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영화감독의 이세계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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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봉
작품등록일 :
2024.08.31 14:03
최근연재일 :
2024.09.0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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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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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영상마법 (2)

DUMMY

만물마나설.


그 안에 적힌 이론은 정말이지 양질의 정보였다.


'세상 모든 물건에는 마나가 깃들어 있다. 그걸 취하는 방법만 알 수 있으면 누구든 마나의 양을 늘릴 수 있다고?'


책에 적힌 대로-정확히 말하면 가설이 적힌 일기장이었지만-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가장 먼저, 심장에 위치한 서클의 존재를 자각할 것.

두번째로, 공기중과 주변 사물에 깃든 마나를 자각할 것.

세번째로, 들숨에 마나를, 날숨에 탁기를 밀어내어 정순한 마나만 서클에 채워 넣을 것.


서클의 존재를 자각하는 건 쉬웠다.

낮긴 해도 기초마법을 익히며 2서클의 경지에 오른 마법사였으니까.


문제는 주변 사물에 깃든 마나를 자각하는 부분이었다.


이 부분은 아무리 눈을 감고 집중을 해도 느껴지지가 않았다.


역시,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어차피 시간은 많으니, 천천히 해보자.


마법사란 상상력을 기초로 두는 자들.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마법사들은 자신만의 마법을 만들어내곤 한다.

그 모든 것이 전부 상상력에 기초하는 것이다.


인간의 상상으로 가능한 모든 것이 마법으로 발현이 되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상상력이 풍부한 편에 속했다.


원래 몸 주인인 테론은 어떨지 모르나, 나는 현대에서 시나리오도 쓰고 영화 각색도 할 만큼 상상력으로 가득찬 20대를 보내왔었으니까.


그래서 상상했다.


돌로 이루어진 벽.

나무로 이루어진 책장과 책상.

종이로 이루어진 책.

위태롭게 떨리는 양초.

벽에 낀 이끼까지.


모든 사물에 마나가 깃들어 있다면, 분명 그 마나가 발산되는 형태가 있을 것이었다.


나는 그 형태를 상상하기 시작했다.


작은 실오라기 정도면 어떨까?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향기처럼, 작은 실오라기로 이루어진 미약한 마나가 공기중에 떠돌아다니는 것이라면?


처음부터 잘 되지는 않았다.

상상하는 것만으로 6개월이 지났다.

24시간 중, 삼시세끼 옥수수 알갱이를 씹는 30분을 제외하고 모든 시간을 상상하는데에만 쏟아 부었다.


엉덩이가 배기고, 다리가 저려왔다.

그래도 가부좌를 풀지 않았다.

지루해도 눈을 뜨지 않았다.

실마리가 잡힐 때까지 움직이지도 않았다.


지하실 한 켠에 쌓인 양초들의 절반이 타 사라질 때까지,

꼬박 8개월이 걸렸다.


그러던 어느 날.


'!!!'


발견했다.


아주 미약하게나마 흩어지는 실오라기를.


그리고 4개월이 더 지났다.


1년이 되던 그 날.


드디어 나는 이 지하실 안의 모든 물건에서 아지랑이 같이 피어오르는 실오라기들을 전부 캐치할 수 있었다.


그때 느낀 감정은 정말이지.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을 때와 같은 느낌이 아닐까?


기뻤다.

이게 정말 되는 거라니.


실오라기를 발견 한 이후, 나는 들숨과 날숨을 신경 썼다.


들숨에 마나를, 날숨에 탁기를 밀어낸다.


마나를 들이는 건 쉬웠다.

실오라기가 내 코로 들어오는 걸 마음의 눈으로 지켜볼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탁기를 밀어내는 건 완전히 다른 얘기였다.


탁기가 무엇인가.


마나가 아닌 무언가가 내 몸속에 있다는 것이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먹은 것이 없어 군살 또한 없었는데.

뭘 또 비워내야 한다는 거지?


그냥 받아들이기만 많이 받아들이면 되는 거 아니야?


고개를 저었다.


이번엔 상상력에 의존해서는 안된다.

이건 상상 자체가 되지 않는 일이었으니까.


그래서 생각을 거듭했다.


탁기란 무엇일까.


내가 무엇을 포기하지 못하고 잡아두고 있는 것일까.


그걸 생각하는 데에만 1년이 더 넘게 걸렸다.


지루했고, 포기하고 싶었지만 스스로를 계속 채찍질 했다.


이것도 못하면 뭘 할 수 있겠어?

이건 기초다.

겨우 마나의 양을 늘리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해야 할 일은 산더미다.

화질을 올려야 하고, 영상물도 찍어야 하고, 시나리오도 작성해야 한다.

배우도 구해야 하고, 마케팅도 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포기하면 걸음마를 떼기도 전에 포기하는 게 된다.


그럴 수는 없지.


그런 독기를 가지고 버티고 버텼다.


그렇게 2년이 지났다.


"스읍, 후우."


이제 들숨에 마나를 받아들이는 건 쉬웠다.

처음에는 아주 가느다란 실오라기였던 것이, 이제는 굵은 실선으로 바뀌어 있었으니까.


눈은 2년 동안 뜨지 않았다.

이러다가 시력이 감퇴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지만, 상관 없다.

시력을 잃으면 마법으로 보면 된다.


어떻게든 영화를 만들고 싶었으니까.


꿈을 이룰 기회가 생겼는데 겨우 시력 때문에 포기할 수는 없었다.


20대때, 나만의 영화나 드라마를 얼마나 만들고 싶었던가.

악마가 있다면 거래라도 하고 싶을 정도로 이를 악물었었다.

영화사에서 문전박대를 당할 때에도,

친구들에게 보여준 시나리오가 혹평을 받았을 때에도,


괜찮다.

괜찮을 거다.

꾸준히 하다보면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다.


그렇게 스스로를 채찍질 하며 버텨왔다.


그러니 나는 성공해야만 한다.


2년 하고도 6개월이 지났을 시점.


드디어 몸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눈을 뜨지 않아 그게 무엇인지 확인 할 수는 없었지만 분명 무언가 빠져나오는 기분임에는 분명했다.


들숨에 마나를 받아들이고,

날숨에 무언가를 뿜어냈다.


옷에서 악취가 풍기고, 미간과 턱을 타고 땀이 흘러내렸지만 계속해서 들숨과 날숨을 반복했다.


그리고,


6개월이 더 걸려 3년이 되었을 무렵.


우르륵!!


책장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



영상마법학파가 나간지 벌써 여섯 해가 지났다.

황색 마탑 3층에 영상마법학파 대신 들어선 마도구연구회.

그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상에 맞춰 꽤 쓸만한 마도구들을 그동안 참 많이도 만들어냈다.


황색 마탑 1층 로비.


수많은 마법사들이 밟고 지나가는 갈색의 양탄자.

그 아래에서 전에는 없던 변화가 시작된 것은 불과 3년전부터였다.


'?'


마탑주 마그란은 요즘들어 부쩍 흔들리는 양탄자 아래 바닥을 즈려 밟고 있었다.


'여기가 왜 이러지?'


분명 돌로 이루어진 바닥이라 단단해야 했음에도 마치 늪처럼 물렁거리는 느낌.


황색마탑이 100년이 넘게 서 있느라 드디어 문제가 생긴 것인가?

그럴 리가 없는데?

분명 이 마탑은 보존마법의 힘으로 보호를 받고 있을 텐데?


"마탑주님? 왜 그러십니까?"

"아 서기관. 여기 바닥을 좀 밟아보겠나?"

"바닥이요? 음... 어? 뭐야. 바닥이 왜 이럽니까?"


서기관이 와서 바닥을 밟았다.

물렁거렸다.

서기관의 표정에 당혹감이 스쳤다.


그때였다.


푸스스-


모래가 흘러내리는 소리가 들리며, 마탑주와 서기관이 서 있던 바닥이 점점 꺼지기 시작했다.


"어, 어어엇!!"

"으악!"


두 사람은 가까스로 피할 수 있었지만, 바닥이 무너지는 것까지는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바닥에 깔린 양탄자 가운데가 푹 꺼졌다.

마탑주는 손을 대지 않고 양탄자를 들어올렸다.


그 아래 펼쳐진 광경은,


"구멍?"


황색 마탑의 바닥에 꽤나 큰 구멍이 뻥 뚫려 있었다.


"이, 이게 뭐야?"


마탑주는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어두운 공간.


비행 마법을 써 그 아래로 천천히 내려가니,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여실히 드러났다.


사방에는 흘러내린 새까만 모래.

분명 무언가 있었던 것 같긴 한데, 전부 새까만 모래가 되어 있었다.


황색 마탑의 아래 무언가가 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던가?

단언컨데 없었다.


마탑주는 자신이 선 지하실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어욱! 냄새!"


그 바닥에는 악취를 풍기는 새까만 오물이 잔뜩 고여있었다.


테론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던 자리였다.



***



밖으로 나온 나는 오랜만에 맞는 공기를 잔뜩 만끽했다.


"와, 이게 바로 해방감인가?"


탁기는 몸 속에 쌓인 노폐물이었다.


탁기를 밀어내기 시작했을 때부터 도망가지 않고는 못 배기는 악취가 풍겼으니까.


그리고 비로소 모든 탁기를 밀어냈을 때,

온 몸에 마나가 가득 들어차는 것만 같은 고양감을 느꼈다.


완전히 새로운 몸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아직도 2서클의 마법사였지만 내 심장에 들어찬 고순도의 마나 만큼은 엄청나게 방대한 양을 자랑했다.


"걱정했던 시력도 그대로고. 여러모로 아주 좋은 가설이었어."


결과적으로 그 가설은 검증된 실제였다.

지하실 내부의 모든 물건에서 마나를 빼냈고, 비로소 심장 속 서클에 모두 담아 냈을 때, 모든 사물들은 원래의 형태를 잃어버린 채 모래가 되어 무너져 내렸다.


책장도, 양초도, 책들도, 돌벽도, 철로 이루어진 출입문도 모두.

영양가를 전부 잃어버린 새까만 흙으로 되돌아갔다.


"지금 마나의 양이라면, 해상도가 대충 360p 정도는 되려나?"


공간이 너무나도 협소했고, 또 마나를 많이 간직한 사물들도 아니라서 이 정도였다.


하지만 바깥에서 방대한 양의 마나를 가진 사물들을 받아들인다면?

마나의 양을 엄청나게 늘릴 수 있을 것이다.


그 생각만으로도 희망감이 생겼다.


'마탑주에게는 미안하지만. 뭐 알아서 고치겠지.'


지하실 천장이 무너지기 전에 부리나케 빠져나왔다.


이제 황색마탑에 올 일은 없다.

나의 수련에 도움을 준 지하실도 없었으니까.


이제 해야 할 일은,

해상도 360p를 제대로 낼 수 있는 화질을 만드는 것.

색감과 명암비를 조절해 해상도에 맞는 화질을 만들어내야 한다.


마나양을 늘리며 여러가지 생각해 본 것들이 있었다.


'누군지도 모르는 저자 양반. 당신의 가설은 내가 증명해냈어.'


마지막까지 가까스로 형태를 유지하고 있던 [만물마나설] 책자가 모래가 되어 흘러내렸다.


손을 툭툭 털며 걸음을 옮겼다.


이제는 내 가설을 증명해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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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 영상마법학파 해체 24.09.01 1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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