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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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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DUMMY

누리는 턱을 내리고 상대를 쳐다보았다.

현대에 있던 시절, 너튜브 같은 데서 가끔 보았던 격투기를 떠올리며.


‘턱은 내리고 눈은 상대를 마주 보고 가드는 위로. 다리는 왼쪽 다리가 앞이랬나.’


카이우스는 주먹과 태클을 주로 사용했다.

싸움은 현대의 격투기랑 유사했다.

좀 더 거칠 뿐.

여긴 글러브나 이런 거 없이 그냥 맨주먹으로 싸웠으니까.


계속 쳐맞기만 하는 누리도 점차 생각이란 걸 하기 시작했다.

상대의 패턴이란 게 사실 크게 다르지 않았고 얻어터지는 것도 점점 익숙해졌으니까.


그리고 싸움을 많이 해보지 않았지만, 이곳에서 자기 힘이 얼마나 강한지도 잘 알고 있었다.

저 카이우스란 놈도 어쩌지 못하던 힘센 말이 난동 부리던 걸 줄 한 번 당기는 걸로 고분고분하게 만들기도 했으니까.


이건 분명 경험의 차이였다.

놈의 빠름이나 힘은 결코 누리를 앞서지 않았다.


‘적응만 하면 내가 이긴다. 적응만 하면.’


채찍과 발길질로 아픔이란 것에 나름 익숙해진 탓 인지, 카이우스의 주먹은 생각보다 맞을만했다.

전의를 다시 불태운 누리는 다시 카이우스를 노려보았다.


“누리, 멍청하게 굴지 마라. 머리는 생각하라고 있는 거다. 상대를 보고 주먹을 휘두르고, 움직임을 놓치지 않으면서 대처해라.”

“멍청하게 굴지 말란 말이다.”


카이우스는 쓴소릴 아끼지 않으며 재차 달려들었다.

이번엔 킥이었다.


앞발을 그대로 복부로 내뻗는 킥.

누리는 잽싸게, 바닥을 오른쪽 뒷발로 강하게 차서 왼쪽으로 피했다.


“해냈다!”


처음 성공한 회피였다.

카이우스는 무조건 맞춘다고 생각한 건지, 아니면 그저 힘이 많이 들어간 건지 앞다리가 너무 길게 뻗어지며 중심이 무너졌다.

그렇게 다리가 벌려지며 앞으로 향하는 카이우스를 향해 누리는 오른쪽 주먹을 강하게 날렸다.

길게 뻗어나가는 훅이었다.


“오 – 오!”

“대장이 지나?”


지켜보던 무리에게서 놀람과 함께 환호가 터져 나왔다.

누리는 기대에 부응하듯 주먹을 강하게 날리고 있었고.


부 – 웅


파공음이 일 정도로 강력한 주먹이 카이우스의 머리를 스쳤다.

카이우스는 오른쪽으로 몸을 굽히며 곧장 왼발로 누리를 걷어찼다.

누리의 중심부를.


“커-억.”


얼굴이 샛노래진 누리는 그대로 넘어졌다.

고간에 카운터를 맞은 덕에...


“주먹을 내지를 땐 어깨에 힘을 빼라. 그런 공격을 누가 맞나.”


카이우스는 어이없는 얼굴로 말했다.

진짜로 형편없는 주먹이었기 때문에.

뭐 그래도 공기가 가르는 소리가 날 정도로 센 주먹은 처음 봐서 조금 쫄긴 했던 모양이었다.

스친 관자놀이에 핏물과 식은땀이 같이 흐르고 있었으니까.


물론 누리는 그걸 확인할 상황이 못 되었다.

하늘은 노랬고, 그의 고통은 차라리 죽여라, 할 정도로 강했으니까.


“커...억. 이...개새끼...낭심은 반칙인데...”


누리는 바닥을 구르며 말했지만, 그의 말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여기 격투기의 규칙은 현대와 달랐으니까.


“판크라티온은 보통 한쪽이 죽어야 끝난다. 어이없는 실수 한 번으로 죽을 수도 있다는 거다!”


누리는 하고픈 말은 많았지만, 속으로 삼키며 겨우 일어섰다.

애초에 그런 위험한 스포츠에 참가할 마음이 없다.

이걸 배워두는 건, 그저 호신으로도 쓸만하고, 저기 서 있는 병사들처럼, 덩치가 있으니 신분 격상에 대한 기대도 있고.

마지막으로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지구 귀환 방법도 찾아야 하니까, 그러려면 힘이 필요하지 않을까 해서.


“시...발. 카이우스, 다시 해. 내가 한 방은 먹인다.”


누리는 비틀거리며 다시 자세를 잡았고, 카이우스는 곧장 들어왔다.

이번엔 태클인 모양이었다.

허리를 숙이고 발에 세게 박차며 누리의 몸통을 향해 날아왔으니까.


‘내가 계속 당할 줄 알고! 나도 격투기 좀 봤다고!’


누리 역시 허리를 숙이며, 몸을 앞으로 뻗었다.

그리고 달려오는 카이우스의 팔과 누리의 팔이 겹쳤다.


쿵 -


육중한 전사 둘이 충돌하는 소리와 함께, 카이우스와 누리가 힘 싸움에 들어갔다.

누리는 다리 하나를 앞으로 내뻗으며 카이우스를 그대로 들어 올렸다.

월등하게 강한 힘이었다.


“카이우스! 이번엔 내 승리다!”


누리가 공중으로 들어 올린 카이우스를 바닥으로 내려찍으며 외쳤다.

어깨와 팔이 그대로 붙잡힌 카이우스는 공중에서 떨어지며 몸을 틀었다.

몸 중심은 누리에게 완전히 붙었고, 왼 다리를 먼저 바닥에 뻗어 디딘 카이우스가 강하게 팔을 내뻗었다.

그리고 누리가 던져졌다.


“응?”


누리는 던져지며 의문을 가졌다.

분명히 자기가 이겼는데 왜 내던져지며 바닥에 찍히는 것인지 이해 못 한 채.


쿵 -


누리의 몸이 바닥과 찍히며 큰 소음이 났고, 의아한 누리의 얼굴로 카이우스의 오른발이 날아왔다.


퍽 -


누리는 그대로 쓰러졌다.


“아. 카이우스 다시 붙어야지?”


누리가 눈을 뜨며 말했다.

이상하게 아침 해가 뜨고 있었고 숙소에 있는 침낭에 누운 채로.


“뭐야. 나 카이우스랑 붙고 있었는데 왜 여기 있지?”


누리는 의문을 해결하지 못하고 작업장으로 다시 향했다.

그리운 한국어 일부와 함께.


“시발! 오늘도! 할당량을! 채우자! 시발!”


누리 역시 힘차게 외치며 거대하고 네모난 모양의 돌을 이고 날랐다.

여기서 석재의 공급은 크게 두 가지 경로로 이루어졌는데, 하나는 외부에서 구매해 오는 거, 또 하나는 바다 가까이 있는 큰 채석장에서 운반하는 것이었다.

밖에서 구해오는 석재들은 길쭉하고 하얀 고급스러워 보이는 것들이었고, 이건 누리 같이 특별하게 인정받는 노예나, 석공들이 직접 날랐다.


바다 가까이 채석장은 직접 돌을 깨고 바로 운반했는데, 누리는 노예들이 죽어 그날 운반량 채우기 힘들 때마다 이곳에 투입되었다.

누리는 노예 네, 다섯 명분은 충분히 해내었으니까.


“흐흐. 자네가 누리인가. 괴물이라던데. 잘해보자고.”


내려간 누리에게 흉터가 가득한 남자가 말을 걸었다.

약간 까무잡잡한 얼굴에 상처도 가득한 게 밖에서 꽤 험하게 구른 모양이었다.


“흠. 잘 살아남아 보게.”


누리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여기 노예는 곧잘 죽어 나갔으니까.

이 처음 보는 놈은 아마 어제 끌려온 놈일 것이다.

여기 노예만 수백인데, 오래가는 놈은 잘못 봤다.

워낙에 가혹한 환경이었으니까.


누리는 친근하게 구는 놈을 무시한 채 묵묵히 작업에 열중했다.

물론 나르는 틈틈이 새로 들어온 노예들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새로 온 노예들이 허약할수록 자기가 해줘야 할 몫이 늘었으니까.


‘이번엔 전반적으로 험하게 생겼네. 아예 감옥에서 꺼내왔나.’


어제 온 노예들은 하나 같이 얼굴이 험악했다.

앞에 오던 노예들과 달리, 맨몸에 채찍을 맞더라도 비명을 지르거나 겁먹은 모습도 잘 없었고.


‘뭐, 어쨌건 나랑 상관없지. 어차피 오래 살기도 힘들 테고.’


이곳의 작업환경은 매우 거칠다.

음식은 모자라고, 힘은 많이 써야 하고 감독하는 병사들은 매서웠으니까.

채찍이 날아들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로.


누리는 석공들의 일정에 맞추어 물건을 나르고, 돌을 깨고, 이후엔 카이우스와 전투 훈련, 그리고 이스마엘에게 글과 말을 배우는 걸 이어갔다.

이스마엘이 자리를 비울 때면 카이우스도 같이 움직였다.

그래서 그땐 병사들에게 말린 담배를 주며 언어와 싸움을 배웠다.


그렇게 몇 달여간이 지날 때쯤, 이스마엘을 비롯한 위세 등등한 책임자까지 모두가 긴장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곳에 건축물을 세우라고 명을 내린 권력자가 직접 찾아온 것이다.

노예들은 모두 구석에 찌그러져 있었고 병사들은 밖에 사열했다.

이스마엘을 비롯한 협력 상인들 역시, 구석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이야, 위세가 대단하네. 옛날엔 영주가 왕이나 다름없었다더니 진짜였네.’


누리는 이스마엘 옆에 서서, 곁눈질하며 감탄했다.

번쩍번쩍한 갑옷을 입은 기사들, 알 수 없는 서류를 들고 수행하는 사람들.

그리고 희한한 복장의 사람 몇과 뒤를 따르는 수백의 비전투원들까지.


가운데서 고고히 말을 타고 나온 놈은 곧장 병사들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에게서 경례 같은 걸 받고서 건축물이 세워지는 곳을 향했다.

그리고선 나오지 않았다.

밖에 병사들은 그대로 서 있었고, 노예와 협력 상인 마찬가지였다.


“이스마엘, 오늘은 작업 안 하는 거야?”


누리의 질문에 이스마엘은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다.

건축 관련인지, 중대한 일로 잠깐 작업을 멈추고 이틀간 회의를 한다고.

누리는 갑자기 찾아온 휴가에 기뻐하면서도 의아해했다.

그렇게 서두르더니, 갑자기 멈추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기에.

사람까지 죽여가며 채근하던 녀석인데.


“잘 모르겠네. 그냥 잠시 대기하라고 하더군. 그리고 힘이 가장 강한 노예 몇을 추려서 뭘 한다던데.”

“누리, 자네도 뽑혔어.”


이스마엘은 이번에 뽑힌 노예들 주인에게 대금의 10배를 지급한다더라고 말했다.

누리는 뭔가 수상쩍음을 느꼈지만, 나쁘지 않다고 여겼다.

이스마엘이 이번 일이 끝나면 저 대금을 정산해서 자기 신분을 노예에서 용병으로 격상시켜 주겠다고 말했으니까.

여기에서 배운 문화에 의하면, 해방 노예는 아주 드물었다.

누리는 정말 특별 취급받는 것이었다.


“자네는 특별한 사람이니까. 카이우스 말대로 판크라티온도 고려 중이라네.”

“인기 스타 하나만 잘 만들어도 떼돈을 벌 수 있거든. 이딴 소매상보단 훨씬 낫지.”


참가하고 싶은 맘은 딱히 없었지만, 일단은 수긍했다.

이스마엘이나 카이우스는 자기가 죽길 바라진 않는 눈치였으니까, 지금 잘 대접 해주고 있기도 하고.


누리는 자리를 지키고 조용히 하라는 말에, 훈련도 없이 그냥 숙소에서 지냈다.

한때 돌을 부수고 채찍이 날리고 비명이 들리던 소리는 모두 사라졌다.

침묵이 내린 이곳에서 갑자기 온 권력자는 알 수 없는 회의를 길게 이어가고 있었다.

그동안 누리는 카이우스 무리와 노닥거렸다.


“이거 사기 아냐. 어떻게 연속으로 1이 세 번 나올 수 있지?”


누리는 가지고 있던 말린 과일 등으로 주사위 도박을 즐겼다.

단순히 각자 주사위를 굴려 가장 큰 숫자가 나온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었다.

보통 도박이라는 게, 잃고 따는 게 번갈아 할 텐데 이상하게 누리는 혼자 다 꼬라박았다.


“안 해, 안 해.”


판 돈, 그래봐야 고작 간식거리 조금이지만, 모두 잃은 누리는 털썩 주저앉아 앞으로 동료가 될 이들의 도박을 지켜봤다.

카이우스의 무리는 누리가 빠지자, 본격적으로 판돈을 걸고 하기 시작했다.

돈이 없는 누리를 위해 적당히 놀아주다가 이제 본 게임에 들어가는 모양이었다.


최대한 조용히 낄낄거리며 즐기는 그들 옆에서 이스마엘은 누리에게 조용히 말을 건넸다.


“누리, 최대한 조심하게. 소문이 이상해.”

“왜? 뽑힌 팀엔 10배로 돈을 준다며? 좋은 거 아냐? 일이라 해봐야 건축 관련 말고 더 있나?”


누리의 질문에 이스마엘은 다른 사람이 들리지 않게 최대한 조용히, 딱 본인만 들을 수 있게 말을 건넸다.


“지금 짓는 건축물이 사실 고대 신전이 있던 자리라더군.”

“그런데 위에 짓는 건 눈속임이고 진짜는 지하에 있다는 소문이야. 지금 뽑힌 사람들은 진짜 작업에 쓸 놈들이고.”


이스마엘은 누리에게 계속해서 들은 바를 이어갔다.

자기는 이곳에 참여한 지 얼마 안 되어 이번이 처음이지만, 어제 동료 상인에게 들은 바로는 이런 식으로 뽑혀가서 살아 돌아온 노예는 아무도 없었단 것이었다.


찝찝한 나머지 이스마엘도 거부하고 싶었지만, 누리의 명성이 너무 올라간 탓에 거부할 수도 없었다고.

그리고 노예들은 어차피 물건이기에 돈으로 대신 주는 걸 문제 삼을 수도 없다고 했다.


“그러니 조심하게. 자네도 사람답게 살고 싶을 테고, 나 역시 자네가 필요하니.”


조용히 말을 마친 이스마엘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 일을 하러 갔다.

누리는 알 수 없는 이스마엘의 이야기에 두려움이 조금 생기긴 했지만, 지금 당장 뭘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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