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먼치킨이 너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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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4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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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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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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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DUMMY

잊고 살던 기억이다. 아니, 잊은 줄 알았다. 그렇게 노력했으니까. 그런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하.”


죽는 과정 참 더럽고 복잡하네.


너무나도 그립고 떠올릴 때마다 후회와 자괴감을 불러일으켰던 풍경에 이제는 그가 차다 못해 반응하고 싶지도 않았다.


신비스러운 노인 다음에 보여주는 풍경이 행복한 시기를 보냈던 방 천장이라니. 악질도 이런 악질이 없다.



달칵.



어디 보여줄 게 남았다면 얼마든지 더 보여보라는 의미로 착잡한 마음으로 눈을 감고 있던 백우진의 귓가로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얘, 아직 자니?”


그리고 이어지는 너무도 그리운 목소리에 백우진은 눈을 떴다.


농간이고 뭐고 그건 더 이상 백우진에게 고려할 거리가 되지 못했다. 설령 후회하게 될지라도 한 번만 더 어머니의 얼굴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보다 더 완벽한 구원은 없다고 생각했으니.


“어후, 일어났으면 일어났다고 말을 하지.”

“······.”


익숙한 벽지. 익숙한 구조. 익숙한 풍경.


두 눈을 부릅뜬 채로 몸을 일으킨 백우진은 너무나도 곱고 아리따운 어머니의 모습을 마주하는 순간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울컥 올라오는 감정을 씹어 삼키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어제 늦게까지 뭐 하더니. 악몽이라도 꿨니? 얼굴이──”


품 안 가득 퍼지는 따스한 체온.


“어머, 얘가 갑자기 왜 이래?”

“어머니.”

“어머머. 진짜 악몽이라도 꾼 거니? 아니면 용돈 필요해? 닭살 돋게 얘가 갑자기 왜 이럴까.”


생일이라고 아침 일찍 친구들과 놀러 간다더니 아무리 기다려도 아침을 먹으러 나오지 않기에 깨우러 왔을 뿐인데 설마 이란 깜짝 이벤트를 당할 줄 몰랐던 장미연은 저를 꼭 끌어안은 아들을 마주 안아주며 등을 토닥였다.


“엄마 이제 숨 막혀. 그만하고 아침이나 먹으렴.”

“······.”


나긋하게 귀를 간지럽히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백우진은 천천히 팔을 풀며 뒤로 물러났다.


“···울어?”

“울긴. 옷 갈아입을 거니까 나가.”

“잠깐, 우진아? 어디 아픈 거 아니지?”

“멀쩡해.”

“진짜 괜찮아? 그리고 옷은 씻고 갈아입어야지?”

“나가요. 나가.”


백우진은 계속해서 뒤돌아보는 장미연의 시선을 피하며 밖으로 내보내고 문을 닫았다.


“하아아······.”


문이 닫힘과 동시에 힘이 빠져 그대로 주저앉았다.


‘꿈이, 아니라고···?’


바닥에 주저앉은 백우진은 조금 전 느낀 너무나도 생생한 감각을 되새기며 얼굴을 한 번 쓸어내렸다. 그리고 오른쪽 뺨에 걸리는 이질적인 감각에 손을 확인했다.


붉은 보석이 박혀 있는 은색 반지가 오른손 검지에 끼워져 있었다.


“미친.”


손에 끼워진 반지를 확인하는 순간 백우진은 이 모든 게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시야가 암전되기 전에 들려왔던 노인의 마지막 말에 대한 의미 역시.


노인은 자신이 회귀할 것을 알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허, 회귀··· 내가, 회귀?”


인정하는 것과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건 조금 다른 영역이었다. 백우진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반지로 향했다. 기억에 의하면 반지에 박힌 보석은 분명 노인의 눈동자처럼 푸른 빛을 띠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보석의 색은 붉은색이다.


이 반지의 능력인가?


그러나 이내 백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짧지만 노인과 나누었던 대화로 추측해보건대, 이 반지는 회귀 관련 유물이 아니라 노인과 대화를 나누었던 장소로 보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일 가능성이 더욱 높아 보였다.


반지를 제외했으니 지금 당장 떠올려 볼 수 있는 것은 하나.


백우진은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너무 오래 잊고 지내긴 했지.”


처음 꿈을 꿨을 땐 의식하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머릿속에 맴돌았던 스킬에 대한 정보들. 그러나 회귀한 여파인지는 몰라도 스킬에 대한 정보를 떠올리는 게 좀처럼 쉽지 않았다.



-우진아~ 밥 다 식겠어!!



백우진의 집중은 닫힌 문틈으로 새어 들어온 장미연의 목소리에 사르르 무너졌다.


“당장 급한 건 아니지.”


회귀를 하기 전이면 모를까. 이미 회귀한 지금에서야 그 원인은 크게 중요치 않았다.




**




“잘 먹었습니다.”

“벌써?”


마음 같아서는 몇 그릇이고 더 먹고 싶은 맛이었으나 협회에 예약을 잡아두었기에 그만 집에서 나가야 할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회귀 전과 달리 이게 마지막 식사가 될 일은 없을 테니.


“나갔다 올게.”

“성인 됐다고 너무 늦··· 아들? 씻고 나가야지!!”

“금방올 거야.”


패딩에 모자 하나만 걸치고 밖으로 나온 백우진은 곧바로 각성자 협회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그땐 허파에 바람 든 애새끼마냥 들떠서 바깥을 볼 생각도 없었지.’


새해라 그런지 이른 아침임에도 거리에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정차했던 버스가 다시 움직이자 함께 멈춰있던 풍경 역시 그에 맞춰 변하기 시작했고 백우진은 멍하니 그 풍경을 바라보다가 괜스레 버스 유리에 손을 가져대 봤다.


‘역시 꿈이 아니구나.’


히터로 후덥지근한 내부와 다르게 유리에 닿은 손바닥은 서늘한 냉기가 타고 올라와 다시 한번 지금 보고 듣고 느끼고 있는 모든 게 현실이라는 것을 머릿속에 각인시켰다.


몇 정거장 지나지 않아 버스에서 내린 백우진은 목이 뻐근해질 정도로 높은 협회 건물을 눈에 담았다.


회귀 전엔 저 건물이 어찌나 웅장해 보였는지.


‘저기에 들어간 세금이 얼마일까.’


작게 혀를 차며 백우진은 협회로 걸음을 옮겼다.


“백우진 님?”

“예.”


예약 순번이 돌아오길 잠깐 기다리고 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눈물점이 인상 깊은 여성 접수원이 이름을 부르기에 그쪽으로 향했다.


“2010년 1월 1일 출생······ 네, 확인됐습니다.”


간단히 신원 확인을 끝내자 접수원은 본격적인 설명을 위해 아래에서 팸플릿을 꺼내 올렸다.


“실전 테스트로 신청을 하셨──”

“기기 측정으로 변경할게요.”

“···는, 그러시겠어요?”


고개를 끄덕이자 접수원의 안색이 조금 더 밝아졌다.


백우진은 접수원의 반응을 충분히 이해했다.


실전 테스트는 말 그대로 직접 몸을 움직여서 능력치 값을 측정하는 검사로 준비해야 할 요소가 상당히 많았다.


반면에 기기 측정은 마법과 과학이 결합한 마공학의 산물인 측정 기기로 내부에 주입된 마력을 통해 접촉자의 능력치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기기로 측정하는 만큼 1분 내외로 검사가 끝날뿐더러 비용 역시 하급 마정석 하나 값으로 상당히 저렴하다. 대신 정확도가 조금 떨어진다.


둘 다 장단점이 명확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측정을 돕는 협회 직원과 비용을 대는 협회에나 해당하는 사항이다. 검사를 받는 각성자들 입장에선 가격이 무료라면 고민할 가치도 없이 전자를 선택하는 게 정배였다.


‘나랑은 상관없지만.’


이미 결과를 뻔히 알고 있는데 시간 아깝게 실전은 무슨 실전이란 말인가.


“바로 안내하겠습니다.”


여성 접수원은 혹시나 백우진이 생각을 바꿀까 봐 얼른 팸플릿을 집어넣고는 검사실로 안내했다.


“스마트폰이나 다른 전자기기를 가지고 있으시다면 옆에 있는 바구니에 잠깐 올려놔 주세요.”


가지고 온 거라고는 스마트폰과 지갑이 전부였기에 백우진은 안내에 따라 그 둘을 바구니 위에 올렸다.


‘이건 빠지긴커녕 움직일 기미도 없네.’


오른손 검지에 떡하니 끼워져 있는 반지는 아무리 힘을 줘도 꿈쩍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 가지 사실을 확인해보기 위해 백우진은 기기 위에 올라서며 접수원에게 잘 보이게끔 오른손을 슬쩍 기기 위에 올렸다.


“거기 말고 둥근 구체를 잡아주시겠어요?”

“예.”


역시 안 보이나.


백우진은 안내에 따라 구체를 붙잡았다.


“기분이 조금 이상하시겠지만 금방 끝나니까 구체 놓지 말고 잡고 계셔야 해요.”


고개를 살짝 주억거리자 접수원이 기기를 작동시켰고 붙잡은 구체를 통해 짜릿한 감각이 몸 전체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원래 이렇게 선명히 느껴지는 건가?’


몸 안을 헤집고 다니는 마력의 움직임이 이상하리만치 선명하게 느껴졌으나, 회귀 전을 통틀어 기기 검사는 오늘이 처음이었기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네. 고생하셨습니다. 접수대에 잠깐 앉아서 기다려주세요.”


처음 접수원과 마주 앉은 자리로 돌아가 기다리고 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접수원이 종이 하나를 가지고 돌아왔다.


“저어······.”


자리에 앉고도 선뜻 가져온 종이를 내밀지 못하는 접수원의 반응에 백우진은 속으로 웃었다.


‘몇 번을 생각해 쪽팔린 일이야.’


접수원이 망설이는 이유? 간단하다.


측정값이 잘 못 되었다고 현실을 부정하는 진상 각성자로 돌변하진 않을까 걱정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회귀 전의 내가 딱 그 진상이었으니까.


“F랭크죠? 괜찮으니까 빠르게 등록만 끝내주세요.”

“어, 어떻······ 아! 아니, 그, 대, 대단히 실례했습니다! 금방 처리해드릴 테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속내가 들킨 게 부끄러웠는지 접수원은 보여주지 않던 검사지를 위에 올려두고는 붉어진 두 뺨을 숨기려는 듯 빠르게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딴 종이 쪼가리가 뭐라고.’


각성자가 인생의 전부도 아닌데. 왜 그리 목을 맸는지 참으로 한심할 따름이다.


그래서 회귀 전의 한심함을 되새길 겸 검사지를 뒤집었다.


“······?”


눈이 잘 못 된 건가.


손등으로 몇 번 눈가를 문지르고 다시 검사지를 확인했다.


“이게 무슨.”


검사지에 기록된 수치는 어째선지 기억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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