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사조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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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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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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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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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 전설 14

DUMMY

문을 열었더니 보스의 방같이 여러 장식품이 널려 있었다.


값비싸 보이는 물건들이 잔뜩 있었지만, 이상하게 가장 눈에 띄는 건 뭔지 모를 괴물 형태의 조각상이었다.



"이 조각상은 뭐지."



수연이 그에 대해 알기라도 하듯 대답했다.



"나 이거 알아. 어렸을 때 봤던 동화책에 나오는 악귀랑 닮았어."


"멋있긴 하네."


"중2병 같은 거지. 어른 돼서도 애들 동화책에 나오는 거나 믿고."



난 더 연결된 길이 없나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꽤 중요한 방 같은데 입구하고 바로 연결되어 있는 거 이상하지 않아? 게다가 더 이상 길도 없는 거 같고."


"그럼 나가서 다른 길 찾아보던가."



수연이 그리 말하며 문을 다시 당겼지만 열리지 않았다.



"뭐야, 시발."



그리고 이어서 바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우리 큰일 난 거 같은데."



놀란 나를 진정이라도 시켜주듯 수연이 떨어질 만한 물건들에 전부 거미줄을 발사해 벽에 붙였다.



"불길한 소리 하지 마 미친놈아."



수연이 이번엔 팔을 힘껏 휘둘러 벽과 천장 전체를 거미줄로 둘러 방이 무너지지 않도록 만들었다.


오늘따라 그녀가 무척 든든했다.



"하.. 넌 아무것도 안 하냐?"


"그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요."


"에휴.. 백철 님한테나 연락해 봐."



난 곧장 통신기를 들어 올려 백철 선생님께 연락했다.



"..."



응답이 없다. 선생님도 무슨 일이 생기신 걸까.



"이럴 줄 알았으면 로크 선생님 통신기도 저장해 놓을걸.."


"연락 안 되냐?"


"어, 무슨 일 생기셨나 봐."



수연이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떼었다.



"문 부수고 나가자. 여기서 죽을 순 없잖아?"


"그 충격으로 백철 선생님 있는 곳이나 렉스 님 있는 곳이 무너지면 어떡해."


"그럼 여기서 썩을래? 연락도 안 되는데 일단 나가야 할 거 아니야."



방이 우리의 선택을 재촉하듯 더욱 울리기 시작했다.



"하.. 운도 없지.. 이 정도 지진이면 우리가 오늘 안 왔어도 스스로 자멸하는 거 아니였을까.."



내가 한탄하며 중얼거리는 순간 수연이 오른팔로 문을 강타했다.



문이 위아래로 부서져 위쪽이 떨어져 나갔지만, 뒤가 잔해물들로 막혀있었고 수연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



"하.."



그 충격으로 인해서인지 땅울림이 점차 심해졌고, 갑자기 내 통신기가 울렸다.



"주철!"


"백철 선생님?"


"어, 맞아. 너네 지금 갇혔냐?"


"네, 어떻게 아셨어요?"


"그럼 들어왔던 곳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네?"



점점 더 울림이 심해지는 그때 수연에게 내가 말했다.



"수연! 거기서 떨어져!!"



수연의 시선이 문 쪽으로 잠시 향하더니 재빠르게 반대편으로 점프했고, 곧 문 쪽 벽이 부서졌다.



"크읏.."



수연이 점프하며 넘어진 탓인지 신음을 내었다.



"음, 여기있구만."



그리고 이 목소리의 주인은 누구보다 듬직한 사내의 것이었다.



"렉스 님!"


"통신이 안 되길래 구하러 왔다."


"임무는요? 이렇게 시끄러우면 다 눈치채고 도망칠 텐데.."


"우선 동료 먼저다. 그리고 인질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괜찮을 거다."



렉스 님이 지나온 길을 보니 아까보다 조금 더 좁고, 벽이 바뀐 것 같다.


설마 이 길, 아예 잔해물들로 채워졌던 것이고, 렉스 님이 그걸 파고 오신 걸까? 그렇담 중간중간 원래 다른 길이 있었지만, 그 길도 막혔었을 가능성도 있어.


하지만 어떻게? 이게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길을 다시 순식간에 메꾸다니. 이해가 안 간다.



"일단 나가자. 내부 조사는 나 혼자 해야겠어."


"네.넵!"



난 방해만 된 걸까, 기사 자격은 있는 걸까, 괜한 의구심이 들어간다. 수연은 경비 속박이라던가 지진으로부터 안전책까지 있었지만, 정작 난 아무것도 한 게 없다.


그렇게 나에 대해 고민하며 방으로부터 나가려는 순간, 통로의 천장이 부서지며 다시 길이 메꿔졌다.


렉스 님이 앞으로 가려는 나를 손으로 막고 말했다.



"누가 있는 거 같군."



역시 누군가의 소행이었어. 근데 어떻게? 혼의 능력인가? 무언가의 형체는 보이지 않았는데.



"아마 땅속에서 굴을 파 천장 쪽을 무너뜨리고 있는 거다. 가능하면 이 방이 무너지지 않도록 더 보완하도록."



수연은 그 말을 듣고 시간을 더 들여 더 강력한 거미줄을 차츰 만들어가며 벽과 천장을 지탱하기 시작했다.


그때 벽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용케도 알아챘구나. 하지만 멍청하게도 이미 늦었어. 내 구역에 온 이상 너넨 죽은 목숨이다."




수연의 대처에도 점점 방 안의 벽들이 부서져 잔해물들이 쌓이고 있다.


렉스 님의 말이 맞았다. 그럼 이 긴 굴을 팔 수 있던 것도, 그리고 판 굴을 다시 막을 수 있던 것도 이해가 간다.



"난 약자를 괴롭히는 게 너무 좋아.. 그리고 지금, 그 천하의 렉스도 이곳에서만큼은 약자다. 자, 울부짖어라 먹잇감들이여."



적의 도발에도 렉스 님의 표정은 평화로웠다.


렉스 님이 간파해 내신 건 좋았다만, 어떡하지. 방법이 없는 건가? 아까처럼 렉스 님이 벽을 파서 탈출하면 되는 거 아닌가?


아니, 수연에게 지시를 내렸으니, 뭔가 방법이 있으시단 거겠지?


그리고 내 걱정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함정에 걸린 건 너다."



렉스 님의 단 한마디가 내 고민을 전부 지워주었기 때문이다.



"역시 위험에 처하면 그런 헛소리가 나오는구나."


"그럼 몸으로 실감해라."



렉스 님이 우리에게 눈짓하였다. 그 눈짓을 한 번에 알아챈 나는 열심히 거미줄을 만들던 수연을 끌었다.



"아, 야 뭐해!"



수연의 말에 아랑곳 않고 최대한 렉스 님과 멀어지기 위해 반대편 벽으로 붙었다. 이내 수연도 대충 상황을 이해한 듯 보였다.



"보여주마. 압도적인 힘을."



그때, 렉스 님의 오른팔에 막대한 양의 동력이 실렸다.


엄청난 밀도, 아마 땅 안에 있는 그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뭐..뭐 그런다고 내가 쫄 거 같나? 어차피 그 힘도 여기선 쓸모.."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렉스 님이 오른팔을 휘둘러 벽을 강타했다.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방이 미친 듯이 흔들렸지만, 수연이 거미줄로 강화를 해놓아 다행히 무너지진 않았다.


반면 땅속에 있던 조직의 두목은 그대로 충격이 전해져 전투 불능이 된 듯했다.


난 깨달았다.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압도적인 힘이 있으면 아무 소용 없다고.


그리고 지금, 아무 기술도 통하지 않을 거 같은 사내가 내 앞에 서 있다.



"나가자고."


"넵!"



*


생사의 갈림길을 간신히 넘어선 그는 누군가를 극히 증오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돈이 많지 않았더라면 돈을 버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을 텐데.


어릴 때 맛있는 걸 먹지 않았더라면 지금 그런 맛있는 음식들을 찾으며 행복을 갈구했을 텐데.


많은 돈은 너무 당연해지고 돈을 쓰는 의미마저 없어졌어.


남들에겐 행복일 수 있던 행위였겠지.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질리고 똑같을 뿐이야.


하지만 이것만큼은 달랐어, 사람 한명 한명마다 다른 반응에 다른 목소리, 다른 움직임, 언제 누구에게든 새로운 반응이 나와 너무 흥미롭고 흥분됐지..


난 행복하고 싶었어. 남들처럼..


그저 그것뿐이었는데..


내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행위가 다른 사람들과 달랐던 것뿐이라고..


따지고 보면 내가 이런 행위로 행복을 얻을 수밖에 없던 건 다 내 부모 탓이야.


내가 잘못된 쾌락을 원하는 건 다 내 부모 탓이라고.


그렇지만 그때 그 둘의 표정은 정말 좋았지, 정말이지 행복했어. 그때만큼은 나를 이 쾌락에 빠져들게 한 그 둘, 부모에게 감사할 정도였지.


그러니 이대로 끝날 순 없어.


내 행복의 종착지는 여기가 아니란 말이다.


질리고 질릴 때까지 죽이고 그 반응들을 지켜보고 싶다고, 그게 내 삶의 이유이자 목표라고.


이 행위가 질리기 전까진 죽을 수 없어. 렉스, 너가 내 인생을 망쳤어.


난 이 조직으로 드디어 내 목표를 실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그리고 렉스, 넌 내 기대에 부응하는 반응을 보여줬어야 했다고..


내 삶을 망치고 내 기대를 부순 너를.


용서할 수 없어.



*



이후 렉스 님이 막힌 길을 다시 뚫어내 길을 만드시곤 우리를 대피시키셨다.


입구엔 아무 활약을 못 한 백철 선생님도 계셨다. 듣자 하니 백철 선생님도 갇혀있다가 렉스 님이 구출해 주셨다 한다.


그리고 청 나라 기사들의 연락을 듣자 하니 주변 일대에 지진이 일어 출구들이 전부 막혀 더 이상 조사도 불가능하고, 내부에 있는 대부분이 사망했을 거란 추측을 해 임무는 마무리되었다.


렉스 님도 그 연락을 들으신 건지 우리 쪽 출구로 다시 나오셨다.



"좀 심했나?"



주변 마을에도 그 피해가 전해졌다는 연락이 있어 렉스 님이 조금 당황하신 듯 보였다.


그리고 청 나라의 기사가 말했다.



"그.. 렉스 님이 하신 건가요?"


"마을 일은 내가 전부 해결할 테니 이 일은 우리끼리의 비밀로 하자고."



펀치 한 번으로 조직 괴멸.. 그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었다.


하지만 완전한 괴멸은 아닌 것인지 누군가 렉스 님이 지나온 입구에서 나왔다.


흙을 힘껏 짓밟으며 걸어오는 폼은 그의 감정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렉스.. 렉스.. 너가 내 모든 걸 망쳤어."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다.


렉스 님이 손짓하며 말했다.



"모두 물러서라."



그와 동시에 분노에 찬 그가 손에서 발톱을 환영화했다.


그리고 그에 대해 아는 것인지 렉스 님이 말했다.



"그 발톱의 생김새를 보니 두더지의 혼이군."



땅을 파는 데에 특화된 혼.. 그렇담 저 녀석이 아까 그 두목? 어쩐지 목소리가 익숙했다 하더라니.



"난 이 혼을 직접 사람의 신체에 사용해 본 적이 별로 없어.. 너무 순식간에 죽어버리거든.. 그러니 근접만 한다면 렉스.. 니 몸도 찢어발길 수 있지.. 너에겐 고통을 느낄 시간도 주지 않겠다!"



땅속에선 보이지 않던 그의 동력이 느껴졌다. 꽤나 강하다. 몸이 저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저 정도의 동력이라니.


렉스 님이 말했다.



"너, 내 힘을 직접 봤을 텐데 그게 가능할 거라 생각하는건가? 게다가 네 몸 상태를 봐라."


"그건 자비인가? 내 삶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간 너가, 이제 와서 그만하라고 나에게 지껄이는 거냐고!!"



그의 기세가 점점 솟아올라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 같았지만, 그것도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렉스 님의 분위기가 점점 무거워져 갔기 때문이다.



"너, 정말 죽고 싶은 거냐?"



그 영향은 상대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끼쳤다. 잠시 시간이 멈춘 듯 식은땀이 흐르고 긴장이 되었다.


저 말은 절대 허세가 아니다. 오히려 렉스 님이 마음만 먹으면 우리를 전부 죽일 수 있을 것만 같아.


정말 우리 편이라 다행이라 생각이 들었다.



"너의 삶은 그렇게 소중하고, 너가 뺏은 사람들의 삶은 아무것도 아닌 건가?"


"알 게 뭐야.. 그들이 약했을 뿐이고, 반면 난 강해. 강한 자, 즉 내가 그 녀석들의 행복을 뺏을 수 있는 건 당연한 거야."



렉스 님이 잠시 말이 없다가 생각을 마쳤는지 곧 상대 쪽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게 너의 정의인 거군."


"뭐?"



상대가 그런 렉스 님의 움직임을 보고 천천히 뒷걸음질을 쳤다. 마치 자기가 사냥감이라도 된 듯 렉스 님의 기세에 완전히 눌린 모양이었다.



"그럼 나도 너와 똑같은 정의로 대응해 주지. 약자여."



그리고 눈 깜짝할 새에 상대의 몸이 터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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