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만 키워도 강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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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스
작품등록일 :
2024.08.30 09:47
최근연재일 :
2024.09.05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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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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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특전

DUMMY

우셩을 따라 촌장의 집까지 다시 도착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대문에 노크하는 우셩을 지켜봤다.


그리고 결과는 역시나.


“으아, 왜 이러세요! 제 튜토리얼 해주세요!”

“썩 나가!”


예상한 대로였다.


역시, 촌장이 한번 열 받은 이상 그 뒤에 오는 플레이어들은 전부 내쫓길 거다.


우셩은 두 귀와 꼬리를 축 늘어뜨리고 촌장의 집을 나왔다.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으악! 이건 그냥 커마라니까요? 그리고 원래는 여캐였는데 빙의하고 내 성별로 바뀐 거예요!”


그게 중요하냐?


우셩은 그러다가 정신을 차렸다. 무지막지하게 억울해 보이는 얼굴로 촌장 집을 삿대질했다.


“아, 방금 봤죠? 튜토리얼이 안 돼요! 치나리 님도 그랬어요?”


나는 가만히 있는데 우셩은 알아서 떠든다. 시끄럽지만 다루기는 편한 놈인 것 같다. 다만 일급 정보 같은 건 절대로 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이렇게 온 동네에 떠벌리고 다닐 거 아닌가.


“대신 다른 퀘스트가 떴는데요? 어떤 놈이 물건을 훔쳐갔다고 찾아오래요!”


우셩의 말을 토대로 현 상황은 빠르게 요약하자면.


우선, 나보다도 먼저 온 플레이어들이 초장부터 ‘NPC 등쳐먹기 전략’을 썼다. 그 결과 뒤에 오는 플레이어들은 강제로 촌장 튜토리얼 진행이 불가하게 돼버렸다.


“아 그런데 이건 중반부에 나오는 퀘스트 아닌가? 어떻게 튜토리얼을 하기도 전에 나오지?”


덜떨어져 보여도 헤비유저는 헤비유저. 우셩은 원 시나리오에 포함되는 ‘촌장의 분노’ 퀘스트를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 우셩은 제대로 된 상황 파악은 못 한다.


도둑의 얼굴은 보지 못했고, ‘범인에게서 물건을 빼앗아 돌려줘라’는 퀘스트만 있으니 그럴 수밖에.


우셩을 비롯해, 뒤이어 나타날 다른 플레이어들은 범인이 누구인지부터 밝혀내야 한다. 퀘스트가 두 배로 복잡해진 것.


그 말대로, 우셩은 원 퀘스트를 떠올리면서 헤매고 있다.


“범인은 바닷가 마을에 있···는 줄 알았다가, 사실 우리 마을 내부에 있죠? 하, 그런데 증거 모으려면 험난할 텐데. 게다가 스토리상 바닷가 마을 먼저 수색을 해야 할 텐데, 건너뛰고 우리 마을만 둘러봐도 되는지도 모르겠고요.”


중얼중얼 무언가 계획을 짜려고 애쓰다가, 한숨을 푹 쉬었다. 혼잣말을 툭 내뱉었다.


“이건 빙의시켜줘가 와도 못 할 거 같은데······.”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말없이 우셩을 슥 쳐다봤다.


‘이놈에게 도둑의 정체를 알려줘야 할까?’


나는 유일한 목격자다. 여기서 내가 입을 다물어버리면, 정보 면에서 내가 앞설 수 있겠지.


거기다가 다른 플레이어인 우셩에게 똑같은 퀘스트가 생긴 이후, 퀘스트 내용이 살짝 바뀌었었지.



--

돌발 퀘스트, ‘촌장의 분노’

‘숲 마을 촌장님이 도난당한 물품들을 모두 찾아오십시오.’


퀘스트 인원 제한 : 1인

--



선착순 1인.


물건이 여러 개라고 해서 나누어서 가져갈 수 없다. 여럿이 함께 찾아왔다며 같이 경험치를 먹는 것도 불가능.


‘딱 한 사람만, 돌발 퀘스트의 막대한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다.’


모두가 레벨 1인 상태에서 돌발 퀘스트의 보상이 얼마나 중요할지는 알 거다. 단숨에 레벨이 위로 널뛰기하겠지. 다시는 그 격차를 뒤집기가 어려워질지도.


어디 그뿐이랴. 비공식적인 보상으로, 촌장의 신임까지도 받게 될 거다. 모든 NPC와의 기본 친화도가 올라가는 효과까지도 예상해볼 만하다.


내 앞의 태평한 플레이어 녀석은 이해 못한 것 같지만.


‘이 순간부터, 모든 플레이어가 경쟁 구도다. 모든 NPC 퀘스트가 이런 식일지도 모르니까.’


게임의 규칙은 무너졌다. NPC는 전국의 플레이어들을 위해 같은 시나리오를 반복해주지 않는다.


사람은 여럿, 퀘스트는 하나.


‘일찌감치 떠나서 그냥 야생 지역에서 사냥 노가다를 뛰어도 되겠지만······.’


그걸로는 내가 지향하는 힐링 농장 생활을 못 이룬다.


나는 이 도난 퀘스트가 필요했다. 플레이어가 몇십이 있든 몇백이 있든, 수혜자는 내가 되어야만 했다.


그 첫 걸음으로 나는, 우셩을 어떻게 써먹을지 결정했다.


“우셩 님.”

“예?”

“도둑은 NPC가 아니에요.”

“아니라고요?”


나는 어리둥절해 하는 우셩에게 아까 있었던 일을 공유해 주었다.


운좋게 범인들과 눈이 마주쳤다는 것. 그놈들은 플레이어이며, 높은 확률로 ‘NPC 등쳐먹기 전략’을 쓰고 있으리란 것.


“그런 민폐 덩어리들을 봤나!”


우셩은 크게 반응했다. 목소리가 쩌렁쩌렁했다.


이 정보를 독점해봐야 딱히 이득도 없을 것 같았고.


그것보단 카카환 3인조를 공동의 적으로 만드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예전에 네놈이 클랜원들을 써서 나를 방해했다면.’


이번엔 내가 너를 방해할 차례다. 내가 굳이 수고하지 않아도 주변인들이 멸시하게 해주지.


“등쳐먹기 전략, 나도 좋아하는 거긴 한데! 아니 그래도, 그 새끼들 너무한 거 아니에요? 뒤에 오는 사람은 어쩌라고 촌장을 그렇게 만들어 놔??”


등쳐먹기 전략을 좋아한다고? 그렇게 안 봤는데, 농장을 안 돌보는 쓰레기였군.


나는 마음속으로 우셩과 거리를 뒀다.


“아휴, 치나리 님 아니었으면 큰일날 뻔했네요. 바닷가 마을부터 찾아다닐 뻔했잖아! 우리 레벨로는 개처발릴 텐데.”

“아무래도.”

“그럼 목격자가 치나리 님 한 명인 거예요?”


우셩이 눈을 크게 뜨고 내게 질문을 했다. 나는 잠깐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정확히는 내가 유일한 목격자는 아니다. 내 옆에 NPC 희인이 같이 있었으니까.


희인은 어수룩해 보여도 나름 ‘학생’ NPC. 반에서도 모범생이다. 닉네임 세 명 정도는 기억하겠지.


‘가만, 그러면 선행 퀘스트가 생겼을 수도 있겠는데?’


우셩은 나에게서 세 명의 닉네임을 들었으니 패스했다 치더라도, 모르는 플레이어들은 어쩌면.


목격자인 희인을 찾아가 증언을 들으시오. 이런 퀘스트가 새로이 생길 수도 있겠지.


‘그럼 생각보다 시간이 촉박한데. 내가 정보를 주지 않아도, 다른 데서 정보가 새어나간다는 거니까.’


희인을 입막음할 수도 없고. NPC를 어디 가두거나 협박한다고 퀘스트를 안 줄 게 아니니까.


우셩은 팔짱을 끼고 곰곰이 생각했다. 성가시다는 얼굴로 바위에 턱 앉았다.


“어떻게 찾아오면 좋을까요? 훔쳐간 새끼들이 작정하고 자기 농장에 틀어박히면 방법이 없잖아요? 개인 농장은 초대 아니면 못 들어가잖아요. 아, 앞에서 대기를 타면 되나? 평생 거기서 살 수는 없을 거 아냐.”

“일부 지역에는 텔포가 가능하니까, 한계가 있을걸요.”

“아 씨, 그럼 사람을 더 모아야겠어요! 여러 곳에 감시원을 붙여두면 어디서는 발각이 되겠죠!”


우셩은 단체로 움직여서 카카환 일당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원래 게임에서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빙의한 상황. 당연히 사람들과 힘을 모아야 한다는 사회적인 성향이 나온 거겠지.


반면 나는 우셩의 의견에 회의적이다.


‘카카환이랑 싸워서 이긴다고 인벤토리의 물건이 뱉어지는 게 아니야.’


그럼 말로 설득할 건가? 물건을 훔쳐서 남들에게 피해를 줬으니, 돌려주라고?


‘그놈이 그 말을 퍽이나 듣겠다.’


나는 카카환의 인성을 잘 안다. 또한 옆에 있는 클랜원 두 명도 수준이 똑같다.


평생 우리가 튜토리얼도 못한다고 하면 통쾌하다고 낄낄거리기나 하겠지.


“치나리 님은 어떻게 하실래요?”


우셩의 목소리를 듣고 생각에서 깨어났다.


“사람이 많으면 아무리 랭킹 2위 카카환이라도 무시할 수 없을 거예요. 그 새끼들 붙잡아다가 단체로 몰아붙이죠. 지들도 사람인데 양심이 있으면 돌려주겠지.”


그건 희망 사항일 텐데. 나는 순박하기 그지없는 우셩을 잠깐 응시해주었다.


당연히, 우셩의 말을 듣고 플레이어를 모으러 다니는 건 미친 짓이다. 그러기엔 시간이 아깝다.


“우리가 돌아다니지 않아도 어차피 사람들은 모이게 되어 있어요. 희인 아시죠. 그 NPC가 범인 이름을 알려줄 거거든요.”


나는 내 농장으로 돌아가겠다고 우셩에게 말했다.


“말하셨다시피 우리가 카카환네보다 다수니까, 너무 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일단은 개인 농장 먼저 수리하죠.”


적당히 밑밥을 깔았는데, 통할까?


우셩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진심으로 내 말에 설득된 것 같았다.


“알았어요. 그럼 농장 퀘스트 좀 하고 여기서 다시 만나면 어때요?”

“그렇게 해요.”


귀찮지만 할 수 없지. 몇 시간 뒤에 우셩과 같은 장소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나는 직후 서둘러 농장으로 돌아왔다.


‘휴.’


유독가스 지역에서 벗어나, 드디어 상쾌한 공기 속으로 나온 것처럼 숨이 턱 트였다. 오롯이 내것인 땅을 보고 나니까.


아까 나오기 전에, 밭 주변은 다 청소해두었다. 레벨 1부터 기본으로 있는 상추는 심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밭 갈 때가 아냐.’


농장에 미친놈이 무슨 소리냐고 하면, 다 이유가 있다.


나는 아까 퀘스트 보상으로 얻은 낡은 삽을 가져왔다.


그리고 밭 한 가운데를 푹푹 파내기 시작했다.


어느 모로 봐도 밭에는 좋지 않은 행위. 그러나 나는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땅을 파고 파고 또 팠다.


내 키만큼의 깊은 구덩이가 생길 때까지.


나는 점점 더 땅속으로 묻혀 보이지 않게 됐다.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혔다. 레벨 1의 부실한 팔이 후들거렸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삽끝이 캉! 날카롭고 단단한 무언가와 부딪쳤다.


‘역시, 있다.’


빙의한 다음에도 이건 그대로군.


나는 밭 깊은 곳에 파묻혀 있는 그것을 더욱 빠르게 파냈다. 주변 흙을 파내다 보니, 윤곽이 드러났다.



[<고대의 검, 엑스칼리버>를 입수하였습니다.]



과거의 성검이 흙투성이가 된 채로 눈앞에 나타났다.


이 검은 스토리상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모든 플레이어가 최초로 발견하는 무기이다. 단, 고등급 아이템이기에 당장은 레벨이 낮아 사용 불가지만.


원래는, 농장을 진행하다 보면 이 검이 알아서 지면 위로 올라온다. 플레이어들은 감자 같은 걸 수확하다가 이걸 발견한다.


‘이건 내가 유일하게 쓰는 공략.’


장담컨대, 어느 공략 글이나 영상에서도 같은 짓을 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

‘운명을 스스로 선택하는 자’ 칭호를 획득하였습니다!

칭호가 차후 시나리오에 반영됩니다.

--



이 칭호는 나 혼자만 갖고 있던 것이니까.


플레이어가 이 검을 먼저 파내면, 시나리오가 미묘하게 달라진다.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차차 알 수 있다.


물론, 내게 상당히 이득이 되는 쪽이다.


검을 끌어내고 구덩이를 기어 올라갔다. 다시 흙을 덮고 있던 그때.


또 다른 칭호가 떠올랐다.


이건 처음 보는 칭호였다.



--

‘최초의 엑스칼리버’ 칭호를 획득하였습니다!


당신은 플레이어 중 최초로 엑스칼리버를 습득하였습니다.

칭호에 따른 보상이 지급됩니다.

--



‘엑스칼리버를 획득하는 순서가 영향이 있었다고?’


곧 나는, 이게 당연하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은 말하자면, 여러 플레이어가 동시에 처음으로 게임을 시작한 것과 같은 상태.


또한 한 명이어야 하는 용사가 여러 명이 되었다. 그렇다면 엑스칼리버도 인원 수대로 불어난다.


‘퍼스트클리어가 앞으로도 중요할 거라는 거지.’


나는 보상을 열람했다.


칭호 보상은 보통은 경험치, 잘 하면 소모형 아이템이다. 레벨 1인 상황에선 뭐든 감지덕지지.


그런데, 아주 뜻밖의 결과가 기다리고 있었다.



--

보상 : 창조신이 당신을 주목합니다.

--



창조신이라니?


내 의문에 답은커녕, 상태 창은 계속 텍스트를 내보냈다.



--

창조신이 당신의 내력을 검토합니다.


지난 과거, 농장에 공헌했던 당신의 시간이 반영됩니다. 창조신이 당신의 영혼을 치하합니다.


‘농장의 수호자’ 칭호를 획득하였습니다.

--



또 처음 보는 칭호.


게다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

창조신의 힘으로 칭호가 합쳐집니다.


‘최초의 엑스칼리버’

‘운명을 스스로 선택하는 자’

‘농장의 수호자’

--



상태 창은 알아서 뭔가 뚝딱뚝딱 하더니, 내게 엄청난 특전을 주었다.



--

당신과 농장은 긴밀히 상호작용합니다. 농장의 레벨이 오르면, 당신의 능력치도 오릅니다.

--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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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튜토리얼 도둑 24.08.30 26 1 12쪽
1 나만 깨는 히든 엔딩 24.08.30 5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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