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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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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5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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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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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 - 라이징 발견하다 (4)

DUMMY

인터폰이 울렸다.

“대표님, 임 윤지 씨 면담 요청입니다.”

드디어 결심을 굳힌 건가.

“들어오시게 해요.”

대표실로 들어서는 윤지는 세상 민망해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런 식으로 도망가고 나서 다시 찾아오려니 죽을 맛이겠지.

게다가 혼자가 아니었다.

윤지 어머니.

앞으로 수시로 만나게 될 사이다.

딸이 잘 되면 고맙다고 찾아오고, 딸이 잘 안 되면 왜 우리 딸이 이번에 망했냐며 따지러 오고.

차라리 안 풀린다고 남 탓만 해 대면 지긋지긋할 텐데, 잘 될 때는 바리바리 선물까지 싸들고 와서 회사 전체에 돌리며 잔치 분위기를 만들기 때문에, 복잡한 감정이 드는 상대라 할 수 있다.

싫어하다가 정이 든다고 할까?

윤지 어머니가 찾아올 때마다 가장 먼저 응대해야 하는 데스크 직원들도, 매번 다른 온도차를 겪어야 하니 일단은 한 수 접고 상대한다. 선물 공세를 펼치는데도 별로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래도 딸이 탑 스타가 된 뒤로도 소속사를 바꾸겠다는 말 한 번 없이 계약을 유지하니, 나로서는 고마운 사람이라고 해야겠지.

상대하기에 꽤 피곤한 성격이긴 하지만 막상 본인은 돌아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잊어버리기 때문에, 윤지 어머니가 하는 행동은 일일이 신경 쓰지 않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좋게 표현하면 뒤끝이 없는 거고, 나쁘게 표현하면 윤지의 모계 유전을 담당해서 뇌를 빼놓고 다니는 거고.

어떤 얼굴로 맞이해도 어색할 것이기 때문에, 나는 무표정을 택했다.

윤지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너무나 어리숙한 태도였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는 일어나서 두 사람을 맞이했다.

“제가 대표 박 겸입니다.”

이런 곳에 오는 건 처음일 것이기 때문에, 윤지 어머니는 일단 오긴 했지만 어떻게 행동해야 좋을지 몰라 버벅대며 인사했다.

“윤지 엄마에요. 잘 부탁드립니다.”

“별 말씀을요. 자, 앉으실까요?”

나와 마주 앉은 윤지는 좌불안석이 되어, 어떻게 하냐고 눈으로 자기 엄마에게 묻고 있었다. 내가 먼저 시작했다.

“따님이 이상한 명함을 받아서 걱정 많이 하셨지요? 보시는 대로 저희는 이상한 회사가 아닙니다.”

윤지 어머니가 당황해서 대답했다.

“아니에요, 많이 들어 본 회사라 걱정은 안 했습니다.”

걱정은 안 했다. 일단 시작은 좋군.

“그러셨군요. 다행입니다.”

윤지 어머니는 새삼스럽게 자기 딸을 돌아보며 머리를 쓰다듬어 준 뒤 말을 이었다.

“단지 우리 애는 이런 쪽은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애라, 좀 뜻밖이었어요.”

아무렴.

자기 딸을 평범 그 자체라고 생각하며 키웠을 테니까.

부모가 자기 자식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건 어느 집이나 마찬가진가 보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따님은 타고난 스타랍시고 띄워줄 필요는 없지.

“저희가 따님에게서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에, 엄한 가정에서 자랐을 거라는 생각을 미처 못 했습니다. 그 문제로 오신 거라면, 안심하셔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보시다시피 저희는 강요나 강압 같은 불법을 저지르는 회사가 아닙니다. 걱정 되셔서 여기까지 오시게 만들었으니 정말 죄송합니다.”

자식과 함께 여기에 나타났을 때는, 이미 어디 한 번 우리 애를 연예인 시켜 볼까? 하는 생각이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지나치게 저자세로 나갈 필요는 없다.

우리는 강요할 생각 없으니 그 쪽에서 알아서 선택하라고 부드럽게 압박해야 한다.

윤지 어머니는 이게 아닌데, 당황하는 표정이었다.

자기 딸에게 연예인으로서의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러 온 것이겠지만, 그걸 정확하게 말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든 건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뿐이다.

물론 나는 윤지의 미래를 잘 알고 있지만, 윤지 어머니가 원하는 대로 말해 줄 생각은 없다.

어쨌든, 등을 쳤으니 이젠 배를 문질러 줄 차례다.

나는 윤지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윤지 양은 생각이 바뀐 건가?”

“그게요...”

윤지는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표정이 되더니, 다시 자기 엄마를 보았다.

“서둘러 대답할 필요 없어요. 다만,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한 게 어머님 의견인지 아니면 윤지 양 본인 의견인지 그걸 알고 싶은데.”

윤지가 탑 스타가 된 뒤 가족들이 특별히 윤지의 등골 브레이커 노릇을 하지는 않지만, 윤지 덕분에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누릴 수 있다.

윤지의 부모가 그걸 노리고 윤지를 연예계로 밀어 넣지는 않았지만, 윤지는 앞으로 쭉 부모에게 의존적인 모습을 보이고, 자기 판단이 아닌 부모의 판단을 따르곤 해서 나를 꽤나 애 먹인다.

가뜩이나 연기력이 바닥인데, 누가 봐도 망작을 곧잘 선택해서 커리어가 좀처럼 개선이 되질 않는 것이다. 물론 그러다가도 한 번씩 대박을 터뜨려서 순식간에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하며 탑 스타로서 체면을 유지해 가기는 하는데, 내가 추천하는 작품들을 퇴짜 놓다가도 무슨 변덕에서인지 선택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걸 보면 본능적인 판단 능력은 나쁘지 않은데, 그 능력을 발휘할 때가 드물다는 게 문제다. 부모의 과보호가 그 능력을 깎아먹어서인지도 모른다.

윤지는 우물쭈물 대답했다.

“제 의견도 있고요, 저희 엄마 아빠 의견도 있고요...”

알고 있다. 이 아이는 앞으로도 늘 이런 식일 것이다.

부모를 버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항상 세 명을 상대한다는 자세로 이 아이를 대해야 한다.

등골 브레이커 노릇을 하며 연예인으로서의 커리어를 망가뜨리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 생각해야겠지. 애초에 그런 부모를 둔 아이였다면 내가 선택하지도 않았겠지만.

뭐 어쨌든 모두가 원한다니 됐다.

“좋아요. 윤지양이 평생 후회가 남지 않는 선택을 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확인하고 싶었어요.”

이건 경찰이 범인을 체포할 때 하는 미란다 고지처럼 반드시 해야 하는 멘트였다. 이 멘트를 하지 않는다고 나중에 원망을 들을 일은 없다. 그리고 상대가 어떤 선택을 할지 알고 있는 나로서는 영혼 없는 멘트에 불과했다.

그래도 말해 주지 않을 수 없었다. 다시는 평범했던 시절로 돌아갈 수 없게 될 테니까.

연예인으로 사는 삶이 마냥 불행하기만 하거나 마냥 행복하기만 한 건 아니다. 그저 평범하지 않아질 뿐.

그래서 연예인이 되고 난 뒤 오히려 평범한 삶을 동경하기도 하는데, 결국은 별 차이 없다. 이것도 직업의 일종이니 그냥 적응하는 게 최선이다.

정 적응 못할 거 같으면 은퇴하는 거고.

알게 모르게 그런 이유로 은퇴해 사라져 버리는 연예인도 적지 않다.

물론 아무리 가는 데마다 사람들에게 시달려도, 보상이 차고 넘치면 은퇴할 일은 드물다. 탑 스타로서 엄청난 수입을 올리게 된다면 말이다.

본인이 원한다는 걸 알았으니 이제 일을 진행시켜야지.

“함께 오셨으니 이 기회에 어머님도 저희가 윤지 양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할 수 있는 회사라는 걸 확인하고 가시죠.”

나와 함께 있는 게 어지간히 불편했는지, 내가 그 말을 하자마자 윤지가 불쑥 말했다.

“최 실장님 설명부터 들을게요.”

그래 뭐, 그 정도면 나쁘지 않은 출발이군.

나는 최 실장을 호출했다. 들어오자마자 윤지 모녀를 발견한 최 실장은 묻듯이 나를 보았다.

“윤지 양이 어머님을 모시고 왔으니까 두 분께 전속 계약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 드려요. 회사 내부도 안내해 드리고. 특히 어머님께서 중요한 사항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신경 써 드려요.”

윤지는 벌떡 일어나 최 실장에게 꾸벅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아, 네...”

최 실장은 떨떠름한 표정이었지만, 이내 나처럼 무표정으로 바뀌었다. 올 게 왔으니 할 일 해야겠다는 태도였다.

윤지 어머니도 일어나 최 실장에게 인사했다.

“윤지 엄마에요. 잘 부탁드립니다.”

“최 상욱 실장입니다.”

“어머님께서 궁금한 점이 있으면 최 실장이 상세하게 설명해 드릴 겁니다.”

내 말에 윤지가 좋아하며 끼어들었다.

“엄마가 모르는 게 있으면 제가 알려 드릴게요.”

니가 엄마보다 이해력이 더 나은 것도 아닐 텐데 그게 가능할까? 뭐 그래도 뭐든지 하려고 의욕을 보이니 좋은 거겠지.

“윤지 양이 도와주면 어머님께서 더 잘 이해하시겠지. 그럼 어머님 모시고 최 실장이랑 얘기 나눠요.”

“네!”

무서워서 도망갈 때는 언제고, 천하태평으로 해맑게 대답한다.

이런 애들이 다루기는 쉽다.

윤지가 신이 나서 어머니와 함께 최 실장 뒤를 쪼르르르 따라 나간 뒤, 나는 한시름 놓았다.

이제 계약하고 나면, 세상에 내놓을만한 그럴듯한 물건으로 만들어내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좀 맹하긴 해도 애는 착해요 과의 캐릭이기 때문에, 특별히 사고 칠 염려는 없다.

가끔 고집 세우며 내 말을 안 들을 때가 있다는 게 문제긴 하지만.

뇌를 빼놓고 다니는 것 같은 말투도 나름 고쳐질 것이고, 연기력이야 노답이겠지만 어차피 연기력으로 뜰 것도 아니니까.

물론 계약을 하고 나서의 얘기다.

사기 계약을 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계약 문제로 더는 피곤하게 속 썩을 일이 없기만 바랄 뿐이었다.

어떻게 되든 데뷔만 시키면 탑 스타는 시간문제일 테니까.


***


최 실장에게 설명을 듣고 회사 내부 여기저기 안내까지 받고 돌아온 윤지 어머니는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윤지도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해 보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인지 다부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설명은 잘 들으셨습니까?”

“최 실장이란 분이 아주 친절하더군요. 모르는 거 물어볼 때마다 쉽게 설명해 주시고.”

“앞으로 최 실장이 윤지 양을 전담할 겁니다.”

“어머, 그래요? 잘 됐네요.”

윤지 어머니는 더군다나 마음이 놓인다는 표정이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이제 저희 회사와 윤지 양의 전속 계약을 진행해야 하는데요. 법률 사무소를 추천해 드릴 테니, 계약서 내용에 대해 자문 받으시고 조항을 추가하시거나 수정하실지 결정하시면 됩니다. 개인적으로 이용하시는 법률 사무소가 있으시면 거기서 자문 받으시구요.”

“아니에요, 저희가 뭐 지금까지 법원 같은 데를 드나들 일이 있었어야 말이죠. 추천해 주시는 곳으로 가겠습니다.”

“그럼 안내해 드리라고 지시하겠습니다.”

어차피 요즘은 표준계약서로 계약하기 때문에 따로 법률 자문을 받는다고 특별히 바뀔 일은 없지만, 우리 쪽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일종의 성의 표현이었다.

계약 얘기는 자기 엄마가 신경 쓸 문제라고 생각하는 건지, 윤지는 우리 얘기는 듣지도 않고 시종일관 생글거리며 뭐가 그리 신기한지 계속 두리번거렸다.

두리번거려 봤자 구경할 것도 없는 그냥 사무실일 뿐인데.

하긴, 지금은 모든 게 신기할 때지.

즐길 수 있을 때 실컷 즐겨 둬라. 머지않아 밥 먹을 틈도 없어질 테니.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실까요? 계약하실지 여부에 대해 조만간 알려 주십시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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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회 - 라이징 발견하다 (4) 24.09.05 8 0 11쪽
3 3회 - 라이징 발견하다 (3) +1 24.09.04 11 1 11쪽
2 2회 - 라이징 발견하다 (2) +1 24.09.03 15 1 11쪽
1 1회 - 라이징 발견하다 (1) +1 24.09.02 2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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