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치킨이 더 강한 먼치킨을 낳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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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탄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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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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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DUMMY









6화.


“옳지.”


레이첼의 입매는 평소와는 달리 엄격하게 다물어져 있었지만, 그렇다 해도 눈빛에서 흘러나오는 따뜻함은 감출 수 없었다.


시안은 레이첼의 지시에 따라 몸을 움직였다. 팔다리를 움직이는 기본적인 동작들. 일종의 체조라고 봐도 좋았다. 그걸 돌이 지난 아이가 하고 있으니, 믿기 힘들 정도였지만, 시안은 가분수의 몸으로도 균형을 용케도 유지하고 있었다.


시안의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럽게 내부의 오러 코어가 반응, 심장이 피를 전신의 혈관으로 퍼트리는 것처럼 단전의 오러 코어에서 형성된 오러가 전신으로 퍼져나간다.


그 양 자체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레이첼이 의도적으로 공명시키지 않는 한, 시안의 수준으론 오러가 밖으로 드러나는 일은 없다. 하지만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신체능력으 증폭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


시안은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그 미미한 오러를 다뤘고, 레이첼이 보여주는 동작을 느리지만 정확하게 따라 하고 있었다. 그 동작들은 하나하나가 오러코어를 자극해 힘을 끌어내는 것. 어느새 시안의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혔고, 그것을 본 레이첼은 표정을 바꿔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


시안의 이마를 닦아주고는 가볍게 입을 맞춘다.


미샤는 그들을 위해 아침을 준비했다. 메뉴는 소박했다. 잘 염장된 베이컨과 갓 구운 빵, 따뜻한 수프. 그리고 오늘 아침 갓 짜낸 젖소의 우유까지.


‘배고프다.’


시안은 꼬르륵거리는 배를 느끼며 신기한 기분에 감싸였다. 배고픔이라는 감각은 아무래도 익숙지 않았다. 그런 식욕 수면욕 번식욕과 같은 감각은 개천교가 제일 먼저 거세하는 감각. 처음엔 정신적으로, 다음엔 육체적으로 정상인의 범주를 벗어나게 된다.


다시 태어난 후 느끼는 이 허기는 몇 번을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더욱이, 오늘은 운동을 해서 그런가 더욱 배가 고픈 느낌이다. 시안을 위해 잘게 썰어둔 빵을 어색한 손짓으로 집으려 하니, 손에서 작은 포크가 툭하고 떨어져 버린다.


오러를 한계까지 쓴 데다가, 몸의 근육을 고루 사용한 탓에 손아귀에 힘이 빠져있었다. 그런 시안을 귀엽다는 듯 바라보며 레이첼은 빵을 들어 시안의 눈을 어지럽히다가, ‘아’하고 소리를 내었고, 시안은 그런 레이첼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곤 포기한 듯, 레이첼을 따라 ‘아’하고 입을 벌렸다.


이름 모를 과일로 만든 새콤하면서도 달콤한 잼이 혀를 자극한다. 머릿속이 번쩍이는 것만 같은 설탕의 힘에 시안의 입이 빠르게 움직였다.


“맛있쩌요?”

“응.”


애써 덤덤한 척하지만, 이 반응은 역대급이다. 미샤와 레이첼의 승리자의 눈빛을 주고받았다.


아침 수련이 끝난 후엔 거실에 앉아 오러를 운공했다. 오러는 5백여 년 전, ‘재건의 시대’부터 발달한 힘이다. 그 이전에도 존재했는지는 대전쟁의 여파로 기록이 흐릿했다. 어쨌든 재건의 기대를 기점으로 오러라는 힘이 체계화되었다는 점은 확실했다.


단전에 코어를 만들고, 코어의 힘을 강화해 신체 전반의 능력을 강화하는 것. 현대의 무인들은 모두 이 원리를 따르고 있었다.


아직, 시안은 복잡한 이론을 이해하기엔 너무 어렸다. 설명하는 것보다는 코어를 사용하는 법을 본능적으로 깨치게 하는 데 주력한다.


“뭔가 있지?”

“응.”


몸을 돌아다니는 힘. 피도 아니고, 독도 아니며, 특수한 미생물도 아니다. 전직 생체골렘다운 살벌한 예를 떠올리고 있었지만, 레이첼이 알 리가 없다.


손목을 통해 느껴지는 레이첼의 기운은 시안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선명하고 강렬했다. 그 자극적인 힘에 절로 빠져든다. 시안의 것과 똑닮은 불길. 본능적인 편안함에 눈이 가느다랗게 감겨왔다.


레이첼은 그 기운 시안의 몸을 따라 이동시켰고, 시안은 반쯤 무아지경에 빠져 그 기운을 좇았다.


“자, 오늘은 그만.”

“응.”


뭔가 아쉬운 듯한 시안의 표정에 레이첼은 그의 코를 검지로 톡하고 건드렸다.


“천천히 가야 위험하지 않아.”

“처처니.”

“어머? 따라 한 거야?”

“응?”


귀엽게 고개를 갸웃하는 시안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으며, 레이첼은 계속해서 시안의 발음을 교정해주었다.


말을 하고 싶다.


시안의 바람 중 하나였기에 시안은 최선을 다해 노력했고, 그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었다.


“레쩰!”


레이첼을 가리키며 손짓하자, 레이첼은 자지러지고 말았다.


“레이첼.”

“레쩰!”


혀 짧은 소리는 어떻게 해도 극복할 수가 없다. 팔다리에 오러를 보내기도 힘든 상황에서 혀에 까지 오러를 보낼 수 있을 리가 없다. 그 허둥대는 모습이 레이첼에겐 그렇게 귀엽고 기특할 수가 없었다.


“도련님, 레이첼이 아니라, ‘엄마’라고 하셔야죠.”

“음-마.”


무의식적으로 미샤의 말을 따라 한다. 확실히 이쪽은 발음하기 편하다. 꽤 정확한 발음에 레이첼은 저도 모르게 눈시울을 붉혔고, 시안은 고개를 갸웃했다.


꼬옥.


레이첼의 품에 안긴 시안. 레이첼 특유의 냄새, 그녀의 몸에 흐르는 오러의 기운이 시안의 몸을 편안하게 만든다.


“그래, 엄마야. 시안.”


레이첼이 아니라, 엄마.


그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미묘한 차이. 가슴을 간질이는 알 수 없는 감촉에 시안은 더 이상 고민하는 걸 포기하고, 레이첼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


레이첼은 아이의 관점에서 쉽고, 단순하게, 그리고 직접 몸으로 느낄 수 있게끔 설명을 최소화했다. 하지만 검은 시안의 정신연령이 그렇게 낮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물론, 정상적인 성인이라곤 볼 수 없었다. 상식이 없었고, 배경지식이 부족했다.


‘그래도 지능이 부족하다는 건 아니야.’


제대로 된 교육도 받은 적도 없고, 지식은 강제적인 방법으로 뇌에 새겨 넣은 수준이다. 그러나 그 정보를 활용하는 능력은 별개의 것. 그런 면에서 본다면, 시안의 지적 능력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높은 수준이다.’


조급함을 가지지 않고 기초부터 차례대로 가르친다면, 필요한 시기에 시안은 쓸만한 수준까지 성장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무엇보다 핏줄이 핏줄이니까.’


검이 생고생을 해 얻은 신체적 능력을, 아트라 검가의 검귀들은 기본적으로 타고 난다. 근력, 지구력, 심장의 성능, 회복력···. 무인들 사이에선 상위종이라고 수군거림을 받을 정도의 격차였다.


시간이 그리 많진 않았다.


염제의 교육법은 옳다. 하나, 시안은 특별했다. 그에게 가능성이 있다면, 그 가능성을 최대로 활용해도 미래를 장담하지 못한다.


그러니, 검도 손을 보탠다.


검이 무공을 가르칠 순 없다. 시안은 태아 때부터 염제가 직접 오러코어를 만들어 넣었고, 작열의 오러를 다루는 코어는 매우 특별했다. 특히나 검이 익힌 무공과는 상반된 성질의 것.


그렇지만 무공에 대한 지식은 이야기가 달랐다.


-어려운 단어, 개념이 있다면 언제든 물어라.


가르쳐주겠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생체골렘 때엔 누리지 못했던 진정한 의미의 호사. 검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검에게서 느껴지는 기세는 예사로운 수준이 아니었다.


-재건의 시대 이후, 오러의 개념은 체계화되었다. 현재 1성, 2성, 같은 개념으로 구분하는 것 역시 그때부터 내려오는 방식이지.


이 한 문장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시안은 수도 없이 질문을 던졌다. 재건의 시대가 무엇이냐, 개념이란 무슨 말인가, 체계화는 어떤 의미인가?


끝도 없는 질문들, 하나 검은 불평 하나 없이 차근차근 설명을 이어 나갔다. 단순하게 설명할 수 있는 개념과 체계화를 먼저 설명한 뒤 ‘재건의 시대’에 대한 내용으로 넘어갔다.


-재건의 시대는 역사에 해당하는 개념이다.

-개념이란 말은 그렇게 쓰이는 거군.


검은 내심 빙긋 웃으며, 재건의 시대에 대해 설명했다. 역사학도가 되는 것도 아니고, 자세한 이야기는 어차피 염제나 미샤가 교육할 것이다. 그러니 최대한 단순하고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로 구성한다.


-세계의 시작이 언제인지는 불투명하다. 모든 게 모호하고, 그것이 실존했는지도 의심스러웠던 시간을 우리는 ‘대혼돈의 시대’라고 부른다.


신화 속의 존재들이 날뛰던 시기이기도 했다. 신과 신들의 피조물이 만들어 낸 끔찍하기 그지없었던 수백 년의 전쟁.


- 재건이란 말은, 다시 만든다는 것을 뜻하는 말. 재건의 시대는 그 이후 폐허가 된 세계를 다시 만들었던 시대를 뜻한다.


현재 인류 문명의 부흥기를 이끈 중요시대로 손꼽히기도 했다.


-평화롭기만 했던 시대는 아니다. 인간은 나라를 세웠고, 신들의 전쟁은 끔찍한 부산물을 낳았다.


몬스터라 불리는 괴물들. 그리고 그것들을 이끄는 신의 피조물 드래곤. 또한 마신의 잔재인 마족까지.


-인간들은 서로 싸우지 않았나?


꽤 날카로운 질문에 검은 헛웃음을 흘렸다. 그의 말이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종의 명운을 걸 정도의 전투는 일어나지 못했다. 마족과 몬스터는 그만큼 두려운 존재였다.

첨예한 대치를 이어가던 인간과 적대세력은 결국 크게 부딪치고 만다.


그것이 ‘대전쟁의 시대’라고 불리는 시간대.


그리고 여기에서 오러라는 힘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원래는 특이한 능력 정도로 여겨졌던 모양이지만, 실제 전쟁이 발생한 뒤로 오러능력자에 대한 인식 자체가 뒤바뀌었다.


몬스터의 신체 능력은 기본적으로 인간을 상회한다. 마족은 말할 것도 없다. 인간은 약자일 수밖에 없었지만, 수와 지혜로 간신히 버텨나가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오러라는 힘이 그 열세를 우세로 뒤바꾸었다.


역사의 설명은 여기까지-


-네가 태어나면서부터 몸에 지닌 오러는 바로 그러한 힘이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힘.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벗어나게 하는 특별한 힘


-네 전생은 생체골렘이었다고 했었지? 괴로우면 말하지 않아도 되지만, 묻고 싶군. 네 특징은 무엇이었나?

-특징?

-음, 네 주변에 있었을 골렘, 아니 동료들과 비교해 뛰어났던 점 말이다. 굳이 동료들과 비교하지 않아도 된다. 네가 상대했던 적과 비교해도 좋아.


검은 섬세하게 말을 골랐다. 전생이 생체골렘이었다는 점이 어떤 상처로 다가올지 짐작조차 하지 못했기에 신중하게 접근한 것이다. 다만, 시안에겐 그 정도의 섬세함은 없었다.


따뜻한 가정에서 회복하곤 있다지만, 그는 아직도 감정적으로 메말라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마치 제3자라도 된 것처럼 전생의 자신, 생체골렘 19호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움직임이 빨랐다. 대우림 강철 원숭이의 힘줄을 썼다더군.


검은 흉측하기 그지없는 대우림 특유의 몬스터를 떠올렸다가 서둘러 고개를 젓곤 질문을 이어 나갔다.


-주 무기는?

-드레이크의 이빨로 만든 단검.



그 무기는 마지막까지 사용했다. 최종 개조땐 팔에 접합해버리기까지 했으니, 개천교 측에서도 효용성을 인정받은 게 아닐까 싶었다.


검의 질문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어떤 싸움 방식을 선호했는지, 이미지를 그려보라고 하기도 했고, 검을 어떻게 휘둘렀는지도 떠올려보라고 했다.


언어를 통해 주고받는 정신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시안에게 처음 있는 일. 생소했던 작업이지만, 상대방과 계속해서 대화를 나눈다는 게 그의 흥미를 자극했다. 어쩌면 즐거움을 느낀 것인지도 모른다.


-과연, 염제를 목표로 한 작전에 괜히 뽑힌 건 아니었군.


대화와 이미지만으로 견적이 나온 듯했다.


-염제의 무공은 네가 익힌 전투와는 차원이 다르다. 무학의 깊이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19호의 전투는 굳이 비교하자면 암살자에 가까웠다. 빠르고 예상하지 못한 경로로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고 회피하는 방식이다. 하나, 염제의 무공은 지독할 정도의 정공법이다. 강력한 힘으로 상대를 쓸어버리는 방식.


그러나 그 차이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검이 없었다면, 그 차이에 혼란을 겪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염제는 시안이 다른 전투법을 익히고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을 테니까. 검은 양자를 잇는 징검다리가 되어줄 수가 있었다.


다른 전투법을 익히고 있다는 건, 단점이 아니다. 장점이 될 수 있었다.


차근차근 세워지는 계획.


시안을 위해 두 대가(大家)가 혼신의 힘을 다해 밤낮으로 교육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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