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영화감독의 이세계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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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봉
작품등록일 :
2024.08.31 14:03
최근연재일 :
2024.09.0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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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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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영상마법 (완)

DUMMY

내 가설을 증명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이 세상은 아주 선명한 색깔들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물론 빛이 시력을 만나 뇌내에서 색깔의 정보를 가려내는 것이었지만,

이곳은 마법이 존재하는 세계.


색맹이라고 할지라도 괜찮다.

원소가 가진 고유한 빛이 마법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는 세상이니까.

쉽게 말하면 불은 기본적으로 빨간색, 풀은 기본적으로 초록색, 물은 기본적으로 파란색이라는 것이다.


더 깊게 들어가면 빛의 양에 따라 색의 정보가 바뀌게 되지만 거기까지는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이 불 마법, 식물 마법, 물 마법으로 RGB값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


내가 생각한 가설이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가설.


그러니 증명해보여야 한다.


가장 먼저 손아귀에서 불을 피워냈다.


작은 화마가 손아귀 위에서 넘실댄다.

이 불 마법, 즉 화염구에서 색을 이루는 마나의 정보만 추출해내는 것이다.


나는 사물에 깃든 마나를 받아들이는 훈련을 했으니 충분히 마나를 걸러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시, 세상에 쉬운 건 없어."


생각대로 잘 되지는 않았다.

마나를 추출해낼 수는 있는데 색깔을 나타내는 마나만 따로 분리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그저 내가 아직 섬세함이 부족해 필요한 정보만 뽑아내지 못하는 것일 뿐.


'몸을 숨기고 연구할 만한 장소가 필요한데.'


그러나 연고 하나 없는 이 세계에서 도대체 어디에 내 몸을 의탁한다는 말인가.


부모가 있는 것도, 그렇다고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테론은, 길거리 고아 출신이었으니까.


잠시 생각하던 나는 정처 없는 발걸음을 고쳤다.


숲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고수가 되기 위해 폭포수를 맞으며 수련하는 무림인들처럼.


숲속은 거대한 생명의 보고.

마나가 고갈되면 채울 수도 있고,

우거진 수풀로 인해 남들의 눈을 피할 수도 있다.


야생 육식동물들이 걱정 되긴 하지만 그런 건 초급 보호마법 하나면 전부 해결된다.


아바라스 왕국 북쪽에 위치하는 거대한 숲인 크룬델 대삼림.


그 한가운데로 정처없는 발걸음을 옮겼다.


***


아바라스 제국 왕성.


테론이 수련을 위해 6년간 지하실에 쳐박혀 있는 동안, 세계의 시간선은 흘러 결국 샤를은 아바라스 왕국의 공주가 되어 있었다.


샤를은 화장대에 앉아 턱을 괴었다.


6년 전이 자꾸만 생각이 난다.

그때, 자신과 마도구를 암거래 했던 그 남자가.


그리고, 흩날리던 종이.

그 안에 적힌 흥미로운 스토리들.


샤를은 근 6년간 세상에 퍼진 시나리오 종이를 사 모았다.


천정부지로 가격이 치솟는 터라 전부 구하지는 못했지만 초반부 다섯 장 정도는 구할 수 있었다.


'그 사람을 찾으면 이렇게 돈을 써가며 모을 필요도 없는데.'


왕녀가 된 이후로 전국에 사람을 보내 그 남자에 대한 수색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심지어는 비슷한 사람조차.


'뒷내용이 너무 궁금해.'


그때,


똑똑-


샤를의 방에 노크 소리가 울려퍼졌다.


"공주 전하! 찾았어요!"


문이 열리지도 않았는데, 밖에서 노크를 한 사용인이 들뜬 목소리로 외쳤다.


샤를은 부리나케 문을 열었다.


"찾았다고?"

"네! 공주전하께서 말씀하신 몽타주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을 찾았다는 전갈이에요!"


사용인의 표정은 한껏 상기되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이 세상에서 가장 많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시나리오의 주인이 나타난 것이었으니까.


도박을 소재로 한 흥미진진한 이야기.

주인공 거니가 도박을 통해 돈을 버는 이야기.


시중에 풀린 시나리오에는 거니와 함께하던 도박꾼 하나가 죽고, 거니와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아구와 도박을 하러 가는 장면까지 뿐밖에 없었다.


가장 중요한 그 뒷이야기가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6년동안 그 뒷이야기를 추측하기 시작했다.

수도 없이 많은 이야기들이 나왔지만 그 어떤 전개도 사람들의 마음을 충족시킬 수 없었다.


그러니 이 시나리오를 쓴 사람을 찾는 건 당연했다.

빨리 다음 이야기 쓰라고.

독촉하고 싶어서.


이윽고, 사용인의 뒤로 은빛 갑주를 입은 한 기사가 등장했다.


눈빛은 이지적이었으며,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냉미남형 얼굴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것이었다.


샤를의 약혼자이자, 기사.

누아르.


"샤를."

"누아르."


성큼성큼 걸어 샤를에게 다가간 누아르가 다짜고짜 그녀를 와락 껴안았다.


"보고싶었어."

"북쪽 숲에 몬스터 토벌하러 갔었다면서? 다친 덴 없는 거야?"

"멀쩡하다. 보다시피."


웃음기 하나 없는 냉혈한 얼굴이었지만 그 눈빛에 샤를을 사랑하는 감정이 깔려 있었다.


누아르는 잠시 샤를의 얼굴을 탐닉하듯 쳐다보더니 재차 와락 끌어 안았다.


샤를은 좋은 냄새가 나는 누아르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분명 누아르의 품에 안겨 있는데,

자꾸만 불순하게도 6년 전 그 사내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얼른 그 사내를 찾으러 가고 싶었다.


그저 궁금한 마음 때문이겠지.


샤를은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일단락 하고는 넓디 넓은 누아르의 품 속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리고는 누아르의 넓은 등을 끌어안은 손으로 휙휙 손짓을 했다.


사용인을 향해 보낸,

그 사람을 얼른 찾아 오라는 수신호였다.


***


크룬델 대삼림에 들어섰다.


숲의 한가운데로 향하니, 사방으로는 녹음이 우거져 그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을 것만 같은 공터가 나타났다.


"여기라면 괜찮겠는걸?"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공기중에 짙게 깔린 거대한 생명의 태동이 여과없이 느껴졌다.


그래!

이게 맞지!

마법을 연구하려면 이런 곳에서 해야지!


나는 주변에 굴러다니는 돌을 주워서 내 주변 반경 10m지점을 전부 채웠다.

원의 형태로.


그리고 돌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나를 이용해 보호마법을 펼쳤다.


육안으로 내 모습이 보이긴 하겠지만 웬만한 야생동물이나 몬스터들은 들어오지 못할 것이다.


주변의 안전을 확인하고 나서 내가 친 원의 정 가운데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이번엔 몇년이나 걸릴지 모르는 일이다.


어쩌면 마나의 양을 늘릴 때보다 더 오랜 기간이 걸릴지도.

아니면 더 적은 시간이 될 수도 있고.


지그시 눈을 감았다.

무릎 위에 가볍게 손을 올려놓고 하늘을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


두 손바닥에서 화륵! 하고 불꽃이 피어올랐다.


여기서 색을 이루는 마나만 추출해내는 것이다.


정신을 집중했다.


시간은 상대적인 것이다.

무아지경의 경지에 들어서면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지 못한다.


내가 시간을 세는 방법은 이따금씩 귀에 들리는 숲새소리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총 100번 정도 새소리를 들었을까.


서클에 가득 채워져 있던 마나가 고갈됨이 느껴졌다.


'끄응... 이거 엄청 힘드네.'


6년 간 한 자리에 앉아서 수련을 하는 것보다 더 힘들고 지루했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포기를 모르는 남자다.


6년?


10년동안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며 꿈을 좇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 새발의 피다.

게다가 이건 성장의 결과가 재깍재깍 나타나잖아!


마나가 고갈되면, 주변에 있는 숲속에서 양질의 마나를 끌어와 다시 채웠다.


서클이 가득 차면 다시 불꽃을 피워내 집중했다.


또 고갈되면 마나를 끌어다 채우고,

마나가 가득 차면 불꽃을 피워냈다.


그러기를 몇십번? 아니 몇백번?


이제는 세는 것도 의미가 없다는 판단이 들었을 때,

비로소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새소리를 대충 365번은 들은 듯하다.


1년이 지났다는 소리.


그동안 비가 온 몸을 적셔도, 눈이 머리와 온 몸을 덮어도, 강렬하게 내리쬐는 태양이 내 몸의 모든 수분을 빼앗아 가도.

눈 한 번 뜨지 않고 버텼다.


그 결과,


'보인다!!'


불꽃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나의 형태가 바뀌었다.


마치 오랜 시간 퇴적된 지층을 보는 것처럼, 마나의 단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안에는 불꽃의 형태를 이루는 마나의 정보, 불꽃의 온도를 이루는 마나의 정보, 그리고...

불꽃의 색을 이루는 마나의 정보가 여실히 드러나 있었다.


색을 이루는 정보만 빼냈다.

보인 순간부터는 말의 등에 날개를 단듯 일사천리였다.


감을 잡는데까지 1년이었던 반면,

추출을 성공하는데에는 불과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색의 마나를 추출해내니, 불꽃은 빛을 잃고 투명하게 타올랐다.


투명하다고 해서 꺼지지 않는 불꽃과 같이 좋은 효과가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색을 잃은 불꽃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


불꽃에서 색을 추출해낸 후에는 워터볼을 만들어냈다.

이번엔 추출까지 오일도 채 걸리지 않았다.


다음은 손아귀에서 잡초를 피워냈다.

이번에는 추출까지 삼일도 채 걸리지 않았다.


점점 성장해가는 기분이 묘하다.

이게 바로 성장의 맛인가?


전체적인 꿈을 놓고 봤을 때는 아주 작은 한걸음이지만, 착실하게 계단을 올라가고 있음이 여실히 느껴진다.

이게 바로 상승감.


좋은 감정이다.


색의 마나를 전부 빼내자, 내게는 1년 하고도 3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 있었다.


그동안 내가 쳐놓았던 보호마법의 기초인 돌들도 전부 부서져 모래로 되돌아가 있었고.


무아지경에 빠져 있느라 보호마법이 약해진 사실도 모르고 있었구나.


이번엔 명암비를 영상에 녹여 내기 위해 녹음을 이용해봐야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크르륵!!


별안간 섬뜩한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늑대다.


그것도 몬스터화가 진행된 야생 늑대.


시뻘건 피가 가득 묻어 있는 날카로운 송곳니가 빛을 받아 번쩍였다.


-크라아악!!


늑대는 아가리를 벌려 허공에 쳐진 반투명한 보호막을 찢어발겼다.


늑대 몬스터는 3서클 마법으로도 충분히 죽일 수 있는 약한 몬스터다.


4서클까지는 1년이면 달성하기 때문에 늑대는 하위 몬스터로 분류된다.


나는 2서클의 마법사다.


2서클의 마법으로는 늑대의 가죽을 뚫을 수 없다.


그나마 보호막은 늑대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 약해져서 공격 한 번에 깨져버렸다.


나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뒷걸음질을 칠 수밖에 없었다.


젠장.

하필이면 이때.

색의 마나를 추출해 내느라 마나 마저 고갈된 이 때 늑대가 다가올 건 또 뭐람.


늑대는 내 힘을 가늠이라도 하듯, 주위를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이길 방법이 뭐가 있을까?

이 놈을 쫓아낼 방법.


2서클의 마법으로는 어림도 없고.


내가 가지고 있는 건 360p의 해상도를 자랑하는 영상마법 뿐.

게다가 추출해낸 RGB값까지.


이걸로 저 녀석을 쫓아낼 방법이 있을까?


뒷걸음질을 치며 고민했다.


뭐가 됐든 하지 않으면 안된다.

내가 죽든 저 녀석이 도망가든 선택지는 둘 중 하나다.


7년간 뻘짓만 한 건 아니라는 걸 증명해내야 한다.

이 늑대새끼도 몰아내지 못할 마법이라면 마법사 접어야지.

그냥 죽어서 여기서 생 마감해야지.


근데 그럴 수는 없잖은가.


내겐 꿈이 있는데.


결연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저녀석을 이길 수 있는,

한 가지 가설이 머릿 속에 떠올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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