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치킨이 더 강한 먼치킨을 낳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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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탄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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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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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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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DUMMY





5화.


검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가, 보다 쉬운 말로 의념에 대해 설명했다.


-네 생각이 나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정확히는 검과 시안 사이에 연결된 정신적 채널로, 대상자가 보내고자 하는 생각을 전달하는 게 ‘심어’의 메커니즘이었지만 설명했다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생각, 그게 말이 된다고?


봇물 터지듯 이어지는 사고의 흐름. 보통은 하고 싶은 말만 전달되기 마련이지만, 지금의 시안에겐 그런 통제 능력이 없었다. 인간의 사고의 흐름은 지독히도 빠르다. 시안이 만들어 낸 사념이 채널을 가득 메워갔다.


초보자라면 흔히들 겪는 문제다. 마법사도 아니고 격류처럼 휘몰아치는 그 사념들을 모두 읽는 건 불가능했지만, 검의 추론은 확신으로 변했다.


역시 이 아이를 차지한 정신은 어디선가 스며든 존재다. 사념이 품고 있는 정보의 양은 도저히 갓 돌이 지난 아이의 것이라곤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방대했다.


-생각을 통제해라. 이 상태론 대화가 진행되지 않아. 네가 보내고 싶은 생각만을 추려서 나에게 전달하는 거다.


말이 쉽지, 아마 몇 번은 시도해야 대화다운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 놀랍게도-


시안은 그 혼란의 와중에도 검의 조언을 받아들였고, 생각의 흐름을 조절하기 시작했다. 난잡하던 텍스트가 사라지고 침묵이 내려앉는다.


그리고 시안이 꺼내든 첫 번째 질문, 그건 검이 시안에게 보낸 것과 완벽히 일치했다.


-너는 누구지?


사실, 둘의 입장에서 서로의 존재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시안의 입장에서 보면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검이 자신에게 말을 거는 셈이고, 검의 입장에선 ‘자신의 자리를 차지한 누군가’에 대한 의구심을 표하는 것이다.


원래, ‘시안 아트라’의 육신을 차지하게 되는 것은 검이어야 했을 터-


누가 먼저 정체를 말할 것이냐에 대한 치열한 논쟁을 벌어지지 않았다. 시안은 검의 ‘위험성’에 대한 판단을 마친 뒤였기 때문이다. 검이 만약 정말로 위험한 존재였다면, 검은 언제라도 시안을 노릴 수 있었다.


검은 시안의 시야가 미치는 범위 내에 항상 존재하고 있었고, 시안의 보호자라 할 수 있는 레이첼이나 미샤 둘 중 누구도 검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


그들뿐만이 아니다. 돌잡이에 왔던 수많은 손님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들의 무공이 레이첼에 비할 수는 없지만, 사람이 많은 만큼 익히고 있는 무공의 종류도 특이성도 지혜나 상식 역시 다양할 수밖에 없다. 그 점에 기대했지만, 누구도 검을 인식하지 못했다.


즉, 이 검은 시안에게만 보이는 것이다. 오직 시안밖에 인지하지 못하는 존재. 보호자들에게 감지되지 않는다는 최적의 조건에서 시안을 제거하고자 한다면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지금의 시안은 오러를 익혔다고는 하나, 그래봐야 돌이 지난 아기에 불과했다. 오러로 할 수 있는 건 자연스럽게 걷는 게 전부였다. 아마 성인 수준의 힘만 있어도 손가락 비트는 것보다 쉽게 시안을 죽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검은 그러지 않았다. 그럴 수 없거나, 혹은 그러지 않은 이유가 있는 것이겠지. 그리고 시안의 예상대로 자신에 대해 먼저 밝힌 쪽은 검이었다.


-나는 아리아 발렌타인.


그리고 검은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사람의 이름처럼 들리지만, 귀에 익숙한 이름은 아니다. 시안의 뇌에 입력된 정보는 대게 개천교의 적대세력에 해당하는 이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주요 강자들의 정보 정도는 빈틈없이 암기되어 있었다.


‘애초에 사람이 아니든가, 강자라 불릴 만한 이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이어진 검의 말은 시안의 상상을 초월했다.


-나는 미래에서 과거로 회귀한 자.


그 말에 시안은 침묵했다.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조용한 반응. 아무리 생각을 갈무리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들, 시안은 심적인 대화에 있어선 초보였다. 그가 느낀 놀람은 검에게도 전달되었다.


하나, 그것이 전부.


보통 시간을 거슬러 돌아왔다고 이야기하면 그에 대한 의구심을 표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시간’은 마법으로도 정복되지 않은 영역이다.


시안은 말없이 이야기를 재촉했다. 의심이고 뭐고, 사실 시안이 겪은 일만 해도 상식을 뛰어넘긴 마찬가지다. 일단 배경지식 자체가 부족했지만, 워낙 황당한 일을 겪은 탓에 시간을 뛰어넘었다는 말도 일단은 믿어보기로 한 것이다.


-의심하지 않는군?

-나도 이 몸이 되었으니까.


이상한 말. 하지만 검은 그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나에 대해 밝혔으니, 너에 대해 말해주었으면 좋겠군.


‘나’라.


시안은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자신을 뭐라고 정의해야 할까?


그 생각들이 의념이 되어 흘러 들어간다.


-19호?


검이 의아하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세상에 사람의 이름을 그따위로 짓는 곳은 없다. 저 용병 도시 근처의 난민촌이라고 하더라도 ‘일식이 이순이 삼돌이···.’ 정도의 성의 없는 이름을 붙이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배금교단이 만든 기계도 아니고, 사람에게 19호라니 이상했다. 아니면 무슨 비유인 걸까?


그리고 추가되듯 덧입혀지는 시안의 사념.


개천교


시안은 그곳에 속해 있었다. 검, 아니 아리아 발렌타인의 경계심이 극도로 치솟는다. 심어를 위한 체널이 연결되어 있는 지금이라면 시안의 정신에 타격을 입히는 것도 가능하다. 만약, 시안의 육신을 차지한 정신이 개천교의 인물이라면···!


하나, 그 경계는 씻은 듯이 사라지고 만다.


시안이 개천교라는 단어를 향해 표출하는 것은 부정적인 감정. 심어를 다루는 데 익숙지 않기에 명확한 개념으로 형상화하진 못했지만, 그 편린만으로 검은 시안이 개천교에 품는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개천교의 생체골렘이었다.


그 말이 지니는 무게에 검은 잠시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시안의 독특한 성격과 행동에 가졌던 의구심이 해결된다.


개천교의 생체골렘.


검 역시 그 지긋지긋한 것들과 끊임없이 싸워왔다. 분명 사람을 베이스로 한 것이 분명하지만, 마치 기계처럼 움직이는 것들. 하지만 성능은 배금교단에서 엄청난 금액으로 퍼부어 만든 기계 인형들 따위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치를 떤 대륙의 마법사들이 생체골렘에 대해 분석했고, 검 역시 부분적으로나마 그것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아직 세상을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어린아이들을 수집, 정신적으로 세뇌하며 성장의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형질을 변형한다. 그 베이스에 몬스터의 인자를 투입하고, 그 반발을 마법과 약물로 억눌러 만들어지는 게 바로 생체골렘이다.


흐릿하게 떠오른 그 ‘제조 과정’. 절로 동정심이 일 수밖에 없다. 시안은 그런 존재이기에 그토록 결여된 부분이 많은 것이리라. 인간이되, 인간일 수 없는 존재들이 바로 생체골렘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의문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검의 입장에서 아직 가장 중요한 문제가 남아있었다.


-너를 시안의 몸으로 보낸 건, 개천교의 의지인가?


시안은 침묵했다. 그리고 망설이듯 말했다.


-아마도 아닐 것이다.


염제를 암살하기 직전에 진행된 개조 작업. 그것은 어디까지나 육체를 강화하려는 수단일 뿐이었다.


-그렇겠지. 개천교가 그런 짓까지 가능하다곤 들은 적이 없다.


영혼을 환생시키는 것. 그것은 검이 거슬러 온 수십 년 뒤의 미래에서도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 논리엔 맹점이 있다.


만약, 시안의 영혼이 생체골렘의 것이라면, 그가 검보다 더 먼 미래에서 거슬러 왔을 가능성도 있었다.


-아니, 난 돌아오지 않았다.


어휘력은 부족했지만, 부족한 지식과는 달리 시안의 말씨는 정확했다. 검의 말을 정확히 파악해 그것을 부정했다. 시안은 자신에게 벌어진 현상이 ‘시간’과는 무관하다고 표현했다.


-염제를 살리고 죽었다. 헌데 깨어보니 그녀의 아이로 환생했다는 건가?


생명을 넘어 영혼과도 직결된 마법. 아니, 마법이라고 부를 수 있는 힘인 것일까? 개천교가 부활시킨 ‘신’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점이 맞지 않는다.


‘미지의 존재의 개입.’


그리고 그 미지의 존재를 떠올린 순간, 검은 멈칫하고 말았다.


검을 과거로 돌려보낸 존재. 그 남자- 그와의 대화를 떠올려본다.


**


그것은 이제는 과거가 되어버린 미래의 기억


“절망밖에 남지 않은 세상이다. 현재로선 아무런 희망도 없다. 저 치들이 부활시킨 신이 세계를 어지럽히고 있고, 저들에겐 이 세상은 거짓된 공간일 뿐이니까.”

“알고 있어.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단 조금이라도 단 1초라도 더 의미 있게 살고 싶을 뿐이다.”


남자는 검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으며, 자신의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과거로 돌아간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

“과거?”

“그래, 과거. 너는 시안 아트라의 몸으로 활동할 수 있다.”

“시안 아트라라면, 염제의 자식을 말하는 건가? 하지만 그는, 유산되지 않았나?”

“영혼이 없었기 때문이지, 하지만 상황은 변한다.”


처음으로 들어본 희망. 이 남자를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는가는 둘째치고, 잡을 수밖에 없는 제안이었다.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최소한 지금보다는 나을 게 분명했으니까.


검, 아니 검이 된 자는 허공을 바라보았다.


저 하늘을 ‘열고’ 나타난 존재. 개천교의 열망이 그대로 투영된 신. 저게 존재하는 한, 개천교에 승리할 수 없다. 검은 그 사실을 절감했고, 그렇기에 남자의 손을 잡았다.


**


지금 생각해 보면, 남자의 어조가 굉장히 미묘했다. ‘과거로 돌아간다’라는 건 확실했지만, 검이 시안 아트라가 되는 것인지는 확실히 언급하지 않았다.


‘사기였나.’


절로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쨌거나 과거로 돌아온 것은 사실. 그리고, 시안 아트라가 되살아난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지금의 시안 아트라를 만든 것도 그 남자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 남자는 생체골렘의 영혼에게서 희망을 보았다는 것일까?


다른 이의 손에서 놀아나는 게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지만, 이러나저러나, 그 절망뿐인 미래보다는 지금이 낫다는 사실을 부정할 순 없다.


더욱이- 여기엔 염제가 살아있었다.


염제는 검의 안식처, 정신적 지주. 검의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녀가 아들을 바라보고 웃어줄 때마다, 검의 지친 영혼도 위로받았고, 절대 아물지 않을 것 같았던 상처도 아무는 것 같았다.


영혼이 깃들지 않았기에 죽은 것으로 처리되었던 미래의 시안.


하지만 영혼이 존재하게 된 현재의 시안.


그에게 희망을 걸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최소한, 인성이 나쁜 것은 아니었으니까.


‘재능도 마찬가지고.’


육체적인 재능이야 아트라 검가가 베이스이니 말할 것도 없다. 거기에 어미인 염제가 직접 오러코어를 만들었으니, 타고난 것만 해도 보통을 아득히 초월했다.


생체골렘으로 잃고 찢겨 나갔던 것을 보상이라도 받는 것일까.


-너는 뭘 하고 싶지?

-그냥, 저 사람이 웃는 걸 보고 싶다.


의념으로 전달되는 건, 레이첼의 얼굴.


-그건 나와 같군.


검은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 관점에서 협력해보지.

-협력?

-그래, 나는 미래를 알고 있으니까.


물론, 근본은 힘이다. 고작해야 돌을 넘긴 현재의 시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그 시안에게 묶인 처지인 검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니, 첫 번째 목표는 수련과 성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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