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id급 전사는 저승에서 탈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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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망령
작품등록일 :
2024.08.26 10:56
최근연재일 :
2024.08.2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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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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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락 장군

DUMMY

거구, 위압적인 얼굴, 잘려진 늑대 대가리, 그리고...

‘큰일이다, 이 녀석, 보통내기가 아니야.’

가이텐이 이 숲속을 거닐기 시작한 이래 짐승도, 괴물도 아닌 인간에게 이렇게 위압당할 줄은 몰랐다.

한평생 자신보다 큰 덩치의 소유자를 본 것이 드물었음은 물론,

그 몸과 얼굴에서 뿜어져나오는 강한 기운이 이 자가 그저 허우대만 큰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 녀석은 분명, 전투의, 살육의 프로.

그 느낌의 이유를 말로 설명할 순 없다.

다만, 그 무엇보다도 정확한 가이텐 자신의 느낌.

보자마자 강렬하고, 오싹한, 생존의 위협.

이것만은 진실이었다.

만일 싸우게 된다면 레테린이 도망칠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 고작이겠지...

생각했다.

그것도 한 2초 정도...

“전투력 측정은 끝났나?”

그 곰 같은 남자가 말했다.

순간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그의 목소리에 상대를 위압하는 강한 기백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쳐다봐서 화났어요?”

레테린이 불쑥 끼어들어 물었다.

전부터 생각했는데, 이 녀석, 용감하단 말이지...

자신조차 이렇게 위압 당해 있는데 잘도 이 짐승 같은 남자와 대화할 마음이 드나보다...생각헸다. 자기보다 한참 약한 주제에.

“아니, 그야, 자연스럽게 관심이 끌렸겠지. 탓할 생각은 없어.”

생각보다 이성적인 사람인가? 생각했다.

“그보단, 너희들이 살고있는 곳으로 안내해줘. 너희의 도움을 받아야겠다.”

허락도 아니고, 이쪽이 들어 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식으로 말하는 남자.

여기서 기가 죽어 있으면 안된다. 순순히 들어주면 앞으로 요구가 더 심해지겠지. 깔보는 태도는 덤이고.

“무례하군, 당신. 우리가 그 말을 따라야 할 이유가 없는데?”

“엥? 왜요?”

엥? 레테린, 왜 네가 대답하냐?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눈치 없는 꼬맹이를 쥐어박고 싶은 생각을 누른 채,

“마을에 먹을 거 없어.”

라고, 대답한 후 후회 했다.

제일 없어 보이고, 제일 불쌍해 보이는 최악의 대답.

손님을 받지 않는 이유가 기껏해야 대접할 게 없어서라니...

사실이긴 했지만.

“아, 먹을 거?”

그 남자는 두리번거리더니, 자신이 타고 온 마차로 다시 걸어갔다.

혼자 무언가를 중얼거리면서.

“그러고 보니 저 까만 구체는 뭐지?”


참, 잊고 있었다.

고기를 잊어먹었잖아.

라고 생각하며 나는 걸어갔다.

“무슨 생각 하는 건데?”

그 말에 답하지 않고, 나는 마차로 돌아왔다.

그리고 널부러져 있는 늑대와, 목 없는 말의 시체를 주워 그들에게로 걸어갔다.

재주 좋게 한 손으로 대형 동물시체 두 개를 드는 모습에 원주민들에게서도, 그리고 옆에서 계속 떠들어대던 녀석에게서도 경악의 정적이 느껴졌다.

솔직히, 이 녀석 계속 따라오는데, 정말 쓸데없는데.

“나에게서 떨어질 생각하지 말라고. 난 어떻게든 널 저승으로 데려갈 거니까.”

“어련하겠지.”

이 녀석으로 내 위치를 특정할 수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럼 곧 추적이 붙겠지.

뭐, 그래도 절대 끌려갈 생각은 없지만.

“자, 이거면 식량 되잖아?”

“아저씨, 힘 되게 세네요.”

꼬맹이가 눈을 초롱초롱 밝히며 말했다.

귀엽다.

분명 전생에 나와 친한 이런 아이가 있었던...

“엥? 갑자기 얼굴 빨개지는데? 몸에서 불꽃 나오는데요?”

“또 화났잖아, 멍청아! 진정하라고.”

후...갑작스러운 기억의 연쇄였다.

겨우 진정했다.

“그래, 이유는 모르지만 다행이군.”

“근데요, 그 까만 건 뭐에요? 목소리 나오는데요?”

“나도 잘 몰라. 나 따라오는 녀석이야.”“모르긴 뭘 몰라? 저승 데려가는 영체라고 설명했잖아.”

“엥? 저승?”

꼬맹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무시해도 돼.”

“그..그런가요?”

“그런데 당신, 왜 자연스럽게 우리 마을로 따라가고 있는거야? 아직 와도 된다고 안했는데?”

덩치가 제법 있는 남자가 말했다.

이 남자는 아까부터, 내가 자기 마을로 가는게 마음에 안드는 모양 이었다.

뭐, 나도 안다고.

갑자기 무례한 짓 하는 것 정도는.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이곳을 더 알고 싶으니까.

저승도, 이승도 아니라는 이곳에 사는 자들의 정체를 알고 싶으니까.

그리고, 결국 나도 한동안 이 세계에서 살게 된 거니까.

“뭐, 괜찮잖아?”

“괜찮긴 뭐가 괜찮아. 늑대 같은 인간이 마을에 들어오게 되는 건데.”

“괜찮다니까.”

그렇게 옥신각신 하는 사이 마을 입구처럼 보이는 곳에 다다랐다.

마치 유목민들처럼, 천막이 주를 이루는 마을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부족이라고 하는 게 맞나?

“어서 와, 가이텐, 레테린! 그 옆은...?!”

한 여인이 걸어 나와 자신의 부족민들을 밝은 얼굴로 맞이하더니, 나에게 시선을 옮기자마자 눈에 띄게 표정이 굳었다.

그녀뿐 아니었다.

귀환을 환영하기 위해 나온 자들과, 그냥 지나가다 눈이 마주친 자들 모두 피부로 느낄만큼 강한 경계심을 품고 있었다.

“에...”

그들의 적대감을 풀기 위해 내가 자신을 소개할 말을 고르는 동안,

“엄마, 이 사람 굉장해요!”

“그래, 굉장한 건 눈에 보이는데...”

그 엄마라는 자의 시선은 내 몸을 쓱 훑더니, 오른손의 늑대 대가리로,

왼손의 늑대 몸뚱이로, 그리고 왼쪽 겨드랑이에 낀 말 몸뚱이로 옮겨갔다.

가이텐과 레테린이 진작에 마을 안으로 들어간 뒤에도 보이지 않는 시선의 벽에 막혀있었다.

“이 동물시체들, 줄게. 늑대 대가리 빼고. 나 재워줘.”

그 당당한 발언에,

“당신, 안으로 들이긴 좀 위험해 보이는데요.”

“걱정마. 오래 머물진 않을 테니까.”

어차피 이 마을에서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아 보이고, 서둘러 도시를 찾고 싶었다.

그런 대치가 계속되는 그때, 뒤쪽에서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플레이트 울프?”

“과연, 그런 이름인가.”

아마도 동족의 시체 냄새를 맡고 온 걸까. 역시 개과동물이다.

“당신이 시체 끌고 와서 그런 거잖아!”

안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맞아! 당장 마을 문을 닫아!”

“그럼, 내가 저들을 모두 처리해주면. 하룻밤 재워주는 걸로, 어때?”

“장난해? 혼자 저 숫자를 상대한다고?”

나는 그저 웃으며 왼쪽에 들고 있던 동물시체들을 마을 안으로 던진 뒤, 늑대 무리와 대치했다.

으르렁거리던 늑대 소리가 컹컹하는 소리로 바뀌더니, 곧 달려들기 시작했다.

곧바로 선두에 달려오던 놈의 품속으로 파고들어 오른손에 줄곧 들고 있던 동족의 대가리를 박아넣었다.

놀라울 만큼 부드럽게 꿰뚫을 수 있었다.

곧이어 죽어가는 그놈을 앞으로 밀며 나아갔다.

옆에서 늑대 한 마리가 튀어나오기에, 곧바로 다리를 잡은 뒤, 넘어뜨리고, 잡아 뜯었다.

뒤에서 자세를 낮추며 다가오던 놈의 대가리를 발로 밟아 으깨고,

오래 말고 나갔던 놈을 창에서 빼낸 뒤, 앞에 오던 놈들에게 던지고, 혼란에 빠진 틈을 타 두세 마리를 연달아 찔렀다.

늑대의 피가 내게 튈 때마다 뭔가 힘이 강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근육이 부풀고, 내 안의 무언가가 뜨겁게 타올랐다.

늑대들도 이를 깨달았는지, 차츰 공격 대신 자세를 낮추고 으르렁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그 비중이 점차 늘어나더니, 이내 모두 달아나버렸다.

나는 숨이 끊어진 늑대들과, 곧 끊어질 것처럼 헥헥대는 늑대들을 왼손으로 잡아질질 끌고갔다. 손의 크기에 비해 숫자가 많아 모두 끌고 가진 못했지만.

그리고, 튀어나올 것 같이 동그래진 눈알을 수없이 마주했다.

그 감정이 여과없이 읽혔다.


“어쩔 수 없군, 약속은 약속이니. 들어오게.”

이 부족의 장인 것처럼 모이는 늙은 남자가 말했다.

임시로 비어있던 작은 천막 하나를 배정받았다.

이 천막은 본디 이 부족의 어느 전사가 쓰던 건데, 사냥을 나간 뒤 돌아오지 못했다고.

이 부족에는 그런 이유로 비어있는 천막이 수없이 존재했다.

망자의 천막을 곧바로 걷지 않고, 한동안 내버려 두는 것은, 이 부족의 전통적인 영혼관 때문이었다. 천막을 오래 내버려 둘수록, 영혼이 부족에 오래 머문다는 믿음이 있다고 한다.

저승과 이승의 사이에 있는 세계인데도, 독자적인 저승관이 있었던 것이다.

처음부터, 이곳의 사람들은 자기 세계를 이승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흥미로운 사실이었다.

이 세계에 대한 의문이 더 커져가고 있었다.

다만, 내가 죽인 늑대들의 영혼이 어디에 갔는지는 왠지, 알 것 같았다.

그 영혼들은 모두 나에게 속박되어있다.

그 사실을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전투를 계속할수록, 나의 힘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 그 증거였다.

죽인 자의 영혼을 취한다, 이것이 나에게만 해당하는 것인지, 이곳의 모두에 해당하는 것인지, 그리고 짐승에게만 해당하는 것인지, 인간에게도 해당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 사실을 누구에게도 묻지 못했으니까.

그날 저녁, 부족의 중앙에 펼쳐진 큰 천막으로 초대받았다.

누린 냄새가 진동을 했다.

식탁에는 늑대와 말고기들이 잔뜩 놓여있었다.

먹기 위해 기른 고기도 아니고, 요리법이 특별한 것도 아니고, 고기 외에 특별한 재료가 들어간 것도 아니었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좋은 저택에서 좋은 고기에 잡다한 향신료를 뿌려 쳐먹는 사람들이라면, 이 냄새를 견디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전생에 산에서 온갖 것을 먹었다.

그렇기에, 이 정도는 없어서 못 먹는 맛있는 음식이었다.

취식을 통해서는 영혼의 힘을 얻을 수 없는 건지, 아무 효과도 나지 않았다. 심지어 배부른 느낌도 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배가 고프지도 않았다.

음식을 먹는 대로, 배불러지지 않고 들어가고, 음식을 먹지 않아도 배고파지지 않았다.

그만큼이나 격렬한 육체 활동을 했는데도 말이다.

세계 이전에, 지금의 나 자신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가는 순간이었다.

“그야, 너, 지금 반쯤 귀신이니까.”

잊고 있었던 녀석이 말을 걸었다.

“귀신이라니?”

그 말에, 식사를 하던 다른 사람들도 집중하기 시작했다.

“잊었어? 넌 이미 저승행 마차에 타고 있던 망자라고.”

“에? 그럼 우리 귀신이랑 밥을 먹고 있는 거야?”

“갑자기 밥맛 뚝 떨어졌어.”

그러더니 하나둘 식탁에서 탈주했다.

저승도 이승도 아닌 곳에 사는 주제에, 귀신 무서워하기는.

그나저나, 이 마차쟁이의 설명을 듣고 나서도 의문이 완전히 가신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부분적으로는 커졌다.

귀신이라면서 왜 물리력을 가지는데?

귀신이라면서 밥은 어떻게 먹는데?

이 마차쟁이도 영체인데, 물리력도 무시하고, 그림자도 없고, 확실히 영혼도 가지는데,

나는?

점점 미궁으로 빠지는 느낌이었다.

“그러고 보니, 자네 이름을 듣지 못했군.”

부족의 장로가 말했다.

그러네. 난 사실 부모가 지어준 이름이 없어.

태어나자마자 버려졌으니까.

이름 대신, 세상이 날 불렀던 호칭들 중에 이름으로 댈만한 걸 생각해 보았다.

쓰레기. 괴물, 천출, 도적놈, 반역자...

그나마...

동료라고 부를 수 있는 자들 사이에서 불리던 호칭이 있었다.

인생에서 가장 우호적인 자들이 지어준 이름,

그것은 바로...

“나락.”

“나락?”

“그래. ‘나락 장군’이라 불렸지.”

“되게 이상한 이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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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탈주합니다 ㅂㅂ 24.08.26 20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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