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만 키워도 강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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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스
작품등록일 :
2024.08.30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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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5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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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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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도둑

DUMMY

꺄악! 내 옆의 NPC가 도둑을 보고 놀라 비명을 질렀다.


그러자 카카환을 포함한 놈들이 펄쩍 뛰었다. 훔친 물건을 짊어지고 그 자리에서 귀환 기능을 써 사라져버렸다.


‘이런 미친.’


나도 놀라긴 했지만, 플레이어의 도둑질에 놀란 게 아니다. 문제는 방금 뜬 내 퀘스트였다. 도둑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발생한 퀘스트.



--

돌발 퀘스트, 촌장의 분노

‘숲 마을 촌장님이 도난당한 물품들을 모두 찾아오십시오.’

--



NPC의 물건을 플레이어가 훔치고, 그걸 다른 플레이어가 NPC에게 되찾아준다. 이건 말이 안 됐다. NPC가 둘 이상의 플레이어를 인식한다는 건.


‘용사인 주인공이 한 명이 아니라 둘, 그 이상이 되었다는 거니까.’


작은 사건에서부터 시작된 현상이, 도미노처럼 주변에도 퍼져나간다.


가장 먼저, 내 옆의 마음 착한 NPC 희인.


“어떡해! 도둑인가 봐! 눈 마주치고 놀라는 거 봤지? 어떡하지? 앗, 촌장님은?!”


검술학교 학생 NPC 희인이, 지나가다가 플레이어들의 절도를 두 눈으로 목격해버렸다.


바로 나 때문에.


내 튜토리얼 퀘스트를 위해 나를 촌장의 집으로 데려다주다가.


내가 알고 있는 백여 가지의 시나리오에는 이런 전개가 없었다.


희인은 발을 동동 구르다가, 먼저 촌장의 집 안으로 뛰어가버렸다.


그 웃긴 꼴을 보며 나는 떠올렸다. 방금 그 플레이어 놈들이 왜 촌장의 집을 털었는지.


저건 ‘NPC 등쳐먹기 공략’이다.


튜토리얼만 깨고 바로 촌장 뒤통수를 갈기며 시작. 촌장 집에서 오만 것들을 다 훔친다.


덕분에 기존 루트보다 훨씬 풍족하게 시작할 수 있다.


그것뿐인가. 다른 NPC의 물건까지 강탈하고, 죽여서 경험치를 얻으면 성장이 무척 빠르다.


가장 단기간에 탑까지 클리어하는 공략이지.


비록 ‘분노한 NPC의 습격’ 같은 돌발 공습이 뜨기도 하지만, 이미 파죽지세로 성장하는 플레이어에게 그건 또 다른 경험치일 뿐.


나도 그 공략을 해봤었지만, 한번 그렇게 깨보고 관뒀다.


‘내 능력치는 오르겠지만 농장이 못 크니까.’


농장 퀘스트는 대부분 마을에 있다. 따라서 마을의 일원이 되고 NPC들이 드나들어야 농장이 쑥쑥 잘 큰다.


‘즉 저 도둑들은 자기 레벨 때문에 자식 같은 농장을 버린 쓰레기 부모인 거지.’


원래대로라면 나는 누가 무슨 공략을 하든, 그냥 내 촌장 튜토리얼을 하면 되겠지만······.


나는 이내, 상황이 게임과는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게임의 중대한 법칙이 방금 깨졌다. 게임일 때는 모두에게 촌장이 각각 하나씩 존재했지만, 따라서 개별 플레이가 가능했지만, 빙의한 지금은 촌장이 단 1명이라는 것.


‘그럼 내가 튜토리얼 퀘스트를 해야 하는 촌장은······.’


이미 누구한테 집을 싹 털려서 개 빡친 상태의 촌장이라는 것!


나는 혼란스러운 상태로 퀘스트의 세부 사항을 확인했다. 딱 정확하게, 플레이어 세 명이 훔쳐간 목록이 나와 있었다.



--

돌발 퀘스트 1, 촌장의 분노

‘숲 마을 촌장님이 도난당한 물품들을 모두 찾아오십시오.’

-밀가루 포대 6개

-은식기 12개

-강철 갑옷 세트 x3

-1만 2천 골드

--



‘전부 3의 배수네. 그 세 명이 정확하게 나눠 가질 수 있게.’


촌장의 분노. 퀘스트 제목 자체는 익숙하다. 원래도 정규 퀘스트 안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라서.


바닷가 마을의 NPC가 도둑질을 해서, 분노한 촌장이 여태 마을 일을 도와온 플레이어에게 퀘스트를 주지.


사실 진범은 우리 마을 내부에 있었다는 게 기존 퀘스트의 결말이긴 하지만······.


‘됐고, 상황이 달라. 지금은 같은 플레이어에게서 빼앗아 와야 해.’


그런데 이건 보통 일은 아니었다.


인성의 문제가 아니다. 인성은 이미 그놈들이 잃었고.


‘어떻게 뺏어? 남의 인벤토리를 막 열어볼 수가 없는데?’


으레 PVP로 상대를 죽이면 소지품을 떨구는 방식의 게임도 있지만, 이 게임은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아직 누군가가 죽으면 다시 부활하는지도 확인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다 떠나서 그냥, PVP는 튜토리얼을 클리어해야 활성화된다. 나는 아직 촌장의 집까지도 가지 못한 상태다. 카카환, 시벨롬, 닉네임뭐하냐 때문에.


나는 일단 촌장의 집으로 다가섰다. 문이 활짝 열려 있어서, 옆 벽에다가 살짝 노크를 하고 안으로 들어섰다.


촌장은 바로 앞에 서 있었다. 노인은 희인의 부축을 받으며 서 있었다가, 나를 보고는 대뜸 소리쳤다.


“이 무뢰배! 도둑놈! 오갈 데 없는 걸 마을에 받아줬더니!”


그러고는 문이 코앞에서 쾅 닫혔다.


어이가 없었다. 나는 문을 똑똑 두드리며 해명했다.


“아니, 어르신. 저는 그 도둑이 아닙니다. 문 열고 잘 보세요.”


노망이 나서 사람 얼굴을 못 알아보냐는 말은 다행히 안 했다. 때마침, 문 안에서 희인의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저 사람 말이 맞아요, 촌장님! 제가 저 사람이랑 같이 있었어요. 저 사람은 도둑이 아니에요.”

“다 한통속일지 어떻게 알아!”


그러나 촌장은 꼬장을 부렸다. 순 억지였다.


“결백을 증명하고 싶으면, 그놈들이 훔쳐간 물건을 도로 가져와! 그때까지는 외지인이라곤 얼굴도 보지 않을 거니까!”


바로 그때, 내 퀘스트 창이 한번 더 깜빡였다.



--

돌발 퀘스트 1, 촌장의 분노

‘숲 마을 촌장님이 도난당한 물품들을 모두 찾아오십시오.’

--



퀘스트는 동시에 세 개까지 받을 수 있지만, 같은 NPC에게는 하나밖에 못 받는다. 똑같은 퀘스트 창이 경고하듯 깜빡이며 나를 막았다.


‘아니, 튜토리얼을 통과도 못하고 물건부터 찾아오라고?’


심하게 꼬였다. 튜토리얼 이전에 다른 퀘스트를 안 해본 건 아닌데, 아예 문전박대당하는 것이랑은 다르잖아.


당연히, 모든 게임이 그렇듯, 튜토리얼을 하고 진행해야 가장 순탄하다고.


나는 한번 더 촌장에게 말을 걸어봤다.


“어르신, 튜토리얼 퀘스트······.”

“물건은 찾아왔어?!”


곧바로 버럭 하는 고함이 돌아왔다. 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래, 촌장 NPC는 원래 성질머리가 저렇지. 경계심도 많고 예민해서, 한번 찔렸다 싶으면 온 사방에 불같이 화를 낸다.


원래의 튜토리얼도, 세 가지 질문에 답하는 건 아주 기본적인 시험일 뿐이고 그 후로도 쭉 촌장의 신임 테스트를 거쳐야 하지.


‘촌장을 쥐어팰 수도 없고.’


지금은 싸워도 내가 진다. 게다가 촌장은 이쁨만 받게 되면 농장 템을 듬뿍 주는 노다지란 말이다.


그렇다면 별 수 없이 돌발 퀘스트를 클리어해야겠지.


빙의한 마당에 뭐가 잘 안 되고 있지만, 전망이 나쁘지만은 않다. 잘 하면 더 빠른 시간 안에 촌장의 신임을 살 수가 있다. 퀘스트가 단축된 것이다.


방법은 두 가지.


‘훔친 물건과 똑같은 물건을 만들어서 촌장에게 가져다주거나.’


이건 튜토리얼이 안 된 상태라 조금 어려울 것 같다. 일부 아이템에 접근이 걸려 있으니까.


‘또는 카카환, 시벨롬, 닉네임뭐하냐 그 세 명을 협박해서 원래 물건을 도로 뱉게 하거나.’


설득해서 돌려받는다는 방법은 내 사전에 없다. 그놈들이 설득할 가치가 있나?


내 농장 생활에 지대한 방해물을 투척한 미친놈들을 내가 왜?


게다가 카카환, 그놈에겐 쌓인 게 있다. 그놈은 빙의 전에도 내 농장을 괴롭혔으니까.


그리고 시벨롬, 닉네임뭐하냐.


그래, 이제 기억난다. 그놈들도 카카환의 클랜이었을 확률이 높다.


여기까지 생각이 닿자, 나는 마음을 달리 먹게 됐다.


‘후회하게 해주지.’


나는 탑 오브 콜롭스에 세월을 꼴아박았다. 자유도 높은 시나리오 속에서 온갖 루트로 농장을 키워봤다.


‘튜토리얼을 안 하고 깨본 적도 물론 있어.’


그러려면, 농장부터 더 치워야 한다. 일단은 내 농장으로 돌아가자.


튜토리얼을 못 해서 귀환 기능이 없다. 터벅터벅 걸어서 왔던 길을 걸어갔다.


“저기요!”


바로 그때, 정면에 누가 나타났다.



--

이름: <우셩>

소속: 숲 마을

레벨: 1

--



또 다른 플레이어? 대체 몇 명이나 빙의한 거지?


나는 걸음을 멈췄다. 우셩이란 플레이어는 바로 앞까지 뛰어왔다. 숨을 헐떡이며 내게 질문했다.


“플레이어 맞으시죠? 어쩌다가 여기 오신 거예요? 아니 그, 빙의···라고 생각하시는 거 맞나요?”


정리 안 된 물음이 쏟아져 나왔다. 나는 미간을 지그시 구겼다.


‘농장 가기도 바쁜데.’


하지만 카카환 3인조를 보고 났더니 이놈은 선녀로 보였다.


나는 잠시 우셩과 대화하기로 했다.


“네. 그쪽도?”

“예, 맞아요! 휴, 다행이다. 나 혼자 빙의한 게 아니구나.”


금발에 밝은 눈. 사람 귀 대신 머리 위에 짐승 귀가 달렸다. 게다가 등 뒤에서 펄떡이는 건, 개 꼬리?


내가 빤히 쳐다보자 우셩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아잇, 이건··· 쳐다보지 마세요! 저도 후회 중이라고요. 커마를 왜 이딴 식으로 했냐······.”


시끄럽게 나불거리는 게 커마랑 딱 맞는데 뭐.


종족을 인간, 수인 중에 수인으로 설정했나 보네.


“저는 집에서 잠 자다가 이렇게 됐는데요······. 왜 이렇게 된 건지는 모르시죠?”

“모르죠. 알면 이러고 있지 않겠죠.”


알았으면 더 빨리 진작 빙의했겠지. 내 농장이 실물이 된다는데.


우셩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위아래로 휘적거렸다. 대화가 점점 길어진다.


“그거요, 제가 조금 생각을 해봤거든요. 치나리 님도 탑콜 유저였죠? 그럼 탑콜 1위 닉넴 정도는 기억하시겠죠?”

“네. 알아요. 빙의시켜줘.”


나는 모른 척 남인 것처럼 태연하게 내뱉었다.


“네, 그 사람! 제가 봤을 땐 그 양반이 범인이에요. 닉네임부터 수상했어요. 그 사람이 신한테 막 빌어서 단체로 빙의한 거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내 의지로 빙의할 수 있었으면 나 혼자 했지 왜 방해꾼들을 끼어들이겠냐고.


나는 그것보다 다른 쪽이 신경 쓰였다.


혹시 우셩 말고도 모든 플레이어가 빙의의 원인이 나라고 생각한다면?


다들 나한테 고마워하겠네. 개쩌는 농장 콘텐츠가 있는 곳에 빙의했으니까. 빙의시켜줘 동상 세우는 거 아냐?


······는 아니고 누군가는 빙의를 원치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럼 나를 원망하고 심하게는 찾아서 복수하려고 할지도.


‘모르는 계정으로 빙의해서 다행이군.’


우셩은 내가 빙의시켜줘라고는 꿈에도 모르고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


“남들은 빙시 님 보고 사회 부적응자다, 히키코모리다, 사람 말 씹는 병신이다 막 그러던데 저는 안 그래요.”

“빙시?”

“빙의 시켜줘. 줄여서 빙시라고 부르는데요? 못 들어봤어요?”


왜 줄여 부르는 거지. 농장에 처박혀서 농장만 가꿨더니 여론 같은 건 모르고 있었다.


나는 농장/전투 양쪽 분야에서 다 1위였다. 하지만 전투 1위는 내게 아무 가치가 없었다. 그냥 농장을 더 잘 키우려다 보니 전투 1위가 알아서 따라왔을 뿐.


한데 우셩은 상대가 부캐로 빙의했을 수도 있는 건데, 순수한 건지 멍청한 건지 계속 주절거렸다.


“저는 그분이 빙의의 원인이라 해도 절대로 안 미워합니다. 사람이 살려면 라인을 잘 타야죠! 남들이 다 싫어할 때 저는 라인을 타서 오른팔이 될 거예요!”

“그렇구나. 화이팅입니다.”

“혹시 빙의시켜줘 님을 보면 꼭 저한테 알려주세요. 부탁합니다!”


그러고 길이 엇갈렸다. 나는 내 농장 방향으로, 우셩은 내가 왔던 마을 방향으로. 우셩의 뒷모습이 멀어져 갔다.


그러고 보니 우셩은 아무것도 모르고 튜토리얼을 하러 가는 걸 텐데. 촌장한테.


‘그런데 촌장은 지금······.’


높은 확률로, 내 뒤에 오는 플레이어들도 전부 튜토리얼이 불가할 터.


확인해봐야겠다. 발길을 돌렸다. 우셩의 뒤를 따라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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