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먼치킨이 너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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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4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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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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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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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DUMMY

사선으로 몸이 동강 나 죽은 랫맨의 시체 바로 옆에 선 백우진은 검을 지팡이 삼아 바닥에 꽂은 채로 조금 전 제가 처치한 랫맨의 시체를 쳐다보며 조금 전 일을 되짚었다.


‘그러니까.’


랫맨의 몸에 갑자기 붉은 선이 보이기 시작했고. 머릿속으로 흘러 들어온 랫맨의 지식과 연관이 있는 현상이겠거니 하고 일단은 넘겼다.


그리고 처음과 똑같이 발소리를 죽이고 랫맨의 뒤로 다가가 신경 쓰고 싶지 않아도 신경 쓰이는 붉은 선을 따라 검을 휘둘렀다. 그랬더니 랫맨의 몸은 붉은 선을 따라 예쁘게 동강 나버렸다.


현재 근력 수치를 생각해 봤을 때 랫맨의 몸을 동강 내는 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날이 잘 벼려진 무기를 장비하고 있는 힘껏 휘두른다면 가죽과 근육을 가르고 들어가 마지막 관문인 뼈까지도 충분히 자를 수 있을 터.


좋은 장비와 전력을 다한 휘두름.


랫맨의 몸을 단 일격에 양단하기 위해선 적어도 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했다. 이는 객관적으로 내린 판단이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랫맨은 앞선 두 개의 선행 조건이 모두 충족되지 않았음에도 몸이 갈라졌다.


“하하.”


복잡할 것 없이 상황을 간단히 결론 내린 백우진의 입에서 미묘한 감정이 뒤섞인 웃음이 흘러나왔다.


“한 번 꼬이면 바닥이 안 보일 정도로 진창에 처박아 버리더니.”


백우진은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제가 내린 결론이 단순 가정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 보기 위해 다음 랫맨을 찾아 이동했다.



찍찍.


찍?



나무에 몸을 숨긴 백우진의 시야로 두 마리의 랫맨이 들어왔다. 랫맨은 무리를 짓지 않지만 유일하게 무리를 이룰 때가 있다. 바로 번식 주기가 왔을 때다.


이때는 암수가 함께 짝을 이뤄 다니며 굴을 파고 먹을 것을 모은다. 그리고 암컷이 무사이 출산하면 수컷 랫맨은 자리를 떠난다.


‘먹이를 찾고 있는 걸 보니 아직 새끼를 낳기 전인가.’


본래 생선이든 뭐든 새끼를 밴 암컷은 잡았다가도 그 사실을 알게 되면 풀어주기 마련이다.



찍?


찍찍?



바닥에 떨어진 돌을 주워다 반대편으로 날리자 랫맨들의 시선이 돌이 날아간 수풀로 향했다. 둘의 시선이 완벽히 돌아간 것을 확인한 백우진은 침착하게 수풀 밖으로 걸어 나와 찍찍 소리를 내고 있던 수컷 랫맨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오른쪽 허리에서 왼쪽 골반으로 이어진 붉은 선을 따라 검을 휘두르자 천하의 명검을 휘두른 듯 랫맨의 몸이 검의 궤적을 따라 깔끔히 베어졌다.



찍?!



“미안한데 내 앞가림 하기도 바쁘거든.”


백우진의 검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암컷 랫맨을 향해 쇄도했다.



켁······.



심장을 꿰뚫린 랫맨은 잠깐 버둥거리다가 이내 축 늘어졌다.


암컷 랫맨의 붉은 선은 가슴에서 아랫배로 이어져 있었으나 백우진은 의도적으로 심장을 찔렀다. 처치하는 것과 별개로 조금 꺼려지는 부위인 것도 이유 중 하나였으나 선을 따라 검을 휘두를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를 다시 한번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확실하네.’


일반적으로 몸을 양한다는 것보다는 심장을 찌르는 쪽이 훨씬 힘이 덜 들고 난이도가 쉬웠다. 그런데 이 붉은 선은 이 당연한 이치를 비웃기라도 하듯 뒤집어버렸다.


난이도는 둘째치더라도 심장을 찌를 때와 비슷한 수준의 힘을 줬을 뿐인데 랫맨의 몸은 너무나도 손쉽게 갈라져 버렸다.


머리와 심장이 약점인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여기엔 몬스터 역시 해당이 됐고, 생물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급소를 지키려 하기 마련이다. 어지간한 기습이 아니고선 이 두 부위를 노리는 건 사실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이거라면.’


본래 계획은 F랭크 던전에서 능력치를 조금 더 끌어 올린 후에야 E랭크 던전으로 넘어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붉은 선만 있다면 혼자서도 E랭크 던전에서 솔로잉을 시도해볼 만하다는 확신이 섰다.


물론 굳이 솔로잉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오늘 검사에서 F랭크를 받은 녀석이 며칠 지나지 않아 실전 테스트를 받았더니 모든 능력치가 E랭크. 심지어 마력은 D랭크로 측정치가 나왔을 때 협회나 주변 반응을 생각해 본다면 최소한 내년까진 이 상태를 유지하는 편이 그나마 주목을 덜 끌 것이다.


“그러면 적당히 감각만 익히고 돌아갈까.”


백우진은 다음 목표를 찾아 걸음을 옮겼다.




**




“킁킁. 일단 냄새는 안 나는데.”


중간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밟는다거나 해서 의도적으로 랫맨과 전투를 펼쳐봤으나 기대한 만큼의 결과는 얻지 못했다. 도구는커녕 앞발을 휘두르거나 깨무는 게 공격 수단의 전부였기에 검을 한 자루 들었을 뿐인데 붉은 선을 노리지 않았음에도 두세 번 검을 휘두르는 것만으로 손쉽게 처치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패딩에 피가 튄다거나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다녀왔습니다.”

“왔니?”

“네.”


그저 평범하게 집으로 돌아왔을 뿐인데 눈치도 없이 올라가려는 입꼬리에 힘을 주며 백우진은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아버, 아빠는?”

“아는 지인분 부친께서 돌아가셨다네.”

“그렇구나.”


회귀 전에도 분명 같은 일이 있었을 텐데 처음 아는 사실이었다. 그때는 F랭크라는 충격에 빠져 눈이 돌아간 상태였으니.


“뭐야. 오빠 늦게 온다면서?”

“내가 언제.”

“아닌가? 아님 말고~”


방에서 나온 백아연은 장여사를 도와 거실에 있는 식탁으로 수저와 반찬 등을 옮겼다.


“요맘때는?”

“방은?”

“퉤퉤!”


저를 향해 혀를 침 뱉는 시늉하는 여동생의 행동에 백우진은 정수리가 훤히 보이는 백아연의 머리로 손을 뻗었다.


“꺅?! 미쳤어? 머리 다 엉키잖아!!”

“얘, 반찬에 머리카락 들어갈라.”

“엄마!! 그게 중요해?!”


한참이나 백아연의 머리를 강하게 쓰다듬은 후에야 상황은 진정되었고 셋은 식탁에 앉아 수저를 들었다.


“친구들이랑 싸운 건 아니지?”

“전혀.”


애초에 만나지도 않았는데 싸웠을 리가 있나. 하지만 얼굴을 보게 된다면 조금 푸닥거리를 해야 할 수는 있다. 꿈을 꾸고 깨어나자마자 약속을 깨버렸으니 말이다.


“술 마셨지?”

“마셨겠냐.”

“뭐? 왜? 성인 되면 진탕 마실 거라고 그랬으면서.”


확실히 그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나는 것도 같다.


“내가 누구.”

“F랭크 각성자?”

“뭐야. 봤냐?”

“엄마한테 다 들었지롱~”


백아연이 깔깔거리며 웃자 백우진은 그런 백아연을 뚱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피식 웃으며 다시 수저를 들었다. 회귀 전에는 알아차리는 게 늦었지만 이게 백아연 나름의 위로하는 방식이라는 걸 이제는 알고 있다.


‘맛있네.’


그날 백우진은 아침의 아쉬움까지 더해 세 그릇을 비웠고 백아연에게 돼지 소리를 들었다.




**




서울 어딘가.


‘저쪽인가.’


아무런 준비도 없었던 어제와 달리, 커다란 가방과 지하철역에 들러 옷까지 갈아입은 백우진은 E랭크 던전 입구를 뒤에 둔 관리소로 걸음을 옮겼다.


“혹시 짐꾼 하기로 하신 분?”


관리소에 가까워지자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세 명의 남녀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어젯밤 커뮤니티에서 파티 구인 글을 올렸던 이들이었다.


“백우진이라고 합니다.”

“약속 시간보다 일찍 나오셨네요.”

“여러분들도.”

“아, 저희는 이 근처에 살거든요.”


오래 볼 사이는 아니었기에 형식적인 대화만 나누고 파티는 먼저 던전으로 들어갔다.


혼자 남겨진 백우진은 관리소에서 이쪽을 보고 있던 공무원에게 어제처럼 민증을 건네고 검 한 자루를 대여해 입구로 향했다.


기묘한 부유감이 잠깐 몸을 감싸더니, 새파랗던 시야는 순식간에 녹음이 가득한 수풀로 뒤바뀌었다. 어제와 비슷한 산림 지형의 던전인 것이다.


“몫은 공동 분배인 대신에 예상치 못한 기습에서는 지켜드리지 못할 수도 있어요. 아시죠?”

“예.”


백우진은 허리춤에 찬 검을 슬쩍 보여주었고 파티 리더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풀로 들어갔다.



케르륵!!



이번 던전의 메인은 고블린으로 도구를 사용할 줄 안다는 걸 제외하면 개별 개체의 능력치는 랫맨보다 조금 더 나은 수준의 녀석이다.


그런데도 E랭크인 이유는 무리를 짓지 않는 랫맨과 다르게 도구까지 이용하고 지능까지 높은 녀석이 보통 2~5마리씩 몰려 다니기 때문이다.


‘잘 싸우네.’


방패를 든 탱커와 근거리 딜러 둘로 구성된 조합으로 정석에서는 상당히 벗어난 조합이었지만 고블린들을 상대로는 굳이 조합을 따질 필요는 없어 보였다.


심장을 채집하며 따라다니길 잠깐.


절반 정도 가방이 차올랐을 때 백우진은 파티에게 슬쩍 말을 걸었다.


“고블린 한 마리요?”

“예. 안 될까요?”

“아뇨아뇨. 가능하죠. 솔직히 저희 예상보다 훨씬 도축을 잘하셔서 값을 조금 더 얹어드려야 하지 않나 생각중이었거든요.”

“값은 괜찮습니다. 고블린 한 마리만 먹기 좋게 요리 부탁드립니다.”

“하하, 그러죠.”


얼마 지나지 않아 고블린 무리와 마주쳤고 파티는 백우진의 요청대로 한 마리만 남기고 모두 처치했다. 그리고 남은 한 마리의 손발을 모두 부러트린 채로 백우진의 앞에 가져다 놓았다.


“감사합니다.”


백우진은 검으로 고블린의 심장을 찔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블린은 축 늘어졌고, 백우진은 검을 회수해 곧 몰려올 두통에 대비했다.


“······.”

“······.”


그러나 대략 1분 정도가 지났으나 두통은커녕 저릿한 느낌조차 들지 않았는데.


“우진 씨?”

“아, 예.”


백우진은 얼른 단검을 들어 널브러진 고블린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능숙하게 가슴을 갈라 심장을 꺼내며 생각했다.


‘날 먹은 안 되는 구조인가?’


심장을 모두 채집한 백우진은 가방을 어깨에 메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출발할까요?”

“그러시죠.”


던전을 떠나기 전까지 자연스럽게 이들과 함께 검을 뽑을 수 있는 상황을 고민하며 파티의 뒤를 따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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