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id급 전사는 저승에서 탈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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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망령
작품등록일 :
2024.08.26 10:56
최근연재일 :
2024.08.2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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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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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탈주합니다 ㅂㅂ

DUMMY

나는, 그렇게 살아왔다.

더럽게, 추악하게, 가난하게.

천민, 도적, 반역자.

그것이 일생동안 나의 직업이었다.

나라에 대한 충성? 숭고한 사명? 멋진 대의? 그런 건 없다.

태어나면서부터 가진 거라곤 이상할 정도로 강한 힘과 전투 센스 뿐이었던 나는 한평생 나를 위해 검을 휘둘렀다. 친구를 구하기 위해 사람을 죽였다. 사랑을 위해 몸을 던졌다.

나는 평생 그런 놈이었다.

천하고 열등한 놈.

그런 놈.

멸시는 나의 또 다른 친구고,

저주는 나의 별명이며

불명예가 곧 나의 명예였다.

그 열등한 놈은 오늘도, 검을 휘둘렀다.

나의 편이 모두 세상을 등진 뒤에도.

우정이 베인 후에도,

사랑이 찢긴 후에도,

희망이 죽은 후에도.

나는 끝까지 나를 위해, 베인 우정을 위해, 찢긴 사랑을 위해, 죽은 희망을 위해,

권위와 명예에 맞섰다.

불명예를 찢으러 오는 고귀함에,

반역자를 베러 오는 명예에,

천한 자를 죽이러 오는 권위에, 칼을 휘둘렀다.

내가 죽음으로 이끈 자들과, 내가 죽인 자들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은 이 죽여주는 경치 위에서. 나는 빌어먹게 멋진 갑옷을 입은 영웅 나리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나는 끝까지,

“이 괴물놈!”

“빌어먹을 반역자 새끼! 죽어라!”

욕을 들어 먹으며,

“지옥에 떨어질지어다!”

저주 받으며,

“너의 시체가 광장에 걸리리라!”

또다른 멸시를 약속 받으며,

검을 휘둘렀다.

화살 하나가 배에 박혔다.

상처가 뜨거워지는 걸 느꼈지만,

곧장 화살을 빼냈다.

“나는...이대로 죽을 수 없다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나는 다시 검을 휘둘렀다.

나는 죽을 수 없었다.

어떻게 살아온 인생인데, 어떻게 놓을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생명을, 삶을, 행복을 내려놓을 생각이 절대...

“...없다!”

괴성을 내지르며, 돌진해 가장 화려한 갑옷을 입은 자와 검을 맞댔다.

“이놈이 감히, 누구와 검을 나누려 드느냐.”

그 틈에, 등이 쇠붙이에 베이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 공격자의 팔을 잡고, 검을 맞대고 있던 자에게 던졌다.

“어떻게 이 상태에서 이런 힘이...괴물 새끼!”

경악하는 주변의 소리가 옅게 느껴졌다.

힘이 빠지고 있다.

내가 노린 자는 던져진 놈에게 맞아 허둥지둥 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노린 그 타겟에게 다시 달려가, 검을 그 복부에 꽂았다.

“으윽...이 개새끼...”

화살 하나가 등에 또 박혔다.

신체의 각 부위들이 두뇌의 통제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나는 평생 잡았던 검을 놓은 뒤, 지금 유일하게 말을 듣는 왼쪽 손을 들어 그놈의 빌어먹을 두 눈과 입에 손가락을 찔러 넣고, 그대로 찢어버렸다.

그놈의 입과 코에서 뿜어져 나오던 뜨거운 것이 차츰 사라져갔다.

그리고, 나도...신체가...더이상...




덜컹! 하는 소리와 진동에 눈이 떠졌다.

나는, 쇠사슬에 묶여있었다.

덜컹! 하고 주변과 몸이 흔들렸다.

“여긴...”

멈춰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마차였다.

그런데, 마차를 이끄는 말의 목이 없었다.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이건...

“저승행 마차야.”

자신의 생각과 같은 것을 말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네가 타고 있는 것.”

마차가, 말을 한단 말인가?

여자아이의 목소리인 것 같기도, 변성기가 오기 전 소년의 목소리 같기도 했다.

“목 없는 말보단 말하는 마차가 덜 신기한가?”

잘 보니, 저 앞에서 또 하나의 마차가 가고 있었다.

그것은 분명...

“그놈이겠군.”

“넌 분명 지옥행이야.”

그 말에, 몸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이것은 감정이 태우는 불이었다.

“사람을 그렇게나 죽였으니까. 앞에 가는 놈을 포함해서 말이야.”

어느새 마차는 지면을 구르지 않고, 공중에 떠가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삶이 아닌 죽음의 공간으로 간다는 것을, 지금 이 순간이 삶과 죽음의 진짜 경계임을 깨달았다.

그 순간, 가슴을 태우던 불이 영혼을 태우기 시작했다.

“나는, 떠날 수 없다고! 죽을 수 없다고!”

“어이, 진정하지?”

“어떻게 살아왔는데, 어떻게 악착같이 버텼는데, 얼마나 많은 죽음을 딛고 살아왔는데!”

“너, 지금 몸에서 불이...”

“어떻게 죽어!”

그 말과 함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마차를 태웠다.

“뜨겁잖아! 진정해, 진정하라고! 이런 놈은 처음이네!”

그 불은 마차 전체를 태우더니, 목 없는 말에게까지 도달해, 마침내 말이 날뛰기 시작했다.

“진정하라고! 추락한다고! 마차 부서진다고!”

빨간 불은 파래졌다. 점차 더 뜨겁고 격렬해졌다.

그리고,

파직, 하는 소리와 함께,

쇠사슬이 끊어졌다.

“곧 죽어도 갚아줄 거라고!”

고온의 불에 날뛰던 말은 부유력을 유지하지 못하고 곧 마차가 기울기 시작했다.

“떨어져, 떨어진다고!”

“알 바냐! 난 못 죽는다고!”

분노와 공포가 지배하는 마차는 마침내...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졌다.

고온의 열에 달구어진 마차의 부분이 쉽게 찌그러졌다.

나는 다급히 그 부분을 주먹으로 쳐서 부숴버렸다.

“부수면 어떻게 해! 어떻게 부쉈어!”

마차가 난리 치는 소리를 뒤로한 채, 나는 그대로 걸어 나갔다.

분명 큰일이 나겠지.

분명 쫓는 놈들이 있겠지.

분명 벌하려는 자들이 있겠지.

근데,

내 인생에 그런 걸 두려워한 적이 있던가?

“이승이고 저승이고, 높으신 놈들은 다 거기서 거기니까. 큭큭.”

나는 사는 것만으로 큰일이고, 걸어 다니는 것만으로 쓰레기고, 숨 쉬는 것만으로 죄인인데,

죄 하나 더 짓는 걸 두려워하겠냐.

그저 웃기기만 할 뿐이었다.

나는 그저, 웃었다.

인생에서 운 만큼, 울부짖은 만큼, 분노한 만큼 소리쳐 웃었다.

나는 어디에 있어도 나일 뿐, 나답게 살 뿐. 그뿐.


이곳은 숲으로 둘러싸인 지역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며 걸어가니, 모종의 시선이 느껴졌다.

하기야, 그렇게 성대하게 추락했으니, 관심을 끄는 게 당연하겠지만,

이곳에 사람이 살고 있다고?

거대한 의문이 들었다.

여긴 분명 이승은 아니지 않은가?

아니, 애초에 여긴 어디지?

이미 저승인가?

저승과 이승 그 사이의 어디인가?

감정에 쓸려 대책 없이 마차를 부숴버리긴 했지만,

머리를 식히고 나니 이제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해지기 시작했다.

아니, 아니, 내 책임은 아냐. 마차가 부서질지 몰랐으니까.

하물며 몸에서 불이 나올줄 누가 알았겠는가.

난 정말 잘못 없다고?

“그저 마차를 그렇게 약하게 만든 놈들이 잘못이라고.”

“웃기지마, 저승행 마차를 부수는 놈이 어딨어? 무조건 네 잘못이야!”

얼레, 이 목소리는 분명...

“뭐야, 마차. 부서져서 뒤진 거 아니었나?”

“무식하긴, 마차가 아니야, 마차를 끌던 영체라고.”

과연, 검은 무언가가 두둥실 떠 있었다.

이 세상의 것이 아님을 확실히 보여주듯, 그림자도 보이지 않고, 중력의 힘을 전혀 받지 않는 느낌이었다.

“잘됐네, 너라면 알겠지. 여기 어디야?”

“몰라.”

“왜 몰라?”

“내가 어떻게 알아. 난 그저 마차를 끄는 일을 하는 하급 영체일 뿐이라고. 여긴 그냥 오다가다 보는 곳일 뿐이야. 다만, 확실한 건,”

“확실한 건?”

“여긴 저승도, 이승도 아니야.”

“그럼?”

“저승과 이승은 내가 끌던 그런 마차로만 오갈 수 있는데, 마차를 끌다 보면 이승과 저승의 중간지역이 있어.”

“잠깐,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전용 도구가 있고, 그걸로 오는 지역이면 여기도 그거로만 오갈 수 있다는 거 아냐?”

“그래. 그러니까 내가 마차 부수지 말랬잖아, 멍청한 놈아.”

근데 그럼...

“여기 사는 놈들이 있는 거 같은데?”

“그야, 땅도 있고, 나무도 있으니까, 사람이 살지 말란 법은 없지.”

“그럼 여기 있는 놈들은 죽으면 어디로 가?”

“...어려운 건 묻지마.”

그때,

“뭔가 오고 있어!”

거대한 무언가가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저건...뿔이 달린 늑대인가.”

그래, 말 그대로 거대한 뿔이 달려있었다.

심지어 광택이 나는 것으로 보아 금속재인 것 같았다.

늑대의 몸도 마치 갑옷을 입은 사람처럼 금속의 반사광을 내뿜고 있었다.

“잘됐네.”

“응? 도망치지 않는 건가?”

“도망쳐서 뭐해. 지금 나에게 도망갈 곳은 없다고?”

그때, 먹잇감의 냄새를 맡은 건지, 늑대가 질주해왔다.

그리고, 나도 발을 달려 순식간에 그 짐승의 품속으로 파고든 뒤, 목을 잡고 패대기 쳤다.

놀란 늑대가 아등바등 거리며 낑낑댔다.

그리고 나는 그 늑대의 목을 발로 밟은 뒤, 그대로 척추째로 뽑아냈다.

“너...그 힘...대체...”

순식간에 숨이 끊어진 늑대의 눈에서 생기가 빠져나가더니, 그대로 닫혔다.

나는 뽑아낸 늑대의 척추를 손으로 움켜쥐었다.

마치 랜스를 든 것처럼, 늑대의 금속재 뿔을 치켜들었다.

“당분간 이걸 무기로 삼자.”

“너...미친 새끼야?”

“응.”

말해 뭐해. 나는 미친 새끼다.

줄곧 미친 새끼로 살아왔고, 죽은 뒤에도 영원히 미친 새끼지.

그렇게 늑대의 대가리를 휘두르자, 생각보다 그럴듯했다.

“이야, 이거 두개골에 잡을 것도 많고, 척추도 단단하고, 괜찮네.”

그때, 늑대의 해골에서 무언가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그러더니,

“너, 머리카락 색깔 변하고 있어.”

“뭔가 힘이 차고 있어.”

이것은...




퓌리엘 계곡. 이곳에는 숲속을 거니는 자들이 있었다.

특별한 국가를 이루지 않고, 그저 숲속을 거닐며, 자연적인 삶을 사는.

그들은 강인하고, 사냥에 특화된 삶을 살고 있으며, 큰 평원을 만나면 터전을 세우고, 생활하고, 또 앞으로 나아가고를 반복했다.

“짠! 어때요?”

한 소녀가 뿔 하나, 눈 하나의 동물을 주워들었다.

작은 덩치의 네발 동물은 최선을 다해 아등바등 거렸지만, 빠져나오진 못했다.

귀여운 외형과 달리 소녀의 악력은 꽤 강했다.

“한입거리도 안 되겠군. 놓아줘.”

덩치가 큰 남자는 고개를 내저었다.

“이미 죽였는데요?”

그 작은 동물은 몸을 축 늘어뜨린 채 피를 흘리고 있었다.

소녀의 손에는 같은 피가 흐르는 단검이 쥐어져 있었다.

“안 먹으면 저라도 먹어요?”

“니 알아서 하세요.”

그 대화가 끝나자, 소녀는 그 동물의 등을 깨물었다.

살과 함께, 그 안의 딱딱한 것이 부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바를 것도 없다는 듯 소녀는 그것을 씹기 시작했다.

“맛있는데요?”

소녀는 입에서 피를 흘리며 해맑게 웃었다.

“후, 레테린.”

“네?”

“피 흘리면서 먹지 말랬지.”

그 덩치 큰 남자는 손으로 그녀의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주었다.

“역시 오빠는 자상하시네요.”

“남보기 부끄러웠을 뿐이야.”

“보는 남이 어딨는데요?”

남자는 한숨을 푹 쉬었다.

“하여간...더 큰놈을 찾아보자.”

“이 뿔은 어떡할까요? 반짝이는데, 영주님 갖다 드릴까요?”

“영주님이 이런 작은 것을 받으실 리가...”

그 대화에, ‘쾅!’하는 소리가 끼어들었다.

“이게 무슨? 앗, 저거봐요!”

레테린의 손가락을 따라갈 필요도 없이, 그냥 보였다.

왜냐하면 엄청 밝았으니까.

멀리 푸른 불꽃이 피어나는 마차가 쓰러져 있었다.

그 푸른 불꽃은 주변의 나무에 옮겨붙을 듯 말 듯 했다.

마차는 금속재로 만든 것 같은데, 빨갛게 달궈져 있었다.

그 마차를 끌던 말이 쓰러져 있었고, 그 마차의 금속판이 부숴지더니, 그 안에서 한 남자가 나왔다.

“우와, 자칫하다간 가이텐보다도 크겠는데요?”

“아니, 누가 봐도 확실히 크잖아. 그나저나 저게 떨어지는 건 처음 보는군.”

가이텐은 저 마차를 알고 있었다.

목 없는 말이 끄는 저 마차는 이따금씩 머리 위를 지나가곤 했다.

과거 이곳에 살던 자들이 저 마차에 활도 쏴보고 마법도 쏴보고 했는데, 결코 격추할 수 없었다.

이곳에 사는 자들 모두 그 정체를 알고 싶어 했다.

“좋은 기회일지도.”

라며 다가가는 그때, 반대쪽에서 플레이트 울프(Plate Wolf)가 달려오고 있었다.

이 세계의 괴물과 짐승들은 워낙 미스테리하고 이상한 것들이 많아, 가이텐에게도 미지의 생물이 무지하게 많았다.

그런 와중에 그 이름과 생태가 명확히 알려진 몇 안되는 생물 중 하나가 바로 플레이트 울프다.

그렇게 자세히 알려진 이유는, 그렇게 명확히 알고 있어둬야 할 이유는 바로,

그만큼 위험하기 때문이다.

늑대 주제에 곰처럼 강력한 근력을 지닌 데다, 짐승 주제에 인간의 어지간한 무기로도 뚫기 어려운 갑옷을 온몸에 걸치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위협적인 건 그 빠른 돌진과 시너지를 내는 금속재 뿔.

짐승이 대체 무슨 금속재 물건을 두루두루 걸쳤는지,

조물주를 원망할 정도였다.

게다가 유달리 사람을 자주 습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괴물이 추락자를 덮치는 장면을 본 순간..

“구조는 포기해야겠네.”

“그렇네요.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요. 늑대가 지나가길 숨 죽이고 기다리고 있다가, 늑대가 먹고 남은 고기라도 받아 갈까요?”

“그럴...엥?”

“뭐죠? 저 사람, 늑대에게 달려드는데요? 미친걸까요? 아니면 자포자기?”

하지만 진정 미친 광경은 지금부터였다.

“엥? 깔아 뭉개버리는데요?”

“이것이 무슨 인간의 힘이란 말인가...”

그리고 늑대의 목을 밟는 남자.

“동료를 부르는 걸 막는 건가. 강한 것뿐 아니라 똑똑하기까...”

그대로 목을 뽑아버렸다.

“...지?”

“으에, 저게 더 괴물인데요? 도망칠까요?”

그리고 곧이어, 뽑아낸 척추를 잡아들더니, 마치 앞의 뿔을 창으로 삼듯 늑대의 대가리를 휘둘러보는 남자.

“우리보다 훨씬 미친 새낀데요?”

그리고는 머리가 늑대의 색으로 바뀌고, 근육이 부푸는 것이 보였다.

안광도 뭔가 바뀌고...

“엣, 이쪽 보는데요?”

“아뿔사, 도망...”

발걸음을 뒤로 옮기는 순간,

“아까부터 힐끔 힐끔보고.”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검은색과 회색으로 장식된 공간.

그 공간에는, 옥좌 하나가 놓여있었다.

회색 용으로 장식되어, 이름 모를 짐승의 모피가 덮여있었다.

엄숙하고 위엄있는 온기가 지배하는 이 넓은 방에는,

검은 개의 머리를 한 여러 명의 병사들이 긴 창을 들고 있었다.

전투를 하기에는 너무 화려하고 비효율적인 복장인 그들은 이곳에서 줄곧 움직이지 않고, 그 빨간 눈을 잠시도 깜빡이지 않고, 그저 조용히, 위엄있게 서있을 뿐이었다.

뒤이어, 옥좌의 뒤편에 위치한 거대한 문이 자동으로 열리더니, 검붉은 기운이 공간을 덮쳐왔다.

강한 에너지와 무거운 질량이 느껴지는 그 바람과 함께, 금으로 만들어진 개의 머리와 다부진 남성의 몸을 한 무언가가 걸어들어왔다.

하체까지만 화려하게 장식한 그는 불길한 기운이 느껴지는 지팡이를 끌며 옥좌에 앉았다.

그의 눈은 금속재 머리 장식 너머에서 조용한 분노에 뒤덮여있었다.

나지막하게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낸 그는,

잠시 숨을 고른 뒤 입을 열었다.

“마차 하나가 사라졌다.”

그 말에 도열한 병사들 사이에 술렁임이 퍼져나갔다.

상황에 화나고, 소음에 화가 난 왕이 지팡이를 내려치자, 그 타격음이 퍼져나가는 동시에 웅성임이 잦아들었다.

“트와일라잇 나이트(Twilight Knight)의 수장을 불러라.”

잠시 후, 거대한 낫을 든, 로브 하나가 들어왔다.

로브 하나라고 표현한 것은, 그 이외에는 묘사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 말 그대로 로브에 감싸진 검은 기운이었다.

“부르셨습니까, 나의 주군이여.”

울리는 듯, 명백히 인간의 목소리가 아닌 그의 말이 끝나자, 모종의 비명 소리가 메아리처럼 들려왔다.

“그래, 체르노스, 트와일라잇 나이트의 수장이여. 너희들이 활동할 시간이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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