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id급 전사는 저승에서 탈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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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망령
작품등록일 :
2024.08.26 10:56
최근연재일 :
2024.08.2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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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도시로 향하다.

DUMMY

요새 도시 퓌레츠.

이 거대한 도시는 자연과 문명의 경계권이며, 인류의 생활을 위한 벽이기도 했다.

자연에서 살던 자들이 문명 세계와 접촉하는 창구이자, 그 자연에서 나오는 물품들을 수집, 저장, 가공, 판매하는 상업이 발달한 도시이이기도 했다.

상당히 많은 사람이 오가는 이 도시에, 최근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밤이 되면 칠흑과 같은 검을 지닌 거구의 괴한들이 나타나 이곳 저곳을 돌아다닌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나 사람을 죽이고, 또 순식간에 사라진다는, 그들에게 당한 자들은 순식간에 부패한 후 일어나, 산 자의 살과 피를 탐한다는, 그런 괴담이었다.

처음엔 그저 우스갯소리겠거니, 그저 풍문으로 떠도는 이야기겠거니, 그저 심심한 자들이 풀어대는 잡설이겠거니 했다.

아니, 이 도시가 어떤 도신데.

마치 강철과도 같은 드높은 성벽이 에워싸 야생에 살던 괴물들도 금세 꼬리를 내리고 도망가는 그런 도시인데,

일체로서 어지간한 작은 요새와 같이 강력한 힘을 지닌 ‘포병’들이 수없이 돌아다니는 강력한 군사 도시인데,

괴한들이 소리소문없이 나타났다 사람을 죽이고 사라진다니?

괴담도 적당히 말이 되게 해야지,

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그리고는 다음 날 그 이야기를 하던 자들이 실종되었다.

말도 안 된다던 여론도 차츰 기울기 시작했다.

영주에게 문제를 제기한 자들이 가까운 시일에 트집에 가까운 이상한 죄목으로 참수당하고부터, 그 소문은 겉잡을 수 없이 커져가고 있었다.

그런 어느 날, 멀리서 소문과 같이 거구의 덩치를 가진 괴한이 다가오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짐승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눈매에 살기가 흐르는 거대한 자가 큰 무기를 가지고 이 성으로 진입하려 한다는 목격담이 나왔다.

당장 그자를 잡아 사지를 찢어 버리자는 자들이 나와 자경단을 결성했다.

그럴듯한 무기나 규율이 갖춰진 건 아니었지만, 철을 두드리던 망치, 풀 베던 낫, 돼지 잡던 칼, 심지어는 먹다 남은 뼈다귀까지, 각자의 세계관에서 가장 살상력이 높은 물건들을 들고나온 오합지졸들이, 조용히 그 괴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녁을 먹은 뒤, 족장 자우구가 물었다.

"그래, 손님은, 앞으로 어쩌실 생각인가?"

"가까운 도시로 가보려 해."

나는 진작 말했듯, 이 유목 천막에 오래 머물 생각 따윈 없었다.

솔직히 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는 이 세계가 어떤 세계인지 알 수 없단 말이지.

그리고, 도시에 가서 이 세계에 정착해서 살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맞다고, 뇌 속에서 벌어진 백분토론의 결론이 나왔다.

게다가 이 부족에는 아직 나를 못마땅히 보는 시선들이 많단 말야.

이 검은 녀석이 쓸데없이 귀신이니 뭐니 떠들어 댄 바람에 경계심이 늘어났다.

참고로 이 검은 녀석이 침묵하고 있는 이유는,

어이없게도 쳐 자고 있어서 이다.

영체 주제에 잠을 잔다니, 게다가 아까 저녁 식사 때 이 녀석이 고기에 달라 붙는다했더니, 그 고기가 야금야금 사라지기 시작했다.

"너, 설마 식사하는 거야?"라고 물으니,

"당연한 거 아니야? 설마 나 굶겨 죽일 생각이었어?"

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도시라면, 이 근처에서는 퓌레츠겠군."

그렇군, 우리도 종종 모피나 양탄자를 팔러 가곤 하니까. 마침 내일 아침에 상단이 출발하는데, 함께 갈텐가?”

가이텐이 물었다.

이 녀석, 처음에는 날 제일 경계했으면서 알게 모르게 마음이 트이는 느낌이 든다,

아니면 주변의 경계가 더 커서 상대적으로 친근해 보이는 건가?

"뭐, 이 부족에 민폐 끼치는 건 충분히 알고 있고, 빨리 갔으면 하는 마음도 알아."

"아닌데요?"

레테린이라는 꼬맹이는 아까 전부터 혼자 나에게 이상한 호감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이 부족에서 나에 대한 감정은 대부분 마이너스고, 가이텐과 족장이 플러스도 마이너스도 아닌 제로인데, 이 꼬맹이 혼자 플러스인 기분이었다.

경계심도 없이 내 옆에 앉아 있는 것도 그렇고.

"너만 아닌 거잖아, 레테린."

이것은 나뿐 아니라 주변의 모두가 느끼는 것이었다.

이 녀석을 볼 때마다 전생의 누군가가 생각나 슬픔과 분노가 동시에 차는 느낌이란 말이지.

사실 지금, 마차를 타기 전의 기억이 차츰 사라지고 있었다.

기억에 남는 거라곤 나락이라는 별명과, 사람들의 멸시 섞인 시선, 뭔가 분노에 찰만한 일이 인생 내내 있었다 정도.

그러니까, 인생 내내 느꼈던 감정은 고스란히 느끼면서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점차 모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망각의 파도 속에서, 이 적갈색의 머리를 한 꼬맹이를 보면 떠오르는 누군가의 실루엣이 가장 또렷하게 남고 있는 것이다.

누구인지, 나와 어떤 관계였는지, 왜 분노와 슬픔을 느끼는지 하나도 모른 채 그저 그런 녀석이 있었다 정도가 기억나는 거지만, 이 기억의 테두리만은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왜? 이 사람 강하잖아? 우리 부족 지켜줬고, 고기도 줬고, 다 해줬잖아?"

"그렇지만 아직 우린 이 녀석이 누군지 모르잖아."

"어쨌든, 내일 너희 상단을 따라가 보도록 하지."

라는 말에,

"엥? 아무 대책도 없이요? 맨몸으로 도시에 가서 어떻게 살 건데요?"

"그건 본인이 알아서 생각하겠지, 네가 아까부터 왜 신경 쓰는 거야?"

"세상에, 이렇게 인정머리 없는 사람들이었어요?"

라며 정작 당사자인 나는 가만히 있는데 자기들끼리 감정이 오르기 시작했다.

"잠깐잠깐, 나 사는 건 알아서 할게. 나 강하니까 어떻게든 살지않겠어?"

"어디서 콱 죽어버리기 딱 좋은 마인드네요. 전투력이랑 생활력은 별개거든요?"

"무대책으로 산에 풀어놓아도 칼 맞아 죽기까지 잘 살았는데, 도시에서 못 살 거 같아?"

"네. 산에서 사는 거랑 도시에서 사는 거랑 다르거든요."

이 꼬맹이의 언변에 짜증 나면서도 한편으론 뭉클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잔소리까지 하면서 나를 걱정해준 사람이 전생에 있었던가.

머릿속 안개로 가려진 기억을 더듬어봐도, 그런 기억의 테두리조차 드물었다.

"왜 눈시울이 빨개요? 다 큰 어른이. 잔소리 들었다고 울어요?"

"그럴 리가 있나."

"그럼, 제가 같이 가줄게요!"

그 말에 먹먹한 가슴에 얼음이 쏟아지는 느낌이었다. 황당해서.

"왜?"

"그러니까. 왜?"

가이텐도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나보고 도시 생활할 수 있겠냐고 물었잖아. 너 같은 꼬맹이가 따라와봤자..."

"저, 이래뵈도 야무지거든요!"

"어른한테 깝치는 거랑 야무진 건 다르거든?"

가이텐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깝친 적 없는데요? 자, 어떡할래요? 나랑 같이 안가면 보내주지 않겠어요."

갑자기 얘가 왜 이러는지...개연성을 찾아보고자 이곳에 온 뒤의 기억을 곰곰이 다듬었다.

생전의 기억과는 달리 이 이상한 동네에 오고 난 후의 기억은 짧지만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그 선명한 기억을 아무리 뒤져봐도, 이 녀석이 내게 이 정도로 호감을 보일 만한 이유는 찾을 수 없었다.

"사실 같이 가는 건 핑계고 도시에 가보고 싶다던가?"

그 말에 급격히 삐진 얼굴이 되어서는,

"사람을 뭘로 보는 거에요. 싫으면 말아요."

라고 쏘아붙이는 꼬맹이였다.

"뭐, 꼬맹이가 가는 건 상관 없는데, 그럼 나도 같이 가겠어."

가이텐이 말했다.

"왜?"

"그러게요, 왜 끼어들어요?"

"짐승 같은 남자랑 부족에서도 제일 귀한 아가씨를 단둘이 보낼 수 있겠냐! 여차하면 당신 머리통에 도끼를 박아버릴 테니까!"

"뭐, 알아서 해. 따라오든 말든. 아가씨도, 아저씨도."

"아저씨?"

꼬맹이는 언제 삐졌냐는듯 낄낄 웃기 시작했다.

"가이텐 오빠, 아저씨래요!"

"나 이래뵈도 20살도 안 먹었거든?"

응?

"엥?"

"엥은 무슨 엥이야, 이 앵무새 새끼야!"

이 녀석, 나이 이야기에 민감한 타입인가.

그나저나 이 녀석이 20살도 안 됐다고?

보기엔 한 힘깨나 있는 서른 중반 아저씨 같은 인상인데.

"나보다 굉장하잖아?"

"한마디만 더하면 결투야."


그렇게, 나와 가이텐 아저씨, 그리고 레테린 꼬맹이가 도시로 간다고 알리자, 부족이 난리가 났다.

나에게 무수한 결투의 요청이 쏟아진 것이다.

"이 개새끼, 어디서 굴러들어온 주제에!"

"나랑 함 뒤질 때까지 굴러보자 이 양아치 새끼야!"

하지만, 한마디에 정리되었다.

"당신들, 플레이트 울프보다 강해?"

순식간에 고요해진 현장. 하지만 열기까지 식은 건 아니었다.

게다가, 레테린을 마음에 두고 있던 남정네들만 난리가 난 것은 아니었다.

어디서 굴러먹던 늑대가 마을 아가씨를 채간다는 소문이 퍼져, 부족민 아저씨, 아줌마들의 눈총까지 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정작, 레테린의 어머니 세렌은 의외로 나쁘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원래 여자는 강한 수컷을 동경 하는 거에요. 판금랑(플레이트 울프)을 그렇게나 쓰러뜨린 강한 남자라면 이 어미로써는 찬성이랍니다."

오히려...

"난 딱히 이 꼬맹이랑 그런 일 할 생각이 없는데?"

라고 말하자,

"엥? 그럼 왜 데려가는 거에요? 왜 안한다는 거에요?"

항의하듯 말했다.

그야, 내가 아무리 짐승이라도, 꼬맹이랑 그건...

"꼬맹이, 꼬맹이 그래서 정말 어린애인 줄 아시는 거 아녜요?"

"아니야?"

그러자, 가이텐이 전세가 역전됐다는 듯 낄낄대며 웃기 시작했다.

"거기 아저씨, 그만 웃어요?"

"킥킥킥, 아니, 웃긴 데 왜 웃지 말라고 해?"

"으그극..."

레테린은 위아래 입술을 꾹 닫고 뿌득 소리를 내더니 뒤로 가버렸다.

이를 지켜보던 남자들은,

"와, 저 개새끼, 아가씨 울렸어!"

"이번에야말로 붙어보자!"

라며 다시 분통을 터트리고 있었다.


반대와 비난의 눈초리야 어쨌든, 날이 밝고, 상단이 출발할 시간이 되었다.

엄청난 물량의 비단, 양탄자, 모피, 그 외에 뿔이나 뼈로 만들어진 물건들이 가득 실린 수레가 뿔 달린 말이 끄는 수레에 실려 있었다.

그 뿔 달린 말은 유니콘은 아니었다.

바이콘이라는, 뿔이 양쪽에 난 마수였다.

어쩐지 화가 나 있는 듯한 얼굴과 거친 숨소리, 그리고 통상의 말보다 발달된 근육.

그런 수레가 연달아 나란히 출발하고, 그 뒤로 따라붙은 나는, 비교적 차림이 간단했다.

챙길 거라곤 늑대 대가리 하나.

사실 저 수레 중 하나에 내 물건이 실려있다.

족장이 챙겨준 것으로,

"당신이 잡은 판금랑의 금속 갑주들은 응당 당신이 가져가는 게 맞네. 퓌레츠엔 실력 좋은 대장장이들이 많으니까, 가져가서 무구를 만들어 달라고 하게."

그리고 말도 하나 빌려주었다.

원래 바이콘은 짐마차를 끌지, 사람을 태우는 일은 드문데, 일반적인 말로는 나의 무게를 버틸수 없을 것 같다며 바이콘을 빌려주었다.

보기보다 정이 많은 노인네로군.

"잘 가게!"

"빨리 꺼져버리라고!"

"다신 보지 말자고!"

라는 미운털이 씨게 박힌 듯한 따뜻한 배웅을 끝으로, 요새도시 퓌레츠로 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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