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보는 연예기획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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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지신
작품등록일 :
2024.09.0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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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5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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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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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 라이징 발견하다 (2)

DUMMY

길거리 캐스팅이 자기 인생을 바꿔 놓았다고 인터뷰 하는 연예인들이 종종 있다.

하지만 인생이 가장 많이 바뀌는 곳은 바로 헤어샵이다.

명동이나 강남에 위치한 헤어샵은, 예쁘고 잘 생긴 애들이 더 예뻐지고 더 잘 생겨져서 관심 받으려고 오는 공간이다. 당연히 이 샵들에서 잠재적인 대형급 싹수들을 가장 많이 볼 수밖에 없다.

물론 단순히 머리나 하러 오는 애들도 있긴 있는 법이다.


***


잡지를 넘기는 저 아이의 단조롭고 따분한 표정을 보아 하니, 얘도 관심 받으려고 온 건 아니었다.

강남에 있는 샵이 잘 한다고 하니 그냥 한 번 와 본 거겠지.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자칭 평범한 아이다.

이런 아이들을 발견할 때마다, 가족이나 친구들이 한 번도 예쁘다고 말해 주지 않고 방치하는 건 너무 익숙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나름 견제하기 때문인지,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진다.

뭐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해 두자. 견제하는 거라고 하면 인류애가 사라지잖아.

원장도 내가 바라보는 방향을 보고는, 확인하듯이 나를 보았다.

“처음 온 고객이지요?”

내가 원장에게 물었다.

“그런 것 같아요.”

원장은 단골 고객만 예약 받아서 상대하기 때문에 모든 고객을 파악할 수는 없지만, 딱 봐도 이런 곳이 처음인 듯 두리번거리며 낯설어하는 모습이 영락없이 처음 온 고객이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성큼성큼 그 아이 앞으로 갔다.

잡지를 다 넘기고 나서 더 볼 게 없어진 아이는, 다른 잡지를 집으려다가 인기척을 느끼고 올려다보았다.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누구세요?”

전형적인 당돌하고도 철없는 말투. 데뷔시키려면 말투부터 교정해야겠군.

나는 명함을 꺼내 내밀었다. 아이는 명함을 보고는 다시 나를 보았다.

“엔터 대표님이 저한테 무슨 일로,”

자칭 평범한 아이니 차근차근 알아듣게 진행해야겠지.

“함께 일해 보고 싶은데, 혹시 생각 있어요?”

아이는 눈이 똥그래져서 반문했다.

“제가요?”

너지 그럼 누구겠니.

철없고 당돌한 데에다 아무 생각도 없는, 소위 뇌를 빼놓고 다니는 애들이 전형적으로 보이는 화법을 구사하는 이 아이.

연기력은 기대할 게 없다. 죽을 때까지 발연기의 아이콘으로 남을 테고, 본인도 그걸 알기에 죽을 둥 살 둥 연기 교습을 받는 등 이를 악물고 온갖 노력을 다 해 보지만, 연기 재능이 전무하기 때문에 몸만 힘들 것이다.

그래도 타고난 미모 덕분에 평생 탑 스타로 살 수 있다. 물론 워낙 연기를 못해서 나이를 먹으면 급이 좀 내려가긴 하지만, 그렇다고 극심한 부진을 겪지는 않는다.

“이 자리에서 확답을 줄 순 없을 테고, 가족이랑 의논도 해 봐야 하는 거니까.”

하고는 나는 시계를 보았다.

슬슬 가 봐야 할 시간이군.

“오늘은 내가 스케줄이 있어서 길게 얘기는 못 할 거 같고, 결심이 서면 연락 줘요.”

아이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니까 지금 저한테 연예인이 되라는 말인가요?”

“맞아요.”

“전 연예인 같은 건 관심 없는데요.”

너무나 해맑은 무관심한 표정.

자칭 평범한 아이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슬슬 관심이 생길 것이다.

“그래서 천천히 생각해 보고 가족이랑 의논도 해 보라는 겁니다. 강요하는 건 아니니까. 그럼 머리 잘 해요. 실력 좋은 샵을 잘 찾아왔군.”

말을 마치고 나는 돌아섰다.

저 아이도 앞으로 두고두고 오늘 이 샵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언급하겠지. 인생이 바뀐 순간이라면서.

실제 모습과 화면으로 보여지는 모습과의 괴리를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하는 게 관건이지만, 탑으로 올라간 다음에는 까짓 거 눈치 채도 괜찮다. 좀 깬다는 반응은 있을지 몰라도 스타성이 손상될 정도는 아니니까.

원장이 따라오며 흥미진진한 듯 물었다.

“또 한 명 점찍으신 건가요?”

자기가 봐도 천상 연예인 외모라는 뜻이었다.

“글쎄요, 본인이 하겠다고 해야 하는 거라. 원장님도 잘 아시잖아요.”

원장은 웃었다.

강남에서 샵을 운영하며 존잘 존예들을 좀 많이 봤겠는가. 놀랍게도 걔들 중 극소수만이 연예인이 되고 싶어 한다. 안 유명하고 돈 많은 웰빙 인생을 추구하는 건 걔들도 마찬가지기 때문에, 굳이 피곤하게 연예인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금수저인 애들이 많아서 돈에 별로 연연하지 않는 게 가장 큰 이유지만, 있는 집 애들도 관심종자라면 연예인을 하고 싶어 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

“하지만 대표님 안목은 백 퍼센트잖아요.”

“그렇게 말해 주시면 고맙죠. 저 친구가 데뷔하겠다고 하면 원장님 덕분입니다.”

“제 덕분은 무슨,”

“원장님이 잘 하신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으니 제가 저 친구를 만나게 된 거 아닙니까.”

원장이 기분 좋게 웃었다.

“그건 그렇네요.”

“만약 저 친구가 프로필 사진 촬영하게 되면, 원장님께서 스타일링 맡아 주셔야 합니다.”

“당연한 말씀을. 시상식 잘 다녀오세요.”

원장과 헤어진 나는 시상식장으로 향했다.

나는 알고 있었다. 스타로서의 외모 잠재력을 미리 확인해 보기 위해, 예약하지도 않은 저 아이를 오늘 원장이 직접 담당할 거라는 것을.

저 아이는 직원 디자이너 가격으로 원장에게 최고급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니 좋은 거고, 나도 나중에 원장에게 조언을 받을 수 있을 테니 잘 된 일이다.


***


아카데미 시상식만큼은 아니지만, 대한민국 시상식도 화려한 별들의 축제는 확실하다.

초대받아 참석하긴 했지만, 잘 나가는 사람들은 소속사와 관계가 원만해서 평생 함께 하겠다며 떠날 생각이 없거나 1인 기획사를 설립했거나 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별 소득을 기대할만한 자리는 아니다.

물론 직접 만나면 그 사람들의 미래 견적이 나오기는 한다.

평생 함께 하겠다고 장담하던 소속사와의 관계가 틀어져서 철천지원수가 되어 소송전을 난무하느라 황금 같은 활동기간을 고스란히 날려버리는 게 보일 때도 있고, 경험도 없이 1인 기획사를 설립한 뒤 사기를 당하거나 가족에게 맡겼다가 ATM기로 전락하는 게 보일 때도 있다.

그런 사람들과 마주치면, 잠자코 머릿속에 입력해 두었다가 나중에 일이 터질 때쯤 조용히 컨택을 시도하면 된다.

절박한 상황에서 좋은 기획사의 손길만큼 절실한 건 없으니까.

물론 그것도 계약 기간 동안 사고를 안칠 거라는 전제 조건이 붙긴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미래를 속속들이 볼 수 있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상대를 선택할 때 허들이 높아져서 조건이 훨씬 까다로워지기 때문에 마냥 좋기만 한 건 아니다.

유일한 장점은 다른 기획사들처럼 손 놓고 있다가 뒤통수 맞을 일이 아예 없다는 것 정도랄까?

뭐 그건 그렇고, 오늘 이 자리에 온 목적은 그런 게 아니다.


***


윤 동엽 감독.

이번에 신인 감독상 후보에 올랐다.

오늘 수상은 못 하지만, 앞으로 승승장구할 감독이다.

데뷔작은 말아먹었지만, 차기작부터 흥행에 부스터가 달리기 시작해서 해외 메이저 영화제 수상까지.

물론 나만 알고 있는 미래다.

오늘 이 자리에 온 목적은, 사실 윤 감독에게 작품 제작 제의를 하기 위해서다.

우리 회사는 영화 제작은 별로 하지 않지만, 미래가 확실한 감독이 나타나면 제작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윤 감독과는 시상식 뒤풀이 파티 때나 자연스럽게 컨택할 수 있을 테니 그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기획사 대표인 내가 레드 카펫에 설 일도 없으니, 나는 따로 준비된 출입구로 입장해 시상식장에 들어갔다.

결과를 다 알고 있는 시상식만큼 따분한 행사도 없을 것이다. 뭐 수상자들도 어느 정도 언질은 받겠지만, 나처럼 투명하게 모든 결과를 다 알지는 못할 것이다.

수상자가 발표될 때마다 감흥 없이 박수 치는 것도 못할 짓이었다.

게다가 진행자며 수상자들 수상 소감이며 왜 이렇게 죄다 재미없는 멘트만 치는 건지.

앉아 있을 만큼 앉아 있었다는 생각이 들자, 나는 조용히 식장을 빠져나와 로비로 나왔다.

화장실에 다녀오는 사람도 있고, 나처럼 상과는 연결고리가 없어 지루해서 나와 있는 사람도 있었다.

구석 자리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 있다가 일어나는 남자가 보였다.

윤 동엽이었다.

신인 감독상 물 먹고 실망해서 나와 있었나 보군.

뭘 그 정도를 가지고 실망하나, 앞으로는 쭉 잘 풀릴 텐데.

어쨌든 이렇게 만났으니 할 일을 해야겠지. 뒤풀이 파티까지 어떻게 기다리나 싶던 참이었는데.

나는 윤 감독에게 다가갔다.

“윤 동엽 감독이지요?”

윤 감독은 누구냐는 눈으로 나를 보았다.

나는 명함을 꺼내 내밀었다. 윤 감독은 명함을 받아 읽어보더니 뜻밖이라는 표정으로 인사했다.

“알아보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기획사 대표란 게 음지에서 일하는 존재니까요. 수상 못해서 유감입니다, 연출 좋았는데.”

윤 감독의 표정이 다시 우울해졌다.

“아, 예, 뭐... 감사합니다.”

“괜찮다면 잠깐 시간 가능할까요?”

“대표님께서 저에게 무슨...”

경계하는 표정으로 윤 감독은 나를 보았다.

내가 널 데리고 무슨 나쁜 짓을 하겠니. 다 너 잘 되자고 하는 건데.

그래도 처음 보는 사람한테 잘 하는 행동은 맞다.

“윤 감독 작품 본 뒤로 주목하고 있었어요. 지금 시간이 안 된다면 나중에 따로 자리를 만들죠.”

윤 감독이 화들짝 놀랐다.

“아닙니다, 제 순서는 이미 끝났기 때문에 집에 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저보다는 대표님이 괜찮으실지,”

그래, 천재일우의 기회가 찾아왔다는 걸 너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구나.

“나야 뭐 연례행사에 온 거라 괜찮아요. 그럼 나갈까요? 소지품 챙겨 나와요.”

“아닙니다. 실은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나온 거라서,”

“잘 됐군요. 나갑시다.”


***


별실에 들어와 앉자마자 윤 감독은 긴장 불안 초조 그 자체였다.

잠깐 얘기 좀 하자고 해 놓고서 이런 데로 데리고 올 줄은 몰랐겠지.

“일식을 안 좋아하면 어떻게 하지? 조용한 공간이 필요해서 오긴 했는데.”

윤 감독은 손 사레를 쳤다.

“천만에요, 좋아합니다.”

나는 웃음이 나왔다.

오버의 연속이구나. 저렇게까지 할 필요 없는데.

그렇다면 내가 무슨 얘기를 꺼낼지도 대충 짐작하고 있을 거란 말인데.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제발 꺼내 주길 바라는 얘기가 있는 거라 해야겠지.

나야 뭐 일이 수월해지니 좋다.

그래, 니가 원하는 얘기를 해 주지.

“영화를 전공하지 않은 걸로 아는데, 독학한 건가요?”

“예, 독립 영화 현장에서 꾸준히 배웠습니다.”

“아카데미보다는 현장이 낫지요.”

“감사합니다.”

데뷔작이 흥행에 실패했으니 차기작은 물 건너갔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나마 유일한 희망이 신인감독상 수상이었을 텐데, 그마저도 좌절되고 멘붕에 빠져 있을 때 대형기획사 대표라는 사람이 먼저 접근해 오다니.

윤 감독의 태도는 이 모든 심리를 보여 주고 있었다.

더 이상 감질나게 희망고문 하지 말자.

“시나리오 준비 중인 거 있으면 보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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