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치킨이 더 강한 먼치킨을 낳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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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탄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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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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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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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DUMMY

20화.


오러를 체외로 분출하는 것은 처음. 막연히 ‘불타는 무언가’가 세맥을 따라 돌아다니고 있다고 느꼈을 뿐, 그게 눈앞에 드러나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마법사도 아닌데, 불을 손으로 뿜는다니 꽤 충격적인 광경이다.


물론, 아직 실용성은 부족했다.


불꽃은 손가락 마디 하나 정도의 길이에 불과했고, 몸에서 떨어뜨릴 수도 없었다. 유일한 장점은 손가락 위로 불이 일렁이는데도 뜨겁지 않다는 정도에 불과했다.


“축하해. 아들.”

“2성?”


미샤와 한껏 기쁨은 만끽한 레이첼이 시안에게 다가왔다. 레이첼은 고개를 끄덕이며 2성의 코어로 할 수 있는 일을 언급했다.


“코어가 두 개니까, 하나는 체내의 순환에 이용하고 다른 하나는 외부로 분출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를 가지게 되는 거야.”

“흐응.”


시안은 흥미롭다는 듯 촛불처럼 일렁이는 오러를 바라보았다.


“우리 오러는 특별하니까 조심하는 게 좋단다. 정말로 물질을 태울 수 있으니까, 함부로 오러를 쓰는 건 금지.”


시안은 신중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당장, 이 주변의 가옥들은 대부분 목재였으니 더욱 조심해야 했다.


“검, 검에는 어떻게 씌워요?”

“그건 3성부터.”


뭔가 배신당한 기분이다. 힘을 키우면 가능할 줄 알았건만. 시안의 표정에 풋하고 웃은 미샤였고, 레이첼은 웃음을 삼키며 설명했다.


“2성으로는 오러를 분출하는 범위가 한정돼 있어.”


고작해야 주먹을 감쌀 정도다.


시안은 흥미롭다는 듯 주먹을 움켜쥐고 오러를 이동시켰다. 은은히 붉은빛으로 달아오르는 주먹. 농도는 옅고, 그 상태를 오래 유지하니 배가 뻐근해지고 머리가 아파왔다.


갓 코어를 만든 주제에 이렇게 응용까지 하는 건 그 자체로 묘기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응용력이야 어쨌건, 지금의 시안에겐 휴식이 필요하다. 작열의 오러로 코어를 만들었다면, 내상이 생겼을 게 분명하니까.


설탕을 듬뿍 넣어 만든 과일청에 뜨거운 물이 담긴다. 달콤한 향이 은은히 퍼져나간다. 가만히 의자에 앉아 있던 시안의 발이 묘한 리듬을 타고 움직인다.


그 모습을 보며 미샤는 간신히 웃음을 참았다. 무뚝뚝하고 반응 없어 보이는 도련님이었지만, 확실히 ‘단맛’을 좋아한다. 아이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할 수 있을 반응. 본인은 아마 티를 내고 있다고 생각하지도 못할 것이다.


“가끔은 수련 시간에 노는 것도 좋죠?”


미샤가 차를 건네며 묻자 시안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왜 좋아?”


진지한 물음에 오히려 미샤가 당황할 정도였다. 레이첼이 그토록 공을 들였건만, 아직도 이 반응이다. 어떻게 여섯 살짜리 꼬마가 수도승처럼 구는지, 아마 본가의 별종들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도련님은 어떻게 살고 싶으세요?”


저도 모르게 그런 질문을 건네고 만다.


시안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가, 고개를 깜찍하게 기울인다. 한 살 더 먹었음에도, 개구쟁이라기보단, 옛날 레이첼을 보는 것처럼 한층 더 요염해진 것 같다.


“음, 지금처럼?”


묘하게 현기가 깃든 것 같은 말에, 미샤의 말문이 틀어막힌다.


“도련님은 지금이 좋으세요?”

“응, 좋아.”


표정의 변화 하나 없었지만, 그 진심만큼은 느껴졌다. 그 말에 미샤의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고 만다. 시안에게 행복을 주고 싶다는 레이첼의 바람이 통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할 테니까.


“도련님은 행복하시네요.”

“행복?”


그 말이 무슨 말인지는 아는데, 자신과 연관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시안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던 시안은 곧 그 말이 맞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응, 행복해.”


객관적인 진실을 건조한 어투로 선언하듯 말한다. 그게 시안다워서 미샤는 웃어버렸고, 뒤늦게 나타난 레이첼은 말 그대로 행복한 표정으로 시안의 볼을 자신의 뺨으로 문질렀다.


그야말로 꼭 닮은 모자가 한 앵글에 잡히니 그것만으로 눈이 정화되는 것 같은 기분이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미샤는 레이첼을 닦달해 식사 준비를 시작했다. 오늘은 기념할 만한 날이었다. 시안이 2성의 경지에 접어든 순간이었으니까. 저 아트라 검가에서도 이날만큼은 잔치를 열어주곤 했다.


시안이 덜컥 성공해 버려서 뭘 충분히 준비할 시간은 없었지만, 그래도 세 사람이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그걸로 족하지 않나 싶었다.


“고생했어, 시안.”


경쾌한 소리를 내며 부딪치는 유리잔. 시안의 것은 노검각에서 얻어온 고급 과일 음료였고, 미샤와 레이첼의 것은 포도주였다.


황홀한 빛깔의 금빛 액체가 맑은소리와 함께 유리잔에 담긴다.


“후후, 맛있을 거예요. 분하지만, 제가 만든 과일청하고는 비교도 안 될 테니까.”


시안의 시선이 유리잔으로 쏠리자, 미샤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로 고급품이다. 레이첼이 임무의 보상으로 받은 걸 지금까지 아껴두고 있었다.


옛 케이온 제국의 황실에도 납품되었다고 하는 ‘황금의 눈물’이라는 이름의 음료수. 남부의 과일을 비전의 방법으로 만든 것이란다.


그러나 정작, 시안이 눈을 못 때는 건 주스의 빛깔이 아름다워서가 아니었다.


[유리(최고급)]

[분해 가능]


선명한 꼬리표가 붙은 유리잔 때문이었다. 이 재료는 꽤 희귀한 축에 속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유리로 목검을 강화할 수는 없는 일. 왠지 아쉽긴 해도 어쩔 수 없다. 특히, 이걸 분해했다간 아마 미샤가 울 것 같았다.


레이첼이 엄마라면, 미샤는 이모 정도는 되는 느낌, 시안에게 소중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분명했다. 그 사람이 울상짓는 걸 보고 싶진 않았다.


경쾌하게 잔을 부딪치고 음료를 입에 머금는다.


시안의 눈이 부릅떠진다.


맛있다.


미식과는 연이 없기에 당장 떠오른 생각은 그게 전부였지만, 그 말은 곧, 황금의 눈물이 시안 같은 이에게도 호소할 정도의 엄청난 맛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경쾌하게 터지는 탄산의 촉감. 하지만 입을 얼얼하게 하는 대신 청명한 기운이 퍼져 입안을 싱그럽게 만든다. 목을 타고 내려가는 액체는 부드럽게 목을 휘감았고, 그 청량함에 전율하게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 액체는 마치 몸에 스며드는 것만 같았다. 목을 넘어 배로, 배에서 다시 단전으로-


“어?”


정확히 말하면, 액체가 직접적으로 단전으로 향했다기보단 황금의 눈물이 품고 있는 기운이 움직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시안의 단전 곳곳에 남은 상처에 스며들었다.


고통에 무던한 시안이었지만, 상처가 남아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그러나 이 액체는 그 상처를 놀랍도록 빠르게 치유하고 있었다.


“어머, 느끼셨어요? 역시 예민하네.”


미샤는 싱긋 웃었다.


“황금의 눈물은 그 자체로 영약의 범주에 들어가기도 하니까요. 자연치유력을 높이는 효과를 지니고 있죠.”


맛만 있어서 비싼 게 아니란 이야기다. 시안의 눈이 흥미로 가득 찼다. 유리잔이 아닌, 유리잔이 담고 있는 액체를 바라본다.


[황금의 눈물]

[분해 가능]


저 ‘분해 가능’이라는 글자가 그렇게 감미로워 보일 수가 없다. 시안도 놀라게 할 정도로 감미로운 음료였지만, 그건 그거다. 시안은 은근슬쩍 권능을 사용해 파편을 모아두었다. 이걸로 당장 장비를 강화할 순 없었지만,


‘그렇다고 권능이 장비를 만드는 데에만 쓸 수 있는 건 아니겠지.’


권능의 이름은 어디까지나, ‘분해’와 ‘합성’이었으니까.


분명 활용도가 있을 것이다.


[황금의 눈물의 파편 x1]


시안은 오직 시안만 볼 수 있는 그 파편을 권능의 창고에 집어넣었다.


**


다음날부터는 2성의 힘을 활용한 수련이 시작되었다.


출력 자체가 다르다.


시안은 처음 느껴보는 쾌감에 중독될 것만 같았다. 같은 동작을 해도 속도가 배는 빨라졌고, 그것에 실리는 힘은 이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시안은 2성 무인인 베인을 이겼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얼마나 황당한 일인지를 깨닫게 된다.


‘얼마나 힘을 제대로 못 다루면 나한테 진 거지?’


라는 생각이 절로 떠오를 정도였으니까.


시안은 아트라의 운공체조를 시작했다. 주먹을 뻗고 거두고 다리를 올리고 내리는 일련의 동작들. 의도적으로 오러를 최대치로 사용하니 손끝에서 오러가 희미하게 일렁이는 게 느껴졌다.


허리를 뒤틀어 발을 내뻗는 동작이 허공을 가른다. 그리고 그 궤적을 따라 불길이 잔상처럼 흩날렸다. 염제의 것처럼 오래 지속되진 않으나, 시안의 공격에 ‘불’이라는 속성이 포함된 건 확실해 보였다.


다만, 아직은 한계가 있었다.


검의 표면으로 오러가 흘러나올 정도는 아니다. 시안은 아쉬움에 목검의 표면을 바라보았다. 시안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뻔해서 레이첼은 쿡쿡 웃었고, 달라진 게 없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수련용으로 세워둔 목각인형.


레이첼은 그것을 때려보라고 말했다. 단단한 소재로 만들어졌지만, +2 목검을 부단히 휘두른 덕분에 인형의 전신에는 상처가 가득했다. 목검이 묘하게 예리하다며 레이첼이 신기해했지만, 다행히 그 이상은 조사하지 않았다. 아무리 레이첼이라고 한들, ‘권능’에 대해서 설명하려면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시안은 정심검법-개량형을 사용했다. 휘둘러지는 검무는 꽤 그럴듯한 수준에 올라 있었다.


연속해서 틀리는 타격음, 시안의 검은 멈추지 않았다. 정심검법으로는 점화를 활용할 수 없다. 그러나 마치 점화를 한 것 같은 폭발력이었다.


시안은 숨을 고르며 검을 거뒀고, 입가엔 희미한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만족할 수밖에 없겠지. 레이첼과 검은 흐뭇한 표정으로 시안을 바라보았다. 성실히 노력한 수련자의 성장은 대가들에게도 기꺼운 일이다. 더구나 두 사람, 아니 한 사람과 검에게 있어 시안은 제자나 마찬가지였다.


시안은 연이어 멸염아를 준비했다. 가장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인 초식. 화령검은 이그니션 로드와 연결되는 무술이기에, 그 체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단전에서 오러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코어가 차지하는 면적은 1성 때와 비교하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 상황이다.


삽시간에 점화가 일어났으며, 그 반응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었다. 시안은 퍼져나가는 오러를 손끝으로 인도했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외력이 검을 밀어냈다.


추진력을 담은 찌르기.


그러나 이전과는 다른 현상이 뒤따랐다.


시안의 손끝에서 오러가 희미하게 새어 나오고 있었던 것. 시안이 그리는 것은 직선. 누구보다 빠르게 목표에 도달하는 한 점의 찌르기. 그런 시안의 의도에 새어 나온 오러마저도 반응해, 그 힘을 모조리 추진력으로 삼았다.


빠악!


뭔가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시안의 검은 목각인형을 그대로 꿰뚫어 버렸다.


2성 코어, 그리고 이그니션 로드를 감안해도, 설마 저 인형을 ‘뚫어’ 버릴 것이라곤 생각조차 하지 못한 레이첼. 경악을 금치 못했다.


‘대체 오러가 얼마나 많은 거지?’


멸염아를 사용하는 데에도 오러가 남아 잔상처럼 흩날리다니, 검술의 창시자인 레이첼조차도 예측하지 못한 반응이다.


레이첼은 서둘러 움직였다. 결과가 눈에 훤했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시안에게 다가간 순간 시안의 손을 떠난 오러의 불씨가 목각인형과 목검에 달라붙기 시작했다.


레이첼은 안색이 변해 서둘러 시안을 떼어냈다.


화르륵,


불씨는 목재를 휘감았다. 시안은 당황하고 말았다. 설마, 작열의 오러는 검을 떠날 수 없으며, 설사 분출된다고 하더라도 힘없이 스러진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레이첼은 황급히 시안이 만든 불에 간섭했다. 염제라는 칭호처럼 그녀는 불을 일으키는 것뿐만 아니라, 불을 다스리는 것 역시 최정상에 다다른 인물.


다행히 불은 커지지 않고 꺼져갔다. 시안도 손목이 살짝 얼얼할 뿐 외상을 입진 않았다.


그렇지만 목각인형은 상처에 더해 탄 자국까지 남은 볼품없는 외형이 되고 말았고, 시안의 +2 목검 역시 그슬린 자국 정도만이 남을 뿐이었다.


시안은 안도했지만, 검게 탄 목검의 모습에 왠지 가슴이 아파왔다.


“걱정마렴, 엄마가 깨끗하게 고쳐줄 테니까.”


목검을 고친다고? 그게 가능한가 싶어 시안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며칠 뒤, 레이첼이 소녀 같은 표정으로 다가왔다.


정확히는 고쳤다기보단 그을음을 닦아낸 정도였다. 아무리 목검이라지만 시안이 아끼는 유일한 물건이기에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다. 다행히 시안은 깨끗해진 정도로도 만족한 모양이다. 목검 주제에 어찌나 단단한지, 불에 그슬렸음에도 그다지 티도 나지 않았다.


그러나, 추세를 보면 이제 목검을 사용하긴 힘들어 보인다. 시안은 저점 외부로 작열의 오러를 분출하기 시작했으니까.


좀 이르지만, 진검을 사줄 필요가 있을까?


레이첼은 곰곰이 고민하다가, 곧 묘안을 떠올렸다. 문제는 그 묘안이 꽤 고가여서 미샤에게 잔소리를 들어야 했지만-


**


“짠, 이거 봐라?”

“이게 뭔데?”

“인첸트 스크롤.”


레이첼은 가슴을 내밀며 스크롤에 대해 설명했다.


마법사들이 만든 마법이 깃든 물건이라는 것, 스크롤을 찢으며 대상을 지정하면 대상에게 마법을 부여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담긴 건 불에 대한 저항력을 강화하는 마법이야.”

“그럼?”

“그래, 시안이 검에 인첸트를 해 볼 거예요.”


시안의 눈이 흥미로 달아올랐다.


두 번이나 강화한 목검을 잃는 것은 왠지 아쉬웠으니까.


그리고 시안이 스크롤을 본 순간, 그의 권능이 시안에게 신호를 보냈다.


저 스크롤 역시 ‘합성’의 소재가 될 수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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