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먼치킨이 너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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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4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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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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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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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DUMMY

고통을 잘 견딘다고는 그다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커헉?!”


하지만 이 순간 백우진은 장담했다. 그 어떤 인간을 지금 자신의 자리에 데려다 놓더라도 저와 똑같은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말이다.


“자네는 운이 좋네. 만약 육체를 온전히 가지고 왔다면 시간이 부족해서 실패했을 테니 말이야.”


실패고 나발이고 누가 몸에다가 호스를 찔러넣고 미친 듯 공기를 주입하고 있기라도 한 것인지 내부에서부터 올라오는 압력에 당장이라도 몸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죽지 않으니 정신 꽉 붙들고 자네가 느끼고 있는 감각에 더욱 집중하게.”

“그게, 말!! 윽!!”

“대꾸하려는 거 보면 아직 버틸만한 모양이구먼.”


허허롭게 웃는 슐로딘의 웃음소리에 백우진은 순간 눈이 뒤집히려고 했다. 감당키 힘든 고통에 당장 눈을 까뒤집고 기절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그런데도 버티며 주둥이를 놀리려고 한 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로 정신을 잃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결코 여유가 있어서 그러려 한 게 아니란 말이다.


“인간이 정말로 극한에 내몰리면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게 된다네.”


파르르 떨리는 눈꼬리에 억지로 힘을 주어 어떻게든 버티던 백우진의 시야로 슐로딘의 얄미운 미소가 보였다.


“머리로 떠들 정신머리가 있다면 얼른 집중이나 하게. 급한 건 내가 아니라 자네라는 걸 잊었는가?”

“하면, 될, 거······!! 아닙, 니까!!”


영체 상태인 백우진은 이를 꽉 깨물며 눈을 감고 저를 미치게 만드는 고통에 집중했다.


‘진짜 미치고 팔짝 뛰겠네···!!’


눈을 감고 집중해도 느껴지는 거라고는 더욱 선명한 통증뿐이었다. 하지만 노인에게 이미 모든 걸 베팅한 백우진은 아주 잠깐 올라오던 의구심을 짓밟으며 노인이 말대로 저를 괴롭히는 고통에 더욱 집중했다.


“끄응······.”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백우진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던 신음의 강도가 조금 줄어들었을 때 슐로딘이 입을 열었다.


“어떤가.”

“조금, 덜 아픕니다···.”

“솔직히 예상이 빗나갔으면 하고 바랐는데 역시 자네는 마법에 재능이 없구먼.”

“······.”


뭐라 할 말이 없었기에 백우진은 그냥 입을 다물고 제 몸에 조금씩 생겨나는 변화에 집중했다.


외부에서 침투하던 슐로딘의 마력이 조금씩 뒤로 물러나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가해지던 압박감이 줄어든다.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났을 때 백우진은 슐로딘이 왜 집중하라고 이야기했는지 알 수 있었다.


“드디어 느낀 모양이구먼그래.”


미친 듯 압박해오던 슐로딘의 힘이 반 정도 빠져나갔을 때였다. 가슴 언저리에서 무언가의 변화가 시작된 것은.


‘이건······.’


한순간에 들이닥쳐 온몸을 뒤집어 놓았던 슐로딘의 마력이 거의 다 빠져나갔을 때 심장 부근에서 낯설지만 친숙한 기운이 스멀스멀 기어나와 거의 다 빠져나간 슐로딘의 마력을 향해 들이받는 게 아닌가.


“마력의 성질은 그것을 품은 마법사를 닮는다네.”


슐로딘의 웃음에 육체가 없음에도 백우진은 어째선지 얼굴이 화끈해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방금 그가 한 말에 의미를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조금 더 필요한가?”

“충분합니다···.”

“클클,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네.”

“아닙니다. 충분합니다.”


당장 목숨이 걸린 일이다. 그런 일에 자존심을 부릴 정도로 내 무릎은 무겁지 않았다. 개똥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생각하는 게 바로 나였으니까.


한참 저를 밀어내기 위해 끙끙 재롱을 부리던 백우진의 마력을 재미있다는 듯 관조하던 슐로딘이 마력을 완전히 거둬드렸다. 그러자 온몸으로 뻗어나간 백우진의 마력은 다시 심장 부근으로 돌아와 잠잠해졌다.


‘집중해라.’


조금 전 감각이 선명히 남은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백우진은 숨을 고르며 집중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여태 몸 안에 멀쩡히 자리 잡고 있었던 주제에 정작 주인인 자신에겐 인사한 번 없이 죽은 듯 숨어 있었던 괘씸한 동거인의 방금 막 닫고 들어간 문을 두들겼다.



두근!



몰랐다면 평생을 그냥 모르고 지냈을 테지만 한 번 알아버린 이상 그것을 끄집어내는 일은 의외로 간단했다.


“축하하네.”

“······.”


슐로딘의 축하에 눈을 뜬 백우진은 제 오른손 위로 피어난 회색 아지랑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조금 전 끄집어낸 자신의 마력이었다.


“그런데 회색이라, 이건 나도 처음 보는 성질이구먼.”


굉장히 흥미로운 시선으로 백우진의 푸른 영체 위에 덧씌워진 잿빛 마력을 바라보던 슐로딘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허공에 뭉쳐 있던 그의 금빛 마력이 다시 뻗어 나왔고.


“큭······.”

“어이쿠.”


금빛이 닿기도 전에 잿빛은 크게 몸집을 부풀려 금빛을 위협했다.


“연구는 나중으로 미뤄야겠구먼. 아주 까탈스러우이.”

“하하······.”


백우진은 순간적으로 통제에서 벗어난 마력을 잘 타일러 갈무리시켰다.


“어떤가?”


여러 의미가 담긴 물음에 백우진은 잠깐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해냈다는 성취감이 들 줄 알았는데 그렇진 않군요.”

“그거야 자네 스스로 해냈을 때나 느끼는 거지.”

“하하. 그것도 그렇군요.”


슐로딘은 새하얀 수염을 쓸어내리며 말을 이었다.


“원래 뭐든 처음이 가장 어려운 법이지. 막상 한 번 해내고 나면 정말 별거 아닌 일이라고 느낄 만큼 말일세.”


실제로 지금 백우진의 심정이 딱 그러했다.


분명 마력이라는 게 몸 안에 있다는 건 검사지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아무리 노력하고 집중해도 전혀 그 실마리를 붙잡지 못했었다.


그런데 여태껏 노력에 노력을 거듭해도 조금의 반응도 보이지 않던 녀석이 노인의 충격 요법에 지금껏 침묵을 지켜온 지조를 너무나도 쉽게 내팽개치고 뛰쳐나오는 게 아닌가.


노인, 슐로딘의 처치는 실로 간단하고 단순했다.


주인 있는 집에 멋대로 문을 열고 들어간 걸 넘어서 힘으로 본래 주인을 쫓아내려고 한 것이다. 그러니 본래 주인이던 백우진의 마력은 자다가 들이닥친 슐로딘의 마력이 부린 패악질에 화들짝 놀라 움츠러 들었고.


슐로딘의 마력이 제 발로 물러나니 그제야 화낼 용기가 생겼는지. 그간 백우진이 애타게 찾았음에도 나 몰라라 죽은 듯 있던 녀석이 스스로 문을 박차고 뛰쳐나왔고 그렇게 백우진에게 덜미가 붙잡혔다.


여태 꼭꼭 숨어 지내던 집의 위치를 들켜버린 것이다.


집의 위치를 알게 된 이후부턴 슐로딘의 말처럼 앞선 고생들이 허탈해질 만큼 너무나도 손쉬웠다. 그냥 문을 열고 들어가서 끄집어낸다. 그게 전부였다.


아직은 마지못해 의지에 따라주는 듯한 느낌이 강했지만 그건 앞으로의 시간이 차츰 해결해줄 터.


“그래서.”


슐로딘의 목소리에 상념에서 깨어난 백우진은 고갤 들어 그의 맑은 눈동자를 바라봤다.


저를 바라보는 백우진의 시선에 슐로딘은 습관처럼 수염을 쓸어내리며 웃었다.


“다음을 기대해도 되겠는가?”

“만족하실지는 솔직히 장담 드리지는 못하겠습니다만.”


백우진은 가볍게 펼친 손 위로 잿빛 마력을 잠깐 피워냈다가 훌훌 털며 자신있게 말했다.


“적어도 오늘의 만남이 마지막이 되진 않을 거라는 것만큼은 믿으셔도 좋습니다.”

“끌끌, 그거면 됐네.”


만족스러운 대답이었는지 슐로딘은 소파에서 일어나 처음 앉아 있던 책상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뒷모습을 지켜보던 백우진의 몸이 점차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슐로딘님.”

“걱정하지 말게나.”


자리에 앉은 슐로딘은 책을 펼치며 슬쩍 고갤 들어 말을 이었다.


“나는 우리의 만남이 단순한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네. 그러니 자네의 몸은 무사할 게야.”

“하하.”

“에엥.”


백우진이 멋쩍게 웃으니 슐로딘은 펼친 책으로 시선을 옮기며 짧게 혀를 찼다.


“애당초 그 질문은 깨어난 직후가 아니면 의미가 없거늘.”

“···다음에 뵙겠습니다.”


슐로딘이 손을 살짝 흔들어 인사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백우진의 시야는 암전되었다.




**




삐이───



의식이 돌아오면서 생겨난 이명에 백우진은 얼굴을 찌푸리며 가볍게 머리를 두드렸다. 그러자 곧바로 사라지는 이명.


“마, 마석이······.”

“닥쳐 병신아! 지금 돈이 중요하냐?!”


암전되었던 시야가 돌아온 순간 시야에 들어온 장면은 세 얼간이 중 하나가 내뻗은 손 위에 오른손을 겹치고 있던 모습이었다.


즉, 저쪽 세계에서 슐로딘과 대화를 나누고 다시 육신으로 돌아오기까지 체 1초가 걸리지 않았다는 소리다.


던전에서는 항상 정숙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사실조차 망각하고 여전히 목청을 높여 떠드는 세 얼간이를 뒤로한 백우진은 저 멀리서 홀로 망치를 휘두르고 있는 여성을 지켜보며 짧게 숨을 내쉬었다.


‘내가 죽으면 너도 집 사라지는 거니까 협조 좀 해라.’


협박 아닌 협박이 먹혀든 것인지 앞으로 내민 손바닥 위로 회색 기운이 잠깐 넘실거리다가 안으로 갈무리되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지만 마력을 응용하는 여러 기술에 대한 이론은 빠삭하게 기억하고 있다. 물론 이론은 어디까지나 이론일 뿐. 그걸 실현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그렇기에 어쭙잖은 시도는 하지 않는다.


“이게 마력이라는 건가.”


슐로딘의 마력을 밀어내기 위해 몸 전체로 뻗어나가던 그때의 감각과 손바닥 위로 마력을 응집시켰던 경험을 바탕으로 마력을 전신에 둘러 신체를 강화하는데 성공한 백우진은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고양감에 헛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여성이 휘두르던 망치에 마지막 리빙 우드가 쓰러졌고 이를 지켜보고 있던 백우진은 마력을 다시 갈무리하며 안쪽 주머니를 더듬었다.


미래의 연금 성주가 서비스로 얹어준 근력 강화 포션을 넣어둔 자리였다.


‘기회는 많아 봤자 두 번.’


사실상 한 번으로 생각하는 게 옳으리라.


‘근데 왜 저렇게 해맑아?’


이유는 모르겠지만 조금 전까지 전투를 치른 이로는 전혀 생각되지 않는 맑은 눈으로 다가오는 여성의 모습이 조금 의아스러웠으나 이내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이 상황에서 웃을 정도의 멘탈이면 미끼를 맡겨도 안심이지.’


서로를 완벽히 오해한 두 남녀는 그렇게 차츰 거리를 좁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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