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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한
작품등록일 :
2024.08.29 15:49
최근연재일 :
2024.09.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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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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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 반쪽 비극 Ⅲ

DUMMY

#003. 반쪽 비극 Ⅲ


우리가 살던 도시와 너무나도 똑같은 모습의 도시를 배경 삼아 버스는 한적한 곳을 향해 계속 달려 나갔다. 당연히 도시 안으로 들어갈 거라 생각했던 나는 점점 멀어지는 도시의 모습을 보면서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했고, 영미 할머니와 덕호 할아버지도 불안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어디 가는 거지?"


"이쪽 방향이면··· 원래는 격리구였이 있던 방향인데···"


"격리구역?!"


버스 안의 사람들은 저마다 우리가 어디로 향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그중 몇 명의 사람들은 2 도시에선 격리구역이 있던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라고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몇몇 사람들은 길길이 날뛰면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했다.


"어이 기사 양반 우리 어디로 가는 거요?"


"격리구역으로 가는 건 아니지?"


급기야 어떤 노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버스 운전기사에게 다가가 물었고, 버스기사는 고개만 가로저을 뿐 어디라고 명확하게 답을 해주지 않았다. 답답함에 빠진 사람들은 한숨을 내쉬며 그저 창밖으로 멀어지는 도시의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고, 나와 같은 또래 혹은 더 어린아이들은 훌쩍거리거나 멍한 얼굴로 자리에 앉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화를 내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저기 뭐가 보이는데?"


그리고 그때 앞에서 어떤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손가락으로 앞 유리창을 가리키며 그 뒤로 아주 작게 보이는 창고 같은 모습의 건물을 가리켰다. 그리고 버스는 그곳으로 빠르게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격리구역은 아닌가 보군."


덕호 할아버지의 안심한 듯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격리구역'에 대해 학교에서 배운 적은 있지만 실제로 어떤 생활을 하는 곳인지는 알지 못했다. 그냥 보균자들을 모여사는 곳이며 병이 퍼지지 않게 관리하는 곳이라고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른들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내가 아는 것보다 훨씬 안 좋은 곳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 이제 도착했습니다. 전부 내리세요."


입을 꾹 닫고 아무 말도하지 않던 버스기사는 버스가 아까의 건물 앞에 도착하고 나서야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는 운전석에 앉아 빨리 내리라는 듯 손짓을 했고, 그러자 앞에 줄 사람들부터 느릿느릿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가지고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도 슬슬 가보자꾸나."


나와 동생은 자리에서 일어나 할아버지 할머니와 천천히 버스 통로를 걸어 밖으로 나갔다. 밖에서 본 아까의 건물은 정말 심플하기 짝이 없었는데 회색이라고 하기엔 어둡고 검은색이라고 하기엔 밝은, 무언가 어정쩡한 색깔에 작디작은 세로 창문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네모난 건물이었다. 높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넓게 지어진 어딘가 익숙한 형태였는데, 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여기서 지내는 건가 봐요?"


"흠··· 별로 마음에 안 드는데 말이야."


할아버지 할머니는 그런 건물을 바라보며 여러 생각에 잠긴 듯했다. 특히 덕호 할아버지는 눈살을 찌푸리며 계속해서 마음에 안 든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리고 그런 할아버지를 할머니가 그만하라고 말리기 시작할 때쯤, 어디선가 확성기 소리가 들리며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 번에 사로잡았다.


[아, 아. 2 도시 시민 여러분 잘 들리십니까?]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어느새 문이 열린 건물의 입구에서 양복을 입은 사람들, 치안대 복장을 하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런 사람들 옆에 서있는 몇몇의 내또래 아이들도 보였다. 확성기를 든 사람은 작은 키에 흰색 양복을 입고 있었는데, 투명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그런지 그런 그의 미묘한 미소가 특히 눈에 들어왔다.


[저는 여러분의 2 도시 정착 지원을 담당하게 된 '김창일' 부시장이라고 합니다. 혹시 필요하시면 앞으로 그냥 부시장님이라고 불러주시면 되겠습니다.]


"젊은 사람이 관상이 벌써 별로구만."


"그런 소리 좀 하지 마요."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덕호 할아버지는 알 수 없는 이유로 혀를 찼고 할머니는 한숨을 쉬며 그런 그를 또 말렸다. 나와 동생,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저마다 눈동자를 빠르게 굴리며 귀를 쫑긋 세우고 그런 그가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여러분은 이제부터 제 뒤에 보이는 임시 거주시설에서 머무시게 될 겁니다. 말 그대로 '임시' 거주 시설이라 나중에는 도시 안으로 들어갈 테니 염려 마시고요. 아··· 그리고 숙소 배정은 여기 옆에 있는 공무원들이 도와드릴 예정입니다. 오실 때 인원 별로 맞춰서 버스 타고 오셨죠? 앞에 이미 도착한 2인, 3인 그룹은 방배정이 끝났습니다. 여러분은 4인 그룹이라 이제 인원수에 맞춘 방을 배정해드릴 겁니다. 아마 조금은 좁다고 느끼실 수 있는데 잠깐이니까··· 예··· 아시겠죠? 조금 양해부탁드립니다.]


"그래서 버스를 나눠 태운 거였어?"


"그럴 것 같긴 했다만···"


부시장의 말에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손을 들고 질문을 하기 시작했고, 부시장은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보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다시 확성기에 입을 가져다 댔다.


[질문은 나중에 받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은 우선 방배정과 앞으로 일정에 대한 안내가 우선이니까요. 아··· 그래서 앞으로 여러분은 이곳에서 본인이 바이러스에서 완전 면역된 상태임을 증명하게 될 겁니다. 혹여 나중에 도시에 들어가셨다가 바이러스라도 퍼지게 되면 큰일이니까요. 만약 감염된 상태라면 이미 지금쯤 증상이 발현 됐겠지만··· 혹시 모를 일이니까요. 아~ 그렇다고 여러분이 뭐 보균자나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그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자 함이니 이해해 주시고요. 그리고··· 여러분들의 생활을 저희 공무원들이 도와드리겠지만 동시에 어느 정도 통제도 필요합니다. 아시다시피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되면 튀는 사람들이 나오기 마련이잖아요? 그래서 여기 옆에 계신 치안대 요원분들이 다소 여러분 생활에 간섭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통금시간이라던지 출입제한 구역에 대한 안내라던지 뭐··· 그런 자질구레한 것들이요.]


"저게 지금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말만 번지르르했지 여기가 결국 격리구역이라는 소린가?"


덕호 할아버지는 부시장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부시장의 시선이 순식간에 우리가 있는 쪽을 향했다. 그는 머리가 아프다는 듯 손으로 이마를 짚더니 눈을 질끈 감고는 다시 확성기를 통해 말을 하기 시작했다.


[격리구역이라··· 그런 건 아닙니다. 그렇게 느끼실 수 있죠. 따뜻하고 편안하고 안락한 집을 떠나 이곳에서 지내게 되셨으니까요. 그러나! 여러분! 이 사실을 잘 아셔야 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저희 4 도시에 신세를 지고 계신 겁니다. 2 도시에서 재정적 지원이 있었다 하더라도 턱없이 모자라고, 여기를 관리할 인력도 부족한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 시민분들과 시장님이 무고한 희생자들의 발생을 막는데 적극 돕겠다고 하여 어렵사리 노약자 분들이라도 이렇게 모셔왔는데 그렇게 감옥이니 뭐니 하시면 조금 섭섭합니다?]


부시장은 갑자기 흥분한듯한 목소리로 말했고, 그러자 수군대던 사람들은 어느새 조용해졌다. 불평불만이 많던 덕호 할아버지도 "흠···" 소리를 내며 그저 눈만 질끈 감을 뿐이었다. 그리고 부시장은 조금은 조용해진 우리를 보더니 이제 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제가 하나 약속 드릴 수 있는 건. 이곳은 임시 숙소라는 점입니다. 여러분은 이곳에 오래 계시지 않을 겁니다. 정확한 시점은 저도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4 도시 안에 여건이 조성되면 순차적으로 이주를 시작할 겁니다. 그러니까 너무 걱정들 마시고 저희를 믿어주시면 됩니다.]


그의 말에 노인들은 어쩔 수 없이 이해한다는 듯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고, 나와 같은 또래의 아이들은 그저 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부시장만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런 나의 시선은 어느새 부시장 옆에 서있는 세 명의 아이들로 향했다. 어딘가 모르게 부시장과 닮은 모습의 아이들이었는데 혹시 그의 아이들이 아닐까 싶었다. 제일 왼쪽에 있는, 큰아들로 보이는 덩치가 큰 아이는 나와 비슷한 또래인 것 같았는데 정말이지 지루해 죽겠다는 얼굴로 우리를 보고 있었고, 그보다 조금은 어려 보이는 또 다른 남자아이는 어딘가 불쾌한 시선으로 우리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그런 녀석과 달리 마지막에 서있는 한 여자아이는 정말이지 길 잃은 강아지라도 쳐다보는 것처럼 슬픈 눈으로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자 그럼 이제 대략적인 설명은 끝났습니다. 앞으로 자세한 일정은 저희 공무원들을 통해 들으시게 될 겁니다. 그럼 앞 줄부터 4인 씩 짝을 지어서 입장해 주세요. 한시가 급하니까 조금 서둘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부시장은 그 말을 끝으로 확성기를 내려놓았다. 그는 확성기를 내려놓고는 치안대 요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아이들과 함께 바로 옆에 있는 고급 승용차에 올라탔다. 사람들이 무언가를 물어볼 새도 없이 반짝이는 차를 타고 사라져 버린 그의 뒤로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공무원들과 표정하나 알 수 없는 치안대 요원들만이 남아 앞으로 오라는 듯 손짓하고 있었다.


"그럼 일단 가보자꾸나."


덕호 할아버지는 아까보다는 화가 많이 누그러든 건지 앞장서서 건물 입구로 향했다. 나와 동생, 그리고 영미 할머니는 그런 그의 뒤를 따라 걸었고, 이윽고 우리 모두가 건물 입구에 도착하자 검은 헬멧을 쓴 치안대 요원이 우리를 제일 먼저 맞아주었다.


"체온 및 바이러스 확인하겠습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


그는 손에 든 'ㄱ'자 모양의 전자 기기로 우리 하나하나의 몸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붉은색 빛이 몸을 감싸며 동시에 '삐' 소리가 규칙적으로 흘러나왔다. 난생처음 보는 광경에 동생은 신기하다는 듯 그 기기에 손을 뻗었고, 그러자 치안대 요원이 순식간에 그런 동생의 손을 스캐너로 내려쳤다.


"으아··· 으아아앙!"


순식간에 일어난 일어난 일에 나와 할아버지 할머니 모두 잠시 얼어붙었고, 동생은 바로 울음을 터트렸다. 치안대 요원은 당황한 기색 하나 없이 그저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서 우리를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하기 시작했다.


"2 도시 시민 여러분은 '완전면역' 상태가 증명될 때까지 4 도시 인원과의 직접적 접촉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뭐라고 이 녀석아?"


마치 감정이 없는 기계처럼 말하는 그의 모습에 덕호 할아버지는 들고 있던 짐을 내려놓고 치안대 요원에게 다가가 손으로 삿대질하며 큰 목소리로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저렇게 작은 애를 그런 쇳덩이로 내려치면 돼?!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이 사람아?!"


"어르신, 경고드립니다. 더 이상의 접근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치안대 요원은 다시 한 발자국 물러나면서 허리춤에 손을 가져다 댔고, 거기엔 아침에 2 도시 치안대 사람들에게 보았던 진압용 삼단봉이 있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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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3. 반쪽 비극 Ⅲ 24.09.05 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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