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각색작가의 캐릭터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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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이아
작품등록일 :
2024.09.01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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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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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성

DUMMY

“자. 여기 있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삼촌이 두툼한 종이 뭉치를 나에게 불쑥 내민다.


“뭐가 그렇게 급해요?”


평소와 다른 삼촌의 모습에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고, 삼촌은 표정 하나 숨기지 않으며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급하지. 지금 얼마나 헤매고 있는데.”

“그 정도예요?”

“그 정도야. 일단 한 번 봐봐.”


정말 급하다. 그래도 삼촌의 사정을 모르는 게 아니었기에 삼촌이 건네는 뭉치를 조심스럽게 받아들였다.


[드라마 작두 시나리오(웹툰 원작)]


괜히 떨린다. 시나리오 및 대본이라는 걸 처음 보는 것이었기에 알 수 없는 감정이 휘몰아쳤다. 그래도 최대한 차분하게 첫 장을 넘기며 서서히 집중했다.


사락. 사락.


침묵이 이어진다. 종이 넘어가는 소리만 들려왔고, 삼촌도 굳이 말을 걸지 않으며 가만히 나를 지켜볼 뿐이었다.

속도가 점점 붙기 시작한다. 종이 넘어가는 소리가 박자를 탄다.


탁.


얼추 내용을 전부 살펴본 나는 들고 있던 시나리오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어때?”


이어지는 삼촌의 물음. 처음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상당히 급해 보이는 삼촌의 모습에 괜히 웃음이 나온다. 그래도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으며 삼촌과 내려놓은 시나리오를 번갈아 쳐다보며 솔직하게 대답했다.


“잘 모르겠는데요?”

“응?”

“잘 모르겠어요.”


입가를 가볍게 매만지는 나의 모습에 삼촌은 눈썹을 한껏 찡그리며 대화를 시도했다.


“장난치지 말고 느낀 점 그대로 말해 봐. 난 진짜 괜찮으니까.”

“장난 아니에요. 저 진짜 솔직하게 말하는 거예요.”

“··· 진짜로?”


장난기 하나 없는 목소리에 삼촌도 뒤늦게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진짜 모르겠네.


판단하기가 정말 어려웠다. 우선 내가 이런 시나리오나 대본을 처음 보는 것이기에 제대로 된 기준이 없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그래도 굳이 따지면··· 재미가 없다고 해야 하나?


이상할 정도였다. [작두]에 담긴 원작의 내용을 어떻게든 꾹꾹 담아내며 노력한 게 초심자인 내가 봐도 바로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이 점이 어색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할 정도로 재미가 없었다.


나만 그런가?


판단이 어렵다. 이건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었다.


“재미없지는 않아?”


하지만 그때 들려오는 삼촌의 목소리.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생각하던 것을 그대로 중단하며 곧장 삼촌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일단 대답부터. 어떻게 생각해?”


대답을 먼저 요구하는 삼촌의 모습에 나는 괜히 볼을 긁적거리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솔직히 말하면 재미없어요.”

“역시.”


마치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삼촌은 한숨을 푹 내쉰다. 그리고 나는 내려놓았던 시나리오를 다시 집으며 살펴봤다.


재미라. 재미.


어렵다. 이런 시나리오를 처음 마주해서 더 쉽지 않았다.


“제가 재미없다고 말할 줄 알고 계셨던 거예요?”


조금 전 보였던 삼촌의 반응을 떠올리며 묻는다. 삼촌은 나를 쳐다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얼추? 지금 이걸 본 사람들의 공통적인 반응이 대부분 재미 부분이었거든. 지킬 건 다 지키고, 원작 내용도 다 들어가 있는데, 이상하게 재미가 없다더라. 나도 비슷한 의견이기도 하고.”

“그래?”


지금 내가 생각하는 감정이 딱 저런 느낌이 아닌가 싶다.


“이거 작가님이 직접 하신 거라고 하셨죠?”

“맞아. 원작자인 신유라 작가.”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이는 삼촌. 나는 시나리오를 계속해서 매만지며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이거 집에 들고가서 더 봐도 괜찮아요?”

“상관없긴 해. 그런데 왜?”


이상하게 기대감이 듬뿍 담겨 있는 삼촌의 목소리였고, 나는 시나리오에서 시선을 거두며 오늘 이 자리가 만들어진 이유를 찾아 거슬러 올라갔다.


“저한테 이걸 보여주신 이유가 이것저것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

“맞지. 최근에 각색한 것도 있고, 이런 쪽으로 상우 네가 워낙 강점이 있잖아.”

“그래서 조금 더 보려고요. 지금 당장은 제가 이야기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서요. 일단 제가 이런 시나리오는 처음 접하는 거라서 파악하기도 좀 어렵다고 할까요? 그래서 이것저것 한 번 알아보면서 더 살펴보려고요.”


판단이 어렵다. 개인적인 감상이야 원한다면 솔직하게 말할 수 있겠다만, 삼촌이 나에게 원하는 건 이런 것이 아닐 것이다.


시간이 필요하다.


나의 의도를 파악한 삼촌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까지 해주면 나야 고맙기는 한데··· 괜히 이거 때문에 너 지금 하고 있는 일 방해되면 안 돼.”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알아서 잘 조절할게요.”

“뭐, 그런 거면 괜찮다만.”


내가 생각보다 더 진심으로 대하는 것 같았는지, 살짝 걱정 어린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는 삼촌이다. 나는 삼촌의 시선을 피하지 않으며 어깨를 가볍게 으쓱였다.


“보니까 삼촌이 지금 저한테 거는 기대가 많아서 더 그러시는 것 같은데, 너무 기대는 마요. 진짜 가볍게 볼 생각이라서요.”

“하하. 알았어. 내가 너무 급했나 보다.”


어색하게 웃음을 터트리는 삼촌을 보며 나도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다시 시나리오에 시선을 돌리며 다음을 기약했다.


***


드라마 각색.


그동안 있었던 여러 작품을 크게 따지지 않으며 이것저것 전부 살폈다. 그리고 생각 이상으로 여러 고충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원작 그대로 따라가기만 해라]


각색하는 작품에서 자주 거론되는 이야기. 틀린 말은 아니다. 이런 식으로 각색된다는 건 이미 검증이 된 작품이라는 뜻. 하지만 이게 말이 쉽지, 원작 그대로 따라가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프로세스가 다르다.


영상.


움직이는 힘은 생각보다 더 강력했다.


“뭐, 나름 신경 쓴 것 같긴 하다만.”


삼촌이 나에게 준 [작두]라는 시나리오의 고심이 그대로 느껴진다. 하지만 처음 읽었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본질적인 재미가 많이 부족한 상태였다.

이유?

그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지금 와서는 얼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너무 이것저것 신경을 많이 썼다.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게 보였다. 하지만 오히려 이 점이 문제가 된 것이었다.

이도 저도 아니다. 원작을 그대로 가지고 오겠다는 건 정말 좋은 의지였지만, 오히려 이 점이 문제가 되는 것이었다. 좋게 말하면 화합을 말하는 것이었고, 나쁘게 말하면 욕심이었다.


냉정하게 판단해야 돼.


내가 지금 작업하는 [북부 대공의 설계사]를 각색한 것도 비슷하다. 원작이 존재하는 건 양날의 검이었다. 해당 작품도 마찬가지. 더군다나 드라마는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이럴수록 냉정하게 판단해야만 했다.


생략할 건 생략하고, 조금 과감할 필요가 있어 보여.


원작을 따라간다는 게 결코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이걸 그대로 따라갈 수 없는 노릇이었다.

제약이 많이 걸린다.

당연한 거다. 앞서 말한 것처럼 프로세스가 매우 다르다는 걸 잊으면 안 됐다.


“어렵네.”


팔짱을 끼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각색이라도 분야와 장르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지기 마련이었다. 특히 이번에는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장르였기에 더 어려운 것도 있었다.


그렇다고 시스템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동안 내가 참여한 각색은 시스템이 발동하며 홀로그램처럼 등장하는 캐릭터가 큰 도움을 주고는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직 그런 낌새가 없는 상태였다. 그래도 이걸 제외하고도 경험을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근처에 있는 포스트잇과 볼펜을 꺼내 든다. 그동안 많은 자료를 살폈다.


만약 나였으면.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나만의 방식대로 이야기의 짜임새를 다시 한 번 써내려갔다.


***


“··· 이게 뭐야?”


한껏 당황한 표정으로 삼촌은 나와 내가 가지고 온 물건을 번갈아 쳐다본다. 반면에 나는 시원한 물을 한 모금 마시며 태연하게 나왔다.


“뭐기는요. 제가 따로 한 번 정리해 본 거예요. 이거 원하신 거 아니에요?”

“아니, 그러니까 이걸 이틀 만에 전부 다 했다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하하.”


웃음을 터트리며 말하는 나를 보며 삼촌은 화들짝 놀란다.


너무 오버했나? 아니다. 이왕 하는 거 확실하게 하는 게 좋지.


좋은 게 좋은 법이다. 최유라 작가의 [작두].

이틀 전 삼촌은 나에게 위의 원작을 기반으로 한 시나리오를 건네준 상황이었고, 나는 삼촌이 부탁한 것을 제대로 이행했다.

덕지덕지 붙어 있는 포스트잇과 자국들.

처음 내가 삼촌에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새것 그 자체였다면, 지금은 사람 손을 굉장히 많이 탄 물건이었다.


“뭘 한 거야?”


삼촌이 당황한 눈빛을 지우지 않으며 묻는다. 나는 어깨를 가볍게 으쓱이며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그냥 이것저것 제 나름대로 수정하면서 정리 좀 해본 거예요. 보기에 살짝 불편할 수도 있는데, 일단 한 번 살펴보세요.”

“그··· 래? 그러면 지금 한 번 볼까?”

“그럼요. 천천히 하세요. 그리고 너무 맹목 하지 마세요.”


나는 언제까지나 조언하는 입장이다.


받아들이는 건 개인 문제겠지만.


정답은 아닐지라도 방향성은 충분히 제시해 줄 수 있었다. 그리고 이걸 받아들이는 건 또 다른 이야기였다.


“그러면 잠시만.”

“네. 편하게 보세요.”


양해를 구하며 곧장 처음과 다르게 많이 낡아진 시나리오를 살펴보기 시작하는 삼촌. 나는 나의 몫의 음료와 간식을 주워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오! 맛있는데?


맛집이다. 한껏 기분이 좋아진 나는 콧바람을 불렀다. 그런데 삼촌은 이런 나에게 관심을 일절 두지 않으며 시나리오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집중력이 상당하다. 그만큼 중요한 일이라는 뜻이기도 했고, 지금 보는 내용이 마음에 들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종이가 넘어가는 소리가 커질수록 삼촌의 몸이 움찔거리는 게 어느 순간부터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시나리오를 보던 것을 잠시 멈춘 삼촌이 나에게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이거 진짜 네가 다 한 거야?”

“그럼요. 공유도 못 하는데 누가 해요.”

“그렇지. 그렇긴 한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나와 시나리오를 번갈아 쳐다보는 삼촌.


마음에 드신 것 같은데?


척하면 척이다. 내가 삼촌을 한두 번 봐온 게 아니었다. 내가 손을 본 시나리오가 삼촌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다.


“이거 미안하다. 이제 만났는데, 급하게 어디를 좀 가봐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오죽하면 위와 같이 말하며 안달하는 삼촌의 모습에 나는 멀뚱멀뚱 그를 멍하니 쳐다봤다. 하지만 이내 삼촌이 말하고자 하는 걸 빠르게 알아차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작가님 만나보시려고요?”

“응. 이야기 한 번 나눠보는 게 좋아 보여서.”


숨기지 않는다. 고개를 끄덕이며 솔직하게 말하는 삼촌을 보며 나는 그의 입장을 존중했다.


“얼른 가보세요. 그런데 알고 계셔야 할 게 언제까지나 주관적인 거예요. 맹신하면 절대 안 돼요.”

“알지.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그래도 많이 놀랍기는 하네. 혹시나 했는데, 너한테 이야기 꺼내기를 잘한 것 같다.”


싱긋 미소를 지으며 시나리오를 소중하게 챙기기 시작하는 삼촌을 보며 나는 앞에 놓인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다행이네. 생각보다 잘 진행되는 것 같아서 속으로 이게 맞나 싶었는데.


그동안 나에게 많은 도움을 줬던 시스템이 없었음에도 경험은 고스란히 나의 몸에 남아 있었다. 그 때문인지,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장르와 분야가 다름에도 나만의 기준을 잘 잡을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이게 정답은 아니니까.


기준은 언제까지나 ‘나’였다. 참고 수준에 벗어나지 않을 터. 그리고 이 점은 삼촌도 잘 알고 있으리라.


“미안. 그러면 다음에 또 이야기하자.”


물건을 전부 챙긴 삼촌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뒤이어 지갑에서 카드 하나를 꺼내더니, 그대로 나에게 내밀었다.


“대신에 맛있는 거 마음껏 사 먹어.”

“오! 진짜요?”

“그래. 그럼 이만 간다. 또 연락할게.”


싱긋 미소를 지은 삼촌이 그대로 나의 근처로 다가와 어깨를 가볍게 두들긴 후, 그대로 미련없이 떠나간다. 멀어져가는 삼촌의 뒷모습을 가만히 쳐다본다. 그리고 조금 전 나에게 건네준 카드를 이리저리 매만지며 가볍게 휘파람을 불었다.


“오늘은 비싼 것만 골라서 먹어야겠는데?”


이 카드는 이제 제 겁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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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경우의 수 24.09.08 171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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