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만 키워도 강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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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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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0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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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5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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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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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

DUMMY

* * *



뒤주 테스트가 끝나고, 우셩을 도로 돌려보냈다.


나는 농장 안에 틀어박힌 채로도 바깥 상황을 예측했다.


‘카카환 그 새끼 인성이면······.’


도둑질이 부끄러워서 숨어 다닐 것 같나? 아니, 지금쯤이면 당당하게 돌아다니고 있을 거다.


범죄를 지어놓고도 ‘응~ 어차피 처벌 못 하죠?’하고 웃고 있는 촉법소년과 다를 게 뭔가.


꼴에 랭킹 2위였다고, 극한의 노가다로 레벨 깨나 올렸겠지. 더욱 콧대가 하늘까지 솟았을 거다. 세상이 자기 것인 양 기세등등하겠지.


놈의 습성이야 뻔히 안다. 지나가다 플레이어를 만나는 족족 신경을 긁을 거다. 대놓고 농락하고 있을 꼴이 뻔하다.


‘우셩도 돌아가다가 세 놈 중 한 명에게 걸릴 가능성이 거의 90%.’


카카환의 클랜이 PVP 최강으로 기록된 건, 고인물 실력이 다가 아니었다.


채팅금지를 아슬아슬하게 피해 가는 짜증 나는 워딩. 갖가지 춤추는 리액션으로 죽은 상대를 약올리는 플레이.


그래서 유저들 몇몇은, 황당하지만 나 빙의시켜줘를 원망하기도 했다.



-빙의시켜줘도 맨날 타켓팅 당하면서 왜 PVP에는 안 나서주냐고. 게임사가 막을 수단이 없으면 1위라도 나와서 참교육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내 게임 내가 마음대로 한다는데. 그렇게 말하는 유저들에게 미안하지는 않지만······.


‘겪어 보니 알겠네. 당신들 기분.’


나 또한, 그놈들이 찌그러져야 내 농장 인생이 윤택하게 돌아갈 것 같다.


우셩과 뒤주 확인을 마치고서, 나는 이렇게 말해뒀다.


세 놈들 중 하나라도 보면, 치나리란 사람이 농장에 초대하고 싶다고 했다는 말을 흘려달라고.’


그걸 개소리로 듣던 뭘로 듣던, 어그로는 끌리겠지.


우셩이 도둑놈들을 낚기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3시 25분.


‘지금이다.’


농장을 빠져나왔다.


촌장에게 거주 허가를 받지 못한 플레이어. 그들이 갈 수 있는 공간은 협소적이다.


마을 외곽에 해당하는 황량한 부지.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이다.


마을은 모두 막혀서 못 간다. 당연히 북쪽의 숲으로도 갈 수 없다.


시스템을 이용하면 던전에 해당하는 필드로는 나갈 수 있지만······.


‘내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니라서.’


나는 숲 마을의 NPC를 만날 생각이었다.


게임의 일부인 NPC 특성상, 그들은 사람이나 사람이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그들은 늘 가는 곳에만 있다.


‘가령, 목장 NPC가 매일 오전 6시 30분에 목장으로 출근한다던가.’


게으르거나 방랑벽이 있는 일부 NPC를 제외하고는, 고인물들이 충분히 자유 행동을 유추하기 가능하지.


다만, 지금은 그 어떤 NPC와도 대화를 할 수 없다.



-희인한테 뭐 좀 물어볼라 그랬는데 범인 닉네임 말고는 아무것도 안 알려주는 거 있죠? 걔 착한 NPC잖아요.



극단적일 정도로 조곤조곤하고 상냥한 성격의 NPC.


그런데도 촌장의 지령이 있어서, 목격자 증언 말고는 플레이어들을 다 피하는 모양이다. 우셩이 지독한 상처를 받은 얼굴로 아까 말했었다.



-희인이 말을 씹다니······. 우린 다 끝이에요. 세상이 멸망할 거야.



그래서 내가 나섰다.


‘나는 튜토리얼을 반쯤 제대로 할 뻔했었지.’


희인이 농장에 찾아와서 인사 나누고, 촌장 집까지 안내받지 않았나.


그리고 도둑놈들을 같이 목격하기도 했다.


‘희인은 대화만 오래 해도 친밀도가 오르는 NPC야.’


아주 조금 시간을 같이 보낸 걸로도 충분하다. 희인은 그것만으로도 상대에게 유대감을 갖는 성격이다.


‘그럼 내가 하는 다른 말은 들어줄지도 모르지.’


희인에게 알아내야 할 정보가 있다. 가능하다면 지시할 것도 있고.


그렇기에 난 희인을 만나러 마을 어귀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저기 있다.’


검술학교 수업이 끝나고 희인이 산책을 나오는 때. 오늘도 어김이 없었다.


희인은 웃는 얼굴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그 반대였다. 침울한 표정으로 나무둔치에 앉아 한숨을 폭폭 내쉬었다.


‘촌장의 분노가 영향을 끼치는 거지. 이 상황이 싫을 거야.’


하지만, 이때 상황을 바꿔 줄 누군가가 나타난다면?


나는 앞으로 나섰다. 파삭, 일부러 나뭇가지를 밟아 기척을 냈다.


희인이 깜짝 놀랐다. 한눈에 내가 있는 방향을 바로 봤다. 내 얼굴을 보더니······.


“너구나.”


작게 숨을 내쉬었다.


좋아. 1차로 경계심 해제 완료.


이제는 대화를 이어가야겠지.


‘시나리오 외의 대화는 해본 적이 없지만.’


나는 자신 있게 말을 시작했다.


일단 첫 번째로, 빠르고 효율적으로 희인의 상황 알아주기.


“촌장님은 아직도 화가 많이 나셨어?”


희인의 눈썹이 시무룩하게 내려갔다. 고개를 끄덕였다.


두 번째는, 마음 헤아려주기.


“너도 힘들겠네. 마을 분위기도 안 좋을 텐데.”


이렇게 말하자 즉각 눈에 눈물이 고였다.


잘 풀려가고 있다. 나는 희인의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 희인은 피하지 않았다.


그럼 세 번째는, 괜히 내가 사과해서 희인의 동정심을 자극하기.


“미안해. 우리 외지인들 때문에 고생이다.”

“앗, 아니야! 네게 무슨 잘못이 있어!”


희인이 놀라며 벌떡 일어났다. 두 눈동자에선 이미 외지인에 대한 경계심이 녹고 사라진 뒤였다.


마지막은, 마음 약해지게 만드는 화법으로 협조 요청이다.


“나 혼자 해보려고 했는데, 힘든 것 같아. 도와줄 수 있어? 네가 도와주면 꼭 범인을 잡아서 데려올게.”


희인은 잠깐 생각했다. 그러나 망설임은 길지 않았다.


“응. 도와줄게.”


됐다.


역시 나쁜 짓 하는 것 만큼, 착한 척 하는 것도 쉽다. 특히 성격이 단순화된 NPC를 상대로는.


희인이 협조 의사를 보였다. 나는 속으로 득의의 미소를 짓고, 바로 본론을 꺼냈다.


“네가 그 도둑놈들을 촌장님 집에 데려다줬을 때 말이야.”

“······응.”


희인의 눈에 살짝 불안한 감정이 생겼다. 그녀는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조만간 “나 때문에 촌장님이···.”라며 삽질하기 전에 재빨리 다음 말도 했다.


“그 이전에도 촌장님 집에 데려다 준 사람이 있지? 도둑놈들보다 먼저.”


희인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도둑놈들보다 먼저 촌장의 집에 간 사람. 이게 무슨 뜻이냐면.


우셩이 어디서 듣고 온 말로부터 비롯된다.



-튜토리얼을 이미 한 사람이 있어요! 카카환보다 먼저 와서, 멀쩡한 촌장을 만나고 간 거예요!



어느 플레이어가 초급자 던전에서 카카환 일당 외의 다른 사람의 사냥 흔적을 발견했다고 한다.


던전에서 무언가 사냥했다는 건, 그 또한 튜토리얼을 마치고 전직을 한 사람이라는 것.


‘그래, 유일하게 카카환과 대등한 진도의 플레이어가 있는 거야.’


하지만 기이한 점이 있었다. 아무도 그 플레이어를 봤다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나보다도 더 심한 케이스였다. 누구와도 대화 한 줄 나눠보지 않았고, 목격담조차 없다.


우리로서는 그가 현 튜토리얼 도둑 사태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지도 알 길이 없었다.


그럼에도 던전에 나타났던 흔적이 있으면, 레벨업은 착실히 하고 있단 뜻이겠지.


나처럼, 은둔형 랭커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혹은 그 이상의 하자나 특이 사항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카카환 3인조를 밟아주기 전에 미리 만나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희인을 회유한 거야.’


희인은 튜토리얼 안내 NPC로서, 그의 얼굴도 닉네임도 본 유일한 존재.


게다가 NPC이니, 플레이어들은 인지할 수 없는 타인의 농장 위치에도 접근할 수 있다.


“나를 그 플레이어에게 안내해줘. 그 사람이 도와줘야 도둑을 잡을 수 있어.”


희인은 단번에 벌떡 일어나 안내했다.


내가 자신 또는, 그 플레이어에게 해를 끼칠 거라는 의심은 없었다.


머지 않아 그 플레이어의 농장 위치에 도착했다. 아직 담벼락이 헐었고 언뜻 보이는 오두막집도 낡은, 초기 상태의 농장이 안개 속에서 윤곽을 드러냈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그 앞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카카환이 왜 저기 있어?’


농장 정문 앞에 서서 비열한 웃음을 짓고 있는 건 분명 카카환이었다. 번쩍거리는 장비를 걸치고 있었다.


나는 단숨에 두 플레이어의 대치 상태를 간파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당장에라도 한판 붙을 듯이 날카로웠다.


필히, 좋은 이유로 농장에 초대한 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라고나 할까.


그렇다면 남은 가능성은 딱 하나.


‘농장 주인이 직접 초대했다는 것뿐.’


그리고 나는 카카환의 맞은편에 서 있는, 요주의 인물을 쳐다보았다.



--

이름: <패랭이꽃>

레벨: 12

--



외관을 처음 보자마자 조금 놀라긴 했다.


‘여성 유저였네.’


다만 그것 때문에 놀란 게 아니라, 패랭이꽃의 머리 위에 갈색 동그란 귀가 솟아 있어서였다.


‘아, 혹시.’


설마 패랭이꽃이 줄곧 사람들에게서 숨어다닌 이유가?


우셩 말고도 한둘이 아니다. 캐릭터일 때는 수인을 선택했다가 지금 빙의해서 피(?)를 본 사람이.


멀쩡한 성인으로서 원래 인간 귀 대신 북슬북슬한 동물 귀를 달고 있자니 현타가 제대로 오겠지. 게다가 인간에게는 있어서는 안 될 살랑거리는 꼬리는 어떻고······.


‘어라, 패랭이꽃은 꼬리가 없네.’


귀는 고양이 귀이니, 꼬리도 있어야 할 텐데.


하여간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내가 뒤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패랭이꽃이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 작은 주먹에서 분명히, 기다란 손톱이 위협적으로 길러져 나왔다.


“······!”


그러고는 카카환에게 뛰어들었다. 한 마리 호랑이처럼 그 동작이 매서웠다.


그 찰나 카카환이 기다렸다는 듯 저열하게 웃는 것을, 똑똑히 봤다.


건틀릿(손톱) 대 검. 결투가 시작됐다.


그리고 그런 걸 또, 나와 희인이 목격해버렸다.


“읍······!”


이번엔 내가 더 빨랐다. 놀란 희인이 비명을 지르려는 걸 내가 입을 틀어막았다.


좋아, 다행히 들키지 않았다. 희인은 순순히 비명을 참았지만, 대신 달달 떨며 나를 꽉 끌어안았다.


나는 코알라 같은 것에 매인 채로 싸움을 지켜봤다.


‘저 둘은 튜토리얼을 깬 사람들이라, PVP가 되는 거군.’


패랭이꽃은 역시 랭커였던 것으로 보였다. 여느 권법가처럼 인파이터로 가까이 붙어 공격하고 카운터를 날리는 동작이 예사롭지 않았다.


카카환 또한, 짜증스럽게도 노련하게 대처했다. 커다란 두 손 대검을 활용하여 패랭이꽃을 멀리 쳐내버렸다. 타고난 것처럼 연속 동작을 이어가며 패랭이꽃의 몸에 무수한 상처를 만들었다.


승자는, 카카환이었다. 그리고.


‘미친.’


카카환의 검이 비어 있는 복부를 관통했다. 즉사였다.


설마하니, 카카환이 저 정도로 미친놈일 줄은 몰랐다. PK를 진짜로 하다니. 그리고 상대가 부활하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다니.


끔찍한 광경이었다. 나는 눈을 떼지 않고 상황을 똑바로 주시했다.


패랭이꽃의 시신이 스르르 사라졌다. 카카환이 눈을 크게 떴다.


다음 순간, 멀쩡한 패랭이꽃이 농장에서부터 튀어나왔다. 패랭이꽃은 앞뒤 재지 않고 다시 카카환에게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평정심이 보이지 않았다. 분노로 이성을 잃은 듯했다.


“역겨운 놈.”


과묵함을 유지할 땐 언제고 욕설을 내뱉었을 정도이니.


‘죽어도 부활하는군. 단, 경험치 일부를 잃은 채로.’


아까보다 패랭이꽃의 레벨이 2 정도 줄어 있었다.


그렇다면 필시 능력치도 떨어졌을 것이다. 그런데도 다시 카카환에게 싸움을 걸다니, 어지간히 열받은 듯했다.


그때, 옆에서 희인의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사람······ 어떻게 다시 살아나는 거야?”


나는 잠깐이지만 굳었다.


NPC가 플레이어의 특징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그런 게 있어. 외지인은 많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야. 가진 힘 일부를 제물로 써서 부활해.”


대강 둘러대고서 다시 싸움에 집중했다.


둘은 다시 붙었다. 하지만 또 다시 패랭이꽃이 카카환의 검에 목을 찔리고 말았다.


“······.”


두 번째 지자, 패랭이꽃은 농장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카카환의 도발이 시작됐다. 놈은 농장 문에 발길질을 하고 침을 뱉으며 상대를 한껏 조롱했다.


도저히 못 봐줄 꼴이었다.


“거기까지만 해.”


내가 앞으로 나섰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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