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치킨이 더 강한 먼치킨을 낳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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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탄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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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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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DUMMY
















4화.


오러는 초인의 상징과도 같은 힘. 하지만 오러를 익히는 데엔 천부적인 재능이 필요하기에 오러를 익힐 수 있는 건 소수의 인물에 불과했다. 그 원리를 이해하고, 익히는 건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런 오러를 고작해야 돌이 넘은 아이가 운용하고 있는 것이니 사람들이 놀라는 것도 당연하다.


희미하게 일렁이는 잔상과도 같은 오러는 분명 레이첼의 독문 심법인 ‘이그니션 로드’의 흔적이 분명했다. 강력함과 난해함으로 손꼽히는 심법 중 하나.


그토록 특별한 심법이기에, 레이첼은 임신 중 태아 상태의 시안의 몸에 직접 새겨넣은 것이다. 그리고 레이첼의 노력은 빛을 발해, 시안의 몸이 성장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오러 코어의 힘도 강해졌다.


덕분에 시안은 두 발로 걷기 위해 오러를 사용하는 전무후무한 기적을 선보일 수 있었다. 점점 더 안정되어 가는 걸음걸이. 머리가 크고 팔다리가 짧았지만, 그것마저 균형에 넣고 보폭을 조절한다.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오러는 다리의 근력을 강화했고, 양팔은 의미 없이 허공을 스치는 게 아니라 균형을 잡을 수 있는 날개가 되었다.


의식한 것이 아니다.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불의 길을 걸어가는 것만 같은 기분. 홍련과 시안 사이에 일직선으로 형성된 것 같은 무언가가 보였다.


수난의 길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따뜻하기도 포근하기도 했으며, 마음을 부드럽게, 혹은 응원해 주는 것만 같았다. 그래, 마치 레이첼과도 같은 감각이다.


그렇기에 힘들지 않았다. 걸음을 내딜 때마다 몸에 가해지는 압력이 배가 되었지만, 그에 보답이라도 하듯, 명치 부근에서 퍼져나오는 힘 역시 강해졌다.


저항하지도, 강요하지도 않고, 흐름에 맡긴다.


멈추지 않는 아이의 걸음 그 걸음의 끝에 놓인 레이첼의 검 홍련.


레이첼에게 검을 만들어준 장인이 붙인 이름이다. 홍련의 칼날은 검집이 빈틈없이 붙잡고 있었지만, 그 칼날에서 느릿하게 울리는 고동이 시안의 오러 코어와 공명하기 시작했다. 그 공명에 몸을 맡기니 한 층 더 몸을 움직이기 쉬워졌고, 걸음을 내딛는 힘이 강해졌다.


자연스럽게-


시안은 홍련의 코앞까지 도달했고, 홍련의 위로 손을 내뻗었다.


**


무인들은 감탄마저 속으로 삼키며 그 광경을 주시했다. 고작해야 돌을 넘은 아이가 오러를 쓰는 것도 기사(奇事)라고 불러도 좋을 일이었건만, 염제는 한술 더 떠 저 아이에게 시련을 내렸다.


레이첼이 뭘 하고자 한 건지는 알 수 있었다. 단전에 자리 잡은 오러 코어에서 자연스럽게 오러가 순환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 것이리라. 아이는 지금 일종의 고양감을 겪고 있었고, 저 시련을 몸으로 버텨내면서 자연스럽게 오러가 신체와 융화될 수 있게끔 한 것이다.


‘하지만 겨우 돌이 지난 아이다.’


실로 섬세한 오러 운영법이지만, 또 지나칠 만큼 우악스럽고 어떻게 보면 잔인해 보이기까지 한 방법이었다.


만약 저 아이가 염제의 의도에 따라 움직이지 못했다면 염제가 발현한 오러의 압력이 그대로 아이의 여린 몸을 상처입혔을 것이다.


서쪽의 괴조는 새끼를 엄선해 경쟁에서 살아남는 새끼만을 키운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이들은 그런 몬스터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왠지 모를 한기가 등골을 스산하게 만든다.


미샤는 그 모습을 보며 레이첼처럼 기뻐했다.


레이첼이 그토록 염원하던 일이 빛을 발한 것이다. ‘이그니션 로드’는 레이첼이 창안한 심법. 기본적으로 작열의 오러를 타고나지 않으면 배울 수 없는 심법인 데다가, 레이첼의 모든 무공이 이그니션 로드를 근간으로 하고 있었기에, 이 심법을 배우는 건 필수적인 전제조건이었다. 덕분에 위기도 겪었지만, 그 모든 고행과 노력이 성공으로 마무리된 것이다.


더구나, 시안의 의지도 보통이 아니라는 게 증명된 셈. 아무리 오러가 지켜준다지만, 아이는 피부로 느껴지는 저항감에도 일말의 동요조차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동요하고 있는 건, 시안이 아니라, 딱딱하게 굳어버린 검림의 무인들 쪽이리라.


‘아트라 검가의 훈육이라는 건 보통 이런 식이죠.’


무자비하기 짝이 없는 방법이 즐비했다. 그들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약과였다. 더군다나-


‘아가씨는 염제라 불릴 정도의 인물.’


일부러 퍼뜨린 오러의 압력이 아이의 몸을 상하게 만들기 전에 수습할 정도의 능력은 차고도 넘쳤다. 여기 모인 무인들로서는 상상조차 불가능할 일들을 자유롭게 해낼 수 있었다.


그게 바로 9성 기사의 위엄이다.


**


시안의 화끈한 돌잡이도 끝이 났다. 시안은 무덤덤한 표정 그대로였지만, 손님들이 돌아가고 나서는 갑자기 레이첼의 손을 붙잡더니, 큰 머리를 꾸벅꾸벅 흔들다가 그대로 까무룩 잠이 들어버렸다.


레이첼은 시안의 고개가 떨어지기 전에 부드럽게 그의 몸을 안아 올렸다. 시안의 팔이 본능처럼 레이첼의 팔을 휘감았다. 따뜻하면서도 단단한 팔. 그것에 의지한 시안.


19호였다면 상상할 수조차 없는 완벽히 무방비한 모습도, 레이첼에겐 그저 귀엽고 소중한 아들의 모습일 뿐이었다.


“고생했어.”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


“과연, 아가씨의 아들이시네요.”

“뭐어- 우리 집안 피가 보통은 아니잖아?”


자랑스럽다기보단 어쩐지 씁쓸하게 들리는 그 말투에 미샤도 같은 표정이 되고 만다.


“그것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닙니다.”


적어도 ‘작열의 오러’를 다룰 수 있는 인물은, 아트라의 핏줄 중에서도 레이첼이 유일했었다. 그리고 이제 그 인연이 시안에게로 이어진 것이다.


그리고 시안이 보인 분명한 의지


“그게 나처럼 검사가 되고 싶은 건지, 아니면 시련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보통내기는 아니라는 거죠.”

“꼭 나처럼 될 필욘 없지만, 그래도 힘은 갖고 있어야 해.”


레이첼의 눈이 깊게 가라앉는다.


아마 ‘염제가 아이를 가졌다’라는 소식은 암암리에 흘러갔을 것이 분명했다. 검림은 그녀에게 우호적인 세력이었지만, 이곳 역시 수백 명의 사람이 모여 사는 곳. 검림주가 직접 함구할 것을 당부했으나, 검림은 아트라 검가 마냥 철저한 위계질서 속에 운영되는 곳이 아니다.


어떤 이들이 모여있는지, 레이첼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 말은 곧, 줄곧 레이첼을 위협해 왔던 자들에게도 이 정보가 흘러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소리였다.


시안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시안에겐 힘이 필요했다. 고작해야 돌을 넘긴 작은 아이. 하나, 그 아이가 마주해야 할 미래는 절대 녹록지 않았다.


레이첼은 자고 있는 시안을 보며 다시 한번 다짐했다. 설사, 괴롭고 힘든 길일지라도 그게 시안을 위한 길이라면, 주저하지 않으리라.


그런 시안을 보며 생각에 잠긴 이는 레이첼과 미샤뿐이 아니었다. 그들조차도 인지하지 못한 영역에 존재하는 한 자루의 검.


레이첼의 검보다는 가늘고 짧다. 검집에 들어있음에도 ‘아름답다’라는 느낌이 절로 묻어나는 예술품 같은 형상의 검이다.


그것은 시안이 걸어온 길을 반추한다.


시안이 보인 의지는 과연 무엇을 향한 것이었을까? 그의 본질은 무엇인가? 시안의 재능은 어느 정도인 것일까?


그는 과연, 검을 대신해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검은 깊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레이첼은 저도 모르게 한 곳을 바라보았다.


“아가씨, 왜 그러세요?”

“미샤, 저곳에 뭔가 있는 것 같지 않아?”


레이첼이 가리킨 곳은 어둑해진 촛불에 희미하게 달아오른 탁상. 그곳에 놓인 것은 작은 광주리였고, 안에 놓인 곳은 잼을 만들기 위해 따다 놓은 작은 열매들이 전부였다.


“아가씨, 뭐가 있다고 그러는 거예요?”

“흠, 착각인가?”


9성 기사의 감각을 교란할 수 있는 것은 흔하지 않았지만, 아무리 초인에 가까운 이라도, 사람은 사람. 그리고 ‘귀신’과 관련된 영역이라면 혼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


점점 창백해져 가는 미샤의 얼굴을 보며 레이첼은 장난스럽게 그녀에게 얼굴을 가져간다.


“그러고 보니, 이 집 원래 병으로 죽은 사람들이 살던···.”

“그만!”


다부지기 그지없는 미샤였지만, 이런 쪽의 이야기는 약하다. 파랗게 질린 얼굴을 보며 레이첼은 소녀처럼 웃었고, 그런 레이첼의 등을 미샤의 매서운 손길이 파고든다. 비록 내공을 다룰 수는 없지만, 수련이 헛되진 않았다.


짝짝, 거리는 소리에 레이첼이 비명을 지르며 잠든 시안을 방패막이로 내세웠다. 그 격투전의 와중에도 시안을 안은 손은 흔들림조차 없다는 게 경이로운 부분이지만, 막상 잠든 아이가 코앞으로 다가오니 절로 손에 힘이 빠졌다.


“시안이 깨!”

“하, 참, 나. 엄마 맞아요?”


레이첼은 혀를 비죽 내밀었고, 그 혀를 잡아당기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억눌렀다. 사실, 시안은 미샤에게도 쉽지 않았다. 원체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아이가 세상 모르게 자고 있으니, 방해하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는다.


레이첼을 닮아 천사 같은 이목구비를 자랑하는 시안.


“건강하게 자라주세요. 도련님.”


그 뺨을 쓸며 하는 말. 그때와는 다르다. 지금은 아이를 지킬 힘이 있었다.


그리고 ‘그분’의 생각도 조금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레이첼이 어린아이였을 때와는 많은 게 변해 있었으니까.


**


꿈조차 꾸지 않은 채 눈을 뜬 시안.


전신이 근육통으로 아릿했지만, 동시에 기묘한 활력이 몸을 휘감는다.


‘오러.’

어제도 느꼈지만, 생소한 힘이다. 19호일 때의 그에겐 적이 지닌 무기일 뿐이었던 힘. 그걸 다루리라곤 생각해 본 적도 없다. 하지만 생소함만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힘에선 익숙함이 느껴졌다.


그 성질이 레이첼의 오러와 닮아 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태어난 그 순간부터 곁에 존재했던 것 같은 익숙함. 눈을 감아도 오러의 성질을 유추할 수 있었다.


그것은 끓어오르는 불, 영혼을 매개로 피어나는 꺼지지 않는 불꽃.


오러가 속성을 띠는 것은 드문 일. 경지에 이른 기사가 속성을 담아낼 수 있다고 교육받은 적은 있으나, 아무리 생체골렘이라도 그 정도의 기사에게 통용될 무기는 아니다. 적어도 시안이 기억하는 한, 그는 속성이 깃든 오러를 본 적도, 상대해 본 적도 없었다.


‘레이첼은 오러를 쓰지 못하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더욱 신비하게 느껴졌다. 왠지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인간을 초인으로 만든 힘, 오러.


오러를 통해 새 시대가 열렸다는 이야기는 시안도 들은 적이 있다. 왠지 그 이야기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일었지만, 슬프게도-


“따-.”


아직 시안은 혀 짧은 소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기일 뿐.


할 수 있는 말이라곤 ‘따’, 그리고 ‘마’가 전부. 어휘는 알아도 입 근육이 발달하지 않아 따라주지 않는다. 그래도 말을 할 줄 아니, 정상적인 아기보단 빠르게 말할 수 있을 테지만, 슬프게도 그 이야긴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책이라도 찾아봐야 하나.’


이 집에도 흔하진 않아도 책이 몇 권 정도 꽂혀 있었다. 다만, 시안의 전생은 19호. 그가 아는 글자는 아이용 동화책을 읽는 것도 버겁다.


물론, 시안이 책을 읽는 것에 관심을 보인다면 레이첼과 미샤는 얼마든지 책을 사다 줄 테지만, 아직도 시안은 누군가에게 뭔가를 ‘바란다’는 그 개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어나자마자 심오한 고민 중인 시안,


레이첼은 정원에서 빨래 중이었고, 미샤는 부엌에서 음식을 만드는 중이었다. 이 방 안에 있는 것은 시안뿐이다.


그렇기에 검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화를 해보지.


시안의 눈이 검으로 향한다. 그의 표정엔 일말의 변화도 없었지만,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걸 알지 않느냐는 듯한 눈빛에 검은 진지하게 말했다.


-입을 열지 말아라. 생각으로 의념을 전달하는 거다.


시안이 입을 열었다간 또, 저 호들갑 군단이 쳐들어올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시안이 비로소 이 몸을 통해 처음으로 하게 된 말, 아니 생각은,


-의념이란 게 뭐지?


라는, 교육받지 못한 자의 의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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