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id급 전사는 저승에서 탈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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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망령
작품등록일 :
2024.08.26 10:56
최근연재일 :
2024.08.2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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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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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관 공성전

DUMMY

여관의 로비는 밝았지만 인기척 하나 없이 조용했다.

르벨과 그 부하들은 소리를 지우며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갔다.

은밀성을 확보하기 위해 갑주를 최대한 걸치지 않았다.

로비와 달리 2층부터는 어둠이 지배하는 공간이었다.

사실, 이 2층은 객실이 아니었다. 평소엔 부랑자들이나 거지들을 재워주던 장소였다.

그런만큼 통상의 객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허접하고 처량한 공간이었다.

돈이 약간만 있어도 이따위 곳에는 머물고 싶지 않을 법한.

그러나 거리를 배회하는 자들에겐 그나마 잘 곳이 있는게 어디인가.

특히 찬기가 불어오는 계절이면 이곳은 온갖 부랑자, 거지로 넘쳐나 평소에 몸을 씻지 못한 자들이 뿜어대는 악취와 술에 취한 괴성으로 가득찬다.

이 여관만이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이 일대의 여관들에 모두 이런 공간이 있다.

이 도시는 원래부터 부랑자나 거지들이 넘쳐나, 이들을 재워주면 돈을 주겠다고, 영주가 선심성 정책을 밀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평소라면 그런 사람들로 가득찼을 공간이지만, 오늘은 텅 비어있다.

이유는 단 하나, 짐승을 잡기 위해서이다.

선량한 영민을 해하는 괴물을 잡기 위해, 그에게 가족을 잃은 자들을 동원해 자경단을 꾸렸다.

그런 탓에, 오늘 이 복도는 조용하고 어두웠다.

아마 그 괴물은 지금쯤 술에 꼴아 떨어져있을 것이다.

독이 듣지 않더라도, 술을 그만큼 마셨으면 무력화된 것은 자명한 사실.

살금살금 걸어가, 그가 있다는 방 앞에 도착했다.

주인 아저씨에게서 받은 스페어 키를 꽂고, 손잡이를 돌리자...

"왔냐?"

라는 소리가 들렸다.

촛불 하나 없는 어두운 방 안에, 살기가 가득한 괴한이 침대에 앉아 이쪽을 줄곧 노려보고 있었다.

그 눈은,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마치 늑대처럼 안광을 뿜어대는 그 괴물을 마주한 순간, 즉시 얼어붙고 말았다.

게다가, 그자는 플레이트 울프의 대가리를 마치 창인것 마냥 들고 있는데, 그 대가리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눈을 깜빡이며, 똑같은 안광을 내뿜고 있었던 것이다.

르벨도, 부하들도 자신의 죽음을 깨닫고 있었다. 그리고, 이 자가 인간이 아님도. 독이 듣지 않았다는 말에 눈치챘어야 했는데.

하지만, 죽음이 두려웠다면 이곳에 오지 않았으리라.

자신이 실패하면 여관에 불을 질러달라고 했으니까.

"넌, 오늘 죽는다."

르벨이 나지막히 속삭였다.

그리고, 삽시간에, 온 여관이 금속음으로 가득찼다.

그 괴물은 창술에도, 격투술에도, 부하들에게서 뺏은 검으로 행하는 검술에도 능했다.

심지어 사람의 목을 맨손으로 뜯어내고, 허리를 꺾은뒤 척추를 뽑아내는 괴력의 소유자였다.

게다가 무엇을 한 건지, 불길해보이는 푸른 불꽃을 뿜어 순식간에 사람을 재로 만드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괴물이여, 그대는 인간을 얕봤다.

인간은, 공포에 지는 생물이 아니라고.

괴성을 지르며, 르벨은 검을 뽑고 달려들었다.


한편, 그 시각 여관의 입구에 포진하고 있던 자경단은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음을 눈치 챘다.

금속음이 난잡하게 들리고, 중간 중간 푸른 불꽃이 창문을 통해서 보였다.

"과연, 그정도 힘은 있단 말이지. 제 2군, 진입해."

제 2군은, 평소 그 구역에 머물고 있던 거지들이었다.

술과 고기, 그리고 돈을 주겠다고 회유했다.

그리고 몸을 팔던 여자와 도박으로 인생 망한 자들도 다수 있었다.

어차피 살아도 비참한 삶, 죽어도 아까울 거 없다고 생각하는 자들이었다.

그들에게 쥐어준 무기는 나무를 깎아 만든 방망이와 독한 술이 든 병, 그리고 기름 항아리였다.

이들이 실패하면 곧바로 불을 사용할 생각이기 때문이었다.

사실, 아무도 이들에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이쪽의 최강의 전력이었던 전직 군인들이 고전하는 상대를 배 곪고, 거친 잠자리에 피로가 누적되어가며, 무술하나 배운 바 없던 녀석들따위가 이길 수 있을리 없었다.

그렇게, 제 2군이 질서따위 개나 줘버리고 뛰어가는 모습을 보던 한 사내가 말했다.

"얼레, 저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은...처음부터 있었나?"

다급히 뛰어가는 사내들의 틈에, 낯선 사람이 있었다. 검은 옷에, 이 근방에서는 흔치 않은 검은 머리카락, 그리고 칠흑의 단검.

아무도 본 적 없는, 심지어 이들을 평소에 재워주던 주인 부부도 본 적이 없는 기묘하고 낯선 자.

하지만,

"뭐 어때. 자기가 죽으러 들어간다는데."

"그래, 저 사람도 뭔가 사연이 있겠지."

아무도 그자의 행동을 제지할 의지도, 이유도 찾지 못했다.


그렇게, 거지부대들이 입구를 통과하는 순간, 뒤에서부터의 살육이 시작되었다.

"으악!"

"뭐야, 이 새끼! 왜 우릴 공격하는 거야?"

"적은 윗층에 있다고!"

비난과 당황, 그리고 응전.

그러나 낯빛하나 바뀌지 않는 그 습격자는,

"귀공들의 임무를 대행할지니."

라며 태연히 칼을 또 다른 사람의 목에 찔러넣었다.

이상하게도, 그 낫을 맞은 자는 순식간에 부패하더니...

"으악, 시체가 일어나는...윽!"

그 말을 미처 끝내지 못한 본인도 칼에 맞아 시체가 되어 일어났다.

"야, 이거 설마..."

한편, 시끄러운 응전의 소리는 2층을 통째로 메우더니, 1층으로 넘치기 시작했다.

배에 구멍이 뚫리거나, 목이 떨어져 나가거나, 하반신과 상반신이 따로 노는 인체들이 즐비하게 1층으로 떨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들을 지휘하던 자가 이 여관 전체와 바깥에 대기하던 자들에게 들리게 외쳤다.

"지금 당장 불을 당기시오!"


그 말에, 군인들에게 나눠받은 불화살과, 화염병을 사방팔방으로 던지기 시작한 군중.

눈부신 빛의 돌격이 난잡하게 여관 건물을 향해 갔다.

적중률이 형편없는 수준이었고, 그 와중에 여관을 가장 잘 맞춘건 여관 주인 부부였다.

여관에 불을 지른 그 부부는 서로를 바라보더니, 자신들의 몸에 기름을 붓기 시작했다.

"뭐하는거요, 설마..."

경악한 군중의 말에

"잘 있으시오."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는 자신들의 몸에 불을 지르며 뛰어갔다.

그들이 사라진 얼마 후, 여관은 통째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마련해 준 축제를 즐기는 나.

그런 와중에, 내가 제일 신경쓴 건 이 폭도들이 3층으로 올라가지 못하게 하는 것.

그렇기에 나는 2층에서 떠날 수 없었다.ㄴ

3층으로 넘어가려 하는 자가 있으면 그자부터 찢어버렸다.

어쨌건 그 둘에겐 손 끝하나 댈 수 없으니까.

이 싸움을 하며 어느 순간 깨닫게 됐는데 나, 푸른 불꽃 뭔가 자연스럽게 쓰고 있지 않아?

이상하게도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그 정체가 뭔지도 모르면서.

그리고 또 하나, 전에 궁금해 했던 것.

늑대들의 영혼처럼 인간을 죽여서 그 영혼을 속박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

그 결론은 Yes였다.

하지만, 늑대들과는 달리, 속박된 영혼의 분노까지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이 개새끼..."

"죽여버린다..."

하는 저주와 비난이 늘 내 곁에 머무르고 있었다.

귀로 듣는 것이 아닌 내면으로부터 들리는 것이다.

사고를 하는 순간 하나하나마다 잡음처럼 들려왔다.

아마 보통 사람이라면 스트레스 받아 죽었겠지.

그렇지만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건 욕설과 비난이 누구보다 익숙한 나, 나락 장군이거든.

심지어 전생의 그 위선자들이 퍼붓는 멸시와는 달리 이것은 패배자의 절규.

오히려 이를 들을 때마다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달콤하고, 풍미 있는 영혼의 맛.

그렇게 한참을 꿰뚫고, 찢고, 적이 준비해 준 칼도 써가며 숱한 영혼을 거뒀다.

그때, 괴성을 내지르며 달려오는 훌륭한 육체의 소유자.

정황상 이 무리의 대가리일 것이다.

아까 나에게 "넌 죽었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잘됐네. 네 영혼의 맛, 궁금했으니까."

늑대의 뿔로 그의 칼을 받아냈다.

이 뿔, 굉장히 튼튼하단 말이지.

대체 무슨 재질일까?

"이 괴물놈..."

"칭찬 고맙네. 기분이 좋아."

그 간단한 대화 후, 혀 대신 몸의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 녀석, 생각보다 강하다.

중간중간 잡몹들이 끼어들어 드높은 일기토의 관례를 더럽히기도 했지만, 순수 실력으로 따져도 그럭저럭 괜찮은 검 실력이었다.

그때, 귀 옆에서 숨소리가 들려왔다.

혼자 쳐 자고 있어?

"이 개새끼..."

갑자기 감정의 불꽃이 타오른 탓에 움찔해서 남자의 복부를 찔러버렸다.

"큭..."

"대장님!"

그는 순식간에 기력이 빠져나간듯 거친 숨소리와 함께 다량의 피를 내뱉고 있었다.

"미안하게 됐네. 나도 좀 더 즐기고 싶었는데 말야."

그때, 아래층에서 다수의 소란이 발생하고 있었다.

"뭐야, 더 있었나?"

"그럼, 당연....쿨럭...네놈에게....당한 사람이...한 둘인가...?"

엥? 내가 뭘 했지?

뭐야, 뭔가 오해가 있나?

난 또, 이게 이 동네식 환영식인 줄 알았지.

입구부터 그 난리가 나는 동네니까.

근데, 뭔진 모르겠지만 난 오해를 풀어줄 생각은 없었다.

그야 먹잇감을 놔줄 이유는 없으니까?

아가리로 쌈이 들어오면 더 크게 벌려야지!

그렇지 않아?

그런데, 아래에서 소란이 입구에서 발생한 채로 그 자리에서 무슨 일이 계속 벌어지는 듯한...

그때, 이 복부에서 피를 흘리던 남자가 갑자기 일어서서 괴성을 질렀다.

"지금 당장 불을 당기시오!"

앗, 이 건물째로 태우겠다고? 여관 없어지면 아저씨 아줌마 굶어 죽는데 괜찮아?

어쨌든, 건물을 태운다면 서둘러야 한다.

서둘러 3층으로 향해야겠는데, 자꾸 이 쓰래기들이 방해한다.

이 쓰래기들이 자꾸 진로를 막아 계단으로 갈 수가 없다.

게다가 내가 아무 생각없이 찢어죽여서인지 시체들이 중구난방으로 널부러져 있어 길을 막고 있었다.

건물의 공기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때, 천장에서 뭔가 둔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반복적으로 몇번 울리더니,

한타임 쉬고 알아들을 수 없는 사람의 목소리와 함께, 급격히 강해졌다.

그러더니, 금새 천장이 부숴졌다.

그리고 나타난건 레테린을 안은 가이텐이었다.

"흐에...이 난장판, 뭐에요!"

"형씨, 이렇게 지저분한걸 좋아하나?"

"좋아하고 자시고...어쩔 수 없잖아!"

"지금 미친 새끼들이 여관에 불을 지르고 있어요."

그야 나도 안다고.

"입구에 뭔가 있어서 그쪽으론 못가."

지금도 뭔가 왁자지껄했다. 저쪽은 저쪽대로 신나는 축제중인 모양이니까, 방해하면 안되지.

"창문을 깨고 탈출하자!"

그때,

"이놈들은 또 뭐야? 얌전히 잠이나 자지!"

라며, 얼마 남지 않은 군인들이 달려들었다.

아니, 자고 있었으면 타 죽었을거잖아...일어나는게 당연한 거지 뭔 개소리야.

가이텐이 호탕하게 웃었다.

"이 괴물만큼은 아니어도, 나도 싸울 줄 안다고?"

"그래요, 야생에서 갈고 닦은 칼 솜씨를 얕보지 말아요!"

셋이서, 창문까지 돌파한 뒤 창문을 깼다.

어떻게 뛰어내리지 의논을 하려 했는데, 가이텐이 냅다 뛰고 봤다.

이 인간도 성격이 나만큼이나 무데뽀다.

"자, 꼬맹이. 내가 안아줄게."

"고마워요."

나는 레테린을 겨드랑이에 끼고 뛰어내렸다.

그리고 동시에, 여관이 폭발하듯 불타올랐다.

엥? 이 시대에 화약이 있나?

생각할 정도로...강한 폭발이 일어나더니...

검은 덩치를 가진 무언가가, 군중을 향해 걸어가는 게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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