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춘해서 미국 탑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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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
작품등록일 :
2024.08.29 11:01
최근연재일 :
2024.09.08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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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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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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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싱글 스트로크

DUMMY

아, 뉴욕.

자유의 여신상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도시.

센트럴 파크와 타임스 스퀘어의 도시.

전 세계 사람들은 뉴욕을 칭송하지만, 그곳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던 요한은 뉴욕에 좋은 기억이 없었다.


‘국수 가락처럼 얇은 팔을 가진 동양인 범생이였으니까.’


요한은 짧은 한숨을 쉬었다.

그가 다니던 셰이머스 고등학교의 모습은 요한이 기억하던 그대로였다.

90년대 하이틴 시트콤에 등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장소였다.

고등학교의 로고가 새겨진 야구점퍼를 입고 돌아다니는 덩치 큰 미식축구부원들.

불량배들에게 안겨 키스하고 있는 예쁜 치어리더들.

인생이라는 하이틴 시트콤에서 요한이 주로 맡았던 배역은 불량배들에게 시비가 걸려 사물함에 갇히곤 하는 동양인 범생이였다.


‘이날도 기억나네. 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안 되어서 동아리 활동을 선택해야 했었지.’


요한은 간밤에 작성했던 입부신청서를 들여다보았다.

그는 원래 체스클럽에 들어가려고 했었다.

체스에 특별한 애정이 있었다기보다는, 다른 동아리 특유의 사교적인 활기참이 싫어서였다.

막상 체스클럽에 들어가고 나니 체스보다는 다른 보드게임을 더 자주 하게 되었고, 금요일 저녁마다 모여서 즐기는 던전 앤 드래곤의 밤은 나쁘진 않았었다.

물론 체스클럽에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불량배들의 괴롭힘이 더 심해지긴 했지만.


‘하지만, 체스는 이제 할 만큼 했어.’


하지만 인생을 다시 살 기회가 주어진 지금, 요한은 또다시 괴롭힘당하는 동양인 범생이로 학창 시절을 보내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요한은 작성해온 체스클럽 입부신청서를 찢어버리고 쓰레기통에 넣었다.

요한은 셰이머스 고등학교에서 4년을 보냈지만, 동아리들에 대해서 잘 몰랐다.

그때는 동아리 활동에 흥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요한은 드럼을 마음껏 칠 수 있는 동아리에 지원하기로 결심하고 어떤 동아리들이 있는지 찾아보기로 했다.

그러던 중 요한은 문득 다른 동아리들과는 차원이 다르게 크고 화려하게 치장된 광고판을 발견했다.


[드럼라인에 합류하세요!]

<셰이머스 마칭밴드 신규부원 모집 중>


마칭밴드는 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취주악단을 말했다.

미식축구 경기 도중 하프타임에 나와 화려한 제복을 입고 신들린 연주로 관객들의 혼을 쏙 빼놓는 그런 밴드였다.

언젠가 아버지와 미식축구 경기를 보러 갔을 때, 미식축구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마칭밴드는 너무 멋있어서 넋을 놓았던 적이 있었다.


“체스클럽보다는 마칭밴드 쪽이 100배는 더 멋지지!”


요한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마칭밴드 신규 모집 포스터를 따라 모임 장소로 향했다.

과연 자신이 그런 엄청난 일을 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은 없었다.

요한은 이미 인생에서 자신이 원하는 건 뭐든지 바로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일단 무조건 도전한다.

꿈을 실현하는 게 불가능하다면 그만두면 되는 것이다.

실패가 두려워서 도전조차 하지 않는 일은 요한에게 더 이상 없었다.


요한이 약속 장소였던 빈 교실에 도착하자, 그곳에는 벌써 여러 명의 신입생이 모여있었다.

서로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신입생들은 묵묵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어색한 기류가 흐르고 있는 그곳에 요한도 의자를 끌어와서 자리에 앉았다.

인원이 제법 모인듯하여 보이자, 함께 있던 푸는 눈동자가 똘망똘망한 금발의 백인 남학생이 어색한 말투로 일어나 말했다.


“제법 모인 것 같은데, 신입생들끼리 통성명이나 할까? 나는 올리버 루이스라고 해. 올리라고 불러줘. 밴드에서 트롬본을 연주하기를 바라고 있어.”


올리는 쾌활한 코크니 억양으로 인사하며 손을 내밀었다.

누군가 단 한 사람이라도 그 손을 잡아주길 바란 것 같았지만, 불행히도 반응은 싸늘했다.

다른 신입생들은 대체 이놈은 뭐 하는 놈인가 하는 표정으로 쳐다봤을 뿐, 여전히 교실 안은 정적으로 가득했다.

올리가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을 보니 요한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하는 수 없이 요한은 자신이 나서서 올리의 손을 잡아 악수했다.


“나는 고요한이야. 나는 여기 드럼 치려고 왔어.”


“오, 드럼이라고? 밴드의 드럼메이저를 노리는 거야?”


“그게 뭔데?”


요한의 대답에 올리는 요한을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드럼메이저라는 건 마칭밴드에 입단하려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할 상식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고작 5분 전에 충동적으로 마칭밴드의 부원이 되기로 결심한 요한은 그걸 알지 못했다.


“나는 그냥 드럼 치러 온 거야. 마칭밴드에 대해서는 전혀 몰라.”


그때 갑자기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어쩐지 비웃는 의도가 분명한 웃음소리였기에 요한과 올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밝은 갈색 피부에 검은 긴 생머리가 매력적인 여학생이 웃고 있었다.


“그런 태도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드럼메이저가 될 수 없을걸?”


“그럼 너는 드럼메이저가 뭔지 알아?”


“당연하지. 아마 너를 제외한 여기 있는 모든 신입생이 알고 있을걸.”


요한이 올리에게 고개를 돌려 그게 진짜냐는 시선으로 쳐다보자, 올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드럼메이저는 마칭밴드의 사령관이라고 할 수 있어. 앞서 말한 것처럼 아무나 될 수 없는 건 말할 필요도 없고, 저기 이름이···?”


“루스야. 루스 마르티네스. 나는 드럼메이저가 되는 게 목표야.”


요한은 루스가 기운차게 내민 손을 맞잡았다.

세 사람이 통성명하는 모습에 감명받았는지, 나머지 신입생들도 쭈뼛거리며 자기소개를 시작할 찰나였다.

누군가 문을 걷어찼는지 큰 소리를 내며 문이 벌컥 열렸다.


“전원 기립!”


“누가 건방지게 선배 앞에서 자리에 편히 앉아있어?”


“신참들 꼬락서니 봐라! 빨리빨리 움직여!”


범죄 현장을 급습하는 SWAT 팀처럼 갑자기 들이닥친 선배 학생들에게 신입생들은 완전히 겁을 집어먹고 말았다.

선배들은 있는 대로 윽박지르며 신입생들을 한 줄로 서게 했다.

아마도 그런 공포스러운 대우를 태어나서 처음 당해봤을 어린 학생들은 겁이 나서 그저 서로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이미 대한민국에서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전역하며 군대 문화에 익숙한 요한은 별달리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저 귀엽게만 보였다.

그래봐야 고작 십 대 소년들이 무섭게 보이기 위해 미간에 힘을 주고 고함을 지르고 있었을 뿐이니까.

반백의 나이에 세상만사의 평지풍파를 겪을 만큼 겪었던 요한에게는 그저 귀엽게만 보일 뿐이었다.

신입생들이 일렬로 정렬하자 머리를 군대식으로 삭발한 한 흑인 학생이 앞으로 걸어 나와 외쳤다.


“내 이름은 다리우스다. 너희 신입 부원들의 교육을 맡았지. 나와 함께 생활하면서 이거 하나만 지키면 나와 부딪칠 일은 없을 거다. 선배는 하늘이고 후배는 무조건 선배 말에 복종해야 한다! 다 같이 복창해라!”


“서, 선배는 하늘···.”


“목소리가 작아! 하나도 안 들리잖아! 더 크게 못 해?”


“선배는 하늘이고 후배는 무조건 선배 말에 복종한다!”


학생들은 겁에 질려 덜덜 떨며 목이 쉬도록 소리쳤다.

하지만 요한은 요령 있게 티 나지 않도록 적당히 립싱크하며 힘을 아꼈다.

국수 가락처럼 가는 팔을 가진 동양인 범생이의 체력으로 있는 힘껏 소리쳤다가는 밴드에 입단하기도 전에 기절해버릴 수도 있었다.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게 만들어 신입생들의 진을 빼놓은 다리우스는 이제 한 명씩 상대하며 자존감을 짓누르기로 마음먹은 모양이었다.

그 첫 타자는 요한과 가장 먼저 통성명했던 올리였다.

올리는 제삼자가 보기에도 한없이 불쌍해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리우스는 엄격한 목소리로 물었다.


“신참. 이름이 뭐지?”


“올리버 루이스입니다! 선배님.”


“하! 이것 봐라! 우리 밴드에 메리 포핀스가 들어왔군! 너도 연습 도중에 차 마시는 시간을 달라며 연습을 방해할 텐가?”


“아닙니다! 선배님!”


“그러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그 망할 티타임에 홍차를 코로 들이켜야 할 테니까!”


다리우스는 신입생 한 명 한 명 앞에 서서 맞춤형 인신공격으로 기가 죽게 했다.

느긋한 걸음으로 다리우스는 루스의 앞에 멈추어 섰다.


“이름이 뭐지?”


“루스 마르티네스입니다! 선배님.”


“그래. 마르티네스 양. 아무래도 올해의 G.I.제인은 너인 것 같은데. 네가 이 밴드에 들어올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


루스를 대하는 다리우스의 말투가 비교적 부드러웠기 때문에, 다른 신입생들은 차별 대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오해는 금방 풀렸다.

루스가 뭐라고 대답하려 하는 순간, 다리우스는 침이 튈 만큼 바짝 얼굴을 들이밀고 있는 힘껏 고함을 내질렀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든 상관없어! 너희 신입생들은 전부 쓰레기다! 재능도 없고 의욕도 없는 쓰레기들!”


무슨 드웨인 존슨인 줄 알았네.

요한은 다리우스의 놀라운 퍼포먼스에 감탄했다.

이제 요한의 차례였다.

다리우스가 요한 앞에 서자마자, 뜬금없이 그는 공손하게 손을 모아 인사를 했다.


“곤니찌와. 아니면 니하오던지. 관심 없어. 내가 제일 싫어하는 부류의 놈이 들어왔군. 라커룸에 마늘 냄새나 풍기게 만들겠지.”


인종차별적 언사였지만 솔직히 요한은 별 감흥이 없었다.

이 정도 인종차별은 동양인 범생이로 4년간의 고등학교 생활하는 동안 질리도록 들었던 모욕이었다.

요한은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 사실 저는 한국인인데요.”


“뭐?”


“곤니찌와랑 니하오는 일본어랑 중국어잖아요? 선배님께서 제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모르시는 것 같아서요.”


신입생들은 물론 선배 그룹까지 술렁이기 시작했다.

선배들은 요한이 이런 고압적인 상황에서 태연한 목소리로 말대꾸하며 다리우스의 잘못을 지적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마치 엄청난 금기를 저지른 듯한 분위기였지만, 요한은 여전히 태연했다.


빡빡 깎은 다리우스의 머리통에 두드러진 힘줄이 꿈틀거리는 게 보였다.

속으로 분노를 삭이고 있다는 표정으로 다리우스는 미동도 없이 요한을 노려보았다.


“지금 나랑 한번 해보자는 거냐? 신참.”


요한은 대답하지 않았다.

루스가 앞서 골탕먹었듯이, 요한이 입을 여는 순간 다리우스가 다시 고함을 지를 거라는 사실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다리우스는 요한이 대답하지 않는 이유가 자신에게 겁먹었기 때문이라고 오해했다.

그는 요한의 가느다란 팔을 보며 비웃었다.


“너한테 어울리는 체스클럽으로 돌아가는 게 어때? 이곳은 너한테 너무 거친 곳일 것 같은데.”


요한은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침묵의 의미를 요한이 꼬리 내린 것으로 잘못 이해한 다리우스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몸을 돌렸다.


“나는 이 중국 놈이 일주일 안에 관둔다는 데 10달러 걸겠어. 너희들 생각은 어때?”


다리우스는 다른 선배들에게 보란 듯이 물으며 계속 요한을 조롱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요한도 계속 침묵을 지키지 않았다.


“선배는 멍청하네요.”


순식간에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몇몇 신입생들은 너무 기겁한 나머지 저도 모르게 헉하는 소리를 냈다.

다리우스는 놀란 표정으로 천천히 다시 요한에게 몸을 돌렸다.

설마 자신에게 이렇게까지 건방지게 굴 수 있는 신입생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너 지금 뭐라고 그랬어?”


“선배가 멍청하다고요. 방금 제가 일본인도 아니고 중국인도 아니라고 말한 지 얼마나 되었죠? 고작해야 30초 지났나? 그런데 벌써 그걸 까먹고 또 저를 중국인이라고 불렀잖아요?”


“그건 상관없···!”


“그래요. 그래. 저도 알아요. 신입의 사정이 어떻든 내 알 바 아니라는 거죠. 하지만 조금 전에 알려줬는데도 딴소리하면 그냥 바보같이 보여요. 신입생들을 겁주실 생각이라면 다른 방법을 쓰시는 게 좋겠어요.”


다리우스의 위압감에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태연하게 조언까지 하는 요한에게 선배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다리우스는 분노로 미간을 꿈틀거리며 요한에게 바짝 얼굴을 들이댔다.


“네가 그렇게나 잘났다고 생각해?”


“당연하죠. 저는 10대 청소년이잖아요? 십 대에게 자존감을 빼면 뭐가 남는다고요.”


요한을 노려보던 다리우스는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다른 선배들에게 턱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선배들은 마칭밴드에서 쓰이는 악기를 한 종류씩 가져오기 시작했다.

고함과 윽박으로 신입생들의 기를 죽여놨으니, 이제 실력으로 기를 죽여놓을 생각인 모양이었다.


마칭밴드에 지원하긴 했지만 이제 고작 고등학교에 막 입학한 9학년 신입생은 대부분 악기를 잘 다루지 못했다.

친절하게도 요한에게는 다리우스가 직접 악기를 가져다주었다.

흔히 마칭 스네어, 혹은 필드 드럼이라 불리는, 마칭밴드에서 쓰이는 어깨끈이 달린 휴대용 스네어 드럼이었다.


“8비트 싱글 스트로크. 드럼 주법의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지. 이 정도도 못하면 가망이 없다고 봐야지. 해봐.”


다리우스는 할 테면 해보라는 표정으로 팔짱을 끼며 요한을 노려보았다.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싱글 스트로크는 드럼 루디먼트의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당연히 요한은 그 정도는 눈을 감고도 할수 있었다.

보란 듯이 과제를 달성해서 다리우스를 놀라게 할까 하다가, 요한은 문득 재미난 생각이 떠올랐다.

첫 대면부터 첫인상이 좋지 않았던 다리우스를 골탕 먹일 계획이었다.


“말씀 도중에 죄송한데, 스트로크는 배드민턴에서 쓰이는 용어 아닌가요?”


“뭐? 아니! 스트로크 주법 말이야! 밴드에서 드럼을 치겠다고 왔으니 그 정도는 알 것 아니야?”


기가 막힌 표정으로 되묻는 다리우스에게 요한은 순진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요한은 마칭밴드에 입단하고 싶다면서 드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생을 연기하기로 했다.

다리우스를 제대로 골탕 먹이기 위해서.


“그냥···. 망할 드럼 스틱이나 쥐어.”


다리우스에게 드럼 스틱을 건네받은 요한은 일부러 초보티를 팍팍 내며 스틱을 마치 포크와 나이프처럼 쥐었다.

요한은 실제 대중 앞에서 공연이 가능할 만한 실력자였고, 그랬기에 실력자들이 초보들의 어떤 행동에 답답함을 느끼는지 잘 알았다.

아니나 다를까, 요한의 이상한 그립에 다리우스는 곧장 반응해왔다.


“이게 아냐! 지금 무슨 밥 먹으러 왔냐? 스틱은 세 손가락으로만 잡고, 나머지 손가락은 그냥 덮는 거야! 손등은 위로 향하고! 내가 왜 이런 기본적인 것까지 가르쳐줘야 하는 거야?”


다리우스는 이제 완전히 요한이 드럼 초보자라고 믿는 모양이었다.

자세를 교정해줘도 여전히 이상한 자세로 초보자티를 내는 요한에게 다리우스는 말했다.


“이런 기본적인 비트도 연주하지 못하면, 앞으로 일주일간 창고의 드럼들을 혼자서 닦게 할 거니까 각오해 두는 게 좋을 거다.”


걸렸다.

요한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얼른 다리우스에게 물었다.


“만약에 제가 해내면요?”


“뭐?”


“내기라는 거 원래 그렇잖아요.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당돌한 요한의 물음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던 다리우스는 비웃음이 가득한 눈으로 요한을 보았다.


“네 생각에는 이게 쉬워 보였던 모양이지? 하긴, 그저 일정한 박자를 고르게 두드릴 뿐인데 그게 뭐 그리 어렵겠어? 안 그래? 좋아. 만약 네가 성공하면 네가 연주한 비트 빠르기만큼 신입생들에게 피자를 사주지.”


“카페테리아에서 파는 싸구려 말고. 살스에서 파는 제대로 된 피자로요.”


살스 피자는 길 건너에 있는 정통 이탈리안 피자집 이름이었다.

주방장이 진짜 이탈리아 출신이었기 때문에 정말 맛있는 피자를 파는 곳이었지만, 고등학교 학생의 용돈으로 주문하기에는 가격이 부담스러운 곳이었다.

기껏해야 학교 카페테리아의 냉동 피자로 때울 생각이었던 다리우스는 얼굴이 굳었다.

요한이 8비트 싱글 스트로크를 한 번에 성공하면 살스 피자 8판을 사줘야 할 판이었다.

이미 학생들 사이에서 장난삼아 내기로 걸만한 액수는 넘어섰다.

하지만 다리우스는 물러서지 않았다.

다리우스에게는 선배의 위엄이 걸린 일이었고, 드럼 스틱을 쥐어본 적도 없는 사람이 8비트 스트로크를 한 번에 성공할 리 없다는 믿음도 있었다.


“좋아.”


“그러면 도전을 받아들이죠.”


요한은 자신감 넘치게 웃으며, 바보같이 쥐고 있던 드럼 스틱을 튕겨서 레귤러 그립으로 고쳐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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