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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in
작품등록일 :
2024.08.19 21:39
최근연재일 :
2024.09.13 17:00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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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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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7화 까마귀의 흔적

DUMMY

우주보안원들은 속으로 비상상태였다.

라이언이 그에게 우주보안원들과 같은 정복을 줄줄은 생각도 못했다.

거의 동급과 같은 대우를 하겠다는 의미였다.


그러기엔 그가 평소에 벌인 일들을 생각하면 그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경찰들은 분명 온 것 같은데 어째서인지 그들에게 가까이 오지 않았다.

오히려 저 멀리 사람들을 대피하고 이동시키는 것에 분주했다.

마치 다른 것은 하지 말라고 전달 받은 것만 같았다.


그런 그들 앞에 차가 한 대 섰다.

그 차에선 온통 새까만 사내, 라이언이 내렸다.

뒤늦게 도착한 주제에 석양까지 등지고 내려서 멋있음까지 부여 받아 철수는 재수 없다고 생각했다.

라이언은 그런 생각을 하는 줄도 모르고 흙먼지가 가득한 철수를 보며 안부 인사를 했다.


“오랜만입니다. 그간 잘 지냈습니까?”

“잘 지냈지. 이상한 녀석들이 갑자기 덤비지 않았더라면 말이야.”

“죄송합니다. 제 의사는 아니었습니다. 제 부하들이 조바심에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이니 넓은 아량으로 봐주시기 바랍니다.”


라이언의 뻔뻔한 요구에 철수는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라이언을 노려보았다.

경찰과 우주보안기구는 별개의 기관이지만 우주보안기구가 상위기관이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라이언이 사전에 경찰들까지 통솔해 다른 것은 하지 않게 전달한 모양이었다.


라이언은 주변을 한번 훑어보았다.

한바탕하여 엉망이 된 주변을 보더니 철수를 다시 보았다.

어쩐지 철수를 보는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그래서 철수는 더 불쾌했다.


“덕분에 코스모의 본거지 중 하나를 격퇴한 것에 의의를 두겠습니다.”

“그리고?”

“그쪽에서 뭔가 제안하지 않았습니까?”


마치 교주 이명주와 무슨 대화라도 했는지 다 아는 표정이다.

도청장치는 없던 걸로 기억하는데···.


라이언이 그렇게 철수의 앞에 서서 그의 어깨의 먼지를 털어내 주었다.

그러다 꾹 어깨를 잡았다.


“저희도 제안하겠습니다.”


철수는 라이언의 손을 쳐내며 거리를 다시 유지하며 삐딱하게 바라보았다.

재킷을 여미며 기분 나쁘다는 듯이 옷을 털었다.


“말년에 쓸데없이 인기가 넘치네. 하, 무슨 제안?”


철수의 말에 라이언은 묘하게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어쩐지 철수의 답을 알고 있다는 표정이었다.


*** 


라이언은 이마를 짚으며 제 앞에 있는 이마에 큰 혹이 생긴 젊은 여자 요원을 바라보았다.

수인화를 풀어낸 호랑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똑같이 이마에 큰 혹이 생긴 좀 더 나이가 들어 보이는 젊은 근육 덩어린 남자 요원이 있었다.

그건 코뿔소였다.


그 둘은 라이언 앞에서 무릎 꿇고 두 손을 든 채로 벌을 받고 있었다.

각성자들이라 딱히 아프진 않겠지만 그렇게라도 해야만 했다.


우주 전쟁에서 날뛰던 녀석들이라 푸른 별에서 제 능력을 생각 못하고 막 쓸 것을 생각 못했다.

자신도 그랬는데 그들이라고 안 그럴 것이란 생각을 한 자신이 바보였다.

라이언은 한숨이 절로 푹 나왔다.


“두루미. 주변 일대는 경찰과 협조해서 구조랑 수습에 차질 없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라이언은 다람쥐를 바라보았다.

다람쥐는 이미 벌써 워치로 코스모 교단이 운영했던 공부방에 대한 조사가 끝이 난 상태였다.

하여튼 손이 빠른 녀석이다.


사고만치는 녀석들 중에 그나마 나은 녀석이라며 한숨을 쉬며 잘했다는 듯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갑자기 라이언이 안하는 짓을 하니 다람쥐는 제 머리를 감싸며 놀라 질겁했다.

라이언은 따라 정색하며 손을 거두었다.


“도주 경로가 재밌습니다. 다음 건물로 이어지다니. 꼭 혜성을 모방한 것 같습니다.”

“으···, 그래서 그 주변 일대 건물을 임대하거나 사들인 것 같아요. 일단 그들은 도망을 쳤고 코스모 교단 안으로 간 것으로 보여요. 정확한 위치는 안 잡히지만 그 근방인 것은 확실해요.”


그렇게 말한 후 다람쥐는 다리 꼬고 혼자 놀고 있는 감시대상 No. 225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이지만 라이언의 선택에 존중했다.


“근디 그 아재가 대단하긴 대단하드라고.”


갑자기 끼어드는 말에 라이언이 안경을 쓴 그를 바라보았다.


감시대상 No. 225.

이름은 수려한.

천랑 시큐리티에서도 능력면으론 탑 급인 그는 특별 관리하는 인물이었다.

라이언과는 개인적으로 얽힌 문제가 있어서 그의 요구가 있다면 항상 들어주고 있었다.


그는 꼰 다리를 까딱거리며 싱긋 웃고 있었다.


“방심을 안 하든디? 공격할 틈이 없드라고. 저 근육 덩어리 가지고 놀면서도 방심이 없어.”


수려한은 그렇게 말하며 으쓱였다.

라이언도 엉망이 된 쇼핑몰 주변을 보고 제법 놀라긴 했다.

비각성자와 각성자 간의 충돌로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다람쥐도 라이언을 보며 거들었다.


“맞아, 왜 그런 제안을 하셨어요? 김철수 씨는 악당을 자청하셨잖아요. 그런데 코스모를 같이 없애자고 제안하실 줄은···. 거절하실 것 같은데···.”

“뭐 우리끼리 허는 것보다야 그 아재랑 하는 거면 재미도 있고 금방 될 것도 같긴 헌디···.”


수려한도 다람쥐의 말에 보태며 으쓱였다.

철수는 수려한이 봐도 우주보안원에 적의가 강해보였다.

라이언의 탓이 크지만 그들은 알지 못했다.


“그리고 왜 김철수 씨의 총을 쏘는 모습이 있는 CCTV를 다 지우라는 거죠? 불법 총기소지로 일단 잡아들일 수 있잖아요.”


라이언은 피식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를 냈다.

라이언답지 않는 모습에 다람쥐는 조금 혼란스러웠다.

이 인간이 곧 죽을 때인가?


“그가 들고 있던 총을 보았습니까?”

“아니요? 못 봤는데요?”

“아티펙트였습니다.”

“네?!”


다람쥐는 깜짝 놀라 바라보았다.

그냥 평범한 총인 줄 알았다.


“그렇지만 그게 지우는 거랑 무슨 상관이에요?”


라이언은 자신의 볼을 두드리며 생각에 잠시 잠겼다.


“그가 까마귀일 것 같아서.”

“얼굴도 모르신다면서요?!”

“그 아티펙트는 까마귀의 전유물입니다. 주인 외엔 아무도 쓰지 못합니다.”


분명 까마귀는 온통 까맣던 걸로 기억하는데 철수는 너무 나이에 비해 백발이었다.

1세대 아티펙트는 미지의 영역이기 때문에 그에 의한 부작용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사라진 줄 알았는데 그가 갖고 있어서 없어져 보였던 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다람쥐는 생각해 보니 철수의 행동이 조금은 이해가 됐다.

20년간 푸른 별을 카오스의 침공으로부터 지켰다는 점부터 우주보안원에 대해 맘에 안들 때마다 잔소리하는 것까지 자신이 일군 것이라면 그럴 만도···?


특히 라이언 면전에 아무도 욕을 못하는데 철수는 하는 걸 보면 그럴 수 있겠다 생각했다.


“20년간 그러낸 적 없던 분인데 코스모 교단에 이렇게 대놓고 드러낸 것이면 생각보다 푸른 별 내부에 심각한 상황이 생긴 것 아닌가요?”


다람쥐의 물음에 라이언도 비슷한 생각인 것 같다.

아무래도 빅뱅과의 전쟁으로 푸른 별을 비운 시간에 무언가 들어온 것 같다.

그 둘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수려한은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지금 시방 나 또 심각한 상황에 끌려온 겨?”


일 끝나자마자 또 심각한 일에 끌려왔다며 수려한은 표정을 오만상을 찡그렸다.

하지만 안경을 쓰고 있어 잘 드러나지 않았다.


*** 


삼남의 차에 삼남과 하리, 철수가 다 같이 쪼르르 앉았다.

그럼에도 넉넉한 넓은 차였다.

하리는 옆에서 철수의 팔을 조물조물 거렸다.


“아저씨 정말 무슨 생각인 거지?”

“그걸 알면 나도 이런 걱정을 안 하겠지···.”


삼남은 말을 흐리며 아까 라이언과 철수의 대화를 떠올렸다.

라이언의 제안은 우주보안원과 지구 종말 사무소가 함께 코스모 교단을 푸른 별에서 끌어내자는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에 철수는 대답은커녕 콧방귀만 뀌며 하리에게 가버렸다.

그리고 이렇게 삼남의 차에 실려 하리를 집에 보내주는 길이었다.


“아저씨는 사자 아저씨랑 결국 같이 그 사이비를 몰아낼까요? 하리 누나?”


그 물음에 가만히 철수의 손을 주물거리던 하리가 삼남을 보았다.

눈을 몇 번이고 깜빡이다 씩 웃었다.


“당연하지! 아저씨의 목표는 지상 최악의 악당이 되는 거니까!”

“그게 이거랑 무슨 상관이에요?”

“아저씨가 그랬는걸! 이 세상의 모든 악을 없애면 아저씨가 지상 최악의 악당이 될 수 있다고 했어!”


그 이야기를 듣던 삼남은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표정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알고 있는 악당의 개념과 다른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건 악당이 아니에요.”

“···으응?”

“히어로 영화에서 나오는 영웅들이나 하는 행동인걸요.”


하리도 주물거리는 철수의 작은 손을 보았다.

약간 거칠지만 딱 제 손만큼 작은 손이다.

이 손으로 분명 자신이 모르는 곳에서 수많은 일을 했을 것이다.

익숙하다는 듯이 분명 방금처럼.


그런데 하리도 알고는 있었다.

분명 그건 악당과는 거리가 멀었다.

근데 분명 철수는 그걸 악당의 일이라고 지칭했다.


“아니야, 악당이야. 아저씨가 그랬으니까 그런 거야.”


하리는 안 그런 척 하지만 철수에게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있었다.


“아, 아저씨 완전 곯아떨어졌다. 이대로 납치해버려도 안 깰 거 같아.”


하리는 어느새 자신의 옆에서 유리창에 머릴 기댄 채 잠든 철수를 빤히 보았다.

그걸 보던 삼남은 아, 하고 움찔했다.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가 머릴 세차게 흔들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아저씨 말야, 이렇게 자는 것도 그렇고 조그만해서 귀엽지 않아?”


하리는 삼남을 보며 장난스럽게 킬킬 웃었다.

삼남은 그런 하리를 보며 진지하게 대답을 해주었다.


“남들 눈에도 그래 보인가 봐요. 우주보안원들도 아저씨를 토끼라고 부르더라고요.”

“뭐어?! 아저씨를 토끼로 불러?!”


하리는 깜짝 놀라 삼남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철수를 바라보며 얼굴 볼따구를 꾹꾹 눌러보다가 쭉 잡아당겼다가 놔봤다.

이런 아저씨가 뭐가 이쁘다고 토끼라고 부른담!

어쩐지 샘이 나는 하리였다.

자기도 그런 귀여운 동물로 불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잠결에 오만상을 쓰며 하리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철수가 조금은 딱했지만 삼남은 내버려 두었다.

저렇게 괴롭히는데도 완전히 방전이 된 사람처럼 깨지 않는 것이 신기했다.

좀 깨야 될 것 같았는데···.


“아, 벌써 우리 집이네···. 치.”


하리는 제 집 앞에 도착하자 곧 죽을상을 지으며 삼남의 차에서 내렸다.

삼남은 하리에게 집에 잘 들어가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잘 들어가요, 누나.”

“어, 내일 또 봐.”


그렇게 손을 흔들어주고 삼남은 차에 기절한 것처럼 자는 철수를 바라보았다.

철수는 괜찮지 않았었던 모양이다.

삼남은 어떡해야할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철수의 집을 몰랐다.

물론 찾아는 갈 수도 있겠지만 그의 집 보안을 뚫고 갈 자신은 없었다.

그렇다고 이 사람을 사무실에 방치할 수도 없었다.


그러기엔 너무 무방비한 상태였다.

얼마나 괜찮지 않았으면 자신에게 어른스럽게 굴지 말라 했으면서 애들 앞에서 방전된 상태가 된단 말인가?

삼남은 머리가 복잡했다.

아깐 하리가 있으니까 단순히 하하 웃어넘겼지만 철수와 단 둘이 남으니 머리가 아팠다.


어쩔 수 없지.


삼남은 형의 명의로 된 가까운 빌라가 뭐가 있었나 떠올려 보았다.

이러면 안 될 것을 알지만 이게 그나마 안전한 방법이었다.


“가까운 비어있는 빌라로 가요. 기사 형. 보고는 가고 나서 형한테 해요.”


삼남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옆에 있는 철수를 빤히 들여다보았다.

처음엔 그냥 호기심이었는데 지금은 이 사람의 끝이 궁금해졌다.

이 사람이 할 수 있는 그 끝이 뭘까?

왠지 이 사람은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저씨, 아저씨는 정체가 뭐에요?”


삼남은 그렇게 기절해서 일어나지 못하는 철수에게 물었다.

철수는 의식이 없어서 대답을 해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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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화 달고 퍽퍽한 24.09.04 11 0 12쪽
19 19화 이런 사람들 24.09.02 7 0 12쪽
18 18화 혜성의 눈과 귀 24.08.30 8 0 12쪽
» 17화 까마귀의 흔적 24.08.28 11 0 12쪽
16 16화 감시대상 No. 225 24.08.26 13 0 12쪽
15 15화 호랑이의 습격 24.08.23 11 0 12쪽
14 14화 코스모의 제안 24.08.21 9 0 12쪽
13 13화 혜성의 계승자와 늑대의 수장 24.08.19 10 0 12쪽
12 12화 은밀한 접선 24.08.19 7 0 13쪽
11 11화 휴일의 마무리 24.08.19 6 0 12쪽
10 10화 다시 만난 김 대리 24.08.19 8 0 12쪽
9 9화 휴일의 시작 24.08.19 4 0 12쪽
8 8화 초대 받지 않은 손님 24.08.19 6 0 12쪽
7 7화 천랑 시큐리티 24.08.19 5 0 12쪽
6 6화 사명감이 밥 먹여 주나 24.08.19 8 0 12쪽
5 5화 비정상 회사원 24.08.19 7 0 12쪽
4 4화 산 넘어 산 24.08.19 6 0 12쪽
3 3화 지구 종말 사무소 24.08.19 9 0 12쪽
2 2화 토끼와 사자의 대결 +1 24.08.19 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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