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부동산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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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개장.
그림/삽화
DDD
작품등록일 :
2024.09.02 17:46
최근연재일 :
2024.09.1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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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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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경(4)

DUMMY

4


재생 능력의 효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어떤 각성자든 최하급 초재생이라도 붙는 순간 전투 적합도가 배 이상 불어난다. 싸우다 쓰러지면 앰뷸런스라도 불러주나? 전투 지속성은 격전지로 갈수록 고평가받는 덕목이었다.


‘더군다나 나 같은 신체 강화계면 말할 필요도 없지. 설렁탕에 깍두기쯤 되니까.’


본체는 물론 깍두기고.


- 저벅저벅


강한성은 주공 5단지를 크게 돌았다. 경계를 넘나들며 상처를 냈고, 걸음을 옮겨가며 회복 강도를 확인했다.


박씨 아저씨가 조수로 따라붙었다. 이 조수는 엘프 카타나를 들었다. 결론은 명확했다. 이 땅엔 의미심장한 구석이 있었다.


“이래서 땅 사라고 했나?”


강한성이 중얼거렸다. 스팸 메일처럼 꿈에 나오던 누나. 품섶에 넣어두었던 등기부등본을 확인했다.


공급면적이 61제곱미터에 전용면적이 49제곱미터. 평수로 따지면 15평 남짓. 준공연수가 30년도 넘은 사계주공 5단지.


이젠 별 의미도 없는 행정적 주소가 오늘 강한성에겐 의미를 되찾았다. 팔뚝에 흐르다 아물어가는 피가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 땅 안에서 너는 쉬이 죽지 않을 거라고.


“이런 경우도··· 있나?”


박씨 아저씨가 턱을 긁었다. 총알밥 먹기론 남부럽지 않았으나 이런 경우는 처음 보았다.


하기사 신체강화계니 원소계니 이야기되는 계열 분류도 큰 틀에서의 범주화에 지나지 않았다. 사람이 각양각색이니 능력도 모두 달랐다.


더군다나 각성자들은 자기 능력을 그리 떠벌리지 않는다. 능력엔 제각각 역린이 있는 법이고. 언제나 시끄러운 건 각성자 본인 보단 그 아래서 밥 벌어먹는 비각성자 헌터들이었다.


“그 왜. 그 사람도 있잖아요.”

“뭐?”

“예전에 충남 라인 뚫을 때 파견왔던 조천웅 헌터. 부산 거인.”

“아, 그 양반. 떡대 이 메다짜리.”

“그 양반도 비슷한 거 있지 않았어요? 전투 끝나고 고기를 삼 킬로씩 쌓아놓고 먹던데? 그것도 뭐 발현 조건 아닌가?”

“아 그거는 그냥 마이 처먹는기다.”

“네?”

“내 고향 행님이 조천웅 헌터 밑에서 일하거든. 그냥 원래 많이 먹는다카던데. 원래 비제인가 뭔가 했다고···.”


고기 이야기를 하니 갑자기 허기가 졌다. 무리도 아니지. 강한성은 단지 곳곳에 쓰러진 오크며 고블린 시체를 바라보았다.


수가 많다. 강한성처럼 잘 쏘는 비각성자 팀원은 구하기 힘들었다. 때문에 헌터들은 하급 게이트 기준, 절반쯤은 혼자 틀어막는다. 그리 뛰어다니려면 밥이라도 든든히 먹어야지. 떡대가 2미터면 더 그렇고.


“일단 확인된 반경 안에서는 하급 재생 정도 붙네요. 자세한 건 정부 메뉴얼 봐야 할 거 같은데, 제 기억에 3급 부상 1분 컷 내면 하급까진 쳐줬던 거 같거든요?”

“내 보기에도 그 정도는 될 거 같다.”

“경계 넘어서도 아주 안 되는 건 아니에요···.”


경계선 너머로도 강한성에겐 재생의 가호가 깃들었다. 강도는 대단치 않았다만.


“실험해보니 경계 밖에선 최하급 하찔 정도 될 거 같네요. 5급 부상 완치에 한 1분.”

“3급 기준으로는 얼마 들대?”

“한 십 분? 완치까진 아니고, 그냥 전투 적합 정도에요.”

“그 정도만 해도 감지덕지 아이가? 급하면 팀원들 몸빵시켜놓고 빠졌다 복귀하면 되고.”

“사실 이것만 해도 나쁘지 않죠.”


나쁘지 않은 수준은 진작 넘어서 있었다.


박씨 아저씨는 아까의 전투를 떠올렸다. 자세한 건 측정해야 확실해지겠으나, 강한성의 전투 적합도는 상당했다. 하급 게이트라 한들 마땅한 후방 지원도 없이 틀어막는 게 쉬운 건 아니었다.


‘···임마가 각성한 지 하루도 안 된 거 생각하면 더 그렇고.’


비교군이야 많았다. 박씨 아저씨는 대전-세종 라인에서 모셨던 최 헌터를 생각했다.


최종훈 헌터. 신경 가속밖에 없는 조루 능력자지만 경력이 7년이었다. 중급 게이트까진 단일 팀으로 막아내니 중견 헌터로 손색이 없었다.


‘그 인간 데려다 놔도 이 정도로 빨리 치긴 어려울 걸?’


하기야 하겠지. 나름대로 능력은 있는 사람이고 잔대가리도 나쁘지 않으니까. 다만 혼자는 어려웠다. 강한성처럼 범용성 있게 움직이긴 힘든 사람이다.


재생 능력까지 고려한다면, 더군다나 경계선 안에서 강화되는 수준을 고려하면 박씨 아저씨는 강한성의 손을 들어주고 싶었다.


‘한성이 저 놈··· 진짜 계탔네.’


박씨 아저씨가 강한성을 바라보았다. 처음엔 나이도 어린 게 서울 험지에 개뜬금없는 이유로 간다기에 따라붙었는데, 알고보니 사장님이었다. 그것도 당장 코스닥 상장 정도는 어렵지 않을 것 같은.


한때는 한강··· 아니 낙동강 다이빙까지 생각하던 야수의 심장이었다. 단타 이 몹쓸 것. 그러나 이 순간, 박씨 아저씨는 가치투자의 여신이 그에게 깃들었음을 깨달았다.


마침 그의 손엔 실험을 위해 빼들었던 엘프 곡도가 들려 있었다. 그는 히죽 웃었다.


해야 할 일은 명확했다. 


- 서걱···!


박씨 아저씨는 바닥에 쓰러진 시체들로부터 부산물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여 마석이라도 한 개 나오면 오늘 고기 먹자!”


운빨이 있었는지 진짜 마석이 하나 나오긴 했다.


* * *


부산물을 정리하는 중엔 반가운 손님 몇이 찾아왔다. 강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동네엔 지인이 없었으나 손님 몇쯤 방문할 건 예상하였기에. 


총성이 울었고 한창 소란스러웠다. 게이트도 닫혔노라 들었겠지. 날파리 꼬이긴 딱 좋았다.


“아저씨들, 남의 동네에서 지금 뭐하는 짓이래?”


시시껄렁한 것들은 어디에나 있다. 시시껄렁하고도 얻어맞지 않는 동네라면, 제법 많을 수도 있다.


서울이 딱 그랬다. 유의미한 군벌이 장악하지 못한 양아치 동네. 정확히는 하지 않은 땅.


대단위 농경을 시도하기엔 애매하다. 보호할 인구는 여전히 많아 주린 입이 넘친다. 방어하기엔 게이트 발생 빈도가 수지타산 맞지 않는 똥땅.


“물었잖아. 누구 허락 받고 판 벌였냐니까?”

“아이고. 마석까지 캐셨어요?”

“좋은 말로 할 때 다 내려놓고 가쇼. 지금 가면 봐 줄게요~”


몰려온 것들의 수는 적지 않았다. 입은 건 넝마주이처럼 볼품없었지만, 어디 철수한 군부대라도 털었는지 총을 들고 있었다.


강한성이 그들을 확인했다.


열셋. 총기를 소유한 게 다섯이다. 각성 후엔 시선이 더 날카로워졌다. 살피면 절반 정도는 싸제 야매 총기로 보였다.


“너희 그거, 쏘면 나가긴 하냐?”


강한성이 물었다. 양아치들이 뭐래, 하고 궁시렁거리더니 총구를 들어올렸다.


“점마들 저거 총알은 있나 몰것네.”

“몇 발 있기야 하겠죠. 많진 않겠지만.”

“몇 발도 잘 모르겠는데? 저거 맨끝에 있는 둘은 쏘자마자 총 터질 거 같다야.”

“싸제가 그렇죠 뭐.”


강한성과 박씨 아저씨는 태연자약했다. 저런 것 따위 지금껏 한 트럭은 봤다. 각성하기 전에도 별로 두렵지 않은 부류였다.


“뭘 그렇게 수군덕거려? 내 말 안 들려? 다 놓고 가라니까?!”


양아치 대장이 소리 질렀다. 나이가 스무 살은 되나? 놈이 총구를 겨누며 다가왔다. 쏠 기세였다. 방아쇠에 걸쳐지는 손가락. 


기세야 제법 등등한데 사람을 쏴본 적이나 있을까? 보아하니 탄환보다도 ‘총기 그 자체’로 싸우는 듯했다. 놈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쏠 거냐?”

“뭐래. 아니 내가 아까부터 묻잖아, 누구 허락받고 이 동네에서 판 깔았냐고?! 전부 놓고 꺼지라고!”

“허락이 필요한가? 필요해도 네 허락은 없어도 될 거 같은데.”

“한성아 만다꼬 입으로 패노. 주먹도 있는데.”

“이 틀딱 새끼들이···!”


양아치가 이악! 소리를 질렀다. 손에 들린 총구가 빙빙 돌았다. 


성질은 바락바락 내지만 쏠 수 있을까? 강한성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 탓···!


“쏴 봐.”


양아치 대장은 강한성이 거리를 좁힌 순간을 정확히 보지 못했다. 몸놀림이 예상을 웃돌았고, 각도가 교묘했기 때문이었다. 


강한성은 놈의 어정쩡한 자세에 주목했다. 견착은 엉성했고 자세는 구부정했다. 겨냥과 시선은 같은 방향이어야 했다. 놈은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었다.


마침 뒤에선 고양이가 지나갔다. -냐옹, 하고 우는 순간 양아치의 시선이 분산됐다.


‘싸우는데 한눈을 팔아.’


저러면서 무슨 위협을 한다고. 


강한성은 양아치의 시선과 축발이 움직인 순간을 틈타 도약했다. 각성자의 폭발적인 신체 능력이 모습을 드러내자, 바로 다음 순간 놈의 총구가 한 치 앞에 다가왔다.


“쏴 보라니까?”


강한성은 놈의 총구를 손바닥으로 막았다. 몸은 미묘하게 비틀어 혹여나 격발되더라도 급소엔 맞지 않게 대응했다.


혹여 맞는다고 한들 상관없었다. 여긴 경계선 안이었다. 일찍이 누나는 속삭였다. 이 땅 안에서 넌 쉬이 다치지 않는다고. 


정녕 방아쇠가 당겨진다면, 당긴 값을 치르게 할 생각이었다. 물론 눈앞의 양아치는 그럴 깡도 없어 보였지만.


“못 쏘지?”

“큭···.”

“쓰지도 못할 장난감 들고 다니는 거 아니다.”


퍼억! 주먹이 날았다. 둔탁한 소음 뒤에 양아치의 허리가 반으로 접혔다.


견착이 엉망인데 무기라고 들고 있을 리 없었다. 놈이 떨어트린 총기를 강한성이 뒷발로 걷어찼다.


- 드르륵!


아스팔트 위를 구르던 총기가 박씨 아저씨의 손에 들렸다. 그가 총을 들어 흔들어보더니, 피식 웃었다.


그가 총구를 놈들에게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 철컥!

- 틱! 틱!


헛방질이었다. 총알이 없진 않았다. 문제는 이미 고장 난 총이었단 점이었다.


“어린 놈의 새끼들이 뻥총으로 협박질이나 하고···.”


대장격이던 놈조차 망가진 무기로 허세를 떨고 있었다. 다른 놈들이라고 별수 있었을까.


여전히 총구는 이쪽을 겨냥하고 있었지만, 손잡이 쥔 아귀가 느슨해져 있었다.


강한성은 놈들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오씨, 각성자야? 그런 말 없었잖아···.”

“아, 엿 됐네···.”

“튈까?”


의리까지 없네. 바람 빠지듯 웃음이 터졌다. 웃음과 별개로 괘씸해졌기에 손에 부축하던 양아치로부터 손을 뗐다.


풀썩, 쓰러진 놈은 대충 내던졌다. 강한성은 나머지 양아치들에게 달려들었다. 


혼비백산해 도망가는 놈들을 붙들었다. 각성하지 않았어도 어렵지 않게 눕힐 놈들이었다. 열셋이란 수는 홀로 감당하기 어려워 보이나, 그것도 합심해 달려들 때의 일이었다.


적의 수, 그 총량 자체는 중요하지 않았다. 관건은 싸울 의지 있는 자의 수다.


“튀, 튀어!”

“끅!”


오합지졸일수록 의지는 희소자원이 되는 법이었다. 강한성은 투쟁 의지 가득한 게이트 너머 괴물들과 6년을 싸웠다. 지금껏 살아있다는 건 상대를 모두 눕혔단 의미였다.


죽일 것까진 없었다. 적당히 두들겨주었다.


“한 발이라도 쐈다면 죽였겠지만.”

“으윽···.”

“괴, 괴물···.”

“뭐, 못 쏜 거겠지.”


- 퍼억!


도주에 성공한 놈들은 가게 두었다. 그럼에도 오 분 뒤 절반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 탁, 탁!


강한성이 쓰러진 것들을 몇 차례 걷어찼다. 박씨 아저씨가 그 뒤로 총기를 회수했다.


걸음이 멈추던 건 아까 허세 부렸던 양아치 대장 놈 앞이었다.  


“오래 쉬었잖아. 일어나.” 


툭툭 볼을 두들겨주자 놈이 슬그머니 눈을 떴다. 강한성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어떻게 왔어?”

“예, 예? 걸어서···.”


강한성은 누나나 자신보다 이 양아치가 더 멍청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질문은 더 정확해져야 할 필요가 있었다.


“누가 보냈냐고. 너 혼자 오진 않았을 거 아니야.”

“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너네 대빵 따로 있잖아. 안 되겠다, 일어나.”


강한성이 양아치의 다리를 걷어찼다. 놈이 움찔거리더니 다리를 절뚝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저씨, 아까 그 오크 놈 쓰던 연장 좀 줘봐요.”

“오야.”


전리품 중엔 오크들이 주로 쓰는 도끼창이 있었다. 만듦새가 조잡했지만 면적이 넓었다. 삽 대용으로 쓸 만한 물건이다.


강한성은 양아치의 목덜미를 잡고 걸음을 옮겼다.


- 저벅, 저벅··· 탓.


걸음이 멈춘 곳에 시체가 있었다. 붙잡은 목덜미가 움찔거린다.


강한성과 박씨 아저씨를 방패막이 삼아 도망치려 했던 인력거꾼. 시체가 콩밭에 머릴 파묻고 쓰러져 있었다. 양아치는 그게 제 미래라도 된 양 부들부들 떨었다. 


- 탁, 탁!


강한성이 도끼창으로 땅을 두들기며 말했다.


“요 옆에 구멍 하나 파라. 사람 들어갈 정도로.”

“저, 저한테 왜 그러시는···.”

“말대꾸?”


강한성이 도끼창을 쥔 손에 힘을 넣었다. 우그득! 통짜 철로 된 자루가 휘기 시작했다. 그게 제 척추가 되는 시간선을 보고 왔던지, 양아치는 곱게 흙을 파기 시작했다.


“흑, 흑흑···.”


흐느끼며 흙을 파는 자 곁에 박씨 아저씨가 슬쩍 다가와 물었다.


“묻어주려고?”

“네.”

“하기사. 홀라당 튈라 캤어도 수습은 해줘야제. 꿈자리 사납다.”

“뭐, 그것도 그거고요.”


강한성이 단지를 돌아보았다.


사계주공 5단지, 못 배운 누나가 남기고 간 땅. 후지고 볼품없고 양아치들이 득실거리는 땅. 사실 참사 전에도 그랬고 누나도 그중 하나였지만. 


날파리가 꼬이고 게이트나 터져나가는 동네, 그래도 등기부등본이 증명하고 경계선 안쪽 재생 능력이 증거하기에. 


강한성은 마음을 먹었다.


“이제 제 땅 될 건데, 청소는 해야죠.”


그 말이 묻어버리겠단 말로 들렸던지, 양아치가 히익! 하며 신음성을 흘렸다. 눈에선 물이 흐르지 않았는데 다른 곳으로부터 무언가 흐르는 소리 들렸고, 땅에는 삽이 더 쉽게 박히기 시작했다.


축축해진 곳에 인력거꾼이 묻혔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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