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만 키워도 강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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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스
작품등록일 :
2024.08.30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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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5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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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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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끼를 던졌다

DUMMY

얼마 후, 다시 우셩을 만났다.


이번에 난 우셩을 만나자마자 먼저 제안했다.


“우셩 님. 테스트 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손 좀 빌려주실래요?”

“어떤 거요?”


우셩은 선뜻 관심을 보였다. 꼬리가 한번 위로 들썩였다가 내려왔다.


안타깝게도 우셩은 수인 종족의 월등한 기본 능력치를 대가로, 남에게 감정이 훤히 보인다는 결점을 지니고 있었다. 어제까지는 쪽팔려 하는 것 같더니 이제는 생각을 포기한 듯하다.


나는 짤막하게 말했다.


“버그 테스트요.”

“아, 글리치요? 빙의하고서도 GM들이 수정하는지 보시려는 거구나.”


글리치는 게임 용어로는, 버그를 이용하여 원칙적으로는 할 수 없는 치트를 하는 걸 말한다.


예시로, 원래는 들어갈 수 없는 게임 공간에 들어가거나 하늘을 나는 것, 특정 보스 몬스터의 오류를 알아내어 쉽게 잡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탑 오브 콜롭스에도 몇몇 글리치는 존재했다. 하지만 대개 개발 팀에 의해 패치되고는 했다.


‘사실 내가 제일 많이 패치시켰지. 글리치로 남이 꼼수 쓸 게 싫어서, 발견하면 냉큼 GM 문의로 해치웠으니까.’


아무튼, 우셩의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GM이 여전히 존재하는지 보려는 건 맞지만, 글리치는 지금 필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지.


“제가 볼 건 이거예요.”


나는 우셩을 내 농장으로 초대했다.


솔직히, 다른 유저를 농장에 초대해본 게 처음이었다. 빙의시켜줘 시절, 그쪽에서 오고 싶다고 해도 학을 떼고 쫓아냈었으니.


‘그러나 지금은, 농장 밖으로 나갈 수 없는 물건을 보여주려는 거니까.’



[<우셩>님에게 농장 초대장을 보내셨습니다.]



튜토리얼을 클리어 못 해도 이 기능은 유효하다.


다짜고짜 우셩에게 초대를 보내자, 우셩이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왜요?”

“아니 그냥··· 이런 초대 안 하실 줄 알았는데, 신기해서요.”


나는 떨떠름한 기분을 느꼈다. 나름 소통도 했건만, 여전히 농장 히키코모리 기질이 보였나?


한동안 어리둥절해 하던 우셩이, 대뜸 내 팔을 움켜잡았다. 그러고는 해맑게 하는 소리가.


“우리 그만큼 친한 거였군요?”


잊고 있었다. 우셩의 맑은 머리를.


나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대답을 피했다.


우셩이 친밀감을 과시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나는 다른 플레이어와 만나는 자리에는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우셩하고는 자주 접촉했으므로.


우셩 또한, 다른 플레이어들과 통신 기능도 없이 만나 소통하느라 바쁘면서도 나를 꼬박꼬박 만나러 왔다.


‘내가 주는 농장 퀘스트 팁이 유용했겠지.’


나는 본계의 존재를 철저히 숨긴다는 전제로, 우셩이 무언가 물어오면 성실히 토론해주고는 했다.


우셩은 괜찮은 친화력과 나름 준수한 게임 지식을 가졌다. 덕분에 플레이어들을 꽤 이끌어가고 있었으니, 나로서는 우셩과 일부러 척을 질 이유가 없었다.


특히, 어떤 등신 새끼를 족쳐야 하는 지금으로써는.



[<우셩> 님이 초대를 수락하셨습니다.]



초대장 1회에 한정하여, 우셩은 내 농장을 발견하고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오자마자 우셩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삼각형 귀가 위로 치솟았다. 우셩은 주변을 미친 듯이 두리번거렸다.


“뭐야, 언제 이렇게 다 키웠어요? 어떻게?”

“튜토리얼도 못 하니 이것밖에 없다 싶어서.”


농장에 대한 나의 진심을 이렇게 둘러댔다. 우셩은 속아 넘어간 것 같았다.


“역시 고인물이셨죠? 손이 왜 이렇게 빨라요? 오두막집은 벌써 새삥같이 됐네.”


탐난다는 듯이 우셩이 내 집을 둘러봤다. 그렇지만 그것도 잠시, 본론으로 돌아왔다.


“테스트 한다는 거 보여주세요.”


나는 곧바로 농장 창고 문을 열었다.


안을 기웃거리는 우셩을 슬쩍 밀어낸 뒤, 어두컴컴한 창고 안으로 들어섰다. 한 가운데에 놓인 커다란 직육면체의 물건을 번쩍 들어올렸다.


우셩은 과연 바로 알아봤다.


“오, 뒤주네요. 그런데······.”


내 커마는 성인 남자치고 키가 작은 편이다. 상자를 두 팔에 들고 돌아서자 상자에 우셩의 얼굴이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우셩이 말끝을 흐렸다. 다소 당황한 기색이었다.


“이게 이렇게 커요?”


쾅! 나는 햇살 아래에 뒤주를 내려놓았다. 어마무시한 굉음이 울렸다.


모든 농장에 기본으로 제공되는 가구인 뒤주. 다만, 사이즈가 여타 보던 것과는 다를 것이다.


기본 뒤주의 다섯 배. 그 정도의 사이즈였다.


“네. 농장 포인트를 뒤주 강화에 몰빵했거든요.”


농장 포인트는 농장 퀘스트를 완료하면 경험치에 추가로 주는 것이다. 농장 안의 가구를 업글하는 데 쓰인다.


게임 초반에, 이 포인트는 대개 밭이나 화덕, 침대를 강화하는 데 쓰인다. 작물 수확량을 늘려 골드를 더 많이 벌거나, 화덕 요리를 늘려 더 좋은 체력템을 만들거나, 최대 스테미나를 늘리는 침대에 쓰인다는 소리.


그러니 우셩이 내 말을 듣고 눈썹을 팔자로 모으며 황당해 하는 것도 당연지사.


단순히 곡식 저장량을 늘리는 것뿐인 뒤주 강화를 게임 초기에 꼴아박는다는 공략은 듣도보도 못 했을 거니까.


“곡식 템이 이만큼 나오지도 않는데 혹시 왜······?”

“곡식을 넣을 게 아니니까요.”


나는 태연하게 대꾸하면서 뒤주를 벌컥 열었다. 궤짝 문이 삐그덕 소리를 내며 육중하게 열렸다.


유저들이 게임을 하다 보면, 당연히 이런저런 사고가 일어난다. 개중 많은 회수를 차지하는 게, 지형지물에 끼거나 갇히는 사고.


한번 제대로 끼이면, 로그아웃을 했다가 돌아오는 것밖에는 답이 없었다. 하지만 던전 안이었을 경우 진행 상황이 날아가기도 하지.


그래서 GM은 비상 코드라는 것을 만들어 두었다. 유저가 어딘가에 끼어 코드를 실행하면, 끼인 자리에서 자동으로 공간이 이동되거나 GM이 나타나 직접 풀어주었다.


이렇듯, 게임에서는 버그가 일어나면 GM이 개입하여 고쳐놓는다.


그럼 여기서는?


‘성공하면 카카환 그 새끼를 엿먹일 방법을 찾는 거고. 실패해도 GM의 존재를 찾을 테니 이득이지.’


열린 뒤주 문 앞에서, 나는 더없이 온화한 표정으로 우셩을 보았다.


“자, 이게 테스트예요.”

“예······?”

“같이 해준다고 하셨죠?”


겁에 질린 우셩이 한 발짝 뒷걸음질했다.


나는 친절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 * *




‘아우, 놀랐네.’


한 플레이어가 지나가는 등 뒤로, 커마의 일부인 꼬리가 축 처져 내려갔다.


우셩은 방금 전의 일을 떠올리며 한숨을 쉬고 있었다.


빙의해서 알게 된 동료, 치나리 님은 침착한 인상 뒤에 어딘가 묘한 그림자가 있는 플레이어였다.


‘쌉고인물일 거라고 예상은 했는데······ 저렇게 기상천외할 줄 알았냐.’


우셩은 그를 동료라고 생각했지만, 방금은 좀 오싹했다.


그러니까, 커다랗고 시꺼먼 뒤주 구멍 앞에서 치나리 님이 손을 흔들었을 때 말이다.


‘버그 테스트라는 게 이거? 나를 가, 가둬서, GM이 나타나나 안 나타나나 본다고?’


자기 농장에 부른 게 이런 뜻이었다니! 뒤주라는 것이 한국인에게 주는 공포스러운 이미지가 있지 않나. 우셩은 무작정 뒷걸음질부터 쳤다.


치나리 님의 미소가 그때는 진정 괴기스러워 보였다.


‘아휴, 그땐 정말······.’


하지만 다행히도, 오해였다.


치나리 님은 그의 손을 잡아끌더니, ‘뒤주 안에 들어가는 역할은 우셩 님이 아니라 나’라고 말해주었다.


우셩이 보는 치나리 님의 이미지는, 절대 손해는 안 볼 것 같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당연히, 우셩에게 뒤주에 들어가라고 요구할 것 같았는데.


‘의외로··· 적정선을 보셨네. 거기서 나한테 들어가라고 했으면, 그때부턴 치나리 님을 경계했을지도.’


우셩은 그래서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무조건 우셩에게 희생하라고만 하지 않는 치나리의 깔끔한 계산이 더욱 신뢰감을 주었다.


그렇게 해서 치나리 님은 스스로 뒤주에 들어갔고, 그는 조심스럽게 밖에서 문을 닫아 걸었다.


그리고 그 테스트의 결과는······.


“우성아!!”


바로 그때, 커다란 목소리가 우셩의 생각을 방해했다.


어느 플레이어가 허겁지겁 우셩에게 뛰어오고 있었다.


그의 닉네임은 ‘과금은나빠요.’ 당연하게도 탑 오브 콜롭스의 헤비유저였다. 우셩과는 탑 오브 클롭스 시절 PVP에서 종종 만나본 적 있던 것을 연으로, 금방 말을 놓고 친해졌다.


그 과금나빠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새하얬다. 우셩은 놀라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카카환이 지 따까리들이랑 이 주변 돌고 있어!”


촌장의 물건을 훔치고, 촌장의 경계심을 높여 모든 플레이어들의 튜토리얼 진행을 막은.


다른 플레이어들의 숙적이 된 그놈이 뻔뻔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과금나빠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퍼진 바로 그때.


“따까리?”


뒤에서 소름 끼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이시벨롬아’였다. 카카환의 클랜원이자, 등쳐먹기 전략을 카카환과 같이 한 플레이어.


이시벨롬아가 우셩과 과금나빠를 번갈아 훑으며 기분 나쁘게 웃었다. 그는 마법사 스태프를 등에 메고, 번쩍거리는 강철 방어구를 온몸에 두른 상태였다.


그래, 촌장은 물론 다른 플레이어를 등쳐먹고 얻은 결과물이었다.



--

이름: <이시벨롬아>

레벨: 10

--



하루만에 달성할 수 없는 레벨 숫자도.


우셩과 과금나빠는 순간적으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PVP 상대로 저놈을 지금 맞닥뜨렸다고 상상해버린 것이다.


자신들의 초라한 기본 가죽 옷을 떠올리니 더욱.


이시벨롬아는 두 플레이어를 보고 입맛을 쩝 다시고 있었다.


“튜토리얼 안 한 새끼들이라 이게 아쉽네. 죽일 수가 없잖음.”


죽음의 위기처럼, 등골이 오싹했다.


우셩은 이시벨롬아를 보자마자 깨달았다. 자신이 얼마나 얼빠진 희망을 품고 있었는지.


‘훔친 물건을 돌려달라고’ 설득하는 건 애초에 물 건너갔다고.


우셩은 옆에 있는 과금나빠에게 작게 물었다.


“너 레벨 몇이야?”

“나 4.”

“난 5.”

“······.”


둘을 합쳐도 이시벨롬아의 레벨에 밀린다.


게다가, 이시벨롬아는 전직까지 했다. 저 마법사 스태프를 가지고, 랭커답게 극한의 노가다로 레벨을 쭉쭉 올려나갈 것이다.


눈앞이 까마득했다. 우셩은 눈을 질끈 감고 싶었다.


‘튜토리얼을 하고 나면 PVP가 열리면서, 저 새끼들이 양학하러 올 거라는 거야?’


쓰레기 새끼들을, 게임도 아니고 실제로 만난 상황.


결국 우셩과 다른 플레이어들이 취할 방법은 딱 하나뿐이다. 저놈들보다 불리한 여건에서, 레벨을 더 빨리 올려 역전하는 것.


우셩은 문득 치나리 님의 말을 떠올렸다.


아까 뒤주 테스트를 마친 다음, 그가 이렇게 말했었지.



-이걸로는 카카환네가 훔친 물건을 못 뺏을 거예요.

-예?

-대신 제가 훔쳐간 물건을 똑같이 만드는 법을 알려줄게요. 제가 자작하는 법 외우고 있어요.



우셩은 지금 당장 농장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과금나빠도 데리고.


“훔친 물건 안 돌려줄 거면 비켜요. 이시발놈님.”


우셩은 눈앞의 갑옷에 대고 제법 날카롭게 말했다. 과금나빠를 끌고 막 가려는데-.


이시벨롬아의 목소리가 그를 잡았다.


“야 병신아. 치나리라는 새끼 어디 있는지 암?”


살벌한 목소리였다. 세상에 두려운 게 정말로 없어 보였다.


우셩은 다시, 아까 치나리 님이 당부했던 말이 기억났다.



-그리고 카카환, 시벨롬, 닉네임뭐하냐. 셋 중에 한 명이라도 보면··· 저한테 데리고 와요.



우셩은 믿기로 했다. 치나리 님에게 무슨 수가 있다고.


그는 이시벨롬아를 돌아봤다.


“안 그래도 치나리 님이 님 보고 말했는데요.”


고개를 든 우셩은 자신 있게 웃고 있었다.


“농장에 초대한다고.”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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