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림 소 리 소 설 단 편 집- 몽환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중·단편, 공포·미스테리

그림소리
작품등록일 :
2024.08.23 01:30
최근연재일 :
2024.09.07 19:45
연재수 :
3 회
조회수 :
17
추천수 :
0
글자수 :
31,137

작성
24.08.31 18:00
조회
4
추천
0
글자
12쪽

썩은 사과와 파리 떼의 왕

DUMMY

썩은 사과와 파리 떼의 왕

The Lord of Files and Rotten Apples


1. 썩은 사과


커다란 장벽이 있다.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넓게 펼쳐진 장벽. 그곳 아래 짙게 내려앉은 그림자 아래에 두 남자가 서 있다. 군복을 입은 두 남자는 무표정한 표정이다. 그들은 어깨에 소총을 멘 채 벽에 기대고 있다. 왼쪽의 남자가 담배를 입에 물었다. 라이터에 불을 붙이는 순간 파리 한 마리가 담배 끝에 앉았다.


“빌어먹을, 저리 가!”


파리는 손짓을 피해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어느새 파리는 장벽을 넘어 잿빛의 사막 위 하늘을 가로지른다. 그것은 어느새 한 폐허에 도달한다. 파리는 어느새 썩은 사과 하나를 발견하고 그 위에 내려앉는다.


벌집 형태의 결정이 모인 눈, 그 아래 주둥이를 내민다. 생명체는 일용한 양식을 음미한다


탕!


어디서 울린 총성에 놀란 파리는 어디론가 사라진다.


2. 옛날 이야기


할머니는 손자 유세프를 무릎에 눕히고 책을 들어 옛날 이야기를 해준다.


“옛날 옛적에, 알리라는 말썽꾸러기 아이가 있었어요. 알리는 매번 엄마 말을 듣지 않았어요. 어느날,

알리는 가지 말아야 할 골짜기에 들어서고 말았어요.”


“우두신(牛頭神) 몰록의 골짜기! 우두신을 만날까 겁이 난 알리는 정신없이 도망쳤어요. 알리는 도망간 곳에서 연못을 발견했어요. 목이 마른 알리는 두 손을 내밀어 물을 마시려고 했어요.”


“그런데 알리의 코가 비릿한 냄새를 맡았어요. 아뿔싸! 그곳은 피의 못이었어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못에는 죽은 파리의 떼가 둥둥 떠 있었어요. 그 위로는 아직 살아있는 파리 떼가 유세프를 둘러싸고 있었어요.”


“그리고 못에서 서서히 검고 일그러진 거대한 물체가 수면 위로 정체를 나타냈어요. 승왕(蠅王) 바알세불! 그곳은 더러운 파리 떼의 왕이 머무는 곳이었던 것이에요! 알리는 너무 무서워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으앙. 너무 무서워요, 할머니.


이야기를 듣던 유세프가 벌벌 떨며 말했다.


“우리 유세프에게는 너무 무서운 이야기였구나. 그럼 이 이야기는 그만할까?”


"아니야. 더 해줘요."


"우리 유세프, 참 용감하구나. 그럼 할머니가 뒷이야기를 해줄 게."


할머니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자비로우신 알라가 보낸 천사 가브리엘이 나타나 알리를 구해냈어요! 천사는 알리를 집으로 데려다주었어요. 엄마가 알리를 눈물로 맞았어요. 알리의 엄마가 아들이 없어진 걸 알고 위대한 알라께 알리를 찾아 달라고 기도를 드린 것이었어요. ”


"와! 그러면 이제 승왕을 무찌른 거예요?"


유세프가 물었다.


"아니란다."


"아니 왜요? 왜 그래요?"


"승왕은 추한 외모처럼 비겁했어요. 그는 알라가 두려운 나머지 본인도 파리의 모습으로 변해 파리 떼에 숨어 도망가 버린 것이었어요.


"어라, 그럼 다시 나타나면 어떡해요?"


"괜찮아, 할머니 말 잘 듣는 착한 어린이는 천사가 지켜준단다. 하지만 할머니 말 안 듣고 말썽부리는 나쁜 어린이는 언제 파리 떼의 왕이 나타나 잡아갈지 몰라."


"으앙. 할머니 말 잘 들을게요."


"그래, 그래. 우리 유세프 착하다."


“그래도 알리가 집에 돌아가게 되어서 다행이에요.”


유세프가 말했다. 할머니는 유세프의 눈물을 닦아주며 꼭 안아주었다.



3. 사과 파이

"자 내 드리블을 막아봐!"


"내가 더 잘할걸?"


유세프는 친구 라만과 함께 공을 차고 놀고 있다.


"꼬르륵"


라만의 배에서 소리가 났다.


"그러고 보니 나도 배고프다."


유세프와 라만은 벤치에 앉아 간식을 나눠 먹기 시작했다. 유세프는 할머니가 싸주신 간식을 열었다. 타분 빵이다.


"또 어제랑 같은 타분 빵이야. 딴 것이 먹고 싶은데!"


유세프가 말했다.


"라만은 뭐 먹는 거야? 어, 그게 뭐야?”


“응, 이거 사과 파이야. 그 미국에서 온 사진 찍던 아저씨가 줬어.”


라만이 말했다.


“라만, 나도 좀 주라, 응?”


유세프는 라만의 사과 파이가 부러웠다. 유세프는 라만의 팔을 잡고 보챘다.


"자, 그럼 이만큼만 먹어."


라만은 귀찮은 듯 말했다. 라만은 사과 파이를 조금만 떼서 주었다,


유세프는 처음 먹어 본 사과 파이가 너무 맛있었다. 집에 돌아가 할머니한테 만들어달라고 해야지 생각했다.


4. 떼 쓰는 아이

"할머니, 사과 파이 해줘! 사과 파이 해줘!"


유세프는 어제부터 할머니를 조르고 있었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온종일 떼를 썼다. 할머니는 난처했다. 유세프의 형 아마라는 몸이 아팠다. 아마르는 시위에 참여했다가 수용된 적이 있다. 그는 출소 후 고문 후유증으로 몸이 좋지 않았다. 할머니는 아마르의 약값 때문에 수중에 사과 하나 살 돈이 없었다. 타지에 나가 일하고 있는 유세프의 엄마가 매월 돈을 보내주는데, 그 날은 내일이었다.


"유세프야, 할머니가 내일 해줄 게. 지금은 할머니가 돈이 조금밖에 없어서 그래."


할머니가 말했다.


"사과 파이 오늘 해줘! 오늘 먹고 싶어! 오늘 먹을래!”"


"유세프! 할머니가 저번에 승왕 얘기 했지? 할머니 말 안 듣는 아이는 파리 떼의 왕이 나타나서 잡아간다고 했잖니? 유세프는 피의 못으로 끌려가고 싶은거니?”


"아냐 아니란 말이야! 할머니 나빠! 사과 파이도 안 해주고!"


유세프는 발을 동동 굴렀다.


"더 떼쓰는 것은 안 돼, 유세프! 할머니 말 들어."


"으아아아아앙"


유세프는 삐친 채 방으로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기 시작했다.


“미안하다, 유세프. 할머니가 못나서 미안해."


할머니는 홀로 식탁에 앉아 눈물을 훔쳤다.


"못된 자식 놈들! 제 새끼를 여기다 내버려 두고 어디를 가 있는 거니?"


"아들은 세상을 떠나고, 며느리는 타지에서 고생하고, 큰 손주는 다리를 절며 누워 있다니! 아, 알라시여! 저희를 굽어살피소서!"



5. 무너진 하늘과 진동하는 천둥소리


유세프는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어제 너무 울었는지 눈이 통통 부었다,


"할머니~!"


방을 나와 할머니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평소와 달리 식탁에 아침도 차려져 있지 않았다. 유세프는 식탁에 앉아 기다리기로 했다.


"하아아암."


유세프는 하품이 나왔다. 잠을 설친 탓인지 아직 졸린 모양이었다. 유세프는 식탁에 엎드려 다시 잠이 들었다.


시간이 꽤 지났다.


콰르르르릉. 집 밖에서 들려오는 엄청난 소리에 유세프는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이, 이게 무슨 소리지? 천둥소리?"


유세프는 벌벌 떨며 식탁 밑으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땅이 크게 흔들린다. 유세프는 지진을 경험해본 적이 없어 큰 두려움을 느꼈다.


쾅! 쾅! 쾅! 이번에는 어디서 날카롭게 폭발하는 듯한 굉음이 들렸다. 유세프는 처음 들어보는 굉음에 크게 동요했다.


잠시 후, 유세프는 용기를 내 창문 밖을 쳐다보았다.


"뭐야, 저게! 콜록콜록.”


유세프 눈에 비친 창문 밖의 풍경은 전부 검은 연기와 징그러운 파리 떼로 가득했다. 콰르르릉. 창문 밖에서 붉은빛이 치솟고 다시 천둥 소리가 들려왔다.


"할머니, 무서워! 어디 갔어! 할머니! 엉엉."


유세프는 머리를 움켜잡고 울기 시작했다. 천둥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유세프는 무서웠지만, 할머니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두려움에 떨며 온 집구석을 뒤졌으나 할머니가 보이지 않았다. 유세프는 용기를 내어 무작정 현관문을 뛰쳐나갔다.


유세프가 보기에 낮인데도 밖은 너무 어둡고 연기가 자욱했다. 참으로 이상했다.


쿵! 쿵! 땅이 계속 울리자 유세프는 제대로 뛰지 못하고 넘어지길 반복한다.


"할머니, 어디 있어!"


유세프는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딘지도 모른 채 울면서 달려갔다.


"꺄악!"


"살려줘!"


어디선가 비명이 들린다. 마치 하늘이 무너지고 천둥이 진동하는 것 같다.


툭. 유세프는 누군가와 부딪혔다.


“후우, 후우”


유세프와 부딪힌 무언가는 기묘한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것은 눈이 곤충의 눈처럼 둥글고 얼굴의 대다수를 차지할 만큼 커다랬다. 얼굴의 하관에는 동그란 모양의 커다란 입이 튀어나와 있었다. 마치 파리와 같이 생겼다.


"후하, 후하, 후하"


괴물에게서 거친 숨소리가 계속되었다.”


"괴···괴물. 파리 괴물이야! 파리 떼의 왕이야!"


유세프는 소리쳤다.


“파리 떼의 왕이 날 잡으러 왔어!”


승왕이 철컥 소리를 내며 유세프에게 다가온다.


퍽! 그 순간 누군가 쇠파이프를 휘둘러 유세프를 구해줬어요.


“유세프, 괜찮아? 유세프, 정신 차려봐!”


유세프의 형, 아마르였다.


유세프는 한계에 도달해 실신해 버린 듯했다.


"제길 아무리 분쟁 지역이라고 해도 민간인 구역에 폭격하고, 이제는 이런 어린 애한테까지 총을 겨누는 거야? 제길, 이 악마 같은 놈들아!”


아마르가 소리를 질렀다.


이윽고 아마르는 유세프를 무릎에 눕힌 후 쓰러트린 군인의 방독면을 벗겨 유세프에게 씌워줬다.


퍼엉. 멀리 떨어진 곳에서 하늘로 거대한 불길이 치솟고 아마르와 유세프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유세프는 정신이 나가 반쯤 감긴 눈으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커다란 불의 새를 보았다.


“이곳이 곧 피의 못, 게헨나구나. 지옥이야.”


아마르는 중얼거린 후 유세프를 감싸 안았다.


콰아아앙. 귀가 찢어지는 듯한 큰 소리 후에 둘의 눈앞은 완전히 캄캄해졌다.


6. 사과 바구니


유세프는 눈을 떴다. 몸이 너무 아팠다. 유세프는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 형은 보이지 않았다. 유세프는 흐리게 떠진 눈 사이, 멀리 무언가 보였다.


북쪽의 쓰러진 건물 아래에 익숙한 손이 보였다. 아아, 할머니의 손이었다. 할머니가 저 앞에서 쓰려져 있었다.


"하, 할머니."


할머니는 손 옆에는 바구니가 엎어져 있었다. 그리고 쏟아진 식료품 사이에 사과 몇 개가 놓여 있었다. 유세프는 할머니가 사과 파이를 만들어 주려고 아침 일찍 장을 보러 나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세프는 눈물이 나왔다. 할머니를 외쳐 부르고 싶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척척, 척척. 거대한 군화가 유세프의 시야를 가렸다. 군화는 곧 유세프의 앞을 지나갔다.


"배고픈데 잘되었군."


군인은 할머니 바구니에서 사과 하나를 꺼내 크게 한입 베어 먹었다.


"맛은 그다지 없네."


군인은 몇 잎 깨물어 먹고 남은 사과를 아무렇게나 버렸다.


땅에 떨어진 먹다 남은 사과, 그 위에 파리 한 마리가 날아와 살며시 앉았다. 유세프는 사과를 주둥이를 데고 있는 작은 파리가 자신을 지켜보는 것 같았다.


잠시 후, 유세프는 다시금 눈이 감겼다. 너무나 졸렸다.



7. 돌고 도는 굴레


며칠이 지났다. 유세프는 눈을 떴다. 눈에 보이는 모습은 새하얀 천장이었다. 모르는 천장이다.


유세프는 온 몸이 붕대로 감겨 있었고 수액을 맞고 있었다. 병원인 듯했다. 유세프는 여전히 말이 제대로 안 나오지도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도 않았다. 유세프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군인 한 명이 문을 지키고 있었다. 며칠 전에 본 사람들과는 옷차림이 같지는 않았다. 유세프는 그 군인 옆에 있는 물건에 시선을 멈췄다. 군인 옆에 세워져 있는 커다란 돌격소총. 유세프는 그 총에 시선을 떼지 못했다. 마치 더 밝게 빛나지 않을 것 같이 흐릿하고 차가워진 눈으로 그 총을 바라보았다.









작가의말

이 이야기를 쓰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2008년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이스라엘군이 폭격을 가한 적이 여러 번 있죠. 인터넷에서 당시의 사진을 보고 너무나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무런 죄 없는 어린아이의 시신이 너무나 많아서 머리가 완전히 새하얗게 되더군요.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초안을 쓰고 있었습니다.


초안이 그렇게 나오고 동화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할 예정이었는데 인력과 시간 부족으로 잠시 뒤로 미루어놨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꽤 지났습니다. 또다시 가자에서 폭격이 있었더군요. 그리고 시리아에서도 비극이 일어났습니다. 저는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애니메이션 제작 전에 동화 형식의 단편 소설과 웹툰으로 선 제작부터 하는 것으로 마음을 정했습니다.


역사적 이유, 신념, 종교 아무래도 좋습니다. 누가 옳고 그르다는 주장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적어도 어느 나라이건 어린아이들이 상처받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이 작품은 특정하게 어느 지역을 상징한 것은 아닙니다. 단지, 전쟁, 테러라는 이름으로 상처받은 아이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전쟁은 십수년이 지난 지금 또 반복되더라고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그 림 소 리 소 설 단 편 집- 몽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 마음이 닳다 24.09.07 2 0 33쪽
» 썩은 사과와 파리 떼의 왕 24.08.31 5 0 12쪽
1 고문의 사유 24.08.23 11 0 2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