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영화감독의 이세계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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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봉
작품등록일 :
2024.08.31 14:03
최근연재일 :
2024.09.0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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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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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럭키잖아!

DUMMY

세계 최초의 영화를 본 적이 있는가?


기차가 역으로 들어오는 걸 찍은 다큐였는데, 그 날 극장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기차가 달려오는 줄 알고 혼비백산 해 도망쳤다지.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지만,

그건 아마 이 세계 사람들도 같은 반응일 것이다.


늑대라고 예외가 있을까?


내 가설의 시작점은, 늑대가 과연 살아움직이는 영상을 본 적이 있을까? 에서 시작되었다.


360p정도면 살아 움직일 정도로 생생한 현장감을 줄 순 없겠지만,

위협 정도는 할 수 있겠지.


게다가 내게는 1년동안 수련을 거듭해 드디어 추출한 RGB값까지 존재한다.


눈앞의 늑대와 같은 개체를 '녹화'해 '상영' 한다면 유의미한 결과값을 도출할 수 있을 것.


허공에 고대어를 슥슥 쓰기 시작했다.


이번엔 수정구의 힘을 좀 빌리자.


곧이어 허공에 늑대가 나타났다.

눈앞에 있는 늑대와 같은 모습.

그리고 무엇보다도 돋보였던 건, 실제와 같은 다채로운 색감.


수정구에서 뿜어져나온 빛이 허공에 늑대의 상을 만들어 냈고,

마법을 '확대'해 눈앞의 늑대보다도 더 큰 개체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보통 이 세계에서는 이런 방식의 마나운용을 하지 않는다.


상상력이 부족해서?


그것보다는 이러한 경험을 해보지 않아서.


상상은 경험에서 나온다.

즉, 현대인인 나는 남들과는 다른 상상을 할 수 있다.


그러니, 이건 나만의 고유 마법이다.


이윽고 영상 속 거대한 늑대가 포효했다.


-크워어엉!!


소리까지 재생된다.


-끼잉! 낑!


나를 먹으려고 침을 질질 흘리던 늑대는 겁을 잔뜩 집어먹고 뒷걸음질을 쳤다.


어떠냐!

성장한 내 영상마법이!


뒷걸음치던 늑대는 곧이어 꼬랑지를 말고 냅다 도망치기 시작했다.

눈앞에 먹잇감이 있었는데 갑자기 거대한 늑대가 나타날 줄 몰랐겠지.


그렇게 나는 내게 처음으로 부여된 시련을 이겨냈다.


성장의 체감이 확 다가왔다.


겨우 이걸 위해 7년간 수련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가능성을 봤다.


겨우 360p의 화질로도 굶주린 맹수를 도망치게 할 정도라면, 사람들은 어떨까?


기대가 된다.


"가설 증명 완료."


말을 하자마자 두 다리가 풀렸다.


주변의 푸릇푸릇한 잔디조차 죽어 흙이 되어버린 내 수련 공간.

그 바닥에 무너지듯 주저 앉았다.


긴장이 풀린 탓이겠지.


주저 앉은 채 내 몸을 내려다보았다.


옷이 헤지고 찢어져 더이상 중요부위를 가려주지 못했다.


"옷부터 사야겠네."


그런데 돈이 없는데.


"......."


알바라도 해야 하나.



***



결국 나는 숲속을 돌아다니며 죽은 동물의 사체에서 나온 가죽을 어깨에 둘렀다.


냄새는 좀 나지만 창피하지 않은게 어디야.


잔잔한 호수에 내 모습을 비춰보았다.


꼴이... 꼭 자연인 같다.


'이 모습으로 도시로 향하면 분명 잡혀가겠지?'


아니면 거지들이 달라붙겠지.

여긴 자기들 구역인데 왜 돌아다니냐면서.

호되게 쳐맞을지도 모른다.


'돈을 벌어야 하는데.'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할까?


가방에 무언가 팔만한 게 없을까? 하는 생각에 7년만에 처음으로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있는 거라곤 수정구와, 조금 남은 옥수수 말린 알갱이, 펜과, 마탑에서 가지고 나온 완드, 그리고 시나리오.......


잠깐.


"뭐야, 이거 왜, 왜 이렇게 얇아?"


이제는 누리끼끼해진 시나리오집을 뽑아 들었다.

말도 안되게 얇다.


이럴리가 없는데?


다급하게 시나리오 종이를 넘기니, 초반부가 뭉텅이로 사라져 있었다.


아니, 이게 어디갔어?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마탑 지하에서 수련할 때 같이 재가 되어 흩어졌나?


그럴리가. 분명 가방은 문 밖에 두었다.


아니면 누군가 내 가방을 발견하고 속에서 시나리오만 꺼내갔나?


그럴리가 없지.

그랬다면 왜 후반부를 남기고 가져갔겠어?


게다가 마탑 지하실이 있다는 건 나 말고는 모르는 사실이다.


누군가가 만약 알고 있다고 해도 시나리오 종이만 훔쳐갈 확률은 거의 없었다.


"허어,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돈 되는 완드를 가져간 것도 아니고.

뭐하러 시나리오를 가져간단 말인가?


"쩝, 뭐. 다시 쓰면 되지."


어차피 머릿속에 다 있다.

영화와 드라마 시나리오는.


감독이 되기 위해 수도 없이 돌려봤으니까.


지나간 것엔 미련을 버리고, 돈이 될 법한 완드를 꺼내들었다.


이거라면 꽤 값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돈으로 일단 주린 배를 채우고, 허름한 옷을 사야겠다.


완드를 손에 들고 가방을 맸다.


크룬델 대삼림을 빠져나오면 작은 군락을 이루고 있는 민가촌이 있었다.


왕국으로 향하는 길목에 존재하는 곳이었는데 이곳에도 전당포가 존재했다.


나는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며 전당포를 향했다.


기다란 카운터 안에 앉은 남자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툭툭 책상을 두드리니, 졸던 남자가 화들짝 놀라 일어난다.


"어서오... 응?"


남자는 추레한 몰골을 하고 있는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기 시작했다.


"훔친 물건은 안 받습니다."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내젓는다.


하긴, 내 몰골이 많이 이상하기는 하지.


웬 거지가 훔친 물건을 맡기러 왔다는 생각을 할 법도 했다.


"훔친 거 아닙니다. 제거예요."

"...주운 것도 안 받아요."

"주운 것도 아닌데."

"만든 물건도 안 받습니다."

"도대체 받는게 뭐예요?"


나는 짜증을 내며 책상 위에 완드를 올려놓았다.


마탑에 처음 들어갈 때 위대한 마법사가 되라는 의미에서 받는 기념용 완드였다.

기념품이라 하더라도 그 위력은 일반 완드를 상회하는 것.


전당포 주인은 안경을 고쳐 쓰더니 완드를 이리저리 돌리며 찬찬히 뜯어보기 시작했다.


"황색마탑 기념 완드네요? 마법사였소?"

"예. 훔친 거 아니고, 주운 거 아니고, 만든 건 더더욱 아니고요."

"아니 마법사라는 양반이 그러고 다니면 어떻게 해?"

"마법사는 개인사정 쯤 있으면 안돼요?"


투덜대던 전당포 주인이 손가락을 들어보였다.


"50쿠퍼."

"에이, 좀 더 씁시다. 이거 7년 전 건데."

"...70쿠퍼. 더이상은 안돼요. 딴데 알아보쇼."


70쿠퍼라.

그 돈이면 옷 사입고 그저 그런 밥 대충 먹으면 다 사라지는 돈이다.


"그래요. 70쿠퍼."

"여깄소. 살펴 가시오."


돈을 받아들고 가려다가, 다시금 전당포 주인을 바라보았다.


"그, 여기 옷 사려면 어디로 가야해요?"

"옷? 옷가게는 도시로 들어가야지. 이 마을엔 없소."

"도시로? 이걸 입고?"

"...그럼 내 옷이라도 벗어주리?"


...그거야 그렇지.


"암튼 고마워요."

"옷이 신경쓰이는 거면 성문 들어가자마자,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가보슈. 거기에 허름한 세탁소 하나 있을 테니까. 거기서 안 찾아가는 옷이라도 하나 구해보시든가!"

"처음으로 괜찮은 정보 하나 주시네. 땡큐요!"


뭐라뭐라 중얼거리는 전당포 주인을 뒤로 하고 아바라스 성 도시를 향해 걸었다.



***



아바라스 성 내부 도시는 수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었다.


분수대가 있는 중앙광장은 특히나 더 북적인다.


그에 따라, 광장에서는 다양한 문화생활이 성행하곤 했다.


어린이들을 위한 인형극부터, 배우들이 직접 연기하는 연극과, 아슬아슬 쫄깃쫄깃 서커스까지.


문화생활이란 왕국의 시민들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용으로 아주 제격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성행에도 불구하고,

여기 침음을 흘리는 사내가 있었으니.


'수익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보라연극단의 단주.

리카르도.


그는 몇년 전부터 꾸준히 줄어드는 수익구조를 바라보며 이마를 짚었다.


'끄응, 처음에는 그저 잠시일 뿐이라 생각했는데. 이 그래프는.......'


바닥을 뚫다못해 계속해서 내려가는 수익구조 그래프가 그려진 종이를 보며 당장에라도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참았다.


왜 이렇게 된 걸까?

그 이유는 간단했다.


7년전, 아바라스 왕국에 풀린 의문의 시나리오 종이.


그게 풀리자, 기존의 연극을 보던 사람들의 평가도 현저하게 뒤바뀐 것이다.


[그저그런 진부한 스토리의 연극.]

[정녕 연극 시대의 끝이 도래한 것인가?]

[진부하고, 발전도 없고, 그저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반영하기만 한 쓰레기 작품.]

[심장이 떨리지 않는 것은 이야기라 부를 가치가 없다.]


대충 이런 식이었다.


그래서 연극 극본을 쓰는 작가에게 신선한 스토리가 없느냐 물어보았더니,


'사람들은 예술을 몰라요. 어디 그런 저급한 스토리가 뭐가 재밌다고.'


이런 말이나 들려올 뿐이었고.


'그 시나리오를 쓴 작가만 찾을 수 있다면.'


그렇게만 된다면 보라극단이 다시 한 번 아바라스 왕국을 평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터.


그런데 그 사람을 도대체 어디서 찾냐고.


왕궁에서도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다는데.


근 5년간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는데.


리카르도는 바람이나 쐴 겸 극단 사무실을 나섰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왕국 도시 남문 근처까지 다다랐다.


'뭐야, 어느새 여기까지?'


머리가 지끈 아파왔다.


이제 돌아가자, 그렇게 생각하고 발걸음을 돌리는데.


"아니, 왜 못들어가는 건데요!"

"안됩니다. 돌아가세요."

"나도 여기 시민이라니까?"

"거지는 받을 수 없습니다."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지? 하고 고개를 돌렸다.


남문 너머에 웬 거지꼴을 하고 있는 남자 하나가 성문 경비병과 실랑이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뭐야, 거지인가?'


"옷이 이래서 거지같이 보일 순 있는데요. 안에 들어가서 옷 살 거라니까?"

"그래도 안됩니다."

"아, 어이가 없네. 아바라스 왕국은 사람을 가려받나!! 어!! 왕 나오라 그래!!"

"국왕전하를 욕한 죄로 오라를 받고 싶으냐!!"

"죄, 죄송합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와서 눈에 뵈는게 없었어요!!"


리카르도는 무심한 눈으로 경비병과 싸우는 사내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추레한 행색.

어깨 아래로는 냄새나는 동물가죽을 두르고 있었고,

머리카락은 자르지 않아서 어깨까지 기다랗게 내려와 있었다.


리카르도는 조금 더 자세히 사내의 모습을 뜯어보았다.


꾀죄죄한 몰골 속 숨겨진 뚜렷한 이목구비.

만약 깨끗한 상태였다면 지나가다 한 번쯤 눈길을 줄 정도로 잘생긴 사내였다.


'쯧, 어린 사람이 어쩌다 거지가 되어서는.'


관심을 끄고 발걸음을 돌리려 하던 그 때,

리카르도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한가지 기억이 있었다.


'...잠깐.'


뭐지?

왜 이렇게 낯이 익지?


리카르도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사내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왕국에서 극단을 대상으로 몽타주 하나를 돌린 적이 있었다.

아바라스 왕국을 강타한 희대의 시나리오를 쓴 작가를 찾기 위함이었다.


그때, 본 몽타주를 리카르도는 기억하고 있었다.


'닮...았어? 닮았어. 아니 너무 똑같애! 뭐야! 왜 똑같애?'


잠시 벙찐 표정을 하고 있던 리카르도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시발.


이거 하늘이 내려주신 기회인가?


만약 저 남자가, 왕국에서 그토록 찾던 그 시나리오를 쓴 작가라면.

만약 그렇다면.......


리카르도의 얼굴에 웃음꽃이 만개했다.


이거 완전 럭키잖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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