의 디폴트 값인 모양이었다.


나는 식충식물이 땅을 파고 들어가서 뻥 뚫린 구멍에다 대고 외쳤다.


“어쨌든, 고마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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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아아, 이것은 품종개량이라고 한다 +2 24.08.25 151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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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가 왜 거기서 나와 +1 24.08.23 211 6 12쪽
5 황금 군고구마 +1 24.08.22 226 3 13쪽
4 초스피드로 농사짓는 법 +1 24.08.21 250 5 12쪽
3 세상에서 농사일이 가장 쉬웠어요. +1 24.08.20 287 5 12쪽
2 제발 내 말 좀 믿어주라! +2 24.08.19 311 7 14쪽
1 길드에서 쫓겨나자마자 능력의 사용법을 알아냄 +1 24.08.18 365 1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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