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치킨이 더 강한 먼치킨을 낳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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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탄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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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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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DUMMY








12화.


작열의 오러는 속성을 담은 오러였다. 오러에 속성을 담는 것은 특별한 경지에 오르거나 혹은 천부적인 적성이 없는 한 불가능했다. 그리고 시안은 그 적성을 타고났다.


작열의 오러는 일반적인 오러와는 달리, 이름 그대로 ‘불’을 내포하고 있었다. 성질은 사납고 위력은 강하다. 오러를 사용하는 기술에 자연스럽게 불의 기운이 스며든다.


하지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첫 번째 난점은 통제의 어려움이다. 성질 자체가 사납다 보니 오러를 자기 뜻대로 통제하기가 어려워진다. 오러를 방출하는 기술을 사용해도, 사용자의 의지와는 동떨어진 파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기술의 위력 자체가 떨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다음은 더 골치 아픈 문제였다. 불의 오러가 체내를 순환하는 것은, 과장을 조금 보태 불이 혈관을 돌아다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통제력을 유지할 때라면 별문제가 되지 않지만, 자칫해서 통제력을 잃는다면 자신의 힘에 자신이 불타버릴 수도 있었다.


레이첼에게도 고난이 닥쳐왔다. 암살자를 물리쳤으나, 작열의 오러가 폭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을 극복한 것은 열염공이라는 이름의 고대 무공이었다. 들어본 적도 없는 난해한 무공이었다. 무공의 가치는 기본적으로 높다. 설사, 본인이 익히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희귀한 무공서라고 하면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특히나, 그게 공격력이 강하기로 유명한 작열의 오러와 관련된 무공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위기를 극복하고 나서야 레이첼은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아무리 미샤라지만, 덜컥 구해올 수 있는 수준의 무공이 아니었다.


그게 가능한 집단, 혹은 인물은 아마....


레이첼은 조심스럽게 가문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고, 애써 그 이상을 생각하지 않았다.


열염공을 익히는 것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깊은 내상을 입은 몸에 작열의 오러를 다스려야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고문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몇 번의 고비를 넘기며 레이첼은 간신히 작열의 오러를 다스리는 법을 본격적으로 체득했다. 대략적으로나마 열염공에 대해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은 레이첼의 천부적인 자질 덕분이었다.


하나, 열염공은 본질적으로 그녀에게 맞지 않았다. 열염공은 검을 사용하는 무공이 아니었으며, 광역공격에 특화되어 있었다.


‘무공이라기보단 마법 같아.’


레이첼이 수련해온 방향과는 다른 성향의 무공인 셈. 레이첼은 열염공에서 불을 다스리는 법만을 따 내었고, 본인의 능력으로 심법을 새로 만들었다.


당시 레이첼은 5성 기사였고, 그 정도 수준에서 심법을 만든다는 것은 누구나가 불가능하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레이첼은 30대의 나이에 9성 기사다 된 천재. 그녀는 기어코 이그니션 로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그녀의 체질에 특화된 무공. 작열의 오러를 검을 통해 펼치기 위한 메커니즘을 심법에 새겨넣었다.


그리고 이그니션 로드와 한쌍이 되는 것이 바로 그녀의 검법.


‘화령검’이다.


이그니션 로드의 특징은 ‘직선’. 한 번의 호흡으로 운공된 오러를 직선으로 분출하는 것. 그리고 화령검은 그 힘을 이어받아 내뿜는 원리의 검술이었다.


이그니션 로드가 엔진이라면 화령검은 그 엔진을 통제하는 키. 현재 시안은 엔진은 갖추되, 키는 갖추지 않은 상황이었다. 시안의 몸은 기틀을 다졌고 이그니션 로드에서 파생된 오러는 시안의 움직임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시안이 이상을 느낀 것은 정심검법 개량형의 찌르기를 내지른 순간이었다. 아랫배에서 화악하고 타오른 무언가가 내뻗은 팔을 따라 움직였지만, 그 기운이 퍼져 나오지 못하고 잔여물처럼 체내에서 떠돈 것이다.


그리고 그 단계에 도달했다는 것은 곧, 시안이 1성 코어를 제대로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말이며, 화령검을 배울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을 갖췄다는 셈이다.


레이첼은 시안에게 다가가 그의 몸을 떠도는 오러를 안정시켰다. 날뛰도록 놔둔다면 내상을 입을 수도 있기에 레이첼은 신중했다. 레이첼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왔고, 시안이 충실히 만들어 온 기맥은 차츰차츰 오러를 안정시켰다.


몸을 떠돌던 이물감이 사라진다. 시안은 호흡을 가다듬었고, 레이첼에게 설명을 요구했다.


“이그니션 로드가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한 거란다.”


이그니션 로드의 특별함. 그 이름처럼, 오러 자체가 ‘점화’하며 작동한다는 것. 레이첼이 지금까지 공을 들인 이유는 모두 이 기능을 위해서였다. 말이 쉽지, 체내에서 작열의 오러를 폭발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다. 당연히 어지간한 육체로는 견딜 수 없다.


그리고 지금, 시안은 그 충격을 가뿐히 견뎌냈다. 레이첼로서는 고대하던 첫 고비를 넘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마치 걸음마를 뗀 아이를 보는 것처럼 기뻐하는 레이첼.


시안은 무표정했지만, 레이첼이 기뻐하는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레이첼은 어머니에서 다시 스승의 얼굴이 되어 설명을 이어 나갔다.


“점화를 의식적으로 통제해야 본격적인 단계로 넘어갔다고 할 수 있어.”


한 호흡에 한 번, 이그니션 로드를 통해 펼쳐지는 공격력은 동급 대비 최상급의 위력을 자랑했다. 장단점이 존재하는 무공이라고는 하나, 그 공격력만큼은 부정하는 무인이 없었다.


“1성 코어로는 외부로 오러를 드러낼 순 없어.”


작열의 오러의 특징과도 같은 불길을 만들어낼 수 없다. 하나, 그렇다고 오러의 성질이 어디 가는 건 아니다.


레이첼은 오른손을 당겼고, 왼손으론 균형을 잡았다.


화령검 멸염아


1성의 코어로만 발현한 화령검의 찌르기. 단순한 초식이었지만, 레이첼의 체내에서 작동하는 기재는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코어에서 발현된 오러가 점화- 폭발해 그 힘이 그대로 팔로 뻗어나간다.


멸염아의 초식에 따라 이끌어진 오러. 순간적으로 폭증한 팔의 근력이 공기를 찢어내며 검을 밀어냈다.


단 한 번의 찌르기.


하나 그것에 담긴 기세에 시안은 온몸에서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이게 1성이란다.”


그리고 레이첼의 단전에서 세 개의 코어가 공명하기 시작했다. 3성의 힘. 홍련의 붉은 검신을 따라 불길이 흘러나왔고, 레이첼은 다시 한번 멸염아의 초식을 펼쳤다.


화아아아아아


분명 같은 찌르기였음에도 달랐다. 찌르기의 궤적을 따라 화염이 회전하며 요동쳤다. 마치 불로 된 송곳니를 보는 것만 같다.


허공에 남는 불의 궤적. 그것은 검이 스치고 지나갔음에도 여전히 남아 허공을 불태웠으며, 그것이야말로 작열의 오러가 지닌 힘이었다.


레이첼을 둘러싼 공간이 불길로 물든다. 레이첼은 점점 코어의 개수를 늘려갔다. 단 하나의 초식을 반복하고 있을 뿐임에도, 불길은 점점 늘어나 레이첼을 휘감았으며, 레이첼은 그 불길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불 안에서 찌르기를 반복했다.


세상이 붉게 물든다.


홍련이 스치고 지나간 궤적. 그곳에 선명하게 남은 작열의 오러. 그것을 바라보는 시안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아름답다.


그게 시안이 느끼는 감정. 폭발력을 이용한 우악스러운 무공임에도, 레이첼의 동작 하나하나는 우아했고, 허공을 감싸는 불의 오러는 섬뜩하리만치 아름다웠다.


“어떠니?”

“예뻐요.”


시안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고, 레이첼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감성이란 게 메말라 버린 듯한 아이의 입에서 영 어울리지 않은 말이 튀어나오니, 믿을 수가 없다.


“그... 그래?”

“응.”

“그럼, 시안도 배워볼까?”


시안의 눈이 예사롭지 않게 번뜩였다.


**


멸염아는 시안이 익힌 정심검법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난이도를 자랑했다. 흉내 내는 것조차 쉽지 않다. 몇 번을 반복해도 평범한 찌르기가 반복될 뿐이다.


그러나 시안은 지치지 않았다. 그 눈은 마치 별처럼 반짝인다. 반복되는 실패에도 마음이 꺾이지 않는다. 레이첼이 보여준 그 모습을 자신의 손으로도 펼치고 싶다는 열망이 정신적 피로감을 깨끗하게 불태운다.


그런 주인의 감정을 느끼는 듯, 시안의 몸에 자리 잡은 코어는 기세 좋게 반응했다.


기분 좋게 끓어오르는 단전. 한 번의 호흡에 반응한 오러가 시안이 의도한 신체 부위를 강화했다.


그러나 그게 전부. 검 끝까지 전해져야 할 오러의 외력은 팔에서 허무하게 흩어져 버린다.


“쉽지 않지?”


레이첼은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이다. 이그니션 로드도, 화령검도 오랜 세월 개량을 거듭한 무공이 아니다. 레이첼의 기준에서 주관적으로 완성한 것이기에 배우는 입장에선 아무래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물론, 아무리 기본식이라곤 해도 화령검은 최상급의 무공이었다. 그 초식을 익히는 건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안은 히죽 웃어보였다.


즐겁다.


거의 처음으로 표현한 그 감정. 그림처럼 아름다운 시안의 얼굴에 그려진 그 미소에, 레이첼의 숨이 멎는다.


“어떻게 나이를 먹어갈수록 더 귀여워지는지!”


레이첼은 그대로 시안을 껴안았고, 시안은 부루퉁한 얼굴로 놓아달라고 말했지만, 레이첼의 품에서 벗어날 순 없었다.


수련은 거기까지였다.


당장 익힐 수 있는 수준의 무공이 아니었다. 레이첼은 천천히 공을 들여 하나의 탑을 쌓아올릴 생각이었다.


-왜 이렇게 조용해?


시안은 계속해서 침묵하던 검을 향해 물었다.


그러자 검은 떨리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전히 아름답구나. 화령검은.


검의 시점에서 레이첼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고, 화령검은 전승자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검은 화령검에 대한 지식은 있었지만, 정작 몸으로 익히진 못했다. 검은 작열의 오러를 지닐 수 없었으니까.


레이첼은 시안에게 한 것처럼 코어를 직접 만드려는 시도까지 해봤지만, 결국은 실패하고 말았다.


레이첼의 무공을 남기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검에게 있어 영원한 굴레나 마찬가지였다. 검에게 있어 레이첼은 스승이 될 수 없었지만, 스승이나 마찬가지였으며, 그 누구보다 동경하는 사람이었으니까.


다시는 보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그 무공을 보게 되니,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러나저러나 검은 역시 검. 얼굴을 보는 것보다는, 무공을 보았을 때의 이미지가 더욱 강렬했다.


-하....


시안은 질렸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본인은 무공을 보았기에 감탄하는 거로 생각하고 있겠지. 하나, 검은 매사가 저랬다.


-너는 염제를 좋아한 건가?

-당연하지! 그녀를 싫어할 수가 있겠어? 저렇게 아름답고, 강하고, 정의롭고!


딱딱한 듯한 평소의 말투와는 달리, 열정이 가득 깃든 듯한 대사. 시안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너는 염제를 연인으로 생각한 건가?


그 말에- 검의 심어가 뚝 끊기고 말았다.


-이 미친 꼬맹이가 뭐라는 거야!


버럭 소리를 지르는 검. 머리가 울리는 듯한 그 의념에 시안은 반사적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행위지만, 귀가 찢어지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아니면 아닌 거지 왜 소리를....


시안의 궁시렁거림에 검은 발끈해 소리쳤다.


-염제는 나에게 그런 분이 아니었다! 내 어머니나 마찬가지인 분이셨지!


묘하게 불쾌하다. 염제의 아들은 시안이었으니까. 19호라는 전생의 굴레에서 한 발짝 멀어진 시안은 그렇게 호소했고, 검은 언제그랬냐는 듯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그래, 그런 것 같구나.


아주 보기 좋다는 듯한 그 말투에 소름이 돋는다.


-아리아, 너 조금 무섭....


검은, 아니 아리아는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시안에 대한 질투심 따윈 놀라우리만치 느껴지지 않았다. 19호가 시안의 몸을 빼앗은 거라는 처음의 생각은 씻은 듯이 사라진 지 오래였다.


아리아는 마법사가 아니었지만, 시안의 몸과 19호의 영혼 사이에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은 시안의 영혼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일까?


이젠 아리아도 그 둘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레이첼과 똑닮은 저 얼굴을 어떻게 미워할 수 있겠는가?


-기분 나빠....


시안의 중얼거림 따윈 아리아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흐뭇함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예? 아리타스 가문이요?”


미샤가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 말에 검의 의념은 침묵으로 굳어졌고, 시안은 검이 미샤의 말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아리타스 가문?


들어본 적도 없다. 대체 무슨 가문이기에....


“응, 갑작스럽게 사건이 생겼다나 봐.”

“아무리 몰락했다지만, 그래도 어떻게 그런...!”


레이첼은 근심 가득한 목소리로 답했다.


“아리타스 부인은 충격으로 유산했다는 이야기가 들려. 다녀오고 싶은데, 괜찮을까?”

“예, 도련님은 걱정하지 마세요.”

“음, 부탁할게.”


대화는 거기까지.


하나-


시안은 검의 기척이 달라진 걸 느꼈다. 수년 간 대화를 나눈 상대였기에 알 수 있는 아리아의 반응. 충격을 받은 것이 분명했다.


‘아는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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