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종말 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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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in
작품등록일 :
2024.08.19 21:39
최근연재일 :
2024.09.13 17:00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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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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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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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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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화 버킷리스트

DUMMY

수영은 탕비실에서 열심히 믹스커피를 타고 있었다. 

평소 수영을 괴롭히던 박 대리가 오늘은 커피를 타오라고 했다. 

그것도 영업 2팀 인원 수 만큼.

얄미워 죽겠다. 

박 대리 잔에 침을 뱉어줄 생각으로 웩하고 혀를 내밀었다. 

꼴사나운 모습으로 침이 또옥 나오려던 순간이었다.


“수영 씨, 뭐하고 있어요?”

“쓰으읍-!”


나오던 침이 도로 들어갔다. 

기척 없이 다가오는 악취미를 가진 사람은 이곳에 단연 한 사람이다. 

수영은 당황한 눈으로 뒤돌아 바라보았다. 

저보다 더 왜소해 보이는 인상의 백발 중년 사내.

영업 2팀의 과장 김철수였다.


“과, 과장님?”

“뭐하고 있어요? 여기서.”

“그, 그게···.”


수영은 바들바들 떨었다.

철수는 좀처럼 어떤 인간인지 알 수가 없었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 움직였고 사적인 대화는 일절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눈마저도 동태 같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어서 더 무서웠다.

숨 막히는 대치가 이뤄지자 수영은 진짜 숨 막혔다. 

차라리 박 대리에게 들켰으면 싸우기라도 할 텐데···. 

철수와는 그럴 수 없던 수영은 두려워졌다.


그렇게 고민하던 수영에게서 철수는 커피 잔을 뺏어갔다. 어어어?? 어?


“카아아아아아-악!!! 퉷!!!”


걸쭉한 침 뱉는 소리에 경악하며 철수만 보았다. 

수영의 시선에 철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해요? 안 받아요?”

“아, 네, 네!!”

“그건 꼭 박 대리 줘요.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고.”


황급히 커피 잔을 받은 수영은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박 대리가 시킨 것을 어떻게 알았지? 

교묘하게 자신만 괴롭혀서 어디에 하소연도 못했는데···.


“아, 참고로 말하지만 난 담배 피니까 믹스커피 안 마셔요. 누가 커피 타오라고 시키면 절대 타지 마요.”


철수는 그 말을 끝으로 탕비실을 나갔다. 

철수가 고작 이 이야기를 하려고 여기에 온 것인가? 

수영은 자신에게 주어진 박 대리의 커피 잔을 한참 매만졌다. 

철수에 대한 평가를 고쳐야겠다. 

생긴 건 좀 동태 같지만 생각보다 주변에 섬세한 사람이다.


“음~! 역시 커피는 믹스커피지.”


박 대리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합법적 횡령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어딘가 찜찜한 것인지 갸웃거렸다. 

마시던 커피를 이리저리 살폈다. 쩝쩝···. 음?


“수영씨. 왜 담배 맛이···.”

“네? 무슨 소리세요? 본인이 담배 핀 침 삼키고 내탓하시는 거예요?!”

“어, 어?? 아니, 그게 아니라···.”

“이젠 못 참아요! 사내 괴롭힘으로 신고 할 거예요!”

“아니, 그게···.”


제 발 저린 수영이 쏘아 붙였다.

하지만 박 대리가 꼼짝 못 할만 했다. 

박 대리는 나름 수영에게 마음이 있는 척 하는 게 저 꼴이었다. 

그 결과가 사내 괴롭힘이 되었지만···. 

같은 회사 사람들은 꼴 보기 싫었는데 속으로 고소했다.


철수는 그런 그들이 한심해서 한숨을 쉬었다. 

이정도 소란이면 누가 와서 한 소리 할 정도다. 

하는 수 없이 책상을 두드리며 그들의 이목을 분산시켰다. 

큰 소리에 다들 화들짝 놀라 시선을 피했다.


다들 조용해지며 평화가 다시 찾아왔다.

수영은 마른 침을 삼켰다. 

역시 철수는 자신을 도와주는 것이 분명하다.

갑자기 이런 호의를 보이는 것일까? 

아저씨에게 설레는 취미는 없는데···.

나, 조금 생각보다 인기 있을 지도? 

수영은 의미 없는 도끼병에 허우적댔다. 


철수는 그러거나 말거나 워치로 시간을 확인 했다. 

오늘은 한 달에 한번 하는 사내 복지프로그램 중 하나인 특별 강연을 하는 날이다. 

알람음이 울리기 7분 전. 

다른 사람들 보다 시간 분배에 철두철미한 철수는 빠르게 주변을 정리했다. 

곧장 알람이 울리면 이동하기 위해서였다.


딩동-. 딩동-.


경쾌한 알람음. 마저 하던 업무가 마무리됐다. 

알람이 제때 울렸고 철수는 칼같이 일어났다. 

다들 알람에 맞춰 일어나는 것과 대비되었다. 

마침 복도로 나오는 길에 영업 1팀 조 과장을 만났다.


“김 과장님, 같이 가시죠.”

“그래요. 오늘 무슨 강연이라 했죠?”

“음, 긍정적으로 살기라고 했던 것 같은데···.”

“아···, 지루하겠네.”

“그래도 뼈가 되고 살이 되는 말이 있겠죠.”


조 과장은 23세기가 되고 우주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우주에서 이민 온 우주이민자였다. 

나이 많은 철수에게 깍듯한 유능한 젊은 청년이다. 

철수도 그런 어린 조 과장을 싫어하지 않았다.


“그러면 좋겠네.”


짧은 소망을 담아 강연실에 자릴 잡고 앉았다. 

단상에는 파란 피부의 우주인 둘이 강사로 와 있었다. 

그들은 강연 전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띄웠다. 

철수는 농담을 들어도 따분한 것인지 하품이 일었다. 

그렇게 사람들이 들어차며 강연문이 닫기 직전이었다.


“잠깐! 잠깐!!”


헐레벌떡 달려오는 사람이 있었다.

영업 3팀의 최 과장이었다. 

어쩐지 안 보인다 싶었다.

늦게 온 주제에 넉살 좋게 웃으며 달려왔다. 

후유, 아슬아슬하게 세이프~!

철수의 옆에 자연스럽게 앉으며 땀을 훔쳤다.


“최 과장님은 안 오셔도 되는데···.”

“거참, 조 과장은 말이 좀 심하시네. 응? 내가 늦고 싶어서 늦었겠어? 화장실 좀 갔다 오니까 늦었지.”

“그러니까 그렇게 안 오시지 그랬어요.”

“뭐? 아니, 이···!”

“아이고! 최 과장이 참아요.”


조 과장은 열을 살살 올렸고 철수는 삿대질하며 달려드는 최 과장을 붙잡았다.

그러다 조 과장이 오히려 철수를 말렸다.


“김 과장님, 최 과장님이랑 너무 붙어 있지 마세요! 화장실 가서 손 안 씻었을 지도 모른다고요!”

“날 바보로 보는 거야?!”

“바보 말고 세균을 걱정한 거예요.”


점잖던 조 과장은 철수와는 정 딴판으로 최 과장을 대했다. 

철수와는 정 반대로 빈둥대고 저질스런 농담이나 던지는 최 과장이 싫었다. 

안타깝게도 그런 최 과장이 철수에겐 입사 동기라 자주 같이 다닐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양 쪽에서 철수를 두고 입씨름을 하고 있었다.

철수는 평소랑 똑같구먼, 하며 앞에서 시작하는 강연을 멍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잠시 뒤 그들의 앞에 화면이 떠올랐다.


“버킷리스트?”


철수는 이게 뭔가 싶어 강사들과 화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강사들은 웃는 얼굴로 설명을 했다.


“긍정적으로 사는 것은 말로만 하는 것보다 목표를 세우는 것이 더 효과적이죠. 막연해도 좋아요. 앞에 보내드린 버킷리스트가 그런 거예요.”


철수는 잘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조 과장이 철수를 바라보며 차근히 설명해 주었다.


“그러니까 버킷리스트는 죽기 전까지 꼭 한 번쯤은 하고 싶은 목표 같은 거예요. 반드시일 필요는 없는 목표죠. 하지만 있는 편이 사람이 삶의 질이 달라지겠죠?”

“죽기 전까지···.”


철수는 저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흐릿하던 눈빛에서 이렇게 빛이 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빛이 났다. 

사실은 하고 싶었지만 말하지 못했던 것이 떠올랐다. 

하지만 철수는 이내 적었던 것을 멈췄다.

나 같은 게 적어도 괜찮을까?


“푸하하하, 내 목표를 이루려면 삼천 궁녀가 필요하겠는데~!”

“삼천 궁녀까지 갈 필요 있나요? 3초 컷이겠죠.”

“김 과장까지 왜 그래? 승진 떨어져서 그래?”


저기압이 된 철수까지 한마디 거들었다. 

눈치 없는 최 과장은 또 저질스런 소릴 지껄인다.

어휴, 저러니까 이혼 당하지.

철수는 그런 생각을 했지만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최 과장은 눈치 없게도 계속 승진 떨어져서 그런다며 이빨을 털어댔다.

조 과장은 진지하게 최 과장 때문에 인류애가 멸종하고 있었다.


솔직히 조 과장도 조금 의아한 참이었다. 

철수처럼 철두철미하게 일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자신이 입사하고 과장이 될 때까지 철수는 계속 과장이었다. 


“그럼-. 한번 살펴볼까요? 뭐라고 썼을지? 돌려~돌려~ 랜덤~!”


강사의 말에 흠칫했다.

철수는 다급하게 썼던 것을 지우려고 했다. 

허둥대는 철수의 손은 미끄러져 저장이 돼버렸다. 


앗-?!

강사는 랜덤으로 돌아가는 회사 사람들의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가 나타났다.


“오, 영업 2팀, 김철수 과장님. 과장님 버킷리스트를 볼까요?”


아, 안 돼!!!


철수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 


철수는 부끄러워서 칼 같이 퇴근했다.


죽고 싶어졌다.

자신을 바라보는 의외라는 그 눈빛과 비웃음을 잊을 수가 없었다. 

의외? 왜지? 다들 한 번쯤은 생각해본 생각 아닌가? 

철수는 괜히 길가에 작은 짱돌을 구두코로 툭 차봤다. 

부끄러워.

나이에 안 맞다, 분수에 안 맞다하며 생각하는 것이 분명하다.


“아!”


짱돌이 벽에 튕겨 다시 날아오자 옆으로 피했다.

그랬더니 애꿎은 지나가는 사람이 맞았다.


이크! 철수는 모른 척 지나갔다.

철수는 평소대로 골목길을 끼고 집으로 향했다.

그날은 뒤에서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김철수 과장님!”


철수는 뒤돌아 바라보았다.

회사에서 봤던 우주인 강사들이었다.

철수의 생존본능이 위험을 알리고 있었다.

이 사람들 어떻게 여기를 알고 온 거지?


헉! 멀리 있어서 몰랐는데 가까이서 보니 더듬이가 있었다. 

철수는 자신이 노안이 온 것 같아 그쪽에 더 깜짝 놀랐다.


“저희 잠시 얘기 좀···.”

“오, 옥···.”

“···네?”

“오, 옥 장판 안사요!!”

“그런 거 아니에요!”


철수의 생존본능이 말했다.

이렇게 골목길에서 은밀히 말할 것은 납치거나 불법 판촉 판매밖에 없다.

다급한 외침과 함께 철수는 빛과 같이 사라졌다.

너무나도 빠른 움직임에 우주인들이 놓치고 말았다.


어? 가녀린 아저씨라고만 생각했던 우주인들은 생각보다 빠른 달리기 솜씨에 쫓기 바빴다.

철수는 빠른 움직임으로 그들을 피해 달려갔다.

어떻게 자신이 집으로 가는 방향을 알아낸 것이지?

철수는 제일 먼저 그 생각부터 들었다.


“김철수 씨! 저희랑 얘기 좀···!!”

“다단계 안 한다니까요!”

“그런 거 아니라니까!!”


그들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두 눈을 질끈 감고 외쳤다. 

그러지 않으면 저 빠른 두 다릴 붙잡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지구 종말!!”


철수는 멈칫하고 뒤돌아 그들을 바라보았다.

우주인들은 힘겹게 이어 말했다.


“···정말 이루는 것이 목표입니까?”


다들 비웃어서 도망쳤던 철수였다.

하지만 이 우주인들이 미쳤나 그 말에 진지한 얼굴로 쫓아와 물었다.

철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멍청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저희와 함께 하시죠.”


그들은 손을 내밀었다.

철수는 이게 무슨 말인지 어안이 벙벙했다.

그렇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러나 이내 소리를 죽인 기척에 철수는 무의식적으로 뒤로 뛰어 물러났다.

하지만 우주인들은 그것을 알아채지 못해 맹수의 공격에 당하고 말았다.


탕! 탕!


“크윽!!”

“아악!”


우주인들은 총을 맞고 팔과 어깨를 붙잡고 부들거렸다.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부들거리며 쓰러졌다.

철수는 우주인들의 뒤에서 총을 쏜 이를 보며 놀라 눈이 크게 뜨였다. 


하얀 머리에 회색 정장 차림의 철수와는 대비되는 온통 검은 중년 사내가 서 있었다.

어렴풋이 이름만 뉴스로만 들었다.

하지만 푸른 별 지구인이라면 다 아는 사람이다.


우주교류를 하면서 은하들은 연합을 만들게 되었다. 

은하들 간의 신속한 발전도모를 위한 은하보안협력기구를 만들게 되는데 그게 우주보안기구이다.

그런 그들을 우주보안원이라 부른다.


“당신들을 우주테러행위 공모죄로 체포하겠습니다.”


사실상 우주보안원의 푸른 별의 대표 격인 존재. 

우리은하 푸른 별 소속 한국팀장 라이언.


철수는 뉴스로만 듣던 사내를 직접 두 눈으로 보자 조금 놀랐다.


그의 총구는 이내 철수로 향했다.

사냥을 준비하는 사자의 눈빛과도 같았다.


“···계속 하실 생각입니까?”


라이언은 그렇게 철수에게 묻고 있었다.

웃음기 하나 없이. 

남들은 비웃었던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그들은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

철수는 식은땀이 한줄기 흘렀다.

하지만 동태 같던 얼굴에서 개구진 미소를 지었다.


“까짓 거 못할 거 없지.”


탕-!


라이언은 거리낌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작가의말

연재 시작합니다. 재밌게 봐주세요~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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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화 이런 사람들 24.09.02 7 0 12쪽
18 18화 혜성의 눈과 귀 24.08.30 8 0 12쪽
17 17화 까마귀의 흔적 24.08.28 11 0 12쪽
16 16화 감시대상 No. 225 24.08.26 13 0 12쪽
15 15화 호랑이의 습격 24.08.23 11 0 12쪽
14 14화 코스모의 제안 24.08.21 9 0 12쪽
13 13화 혜성의 계승자와 늑대의 수장 24.08.19 10 0 12쪽
12 12화 은밀한 접선 24.08.19 7 0 13쪽
11 11화 휴일의 마무리 24.08.19 6 0 12쪽
10 10화 다시 만난 김 대리 24.08.19 8 0 12쪽
9 9화 휴일의 시작 24.08.19 4 0 12쪽
8 8화 초대 받지 않은 손님 24.08.19 6 0 12쪽
7 7화 천랑 시큐리티 24.08.19 5 0 12쪽
6 6화 사명감이 밥 먹여 주나 24.08.19 8 0 12쪽
5 5화 비정상 회사원 24.08.19 7 0 12쪽
4 4화 산 넘어 산 24.08.19 6 0 12쪽
3 3화 지구 종말 사무소 24.08.19 9 0 12쪽
2 2화 토끼와 사자의 대결 +1 24.08.19 8 1 12쪽
» 1화 버킷리스트 24.08.19 2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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