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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in
작품등록일 :
2024.08.19 21:39
최근연재일 :
2024.09.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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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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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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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나야 나

DUMMY

서재식은 자신의 허리춤에 맨 칼집을 돌려 손잡이를 집었다.


“무기 사용은 제한이 있습니까?”

“뭐, 핸디캡으로 허용해 주마.”


서재식은 묘하게 거만한 철수의 행동에 살며시 열이 뻗쳤다.

저 멀리서 지켜보는 여자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작은 체구의 중년 사내다.

그런 사람이 맨 몸뚱이로 달려드는 것이 가소로웠다.


서재식은 칼집에서 칼을 꺼내들었다.

그의 무기는 아주 오래전에 환도라고 불리던 도검이었다.

매끈한 도신이 칼집에서 나오며 발이 앞으로 나아갔다.


탓!


서재식의 신형이 빠르게 철수에게 향하며 사선으로 여러 번 그었다.

철수는 아무런 방비도 하지 않은 채 서재식의 휘두르는 칼날을 종이 한 장 차이로 가볍게 피했다.


서재식은 제법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서재식의 표정을 보며 비웃듯이 오히려 몸을 비틀며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목을 잡으려고 했다.


섬짓


촤아아악-!


서재식은 재빠르게 옆으로 비껴 돌아 뒤로 물러났다.

아무것도 없이 그저 손으로만 목을 노릴 줄은 몰랐다.


너무 빠르다.

아니, 눈으로 느끼는 것보다 작고 생각이상으로 빠르다에 가까웠다.

하지만 안 느껴본 적 없는 것도 아니었다.


조금 놀란 서재식의 표정을 보니 철수는 즐거운 것인지 웃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다시 생각할 틈 따위는 주지 않을 것인지 바로 달려들었다.


카앙!


소매 안쪽에서 짧은 단도를 꺼내 서재식의 환도와 부딪쳤다.


카앙! 캉! 카가가강!


철수의 단도의 움직임은 무척이나 현란하면서도 서재식의 움직임을 단조롭게 만들었다.

서재식은 이 기시감을 어디서 느꼈는지 생각했다.

곧장 철수의 움직임에 천천히 익숙해져 갈쯤이었다.


캉!

퍼억!


“?!”


현란한 단도의 움직임에 정신이 팔렸을 그 틈을 노려 서재식의 얼굴에 주먹을 꽂혔다.

철수의 작은 주먹에 서재식의 몸이 잠시 휘청거렸다.


그때 서재식의 머리에 무언가 떠올랐다.

기시감의 정체.

철수의 움직임이나 전투 방식이 무척이나 수려한과 비슷했다.


“퉷!”


서재식은 피가 섞인 침을 뱉었다.

천랑 내부에서도 수려한은 전투 센스는 탑 급이었다.

무슨 짓을 해도 경호팀장인 서재식도 수려한을 이겨본 적이 없었다.


그는 빠르게 자세를 고쳐 잡으며 진정했다.

한 발 내딛으며 크게 휘둘러지는 칼끝은 아래에서 위로 쳐 올려졌다.

칼을 피하는 철수를 쫓아갔다.

철수는 고개를 뒤로 꺾어 피한 후, 뒤로 백 덤블링해 거릴 물렸다.


그의 보법은 제법 기묘했다.

나름 철수는 그런 서재식의 공격 패턴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보통 알던 검들과는 다른 게 검이 길지 않아서 빠르게 움직이며 공격을 했다.

그는 빠르게 다가와 다시 철수에게 사선으로 공격을 퍼부었다.


카앙! 캉! 캉! 카아앙! 캉! 캉!!


서재식은 한 손으로 휘두르다 두 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내려치기 했다.

다시 한손으로 잡고 휘두르기를 하며 공격을 화려하게 바꾸며 철수를 몰아갔다.


끼릭, 끼긱···.


철수의 손에 들린 단도가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점점 몰아갔다고 생각한 서재식은 더 빠르게 사선으로 칼날을 내리그었다.


캉! 캉! 카앙! 캉!


“아, 아저씨···!”


지켜보던 하리가 발을 동동 굴렀다.

여태 잘 날뛰던 철수가 꼼짝 않고 단도로 서재식의 공격만 겨우 막고만 있으니 걱정스러웠다.

영희는 그저 옆에서 하리의 손만 꼭 잡고 있어주었다.


철수는 그런 그들의 기대를 들어주는 것처럼 퍼붓는 공격에 반격이 가해졌다.

단도를 쥐지 않은 손에 워치가 감싸져 있었다.

워치로 감싼 손으로 이번은 얼굴이 아닌 환도를 내쳐버렸다.


카가가각!

쨍그랑-!


워치는 깨져버렸지만 파편들이 날리며 그로 인한 틈이 생겼다.

철수는 그 틈으로 손을 뻗어 서재식의 목을 움켜잡았다.

아니, 잡으려했다.


대신 그의 넥타이를 죽 잡아 마치 목줄처럼 끌어왔다.


우당탕!!


그대로 끌려온 서재식은 넘어졌다.

얼떨결에 철수의 발아래에 엎드려진 채 올려다보게 되었다.


“목줄 좀 차니 좀 알겠어?”

“크윽···!”


서재식이 다시 일어나려고 하자 철수는 그의 등을 밟아 다시 억눌렀다.

워치는 깨져버렸지만 어쩔 수 없지.

철수는 그의 등을 밟으며 밟은 다리 무릎에 손을 올리며 거만히 내려다보았다.


“괜찮아. 처음이 힘들 뿐, 익숙해지면 괜찮아져.”


서재식은 반항하던 힘을 천천히 풀었다.

그러자 고개가 숙여졌다.

그 모습에 천천히 철수는 그의 등에서 발을 뗐다.


하리는 흥분감에 얼굴이 상기 되었다.

안 그런 척 하려 해도 철수의 돌변하는 모습은 언제 봐도 멋있다.

영희도 아이들이 했던 말을 듣긴 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더 깔끔하게 이겨 당황스러웠다.

생각하니 유효타는 계속 철수만 먹였지 단 한 번도 맞지 않았다.


서재식은 패배한 것에 분노하거나 굴욕적으로 느끼지 않았다.

담담히 받아들였다.

단지 의문일 뿐이었다.


수려한과 철수는 전혀 접점이 없는 인물인 걸 뻔히 자신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닮은 전투 스타일에 당황했다.

조금 다른 게 있다면 철수가 좀 더 변칙적이었다.


애초에 그는 단도를 꺼낸 이유도 자신은 필요도 없으면서 뒤에 있는 이들이 워낙 걱정을 하니 꺼낸 것이었다.

겸사겸사 서재식에게 방심을 유도하기 위한 것도 있었다.

정말 철저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상황을 자신의 판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철수가 발을 떼 주자 서재식은 천천히 일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엉거주춤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이거 좀 놓아주시기 바랍니다.”

“이거 놓으면 뒤에서 칠거지?”

“아닌데요.”

“너희 같은 애들 한두 번 상대하는 것도 아니고···.”

“진짜 아닌데요.”

“이거, 이거. 입만 열면 거짓말을 막···.”

“진짜 아닌데요.”


정말 억울한 표정을 짓는 서재식의 얼굴에 철수는 손에 들린 넥타이를 놔주었다.

비로소 자유를 찾은 서재식은 허리를 펼 수 있었다.


“있어. 라이언이라고. 사람 뒤통수만 쫓는 인간이.”

“흥, 고양이들이 다 그렇지.”


서재식은 옷을 털며 입에서 맴도는 피를 다시 뱉었다.

철수는 입꼬리를 씰룩이며 웃었다.

개랑 고양이라···.


꼭 앙숙과도 같아서 괜히 웃음이 났다.


“왜 웃습니까?”

“그냥. 일단 라이언도 함께 내게 제안했던 것은 알고 있어?”

“뭐, 전달은 받았습니다. 그래서 하실 생각 입니까?”

“전제가 달라졌지. 너희는 내가 김이남 대표와 함께인데도 하겠어? 이게 더 앞선 문제지.”


서재식은 철수를 보다 뒤에선 하리와 영희를 보았다.

그러다 한숨을 푹 쉬었다.

저 여자들은 도움은 안 될 것 같고 아무래도 철수만 직접 나설 것 같다.


“김이남 대표가 직접 나설 수 없으니 소장님이 직접 나서주신다면야.”

“뭐, 동의로 알아들을게.”


그렇게 둘이 자연스럽게 떨어지자 하리와 영희가 철수에게 다가왔다.

하리는 철수를 보며 괜찮냐며 더듬거렸고 영희는 깨진 워치가 아깝다고 난리였다.


“몸 괜찮아요? 아픈데 없죠?!”

“워치 어떡해요? 연락도 못하게!”

“나 참, 내가 애야?”

“칼이 콰가강! 했잖아요!”

“내가 잘 나갈 때는 살아있는 병기가 나였어.”

“웃기고 있네! 동태눈깔 아저씨가!”

“이것들이 진짜!!”


마지막에 영희의 말이 타격이 컸는지 철수가 펄쩍 뛰었다.

다른 말에는 반응도 안하던 그가 동태눈깔이란 말에는 어쩐지 격하게 분노했다.


그때 호텔 밖에서 우르릉 쾅쾅 천둥 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무너지는 큰 소리가 났다.

하지만 호텔 창 밖 숲과 산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철수는 눈만 굴려 밖을 힐긋 보았다.


확실히 매니저가 삼남을 잘 가르치고 있는 것 같다.

서재식은 인상을 찌푸렸다.


“혹시 꼬리를 달고 왔습니까?”

“아아, 아니야. 내가 가르치는 애가 있는데 저기서 매니저한테 부탁해서 배우고 있거든.”

“매, 매니저에게 말입니까?”

“뭐, 각성자다 보니까 나보단 각성자에게 배우는 게 아무래도 편하겠지.”


무덤덤하게 말하는 철수를 당황스럽다는 듯 본 서재식은 얼른 칼을 집어넣고 쪼르르 다가갔다.

그리고 다시 창밖을 다시 보았다.

이번엔 번쩍거리는 불빛이 확실히 보였다.

나무가 크게 흔들렸으나 내부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매니저의 권한 안이지만 이정도의 위력이라니···, 대단합니다.”

“대단하긴, 저 녀석은 더 섬세하게 컨트롤하는 연습을 해야 해. 오히려 더 최대 출력을 써봐야 섬세하게 쓸 수도 있는 법이거든.”

“그런 것입니까? 그럼, 전 어떻습니까?”


서재식의 물음에 철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자식 왜이래?

표정은 여전히 무표정인데···.

서재식 뒤로 안 보이는 꼬리가 붕붕 흔들리고 있는 것 같다.


철수는 꺼림칙한 표정으로 살짝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잠시 목을 가다듬으며 아까 서재식이 한 질문은 씹었다.


“크흠, 어쨌든 천랑 대표는 여기 호텔에 올 정도면 합격점이라고 보는 건가?”

“뭐, 그렇게 생각하십니다. 매니저가 함부로 아무나 오지 못하게 할 테니까요. 애초에 매니저의 곁에 있는 그 짐승이 먼저 사지를 뜯어 놓아 살아서는 못 갈 테니 말입니다.”

“언제 매니저한테 그런 게 붙었대?”

“거기엔 좀 사연이 있습니다.”


철수는 진지하게 안 궁금해···, 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철수는 멈칫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근데 난 우주보안원이랑도 할 생각인데 걔넨 여기 못 오잖아. 거절할 생각이야?”

“그건 경우가 다른 겁니다.”

“경우가 다르다니?”

“아무리 그래도 공신력이 있는 기관이지 않습니까.”

“···”


철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서재식을 노려보았다.

서재식은 어깨를 으쓱이며 철수를 보며 이어 말했다.


“소장님은 실력으로 공신력을 보였으니 그걸로 됐습니다.”

“그건 네 판단일 뿐이잖아. 대표가 네 맘대로 그렇게 정해도 된대?”

“제게 그 정도 권한을 일임 하셨고, 경호 팀장 자리 생각보다 낮은 지휘 아닙니다.”

“어느 정도의 위치인데?”

“음···.”


서재식은 잠시 턱을 매만지며 고민했다.


“대표님의 전담 경호가 오른팔이라면 대변인이 왼팔이고 전 한 오른팔의 어깨쯤?”

“···뭐야, 그 애매함은?”

“그러니 낮은 건 아니죠.”


철수는 애써 동조해주며 그냥 눈을 슬며시 피했다.

그때 영희가 아!! 하고 떠오른 듯 외쳤다.


“그러고 보니 과, 아니! 소장님! 정작 중요한 걸 안 했잖아요!”

“뭘?”

“우주보안원 측은 우리가 천랑이랑 만나는 걸 전혀 모를 거 아니에요?”


그렇다.

생각해 보니 이 제의를 받은 건 우주보안원에게 제의 받은 후에 전달 받은 사항이었다.

우주보안원들은 모를 것이었다.


“어라? 그러고 보니 걔네는 모르겠네?”

“네?”

“우주보안원들 제안을 먼저 받았거든. 난 김이남 대표한테 천랑 제안에 대해 들었고.”


머쓱한지 철수는 머릴 긁적이며 눈치를 보았다.

천랑과 우주보안원도 사이는 썩 좋지 않아 보였다.


철수야 사이가 나쁘든 말든 함께 하는 데는 상관없었지만 천랑은 달랐다.

천랑은 한때 우주보안원의 타겟이었던 사람이 대다수였기에 둘 사이가 안 좋을 수밖에 없었다.


“알아서 연락 주겠거니 연락 안 했더니 생각을 못했네.”

“어떡하죠? 이랬다가 그쪽에서 싫다하면?”“에이, 그럴 리가.”


철수는 영희의 말에 손을 저으며 웃었다.

말은 그러면서 불안한지 깨진 워치를 탈탈 털어 보았다.

화면은 깨져서 일그러졌지만 작동은 된다.


그는 워치로 어떤 번호를 찾아 입력 후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십니까? 우주보안지국 민원실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어, 나야, 나. 김 소장인데···.”

“네?”

“나, 김 소장이라고. 지구 종말 사무소 김철수 소장.”


그 말에 처음 전화를 받은 여직원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우당탕 하는 큰 소리가 난 후 목소리가 바뀌었다.


“기, 김철수 소장님?”

“어, 오랜만이다. 쥐새끼 군.”

“다람쥐입니다만.”

“그게 그거지. 그날 제안에 대해 답변을 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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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화 나야 나 24.09.13 6 0 12쪽
23 23화 도발 24.09.11 5 0 12쪽
22 22화 역할 분담 24.09.09 9 0 12쪽
21 21화 첫 회의 24.09.06 11 0 12쪽
20 20화 달고 퍽퍽한 24.09.04 11 0 12쪽
19 19화 이런 사람들 24.09.02 7 0 12쪽
18 18화 혜성의 눈과 귀 24.08.30 8 0 12쪽
17 17화 까마귀의 흔적 24.08.28 11 0 12쪽
16 16화 감시대상 No. 225 24.08.26 13 0 12쪽
15 15화 호랑이의 습격 24.08.23 11 0 12쪽
14 14화 코스모의 제안 24.08.21 9 0 12쪽
13 13화 혜성의 계승자와 늑대의 수장 24.08.19 10 0 12쪽
12 12화 은밀한 접선 24.08.19 7 0 13쪽
11 11화 휴일의 마무리 24.08.19 6 0 12쪽
10 10화 다시 만난 김 대리 24.08.19 8 0 12쪽
9 9화 휴일의 시작 24.08.19 4 0 12쪽
8 8화 초대 받지 않은 손님 24.08.19 6 0 12쪽
7 7화 천랑 시큐리티 24.08.19 5 0 12쪽
6 6화 사명감이 밥 먹여 주나 24.08.19 8 0 12쪽
5 5화 비정상 회사원 24.08.19 7 0 12쪽
4 4화 산 넘어 산 24.08.19 6 0 12쪽
3 3화 지구 종말 사무소 24.08.19 9 0 12쪽
2 2화 토끼와 사자의 대결 +1 24.08.19 8 1 12쪽
1 1화 버킷리스트 24.08.19 1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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