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영화감독의 이세계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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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봉
작품등록일 :
2024.08.31 14:03
최근연재일 :
2024.09.0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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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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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상마법학파 해체

DUMMY

"오늘부로 영상마법학파는 해체되었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이 들려왔지만, 주변에 앉아 있던 수염 덥수룩하게 난 할배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잘 살아."


벙찐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있으니, 마법사들이 나가며 내 어깨를 한번씩 두드리는 것이었다.


"힘내."

"어린데 안됐구먼."

"그러게 왜 여기에 들어온다고 해서는."

"그래도 기초마법은 할 줄 알지? 그거면 어디가서 밥 굶지는 않을 거야."


젠장.


모두가 나가자 나는 주먹을 꽈악 쥐어보였다.


'시발. 작가 새끼. 죽여버린다.'


악플 하나 안 달아봤던 나한테 왜 이런 시련을 주는 건데 작가야.


그렇다.


나는 현대에 살다가, '기사님 이러시면 안돼욧!'이라는 성장물, 순애물, 판타지물 밑바닥 랭킹 소설 속에 빙의된 30세 장건우다.


열심히 살았다.

누구나 다 20대 때에는 열심히 살잖아?

꿈을 좇고, 좌절하고, 가족한테 미안해 하고, 자신감 떨어지고, 돈을 쫓아가다가도 다시 낭만을 찾고.


내가 그랬다.


멋있는 감독이 되고 싶었다.

아 스포츠 감독 말고 영화, 드라마 감독.


그래서 정말 열심히 공부했는데.


번번히 실패.


영화사에 시나리오 갖다 줄 때마다 문전박대는 기본이고, 열어보지도 않고 쓰레기통에 처박는 통에 얼마나 많은 술을 들이켰는지 모른다.


그 날도 술을 잔뜩 마시고 집에 들어왔는데.


왜인지 모르게 그날 따라 감성이 터진 모양인지 즐겨 읽던 '기사님 이러시면 안돼욧!'소설에 장문의 댓글을 달았다.


전역 후 꿈을 좇아 오년 동안 열심히 했으니 이제 포기하고 취업 준비나 해야겠다는 푸념 섞인 댓글이었다.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냥 외롭고 힘들고 고달파서 끄적인 거였으니까.


그랬더니,


띠링-


[작가 '기사순애물쵝오'님께서 답글을 달았습니다.]


평소에는 달리지도 않던 답글이 달렸다는 알림이 도착했고,


[당신의 꿈을 응원합니다 ^^]


그 답글을 보자마자, 나는 '기사님 이러시면 안돼욧!' 소설 속에서 초반에 죽는 엑스트라 쩌리 캐릭터에 빙의해 있었다.


그래.


내가 빙의된 이 테론이라는 남자는 망해버린 영상 마법 학파를 한 번 일으켜보겠다고 여주인공에게 접촉해 똥이나 질펀하게 싸지르다가 주인공인 기사 플로렌트 누아르에게 응징당한 비운의 개씹쩌리새끼다.


하필이면 이런 캐릭터에 빙의가 될 건 또 뭐람.


고민 상담 한 번 했다고 내가 죽일놈이라도 됐다는 거 아냐.


작가 씨발 T야?

공감 못해?


"하아."


한숨을 잔뜩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영상마법학파가 들어선 황색 마탑 3층은 얼른 비워줘야 한다.

마탑주가 다른 학파를 들이기로 했기 때문에.


아니나 다를까, 벌써 다른 마법사들이 제 짐을 들고 하나둘씩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짐 따위 별로 없었기에 그냥 몸만 달랑 나올 수 있었다.

왔다갔다 하는 다른 학파의 마법사들에게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밖으로 나오니 더더욱 한숨이 지어진다.


나 이제 뭐 하지?

소설 속 내용처럼 영상 마법 학파 한 번 다시 일으켜봐?


"그랬다간 분명 뒈지겠지."


그래.

누아르에게 목이 잘려 뒈져버릴 것이다.


여기서 죽어버리면 어떻게 되돌아 가겠어?


돌아갈 생각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처음 빙의 되었을 때, 차원을 넘나드는 마법 같은 것을 찾으러 다니기도 했었으니까.


그런데 그딴 건 없었다.


돌아갈 수 없다는 뜻이었다.


설마 여기서 쭉 살아야 해?

허리 꼬부라질 때까지?


다행스럽게도 그런 건 아니었다.

차원 마법을 찾으러 다니면서 아예 수확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작가가 제 4의 벽을 깨고 넣어둔 쪽지를 발견했으니까.


'요컨데 돌아가고 싶으면 특정 조건을 달성해야 한다라.'


일부러 넣어놓은 것인지, 아니면 실수로 넣어둔 더미 습작 데이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그게 가장 신빙성 있는 단서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이곳으로 빙의 되기 전, 작가의 답글을 떠올렸다.


[당신의 꿈을 응원합니다^^]


꿈을 응원한다라는 말과, 특정 조건을 채우면 돌아갈 수 있다는 단서를 합쳐보니 그럴 듯한 추론이 나오는 것이었다.


'내 꿈을 여기서 실현시키면 돌아갈 수 있는 거 아닐까?'


작가를 욕하고 있기는 하지만 굳이굳이 망해가는 영상 마법 학파의 말단 쩌리에게 빙의시킨 이유가 있긴 하지 않을까?


영상 마법이다.

사건을 기록하고, 마나를 이용해 재구성하여 영상으로 보여주는 마법.


지금은 수정구라는 마도구가 발명이 되어 영상마법은 뒷방 늙은이 정도로 전락하고야 말았지만, 한 때 전쟁이 성행했을 땐 우리 학파만큼 잘 나가는 학파도 없었다.


'얘네가 드라마나 영화가 뭔지 알기나 하겠어?'


기사가 있는 중세 세계관에 드라마와 영화라.


...오히려 좋잖아?


아까 내 옆에 앉아 있던 이미 다 늙어버린 마법사들이 살면 얼마나 더 살겠어?

앞으로 영상마법은 내 전용 마법이 될 게 뻔했다.

이걸 갈고 닦아서 수정구로는 재현 할 수 없는 아주 깔끔한 영상을 녹화하고 상영한다면?


매번 영화사에서 문전박대를 당했던 나도 이 세계에서 거장이 될 수 있다는 소리다.


이미 내 머릿속에는 편집 기법, 카메라 워킹, 연출 및 구도 등등의 지식이 해박했다.


이거라면 내 꿈을 실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해보자. 거장."


케빈 파이기, 크리스토퍼 놀란, 봉준호, 장테론 Let's go.



***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내 운명을 바꾸는 일이다.

그래야 내가 죽지 않고 꿈을 이룰 수 있으니까.


두번째는 영화나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영상 마법에 대한 능력을 성장시키는 것.

그래야 화질이 좋은 양질의 영상을 보여줄 수 있으니까.


그 다음은,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이 시나리오를 영화화 시키는 것이겠지.


나는 쓰고 있던 시나리오집을 소리가 나게 덮었다.


한 달.

영상마법학파가 사라지고 이 소설 이야기의 시발점이 되는 내가 죽는 날 까지 꼬박 한달이 남아 있었다.


그 시간을 단순히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었다.


어떻게 유의미하게 보내야 할까 생각하다가 선택한 것이 바로 현대에서 유명하던 영화 시나리오를 필사하는 것!


인간의 기억인지라 완벽하게 가져오지는 못했지만, 더듬더듬 기억나는 것 위주로 사건을 재구성시켰다.


물론 나만의 오리지널 시나리오는 아니었지만, 그건 차차 쓰면 되는 거니까.


일단 베껴 쓰면서 연습하려는 목적이었다.

나만의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서는 피나는 연습이 필요하다.


모방은 곧 창조의 어머니.

유명한 영화 시나리오를 필사 하다보면 나만의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만들 때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필사한 두툼한 시나리오집을 가방에 넣고 여관을 나섰다.

문 앞에는 숙박비 독촉장이 붙어 있었으나, 무시하고 밖으로 나섰다.


이제부터가 실전이다.

가장 먼저 내 운명을 바꾸기 위해서는 내가 내가 아닐 때 벌려놓은 일들을 수습해야만 한다.


그 첫번째가 바로 우리의 여주인공 샤를을 만나는 것.


샤를은 평민 출신 여자였지만, 숨겨진 뒷배경이 존재했다.

그건 바로 왕가의 핏줄. 전대 왕의 사생아.


지금은 모르고 있지만 언젠가는 사생아였음이 밝혀지며 후대가 없는 지금의 왕이 샤를을 공주로 추대하게 된다.

그러면서 나는 샤를의 목숨을 빼앗으려고 했다는 이유로 구속이 되고, 결국에는 남자 주인공 기사 누아르에게 목이 잘리게 되지.


왜 샤를을 찾아갔냐고?


마도구인 수정구를 만든게 바로 샤를이기 때문이다.


내가 빙의되지 않은 테론이었을 당시, 이 멍청한 새끼는 그저 수정구를 처음 만든 샤를이 없어지기만 하면 영상마법학파가 다시 힘을 되찾을 것이라 생각하고 샤를을 찾아가 죽이려고 한다.


때마침 나타난 기사 누아르가 그 모습을 발견하고 샤를을 극적으로 구해내고, 두 사람의 사랑이 시작되었지.


어찌 보면 두 사람을 이어준 큐피트 같은 놈이지만, 내 입장에서는 그저 뾰족한 화살이나 쏴대는 순수악 애새끼나 다름이 없다.

왜 목숨까지 던져가면서 주인공들의 사랑의 희생양이 되어야만 하는 건데?


내가 빙의 된 이상 그 전개는 포기해라 작가야.


나는 죽을 수 없다.



*



으슥한 밤.

아바라스 광장에서 조금 떨어진 상무지구 뒷골목.


테론은 그곳에서 몰래 샤를을 만나기로 했다.


이때의 샤를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공방의 사장에게 수정구의 아이디어를 모두 빼앗긴 상황이었다.

분명 발명은 샤를이 했지만 그 공을 전부 공방주가 가로채 갔다는 것이다.


평민 출신이었기에 어디 말 할 곳도 없고.

원래는 샤를이 돈방석에 앉아야 했는데 공방주가 대신 돈방석에 앉았으니.


샤를은 당장 오늘 저녁을 먹을 돈도 없었기에, 몰래 공방에서 프로토 타입 수정구를 빼돌려, 테론과 암거래를 하기로 약속을 한 것.

테론은 그 거래를 핑계로 샤를을 암살하기로 한 것이었고.


자기가 만든 물건을 자기가 몰래 가지고 나와서 암거래를 한다니.

호구새끼도 이런 호구새끼가 없다는 생각을 하며 테론은 걸음을 옮겼다.


후드를 뒤집어 쓴 채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저 멀리서 검은 인영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샤를이다.


테론은 어차피 그녀를 죽일 어떤 무기도 들고 오지 않았으니, 그녀를 죽일 이유도, 방법도 없다.

만약 운이 안 좋아 누아르에게 걸렸다 해도 의심 받지는 않을 것이다.


"호, 혹시 거래하기로 하신 분?"


샤를이 묻자, 테론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왼손을 내밀었다.

주머니에 넣은 오른 손에는 테론이 평생을 걸쳐 모은 돈주머니가 있었다.

여관 독촉장이 날아와도 이 돈만큼은 손대지 않았다.


원래라면 샤를을 죽이는데 쓰는 아까운 돈이겠지만,

이제는 자신의 운명을 바꾸는데 쓰이는 완벽하고 합당한 돈이었기 때문에.


왼손에 보라색의 수정구가 올려졌고,

주머니에서 돈을 든 오른 손을 빼자마자, 게눈 감추듯 돈주머니가 사라졌다.


이걸로 거래 완료.


원래 같았으면 수정구를 냅다 던져 깨면서, "이 썅년아! 너만 없었으면!!" 같은 삼류 쩌리 대사나 내뱉으며 단검들고 돌진 할 텐데.


테론은 그러지 않았다.


운명을 바꾸는데엔 그리 큰 움직임이 필요하지 않다.

지금은 테론이 된 장건우가 술 마시고 인생 푸념 댓글을 달고 이세계로 빙의 된 것처럼 말이다.


몸을 돌렸다.

이제 볼 일 없다 이 년아.

누아르랑 어떻게 연결되든 잘 살아라.


그런 생각을 하며 테론은 멋지게 퇴장하는 듯싶었다.


지퍼가 고장난 가방이 열린 채, 채 묶이지 않은 시나리오집의 낱장이 바람에 휘날리지만 않았다면.


펄럭-


돌아가려던 샤를의 앞에도 이 시나리오 낱장이 떨어졌고,

밤이라 무두질을 쉬는 대장간 간판 위에도,

홀로 사는 어머니의 저녁을 챙기기 위해 조금 일찍 닫은 생선가게 매대 위에도,

이제 막 마감 청소를 하고 있는 빵가게 벽에도.


테론이 쓴 시나리오가 흩날렸다.


그는 알지 못했다.


자신의 바꾼 운명이.

원래의 삶을 비튼 새로운 삶이.


"이건......."

"이게 뭐시여?"

"......다음 장... 왜 없어?"


어떠한 방식으로 흘러가게 될 것인가.


"자네도 봤어?"

"나, 나는 아무래도 첫페이지인 것 같은데! 다음페이지 갖고 계신 분 없소!!"

"그래서 뒤가 어떻게 되는 건데!!!"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아무도.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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