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먼치킨이 너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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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4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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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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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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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DUMMY

거실로 나온 백우진은 소파에 앉아 있는 두 모녀, 정확히는 장여사의 허벅지를 베고 누워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백아연의 모습에 눈을 끔뻑였다.


두 사람이 떠나고 3분이 채 지나기 전에 방을 나온 것 같은데. 그 짧은 사이 교복에서 잠옷으로 갈아입다니.


“나가려고?”

“어. 늦게 올지도 몰라.”

“그래. 혹시라도 외박할 거 같으면 미리 연락해.”

“올 때 요맘때~!”


조신한 소녀는 3분 만에 질린 모양인지 다시 말괄량이 여동생으로 돌아온 백아연의 모습에 백우진은 피식 웃었다.


‘그럼 그렇지.’


현관으로 나가기 전에 백아연의 방문을 슬쩍 열어본 백우진은 침대랑 바닥에 널브러진 여동생의 허물 더미에 문을 닫았다.


“방이나 치워라.”

“내 방이거든?”


아무리 피가 이어진 남매라지만 다 큰 여동생의 방문을 열어보는 건 너무 음침한 거 아니냐? 같은 말을 조잘거리기 시작한 백아연의 조잘거림을 가볍게 흘려들으며 백우진은 집을 나왔다.


‘제일 가까운 F랭크 던전.’


정류장으로 향하면서 백우진은 각성자 커뮤니티에서 접속해 집에서 가장 가까운 F랭크 던전의 위치를 알아봤다. 너무 멀면 택시를 타고 갈 생각이었으나 다행히 버스를 타고 30분 거리에 정부 소유의 공용 던전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늘하네.’


입고 나온 거라고는 달랑 패딩 하나였으니 춥지 않으면 사실 그게 더 이상했다. 흔히 초인이라 불리는 헌터를 제외한다면 각성자들도 종족 값은 여전히 인간이었기에 더위와 추위에는 여전히 취약했다.


회귀 전이나 지금이나 겨울에 추위를 타는 건 여전했으나 적어도 회귀한 지금은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속까지 시리지는 않았다.


평범하게 버스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한 백우진은 초소처럼 생긴 작은 건물과 그 뒤에 푸른빛을 내뿜으며 일렁거리고 있는 던진 입구를 한동안 눈에 담았다.


‘몇 번을 봐도 적응이 안 되는 형태야.’


흔히 던전 입구, 그도 아니면 그냥 입구라고 부르지만, 일부 과학자나 지식을 뽐내기 좋아하는 인간들은 차원 균열이라 부르는 던전 입구는 공간이 부서진 것처럼 뻥 뚫린 허공에서 푸른빛이 물결치는 모습을 하고 있다.


정상적인 사고를 지닌 인간이라면 미치지 않고서야 가까이 다가갈 엄두조차 나질 않는 비주얼이다.


‘생각해 보니 웃기네.’


회귀 전은 그렇게나 던전과 가까워지고 싶어 발악했지만, 그 결과는 처참했다. 그런데 헌터는커녕 던전과 관련된 일은 바라보지도 않으려 마음을 먹었는데 정신 차려보니 던전 앞에 서 있었다.


밀당도 적당히 해야지.


속내는 그러했지만 사실 백우진의 기분은 크게 나쁘지 않았다.


‘이게 꿀통이란 건가.’


관리실 건물로 다가간 백우진은 의자에 기대어 편히 졸고 있던 공무원을 깨우기 위해 유리를 가볍게 두드렸다.


-어흡······?


좋은 꿈이라도 꾼 걸까.


졸고 있던 공무원은 입가에 흐른 침을 닦으며 부스스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시원하게 기지개까지 켠 후에야 유리창을 열고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크흠, 무슨 일로?”

“던전에 들어가려고 합니다.”

“아, 던전.”


혹시나 위에서 감사라도 나온 거라고 착각을 했던 것인지 공무원은 다시 의자 등받이에 편히 몸을 눕히며 서랍에서 스캐너를 꺼내들었다.


“ID카드 보여주시겠습니까?”

“카드는 아직 발급 중에 있습니다.”

“쓰읍···.”


공무원의 얼굴에 노골적으로 귀찮음이 떠올랐다.


“그러면 민증 좀.”

“여기.”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백우진은 민증을 건넸고 공무원은 민증에 적힌 이름과 주민번호 등을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패드로 기입했다.


“오늘 막 등록하셨네요?”

“예.”

“쓰으읍, 안 되는 건 아닌데···.”


공무원은 민증을 돌려주며 머리를 긁적였다.


“지금 던전에 아무도 없거든요?”

“그렇군요.”

“그런 게 아니라······ 진짜 들어갈 겁니까?”

“예.”

“꼭?”


회귀 전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공무원의 대응에 괜히 웃음이 나왔다. 나도 F랭크고 놈들도 F랭크니까 해봄직 하다고 생각했었지.


결과는 만신창이가 되어 던전 내에 들어와 있던 다른 헌터들에 의해 거의 끌려 나오다시피 구출 당했었다. 버스를 타겠다고 결심하게 만든 결정적인 계기였다.


“서약서 쓰겠습니다.”

“아니··· 하, 그렇게까지 하신다면 야 뭐.”


공무원은 찝찝한 얼굴로 서랍에서 종이 한 장과 볼펜을 꺼내 올렸다.


서약서라고 해도 내용은 별거 없다.


던전 내에서 어떤 문제가 생기더라도 공무원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작성을 끝낸 백우진은 서약서를 돌려주며 관리소 구석에 놓여 있는 커다란 상자를 힐끗 가리켰다.


“검 한 자루 대여 부탁드립니다.”

“쟤들 관리 안 한 지 오래됐는데.”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랫맨 상대로는 먹히겠죠.”

“그야 그렇겠지만······ 어휴. 기다려 봐요.”


공무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상자로 향했다. 그리고 끄응! 소리를 내며 먼지 쌓인 뚜껑을 밀어내더니 종류 상관없이 무더기로 엉켜있는 무기들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그나마 이놈이 이도 안 나가고 쓸만할 겁니다.”

“감사합니다.”

“진짜 감사하시면 제발 멀쩡히 나오세요. 그거면 충분합니다.”


백우진은 대답 고개를 한 번 주억거리고는 공무원이 건넨 검을 챙겨 입구로 걸어 들어갔다.




**




“예전보단 낫네.”


회귀 전엔 속이 울렁거리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구역질까지 했었다. 시작도 전에 상태가 그러하면 보통은 돌아가자는 생각이 먼저 들는 게 정상일 텐데.


“컨디션 좋고.”


구토까지 했던 이전과 달리, 지금은 그 어떤 이상징후도 나타나지 않았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던전으로 입장할 때 몸을 감싸는 기묘한 감각이 전보다 더 선명히 느껴진 정도일까.


‘일단 검을 달라고 하긴 했는데.’


백우진은 허리춤에 찬 검을 뽑아 십여 번 정도 휘둘러보았다.


‘역시 손에 영 안 맞네.’


곡괭이를 오래 쥐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여러 면에서 어색함이 묻어났다. 특히 가장 적응되지 않는 건 지나치게 가벼운 무게감.


무언가를 쥐는 거야 곡괭이를 오래 쥐었기 때문에 이 부분은 크게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았으나 휘두를 때의 무게감이 너무 가벼워 여간 어색한 게 아니었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


출구 앞에서 검을 휘두르며 적당히 몸을 푼 후, 백우진은 숨을 한 번 고르고 나무와 무성하게 자란 풀들이 무성한 숲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긴장이 안 되진 않네.’


들어올 때까지만 하더라도 심장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평온하게 뜀박질해댔다. 그러나 던전에 들어오고 안전지대인 출구 범위를 벗어나기 무섭게 심박수가 빠르게 올라가는 게 실시간으로 확인이 가능했다.


‘나쁘지 않아.’


긴장이 너무 과하면 문제가 있겠지만 이 정도의 긴장감은 오히려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었기에 지금 상황에선 딱 알맞은 정도였다.


그렇게 수풀을 해치며 나아가길 잠깐.



찍찍.



누가 들어도 쥐가 낼 법한 소리에 백우진은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발자국이 새겨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롯이 발소리를 죽이기 위해 최대한 양쪽 발끝에 힘을 주어 앞으로 나아갔다.


‘운이 좋네.’


나무 아래에서 떨어진 열매를 주워 먹고 있는 거대한 생쥐 한 마리에 백우진은 검을 쥔 손에 더욱 힘을 줬다.


성인 남성의 절반 정도 되는 체구에 이족 보행을 하는 거대한 생쥐.


도구를 사용하고 집단을 꾸릴 줄 아는 고블린보다도 지능이 떨어져, 사실상 덩치 큰 생쥐 정도로 평가받고 있는 몬스터 중의 최약체.


물론 이 평가는 어디까지나 헌터가 기준이지 일반인들에겐 다른 몬스터와 마찬가지로 마주치면 재앙인 건 변함 없는 몬스터였다.


‘침착하게.’


랫맨은 과일을 먹느라 정신이 팔려 있는 상황.


백우진은 침착하게 숨을 들이켜며 내리고 있던 검을 들었다. 그리고 랫맨이 새로운 과일을 줍기 위해 자세를 낮춘 순간.



파앗!!



단숨에 수풀을 뛰쳐나가 뒤돌아 서 있던 랫맨의 머리통에 검을 찔러 넣었다.


“후우우, 후우.”


붙잡은 손잡이를 타고 익숙지 않은 감촉이 전해져옴과 동시에 검이 머리통에 처박힌 랫맨이 찍소리도 내뱉지 못한 채 그대로 허물어진다.


가죽을 겨우 베어내던 기억이 무색할 정도로 깔끔한 일격이었다.


“윽?!”


검을 뽑아내려던 백우진은 갑작스럽게 몰려오는 두통에 머리를 부여잡으며 비틀거렸다.


“후욱, 후우욱···.”


다행히 두통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 정도도 생각처럼 심하지 않았고.


머리에 박힌 검을 빼낸 백우진은 피를 털어낼 생각도 하지 않고 랫맨이 마주 보고 서 있던 나무에 잠깐 등을 기댔다.


“허.”


무슨 일에든 원인이 있다고, 조금 전 찾아온 두통 역시 원인이 있었다. 그리고 그 원인은 회귀까지 겪은 백우진을 놀랍게 만들었다.


방금 죽인 랫맨에 관한 온갖 지식들이 머릿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선호하는 먹이, 환경, 굴을 파는 방식부터 번식과 변이를 일으킨 희귀 개체와 랫맨에 뿌리를 둔 상위종까지.


‘스킬···.’


지금 당장 백우진의 지식 선에서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건 스킬이 유일했다. 그리고 백우진에겐 효과는커녕 이름조차 의문에 싸여 있는 스킬이 하나 있었다.


“안 떠오르는 건 여전한데······.”


백우진은 이내 고개를 가볍게 털었다.


이 문제는 집에 돌아간 후에 다시 생각해도 늦지 않았다. 지금은 사냥이 우선이었다. 거기다 랫맨의 심장은 협회에서 보급하는 싸구려 포션의 재료에 사용되기에 값은 얼마 안 되더라도 어쨌든 돈이 되기는 했다.


“가방이라도 챙겨나 올 걸 그랬네.”


아무리 그래도 패딩 주머니에 심장을 담기는 조금 그랬다.


부산물은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며 백우진은 다음 랫맨을 찾아 이동했다.



찍찍.



잠시 후의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꿈에도 모를 랫맨 한 마리가 수풀을 밟으며 걸어가고 있다.


‘이건 또 무슨······.’


백우진은 랫맨의 몸에 보이는 붉은 선에 이번에도 눈을 몇 차례 끔뻑였으나 붉은 선은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랫맨의 몸에 새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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