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보는 연예기획사 대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웹소지신
작품등록일 :
2024.09.02 17:16
최근연재일 :
2024.09.05 19:46
연재수 :
4 회
조회수 :
56
추천수 :
3
글자수 :
20,255

작성
24.09.04 18:30
조회
11
추천
1
글자
11쪽

3회 - 라이징 발견하다 (3)

DUMMY

윤 감독은 귀를 의심하는 표정이 되었다.

한 번 폭망한 내게 곧바로 이런 행운이? 하는 표정.

“시나리오가 없으면 시놉이라도 보고 싶은데.”

“있습니다!”

윤 감독이 다급하게 외치듯 말했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좋아요, 그럼 조만간 보기로 합시다. 오늘은 천천히 식사나 해요, 격려차 사는 거니까.”

윤 감독은 당장이라도 집으로 달려가서 시나리오를 가져오고 싶은 표정이었지만, 나는 적절하게 페이스를 조절해 가며 희망을 주기로 했다.

처음부터 신뢰를 보여주면 일을 망치기 쉽다. 처음에야 황송해 하며 신뢰에 보답해야겠다고 열일하지만, 아니다 싶은 건 그 때 그 때 지적해 주지 않으면 결국에는 신뢰가 독이 돼 버리고 결과물은 산으로 간다.

어쨌든 내가 할 일은 이놈을 거장으로 키워내는 거니까.

앞으로 잘 해 보자고.

요리가 나왔지만, 윤 감독은 영 건성이었다. 도무지 이 자리에 집중할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망설이던 끝에 윤 감독이 물었다.

“제 연출의 어떤 점이 대표님 마음에 드셨는지 여쭤 봐도 괜찮겠습니까?”

“신인답지 않게 뚝심이 있고 발전 가능성도 아주 커요. 내가 영화 연출에 대해 안목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일단 내 의견은 그렇습니다. 시나리오를 혼자서 쓸 줄 안다는 점도 높이 사고 싶고.”

고작 작품 한 편 완성한 초짜니만큼 너무 구름에 띄울 생각은 없었지만, 이미 미래를 알고 있는 내 관점에서 봐도 윤 감독의 연출력은 신인답지 않게 뛰어났다. 비록 아슬아슬하게 신인 감독상은 놓쳤지만, 그 아쉬움은 앞으로 얼마든지 보상 받을 수 있으니까.

내내 표정이 굳어 있던 윤 감독이 처음으로 활짝 웃었다.

짜식, 그렇게 웃으니까 보기 좋잖아. 이제부턴 좀 웃어라.

어쩐지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쎄 어떨지, 나는 압박하는 스타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앞으로 같이 일하게 되면 그다지 너그럽지는 않을 겁니다.”

“예, 당연한 말씀입니다.”

윤 감독이 비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좋아요. 오늘은 마음 편하게 식사해요. 나랑 편하게 마주 앉는 건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모르니까.”

내 농담에 윤 감독은 당황해서 나를 보았다.

데뷔작 만들면서 제작자 시집살이라면 겪을 만큼 겪었을 텐데도 적응이 안 되는 모양이었다.

나는 소리 내어 웃었다.

“너무 긴장할 필요 없어요. 나 그렇게 지독한 사람 아닙니다.”

“예, 알고 있습니다.”

너무나 범생이 같은 대답에 나는 다시 웃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온 나는, 윤 감독에게 권했다.

“태워다 줄 테니, 타요.”

“아닙니다, 혼자 가겠습니다.”

윤 감독은 한사코 거절했다.

하긴, 이제부터 혼자서 생각할 게 많겠지. 방해하지 말자.

“그럼 조심해서 가요. 첫 미팅 날짜는 우리 쪽에서 시나리오 보고 나서 알려줄 테니까, 그 때 봅시다.”

“예, 살펴 가십시오.”

윤 감독은 허리 숙여 인사했고, 나는 차에 올랐다.


***


출근하면 대표실에 가져다 놓은 업계 동향 분석부터 확인한다.

누가 전속에서 풀렸고, 누가 어디랑 새로 계약했고, 누가 무슨 작품 캐스팅 됐고 등등.

우리 회사에 소속된 사람들에 대해선 내가 확실하게 알고 있지만, 경쟁사들 움직임을 알아두어야 내가 알고 있는 미래와 적절하게 조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꼼꼼하게 읽지 않을 수 없다.

업계 동향 분석을 읽고 있는데 인터폰이 울렸다.

“대표님, 면담을 요청하는 분이 있는데요...”

난처한 목소리.

“누구지?”

“젊은 여성분인데요, 샵에서 대표님께 받았다는 명함을 제시하는데 대표님께서 확인을 해 주셔야 할 것 같아서,”

생각했던 것보다 반응이 빠르군.

“내가 준 명함 맞아요. 들어오게 해도 괜찮습니다.”

정신없이 두리번거리며 그 아이가 들어오더니, 나를 보자마자 호들갑을 떨었다.

“진짜 여기 대표님이 맞는 거에요? 와, 레알 쩐다.”

그래 뭐, 이미지는 차차 만들어 가면 된다. 서두르지 말자.

“앉아요.”

“데스크에 있는 언니는 왜케 불친절한 거에요? 누굴 거짓말쟁이로 아는 건지, 완전 빈정 상하네. 직원 교육 좀 신경 쓰세요.”

왜 멀쩡하게 일 잘하는 데스크 직원은 잡는 거니. 그럼 생전 처음 보는 애를 어서 오세요, 하고 들여보낼 줄 알았니?

“나랑 얘기하러 온 거 아니었나?”

“맞아요.”

“그럼 말 좀 할까?”

“하세요.”

그제야 아이는 조용해졌다.

입을 닫으니, 새삼스럽게 아이의 미모가 돋보였다. 원장이 만져 준 게 틀림없을 새로운 헤어스타일이 미모를 더 부각시켰다. 역시 대단한 미모였다.

입만 열었다 하면 그 미모를 잊어버리게 만드는 문제점만 해결하면, 스타성은 확실하다.

“근데 대표님 레알 짱인가 봐요. 대표님이 명함 주고 간 다음에 원장님이 제 머리를 해 준 거 있죠? 전 누군지도 몰랐는데, 옆에 앉은 아줌마가 원장님이 직접 머리를 해 주는 걸 보니 원장님이랑 친분 있나 보네, 그러더라구요.”

나한테 말 하라고 한 것도 그새 잊고 또 자기 할 말만 한다.

나는 아이의 말을 가로막았다.

“우리 회사에 대해선 알아볼 만큼 알아보고 온 거겠지? 가족들은 뭐라고 하던가요?”

“진짜 유명한 회사니까 한 번 가보라고 하던데요.”

“본인 의견은 어떤지 알 수 있을까?”

머릿속이 하얘지는 표정. 아이는 자신 없다는 듯 대답했다.

“제 의견이요? 글쎄요... 시키는 대로 와 본 거라서,”

“도전해 보고 싶어요, 아니면 생각 없어요?”

다시 머릿속이 하얘지는 표정.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그렇다고 생각이 없다는 말은 아니구요... 근데 진짜로 제가 연예인이 될 수 있는 거예요?”

“그게 우리가 하는 일인데.”

“그렇구나... 와 진짜 신기하다. 그럼 제가 어떻게 하면 되는 거예요?”

“잠깐만. 나는 아직 그쪽 이름도 모르는데.”

“아, 맞다. 임 윤지예요.”

“이름 예쁘니 예명은 필요 없겠군. 연기는 당연히 한 번도 해 본 적 없겠지만, 혹시 학예회 연극이나 교회에서 크리스마스 성극 같은 거 출연해 본 경험 있어요?”

“저 교회 안 다니는데요.”

그게 요점이 아니잖아, 이 아가씨야.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려는 걸 꾹 참았다.

“연기 경험이 전혀 없다는 거군. 알았어요.”

나는 일어나서 인터폰을 눌렀다.

“최 실장 자리에 있으면 대표실로 오라고 해요.”

윤지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신기한 일이 잔뜩 생기려 한다는 것에 기대감으로 잔뜩 부푼 표정이었다.

최 실장은 들어서자마자 윤지의 얼굴을 보고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아차린 거 같았다.

“최 실장, 이쪽은 이번에 데뷔시키려고 하는 임 윤지 양이고, 이쪽은 앞으로 윤지 양을 전담할 최 상욱 실장.”

“최 상욱입니다.”

“임 윤지예요. 그럼 전 지금 실장님을 따라가면 되는 건가요?”

다짜고짜 치고 들어오는 윤지의 당돌한 말에 최 실장은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베테랑답게 나를 보며 눈빛을 교환했다.

돌멩이를 원석이 될 때까지 깎으라는 말씀이군요.

힘들겠지만 수고 좀 해 줘요.

나는 최 실장에게 끄덕였다. 그리고 윤지에게 말했다.

“최 실장을 따라가는 건 맞지만, 서두를 거 없지. 최 실장, 윤지 양이 화법 지도부터 받을 수 있도록 해 줘요.”

“예.”

“화법 지도가 뭔데요?”

호기심이 가득 찬 표정으로 윤지가 물었다.

뇌를 빼놓고 다니는 거 같은 너의 말투부터 교정해야 한다고 말해 줄 수는 없잖아.

“세련되게 대화하는 법을 배우는 겁니다.”

최 실장이 대답해 주었다. 윤지는 신기해하며 감탄했다.

“그렇구나... 연예인은 그런 것도 배우는 건가요?”

“데뷔하면 인터뷰를 많이 해야 하니까 지금부터 인터뷰하는 법을 연습하는 거라 생각하면 됩니다.”

“그렇구나... 많이 어려운가요?”

윤지가 엄두가 안 난다는 듯 묻자, 최 실장이 안심시키듯 말했다.

“금세 배울 겁니다.”

그러나 가르쳐도 안 되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아무리 말투를 교정해도 고쳐지지 않을 때는, 어쩔 수 없이 다른 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다.

바로 신비주의.

쉽게 말해, 인터뷰나 예능 출연을 시키지 않는 것이다. 사람들 앞에서 말할 일 자체를 원천봉쇄 시켜 버리면 해결된다. 신비주의를 구사하면 사람들 궁금증을 자아내며 이미지가 상승하기 때문에 일거양득이기도 하고.

문제는, 사고라도 쳐서 신비주의의 베일이 벗겨질 때다. 그럴 때는 후폭풍이 몇 백 배는 더 세게 온다.

하지만 윤지는 신비주의를 구사할 필요까지는 없다.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말투 교정이 될 테니까. 사고 칠 일도 없을 테고, 나중에는 그 말투가 나름 밈으로 자리 잡기도 할 것이다.

“전속 계약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계약이요?”

윤지가 눈이 똥그래져서 물었다.

이건 또 뭔가. 정말 백지 상태인 거야?

“뭐 문제 있나?”

내가 묻자, 윤지는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아니, 너무 뜻밖이라... 저랑 계약을 한다구요?”

“계약을 안 하면 우리가 윤지 양을 데뷔시켜 줄 수가 없지. 안 그래요?”

나는 확인하듯 물었다.

“아니 그래도 계약 얘기부터 하시면... 제가 뭐라고 해야 하는 건지,”

뇌를 빼고 다니는 것처럼 보여도 대책 없이 멍청하지는 않다. 함부로 계약서에 사인하면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아는 거지.

저 본능적인 상황 판단 능력 덕분에 앞으로도 여러 번 난감한 상황에서 빠져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롱런이 중요한 연예인으로서 제법 나쁘지 않은 자질을 갖춘 셈이다.

“오늘 당장 계약하는 거 아니니까 설명부터 듣지.”

“하지만...”

윤지는 겁을 집어먹은 표정이 되더니,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죄송해요.”

그리고는 도망치듯 나가 버렸다.

최 실장과 나는 황당해져서 마주 보았다. 최 실장이 한마디 했다.

“겁이 많은 아이군요.”

나는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최 실장도 나가 봐요.”

최 실장은 인사하고 대표실을 나갔다.

흔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간혹 있는 일이다. 가 버린 다음 영영 안 돌아올 때도 있고, 생각을 바꿔서 다시 올 때도 있고.

윤지가 다시 올 거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겪을 때마다 황당하긴 하다.

연예계라는 세계로 들어오는 관문이 그만큼 두려운 장벽이라는 뜻이겠지. 일단 그 관문만 넘고 나면 생각보다 별 거 아닌데, 대부분 그 지점에서부터 두려워하거나 거부감을 느낀다.

물론 아무런 거리낌 없이 시작하는 천생 연예인인 애들도 존재한다. 그런 애들은 타고났다고밖에 할 수 없을 정도로 카메라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게 꼭 장점으로만 작용하지는 않는다. 겁이 없어도 너무 없으면 사고를 치기 쉬우니까.

요는 사고를 치는지 안 치는지가 이 바닥에서는 제일 중요하다.

물에 물 탄 듯 무난 그 자체인 애들이 롱런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까짓 돈 좀 덜 벌면 어때? 꾸준히 버는 게 중요하지.

윤지가 다시 돌아올 때는 결심을 확고히 굳힌 다음일 테니 기다리면 된다.

나는 피곤해져서 의자 등받이를 뒤로 젖히고 눈을 감았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미래를 보는 연예기획사 대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 4회 - 라이징 발견하다 (4) 24.09.05 8 0 11쪽
» 3회 - 라이징 발견하다 (3) +1 24.09.04 12 1 11쪽
2 2회 - 라이징 발견하다 (2) +1 24.09.03 15 1 11쪽
1 1회 - 라이징 발견하다 (1) +1 24.09.02 22 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