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먼치킨이 너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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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4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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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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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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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DUMMY

상황은 급박했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통성명이 필요한 순간이기도 했다.


“백우진입니다.”

“장혜······.”


악수를 청하는 백우진의 손을 받기 위해 똑같이 손을 내밀려던 장혜나는 비어 있는 손이 없다는 걸 깨닫고 잠깐 허둥거렸다.


“아, 죄송합니다.”

“네? 하하··· 장혜나라고 해요.”


뒤늦게 본인의 실수를 깨달은 백우진이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내민 손을 거둬들였고 망치를 잠깐 내려놓으려던 장혜나 역시 비슷한 미소를 지으며 저를 소개했다.


“상황은 대충 인지하고 계시리라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예에, 뭐.”


사실 이쯤이면 바보라도 상황이 어찌 돌아가는지 알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심상치 않은 포효와 방대한 마력이 늪지대 전체의 리빙 우드를 불러 모으는데, 이 노골적인 현상에도 상황인지를 하지 못한다면 그냥 죽는 편이 더 낫다.


“그렇다면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아주 잠깐이라도 좋으니 엘더 트리를 붙잡고 계셔 주셨으면 합니다.”

“그럴게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곧바로 튀어나온 장혜나의 긍정적인 대답에 도리어 백우진이 살짝 당황했다.


“백우진 헌터님이 곧장 이쪽으로 오셨다는 건 지금 이 던전에 살아 있는 헌터가 저와 저기 저 세 머저리뿐이라는 거겠죠? 아, 참고로 아까 뺨 때린 녀석이 제 동생이에요.”

“아.”

“아니아니! 그냥 그렇다고요. 제 속이 다 후련했으니까 사과하지 마시고요. 아무튼! 실질적인 전력은 저와 백우진 헌터님뿐이라는 소린데. 저는 보시다시피 탱커잖아요? 그러면 당연히 탱커가 해야할 일을 하는 게 당연하죠.”

“그것도 그렇군요.”


보스를 쓰러트리지 못하면 어차피 다 죽은 목숨.


그렇기에 사실 탱커인 장혜나에겐 백우진이 어떤 의견을 내든 그걸 수용한다는 선택지 밖에 남아 있질 않았다.


“엘더 트리의 어그로를 끄는 거 말고 제가 더 해야할 일이 있나요? 아니면 숙지해야 할 사항이라든가.”

“없습니다. 놈의 시선만 확실하게 끌어주시면 제가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

“알겠어요.”


랭크는 어떻게 되는지, 엘더 트리는 어떤 방식으로 처치할 계획인지에 대한 정보는 충분히 요구할 만한 입장이었으나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저 백우진을 전폭적으로 믿고 행동할 뿐이었다.


-아악!

-엄살 부리지 말고 당장 일어나서 무기 들어. 이번에도 누가 구해줄 거 같아? 병신처럼 떨다가 뒤지고 싶냐고.

-이, 일어나! 일어나면 될 거 아니야!!


장혜나와 장지수를 지켜보던 백우진은 소파에서 배나 긁고 있을 여동생이 떠올라 저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그러나 이내 얼굴을 굳힌 백우진은 검을 쥔 손에 힘을 주며 장씨 남매 너머의 늪지대를 바라봤다.


‘역시 이쪽으로 오나.’


마력을 다룰 수 있게 되면서 한 가지 변한 점이 있었으니.


바로 신체의 모든 감각이 마력을 다루기 전과 비교해 비약적으로 상승한 점이었다.


“장혜나 헌터님.”

“잠깐만요. 알아들었냐? 어차피 나랑 저분이 실패하면 너희도 다 죽는 거야. 그러니까 살고 싶으면 내가 보스 어그로 끌 때 몰려오는 리빙 우드 새끼들 시선 끌고 최대한 멀리 도망쳐. 대답!”


““예!!””


“알았으면 준비해.”


동생 일행의 떨어진 자존감과 부서진 멘탈을 어떻게든 기워 최소한 써먹을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데 성공한 장혜나가 백우진의 곁으로 다가왔다.


“지금부터 저는 몸을 숨길 겁니다.”

“믿을게요.”

“저도 믿겠습니다.”


오늘 처음 본 상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맡기 게 된 두 남녀에겐 긴말이 필요치 않았다. 그저 주먹 쥔 손을 가볍게 맞댈 뿐.


장혜나는 방패를 고쳐 쥐며 몸을 돌렸고 백우진은 그녀의 뒷모습을 잠깐 지켜보다가 반대편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다행히 엘더 트리의 부름을 받아 근처에 숨어 있어야 할 리빙 우드들이 모두 사라진 후라 몸을 숨길 장소를 확보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젠장. 이게 무슨 개고생인지.”


말과 다르게 백우진은 불만을 토해 낸 게 아니라 그저 그런 개고생으로 끝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뱉은 말이었다.


‘몸은 최대한 가볍게.’


백우진은 가방을 벗고 장화의 끈을 풀어 다시 한번 동여매 별거 없는 장비의 상태를 점검했다. 그리고 품에서 보랏빛 액체가 담긴 시험관을 꺼냈다.


‘언젠가는 쓰겠거니 했지만.’


설마 이렇게나 빨리도 그 기회가 찾아올 줄은 조금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이걸 사용한다면 랭크업을 위해 탑에 들어갔을 때라고 내심 정해뒀었는데.



그어어어어──!!



“이게 보스······.”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더욱 선명하게 느껴지는 엘더 트리의 거대한 존재감은 절로 몸에 힘이 들어가게끔 만들었다.


“후우.”


긴장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터.


백우진은 과도한 긴장으로 몸이 굳지 않게 제 자리에서 가볍게 뛰며 앞을 주시했다.


그러길 잠깐.


멀리서도 뚜렷이 구분될 만큼 거대한 나무가 주변 지형을 짓밟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비쩍 말라비틀어진 외형은 리빙 우드와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나 뿌리로 이동하고 동시에 공격도 가하는 리빙 우드와 다르게 보스인 엘더 트리는 비정상적으로 굵은 뿌리로는 이동과 거대한 몸체의 중심을 유지하는 용도로만 사용됐다. 대신.



-이 망할 나무 새끼야!!



장혜나가 망치로 방패를 두들기며 소리치자 다가오던 엘더 트리가 걸음을 멈추더니 머리 위로 뻗어난 무수히 많은 가지가 채찍처럼 늘어나 장혜나를 향해 쇄도했다.



끼이이이이익──!!



장혜나의 방패에 피어난 붉은 기운에 닿기 무섭게 가지들이 불타오르자 녀석의 뻥 뚫린 입에선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눈을 절로 찌푸리게 만드는 굉음조차도 백우진의 집중을 깨트리진 못했다.


‘있다······!!’


엘더 트리가 등장한 시점부터 줄곧 두 눈에 마력을 집중했던 백우진은 다급함 속에서도 침착하게 놈의 거대한 몸체를 살핀 끝에 그토록 찾고자 한 붉은 선 하나를 발견해냈다.


솔직히 반신반의한 상태였다.


처치한 몬스터의 상위 개체에 대한 정보의 일부가 함께 흘러들어왔기에 ‘어쩌면?’이라는, 반쯤 도박에 가까운 마음으로 시행에 옮긴 계획이었으나 슐로딘의 말처럼 우리의 인연은 아직 더 길게 이어질 예정인지 그 도박은 훌륭히 성공했다.


다만, 상대의 패를 우연히 엿보았다고 해서 판돈을 따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패를 볼 수 있다는 건 단지 조금 더 나은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줄 뿐이니.


백우진의 고민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뽁!



들고 있던 근력 증강 포션의 마개를 열어 단숨에 목구멍 너머로 털어 넘겼다.


쌉싸름하지만 뒤에 올라오는 블루베리의 향 덕분에 퍽 나쁘지 않은 맛이었다.


“큭······.”


포션이 목구멍을 타고 흘러 들어가나 싶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온몸의 근육이 팽팽하게 조여오는 생소한 감각이 덮쳐왔다.


“천재들의 기준이란······.”


즉발성에 상상 이상의 효과에 놀라는 것도 잠깐.


포션의 평가는 나중으로 미루며 백우진은 검을 역수로 쥐었다.


‘노려야 하는 곳은 미간.’


놈의 전체적인 크기를 보았을 때 노려야 하는 붉은 선은 정말로 작았다. 자주 조금의 실수만 더해져도 빗나갈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작다는 걸 제외하면 모든 게 완벽했다.


자유자재로 가지를 움직일 수 있다는 신체적 이점 덕분에 놈은 처음 멈춰선 그 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있는 상태다. 심지어 가지의 유연성이 높아 그걸 휘두른답시고 머리 부분을 움직이지도 않는다.


쉽게 말해서 거대한 과녁 그 자체인 상태.


‘할 수 있다······.’


아니, 하지 못하더라도 해내야 한다.


그간 돌아다닌 던전에서 투척에 대한 감각은 어느 정도 손에 익힌 상태.


약간의 불안 요소라면 엘더 트리와의 거리였으나 백우진은 이내 마음을 굳히고 자세를 취했다.


오른발이 뒤를 향하고 앞으로 내뻗은 왼발의 종아리와 허벅지 근육이 팽팽하게 조여든다.


‘기회는 한 번.’


백우진은 저를 믿지 않았다. 회귀 전 행동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음에도 믿는다면 그건 양심이 없는 놈이니까. 그렇기에 백우진은 저 자신이 아니라 제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한 자신의 능력을 믿기로 했다.


E랭크 중반까지 끌어 올린 근력. 거기에 포션이 더해졌으니 아마 D랭크 초입이라 봐도 무방할 터.


‘근력만으로는 확실히 불안한 거리다.’


하지만 그 불안함은 백우진의 마력이 더해지는 순간 깨끗하게 지워졌다.


모든 능력치가 E랭크일 때 홀로만 D랭크. 그것도 C랭크의 벽 앞에 선 마력이 주인임과 동시에 제 유일한 보금자리를 노리는 존재를 명확히 인식한 순간 변화가 일어났다.



카각──!!



잿빛 기운이 넘실거리기 시작하자 대여한 검에서 당장이라도 깨질 것처럼 위태로운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아직······.’


역수로 쥔 검이 위태롭게 떨려왔음에도 백우진은 침착하게 상황을 주시했다.



-커흑!!



마력이 다 한 것인지 방패에 서려 있던 붉은 기운이 사라지자 엘더 트리의 가지들을 막아낸 장혜나의 자세가 무너졌다.




키히히히히히──!!



가지가 몇 번이고 불탔던 엘더 트리는 마치 그런 장혜나를 비웃듯 날카로운 비명을 내지르며 머리 위에 자라난 가지 전체를 모두 그녀에게 쏘아 보냈다.


‘지금!!’


모든 걸 담은 검이 한 줄기 궤적을 그리며 백우진의 손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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