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치킨이 더 강한 먼치킨을 낳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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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탄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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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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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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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DUMMY










14화.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검림에는 오검자라 불리는 이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노령의 검사들로, 대륙에서 이름을 날린 검사이기도 했다. 그들은 은거지로 검림을 택했다.


검림은 오는 자는 막지 않고, 가는 자는 붙잡지 않는다는 기조를 지닌 단체다. 극악의 범죄자가 아니라면 누구라도 검림에 들어올 수 있다.


유명한 검사였던 그들을 막을 이유가 없었다. 다만, 그들은 ‘은거’와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검림은 나름의 체계가 잡혀있는 곳이다. 그렇기에 단체로서 존속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유롭고 엉성했다.


청죽단이라 불리는 자율방범대는 말 그대로 ‘자율적’으로 운용된다. 일부 범죄자들이 공권력을 피해 검림을 도피처로 삼는 경우도 있고, 검림이라는 세력을 지키기 위해서 무력 단체를 운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뿐, 강제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오검자는 검림주를 존중하면서도 검림을 위해서는 확고한 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크라임 사태만 봐도 그렇습니다.’

‘검림에 체계적인 무장단체가 존재했다면, 주민들의 피해를 절반 이상은 줄일 수 있었을 겁니다.’


염제의 지원 덕분에 살아남았다는 사실은 교묘하게 언급하지 않으면서, 그들은 확실한 체계만 있었다면 검림이 굳건히 위기를 벗어났을 거라고 주장했다.


그 말엔 확실히 혹하는 부분이 있었다. 검림이 지닌 전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으니까.


그러나- 검림은 5대 가문이 아니었고, 왕국이 아니었으며, 그렇다고 교단도 아니었다. 애초에 그런 곳에서 견디지 못하고 모인 이들도 많았다.


하나, 오검자의 말엔 분명 귀를 기울이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비록 염제와 용병들 덕분에 검림이 생존한 것은 사실이나, 검림이 입은 피해는 무시할 수 없는 정도였다. 당장에 검림에도 부모 없는 아이들의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이 세상은 안전과는 거리가 멀다. 그 사실을 절감한 검림은 자체적으로 전력을 증강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강한 무인이 많다고 단체가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무공의 종류에 따른 분류, 강함에 따른 배치, 적절한 규율 모든 게 종합되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검림은 그 점을 도외시했다. 검림의 목적은 강한 단체가 되는 게 아니었으니까. 하나, 크라임 사태로 인해 관점이 변화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사이를 오검자가 파고든다.


오검자는 각기 명성을 얻은 인물, 그들이 하나로 뜻을 모아 검림에 모인 것은 호사가들의 입에도 오르내릴 정도였다.


결과적으로 검림주에게 든든한 오른팔이 생겼으며, 검림의 힘이 한 층 더 강해졌다는 평이다.


7성 기사인 검림주, 그리고 6성 기사인 오검자. 그들의 무력이 합쳐진 이상, 이제 검림은 용병도시와도 비견될 수준의 잠재력을 지닌 무력단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오검자는 단순히 검림을 부흥시키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다. 크라임 사태는 그들에게 있어 기회나 마찬가지였다. 검림은 활용하기에 따라 무궁무진한 가치를 지닌 곳이다.


검림주는 좋게 말하면 소탈했고, 나쁘게 말하면 야심이 없는 천치다. 마각을 뻗을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이 좋은 먹잇감을 내버려둘 수 없다.


오검자는 그렇게 생각했고, 그들은 뜻을 모았다. 검림을 하나의 세력으로 부상시킨다. 그리고 그 세력을 자신들의 뜻대로 이용한다.


검림주의 세력을 줄이고 자신들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껄끄러운 인물이 남아있었다.


염제. 검림의 은인.


상처 입은 상태로 검림에 도착한 그녀는 이곳에서 출산까지 했다. 무슨 이야기가 숨어있는지는 장로들도 모른다. 그것 자체도 불쾌한데, 검림의 사람들은 염제를 공경하고 있었다. 염제가 검림의 행정에 개입하는 것은 아니나, 그녀는 검림주의 다음 가는 영향력을 과시했다.


그녀의 부탁에, 대번에 친구들이 생겨난 것만 해도 그렇다. 그 아이들을 청죽단이 보이지 않게 지키기까지 한다.


장로인 자신들과는 일말의 상의조차 없이 벌인 일이다.


벌써부터 권력욕에 눈이 돌아간 그들의 입장에선 눈엣가시나 마찬가지였다. 힘을 동원해 치워낼 수도 없다.


9성 기사라는 이름은 까마득하기까지 했다. 아트라 검가 같은 예외를 제외하면 보통 3성 정도면 일반으로 ‘기사’라고 불리는 무인이 된다. 각 단계를 뛰어넘는 건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야 하는 일. 6성에 도달한 지 20여년이 지난 일검자는 아직도 7성의 영역이 무엇인지 감조차 잡을 수 없었다.


‘고작해야 어린년’이라고 폄하하고 싶었지만, 그 무력은 두렵다.


그러니 생각을 달리하자,


염제를 적대할 수 없다면, 그녀가 지닌 발언권을 약화하면 된다. 주민들과 이간질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장 쉬운 건 염제가 검림에서 정이 떨어지게 만드는 것이리라.


일검자가 특별히 주문했던 그 상황이 운이 좋게도 지금, 베인의 눈앞에 펼쳐졌다.


귀띔을 준 것은 청죽단에 심어둔 일검자의 수하. 마침 외진 곳에 자리한 공터다. 염제의 아들이라고는 하나 이제 겨우 다섯 살. ‘힘’의 무서움을 보여주기엔 최적의 조건이다.


조금 더 나이가 들면 법접조차하기 힘들겠지만, 지금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니까.


**


베인은 기가 차다는 듯한 목소리로 이죽였다.


“내 눈에 띄지 않는 게 좋을 거라고 말했을 텐데?”


어린 아이의 목소리인 주제에, 말투는 제 할아버지의 것을 빼다 박았다. 그 목소리에 피엘의 동공이 정처 없이 떨린다. 그에게 있어, 무엇보다 두려운 상대가 베인이었다.


베인이 지닌 힘도, 베인의 할아버지가 지닌 힘도 무섭다.


그를 지켜줄 수 있는 이는 검림에 없다. 자칫하면 여기에서도 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그를 짓눌렀다.


“야! 네가 뭔데!”


라티나가 허리에 손을 얹고 왁왁 소리를 질렀지만, 베인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검림주의 손녀라고 불리니 네가 진짜 손녀라도 되는 줄 아나보지? 근본도 모르는 더러운 꼬맹이 주제에, 누구한테 목소리를 높이는 거냐?”


날카로운 가시 같은 말. 그것은 맑은 하늘 같았던 라티나의 얼굴에도 먹구름이 생긴다. 피엘과 라티나뿐만이 아니다. 그들과 어울리던 아이들이 모두 잔뜩 움츠러든 얼굴이다.


부모가 아이를 돌볼 여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곧- 편부모 가정의 아이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그 나이 답지 않게 아이들은 슬금슬금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적어도 라티나와 어울릴 때는 보지 못한 음울한 얼굴들.


시안은 그들의 분위기를 느꼈다. 그것이 그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검술을 익힐 때의 떨림 같은 것이 아니다.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리듬감으로 두근거리는 가슴. 이걸 무슨 감정이라고 해야 할까?


모르겠다. 알 수 없었다.


“이 병신 잡종이! 여기가 어디라도 기어들어 와? 으, 이것 좀 봐. 괴물 같아.”


얼굴을 혐오감으로 가득 채운 덩치 큰 소년, 록스가 피엘의 길쭉한 귀를 잡아당겼다. 그리고 이죽이듯 그 귀에 속삭인다.


“보기 싫은데 떼어 버릴까?”


새하얗게 질리는 피엘의 얼굴.


하지만 저건 협박에 불과했다. 근육의 움직임도 기세도, 변화하지 않았으니까. 시안은 무감정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쫄았네. 어린놈이 그렇지 뭐.’


어른의 말투를 흉내내도 속은 자라지 못한 어린 아이의 것. 하나, 그 순수성은 이미 특권의식에서 발로한 오만함으로 더럽혀 있었다.


피엘의 멱살이 잡힌다. 록스가 피엘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몸으로 옥죄었고, 섬뜩한 칼날이 그의 귀를 향했다.


파르르 떠는 라티나와 아이들. 도와달라고 소리를 질러야했지만, 처음보는 칼날의 공포에 모소리가 제대로 새어 나오지 않았다.


아이들의 입장에선 지독한 악몽이 현실이 되어 다가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나-


시안의 입장에선 영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대체 뭘 하는 거지?’


칼날만 가져다 댈 뿐. 오히려 살에 칼날이 닿을 때마다 움찔하는 건 단검을 쥔 록스 쪽이었다.


시안에겐 ‘겁’이라는 감정이 익숙지 않았다. 개천교에 의해 거세되어 버린 감정. 생명에게 있어선 본능과도 같은 것이었지만, 개천교의 광신도들은 기어코 그것을 19호의 몸과 마음에서 빼앗아 버렸다.


살기도 없고 부상을 입히기 위한 것도 아니다. 문자 그대로 칼만 들이대고 있는 것.


시안의 입장에선 무의미하기 그지없는 짓이었고, 그렇기에 반응하지 않았다. 기계적인 반응. 그건 마치 19호로 돌아간 것 같은 반사적인 반응이었다.


무감정하게 가라앉은 눈이, 베인의 무리를 바라본다.


검은, 아리아는 침묵했다. 왜 대응을 하지 않느냐고 시안을 책망하지 않는다. 검은 이미 알고 있었다.


본인만 모르고 있을 뿐, 지금의 시안은 평상시와는 달랐다. 비유하자면 심지를 드러낸 폭탄에 가깝다. 아주 작은 마찰만으로도 터져버릴 것만 같은 상태.


한 번도 실전을 치러보지 못한 애송이들은 모르겠지만, 저 무감정한 눈빛은 이미 저들을 ‘적’으로 인지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태였다.


생체골렘


그것의 무자비함을 아는 아리아는 오히려 초조해질 정도였다. 그저 이 정도에서 그치고 넘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의 시안은 감정이 살아나기 시작한 생체골렘이라 정의할 수 있었다. 그것을 분노케 하면 어떤 결과물이 튀어나올지 눈앞이 캄캄해진다.


하지만 그것은 그것. 아리아는 시안의 오러를 빌리겠다는 심어를 전달했고, 시안은 귀찮다는 듯 동의했다. 아리아가 그에게 해가 될 짓을 할 리가 없으니까.


검은 걱정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주변을 통제했다. 저 수풀 밖에서 이곳을 지켜보는 쥐새끼 같은 놈을 바라본다.


필요한 것은 소량의 오러.

그러나 그 효과는 상상을 초월했다.


경지에 이렀던 영혼의 기세가 한 명에게만 집중된다. 시안의 미약한 오러는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 미묘한 촉매에 지나지 않았다.


정체불명의 남자는 자신을 짓누르는 지독한 한기에 직면했다. 소리를 지를 수도 대항할 수도 없다. 압도적인 힘에 그대로 압괴된다. 그가 알 수 있는 건, 그저 ‘춥다’라는 감각뿐.


외부의 조력자를 침묵시킨다.


저 발랑까진 꼬맹이들이 이상한 짓만 하지 않는다면, 큰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불씨는 엉뚱한 방향에서 터지고 말았다.




라티나의 손을 떠난 돌이 날카로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무인의 아이들임에도 반응할 수 없을 정도의 절묘하고 예리한 한 수였다.


깡!


작은 불씨와 함께 피엘을 위협하던 단검이 여린 손아귀에서 떨어졌고, 그걸 예측하지 못한 아이의 팔뚝을 얕게 긁어대며 바닥으로 떨어진다.


주륵


흘러내리는 선혈. 놀다가 다친 상처와는 다르다.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무기에 상처를 입었다는 것은 상상이상의 충격을 불러왔다.


“이, 이 미친 새끼가!”


자칫하면 위험할 수도 있었다는 철렁임, 그 공포는 순식간에 분노로 치환되었다. 한걸음에 다가간 덩치 큰 아이는 그대로 라티나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라티나의 얼굴로 창백해지긴 마찬가지. 하지만 그녀는 곧 히죽 웃어 보였다.


“그러게, 위험한 짓은 하지 말았어야지.”

“사과해!”

“누가 누구한테? 때리고 싶으면 때려봐? 나도 다 얘기할 거니까.”


지지 않겠다는 그 표정. 베인의 얼굴에 당혹감이 슬며시 어리더니, 그는 바닥에 떨어진 단검을 주워, 그대로 피엘에게로 향했다.


‘여차할 땐 그걸 이용해라. 그걸 옹호할 이들은 없을 테니까.’


인간에게 배타적인 엘프. 그들에게조차 배척당한 혼혈. 베인의 눈에 잔인함이 어린다. 피는 공포를 부른다. 공포는 아랫것들을 지배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


그렇다면!


벌벌떠로 있던 피엘에게 다가서는 베인, 그의 손에 든 단검이 피엘의 귀를 향했다. 망설임 따윈 없다. 피를 봤으니, 피로 그것을 극복해야 한다.


기세란 그런 것.


베인은 할아버지의 가르침을 충실히 수행했다. 그리고 검은 탄식을 토하고 말았다.


입에서 침을 뚝뚝흘리며 으르렁거리고 있던 집채만 한 사냥개의 목줄을 방금 저 아이가 풀어버렸다. 그것도 최악의 방법으로-


머리를 발로 짓누르고 단검으로 귀를 단숨에 베어낸다. 단검술은 익숙했다. 그가 익히고 있는 무공은 단검을 기반으로 하는 것- 할아버지는 그에게 잔인함을 요구했고, 그렇기에 목검 따윈 쓴 적이 없다.


비록 손에 익은 자신의 단검이 아니라지만, 귀를 잘라내는 것 정도는 쉽다. 푸른 오러의 기운이 희미하게 일렁였고, 증폭된 신체 능력이 탄환을 쏘는 새총처럼 그의 팔을 고속으로 밀어냈다.


그것으로 끝이다.


아니, 그랬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예리한 칼날은 그가 의도한 대로 나아가지 못했다.


퍼억!


고깃덩어리가 폭발하는 것 같은 섬뜩한 소리. 대퇴부를 걷어차인 베인의 자세는 그대로 무너졌고, 단검은 또다시 허공을 날아, 바닥으로 떨어졌다.


모랫바닥에 박히는 단검.


그것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는 베인. 그도 그럴 수밖에, 한참이나 떨어져 있던 시안이 그의 지근거리에 도달하는 것을 눈치조차 채지 못했으니까.


오러유저의 발달한 기감으로도 눈치채지 못한 은밀하고도 신속한 움직임. 그런 것이 가능할 리가 없다.


물론, 시안의 입장에선 대답할 가치조차 없는 생각이다. 2성의 오러 유저. ‘고작해야’ 2성의 오러유저. 시안이 상대해 왔던 강적들에 비하면 코웃음조차 나오지 않는 수준.


그리고 당혹은, 곧바로 고통으로 이어졌다. 시안의 발은 정확히 그의 허벅지 안쪽을 걷어찼다. 이제껏 겪어보지 못했던 채찍 같은 발차기가 허벅지를 파고든다. 전문적인 무인이라면 모를까, 갓 무공을 익히기 시작한 애송이에겐 견딜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다.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는 베인.


“저, 저 새끼 죽여!”


혈안이 되어 소리치는 그. 그러나 시안은 더 이상 멈춰있지 않았다. 배경, 상황, 적, 아군 그 모든 것이 기계적으로 조합되어 머릿속으로 그려진다.


시안을 향해 휘둘러지는 주먹. 아이들의 막싸움 같은 무작위적인 움직임이 아니다. 이들 역시 기초적이나마 무공을 수련한 이들. 베인을 제외한 아이들도 1성의 코어는 완성했을 정도의 무재들이다.


그러나 어떻게 봐도 상대가 나쁘다.


다가오는 덩치의 공격을 피하는 대신, 자세를 낮추며 오히려 그 품으로 파고든다. 신장의 차이로 덩치의 공격은 흐지부지 흩어졌다. 품 안에 들어오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으니까.


당혹으로 얼룩진 그의 턱을, 시안의 작은 주먹이 위로 올려쳤다. 근력이 약하다지만, 그건 아이의 기준이다.


다리로 땅을 밟고 그곳에서 끌어올린 힘을 허리로 전달 비튼 허리가 옆으로 회전하며 모든 힘이 주먹으로 실린다.


사람이 공중으로 떠오르는 광경을 처음 본 아이들의 입이 절로 벌어지고 만다. 어린 이빨이 허공으로 비산했고, 입에선 피와 침이 섞어 흘렀다.


턱을 맞고 날아가 바닥에 주저앉는다. 버둥대는 팔이 그가 어느 정도의 충격을 받았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꿀꺽,


마른침을 넘기는 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시안의 입장에선 만족스러운 공격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힘이 모자라, 기술대로 위력이 나오지 않았다. 오러를 사용한다면 보완할 수 있겠지만, 이그니션 로드가 발동하기 시작한 지금은 폭주의 위험성 때문에라도 함부로 쓰지 못했다.


고작해야 저것들을 상대하는 데에 오러가 필요하지도 않았으니까.


“우, 우리가 누군지 알고!”


공포에 질려 소리치는 아이. 그 말에 피엘의 얼굴이 다시 하얗게 질렸지만, 슬프게도 그 말은 시안에게 닿질 않았다. ‘네 할아버지가 장로면, 우리 엄마는 염제다!’라는 유치한 이유가 아니었다. 대답할 이유도, 가치도 없는 말이기 때문이다. 전투는 전투일 뿐이었으니까.


그에게 이들은 이미 명백히 적으로 인지되었으며, 그것이 전부였다.


공포에 질린 톰. 거구인 록스가 하늘을 날았고, 가장 교활하고 강한 베인조차 단번에 쓰러트렸다. 상대가 될 리가 없다. 자연스럽게 사고의 흐름이 이어졌고, 톰의 전투 의지는 하얗게 재가 된 지 오래였다.


하나, 시안에게, 아니 생체골렘에게 톰은 아직 전투가 가능한 또 하나의 적일 뿐이었다.


“으아악 오지마!”


비명과도 같은 애처로운 고함이 공터를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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