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즈음에 기형도의 복수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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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기형도
그림/삽화
박준기형도
작품등록일 :
2024.09.04 23:38
최근연재일 :
2024.09.12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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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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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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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편> 이렇게 까는 거야? -2

DUMMY

- !정말요? 농담 아니신거죠? 근데... 가능하시겠어요?


- 나도 장담은 못하지. 흐흐 근데 나도 궁금하다. 나같은 게 지를 물었을 때 어떤 반응과 표정이 나올지 .............



MZ 서너명 하고 초과근무수당에 특히 목을 매는 직원들 몇몇이 종선이와 따로 단톡방을 하는 게 분명했다.


담배를 다 피우고 내려와 내가 사무실에 들어서자 그들 일곱 여덟명이 자리에서 구부정하게 일어나 내 눈을 쳐다보는 것이었다.


와 이게 전장터로 나가는 기분인건가. 저 친구들은 응원가를 부르는 백성들이고. 눈빛들이 얼마나 간절한지. 와 박 팀장 만행이 그들에겐 이정도였어? 나만 몰랐구나 싶었다. 나는 초과수당을 안 타니까.


뒤에서 나를 따라오던 종선이가 자리로 빠질 때 나는 나도 모르게 용기 백배 되어 말했다.


- 내 지금 콱 물으러 간다, 지켜보거라!


현재 과장이 공석인 상태다. 실질적인 대행은 박성연 팀장이다. 하지만 알다시피 17년간 터주대감은 나인 거고.


알게 모르게 다들 나를 과장처럼 모시는 행태가 있었지만, 그게 어디 박성연이 볼 때 배알이 꼴리고 싫었겠지. 그래도 직급이 깡패인지라 나는 그간 박한테 예의를 다해왔다. 님도 꼬박꼬박 붙이고.


박성연은 나이도 나보다 한두살인가 많고 고시는 아니나 7급 출신에 서울대 학벌이다.


사실 나같은 인간하고는 게임 자체가 안되지. 하지만 묘하게 호승심이 생기는 거였다.


왜 승부욕이 당기는 거지?


생각해보니 기형도식의 복수전 뽕이 부추기는 게 분명했다.


권 과장이 사라진 안채의 과장 자리의 바로 앞에 있는(직원들이 볼땐 맨 위쪽) 호위무사같은 자리에서, 이제는 아예 과장같은 폼으로 다리를 꼬고 앉아서 핸드폰을 쳐다보고 있는 박성연 팀장.


내가 그 옆쪽까지 가서 내려보듯 그의 핸드폰을 쳐다보고 있는데도 몇초간을 모르더라.


인간아 아예 유튜브에 기어 들어가라 들어가.


내가 떡 하니 서 있는 데서 느낌을 받아 불안 했을 것이다.


근무한 게 몇 년인데 그런 적이 단 한번도 없었지. 당신은 과장 밑에 하늘같은 팀장님. 나는 운전이나 하는 따까리 직원이니까.


그같은 관행적 분위기를 일소하는건 뭐니뭐니 이제까지와 완전히 다른 작태 같은 것 아니겠나.


그가 나갈 구멍을 내가 떡 하니 서서 막고 있던 것인데, 착각인지 몰라도 통했던 모양이다.

목소리가 살짝 떨리고 있었다.


- 박,박 기사님, 무슨 일 일이십니까?


- 박 팀장, 내 오늘은 꼭 한마디 할라고요.

-

승부수를 던졌다. 우선 님자를 뺐다. 나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확실히 느꼈다. 내가 ‘박 팀장’이라고 부르자, 박의 동공이 지진 난 것처럼 막 흔들렸다.


반대로 박성연이 나를 볼 때 이미 내 눈깔이도 정상이 아니란 걸 아는 모양이었는지, 급히 일어나 좌중을 살피더니 미친 개새끼 쓰다듬듯 내게 그러는 거다.


- 아이고 박 기사님. 그러면 나가시죠. 제가 간만에 스타벅스 아아 한잔 사겠습니다.


- 됐고. 그럴 필요 없습니다. 바로 여기에서 하겠습니다.


평소의 나같지 않은 단호한 모습에 박 팀장은 당황을 해버린 상태. 이게 착각일 수 있는데, 이래서 안방 차지가 무서운 거다.


내가 여기 이 공간에서 숨들이마시며 밥먹고 똥 싼 세월이 무려 17년이다.


모르긴 몰라도 심하게 말해 내 똥오줌 파편거리도 어딘가 묻어있을정도 이 공간에서만큼은 내가 우위인 거다. 공기도 내 편인 거다.


나는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고, 그래서 더욱 단호햇는데 거기다 기형도식 복수전의 뽕은 상대방의 기를 싸그리 빼앗는 거지. 왜냐하면 내 독기어린 눈 속 언저리엔 최나연의 옥구슬 같은 목소리와 육체가 깔려 있으니깐. 아랫배까지 힘이 꽉 차게 들어가는 거다. 나도 한다면 한다는 거지.


사실 이런 눈깔이를 갖고 내가 벌이는 모든 액션의 핵심은, 부서원들이 이 사태를 다 듣고 있다는 그 자체였다.


일종의 박성연을 향한 망신주기인데, 기능직 공무원한테 당하는 순간 여기에서만큼은 박팀은 박살나버리는 거지.


저번 권과장님은 이게 실수였다. 사람이 너무 좋아도 탈인 거다. 사실 권 과장님이 스케일 큰 양반이라 초과수당같은 거는 어디 어린애들 소꼽노리로 여기는 분이라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한데 계속 서무 종선이가 박 팀장 초과 못하게 해달라고 하소연을 해서 지나가듯 한마디 했는데. 그것도 나름 배려해서 직원들 없을 때 했다.


세상에 박성연 저 인간이 그걸 이용해 권 과장을 쫓아내었다고 하니. 난 놈이긴 한데, 내 느낄 때 김명수보다 더 나쁜 놈이지.


지 상사를 쫓아내고. 결국 결과론적이긴 한데 사람 마음씨가 성공의 여부를 좌우하는 건 아닐까. 저런 거 안다면 누가 과장 보직을 주겠나. 나라도 싫겠는데.


나는 목소리를 무작정 높인다기보다, 마디마디 힘을 주었다. 살짝 오버되며 부자연스러운 형국이었지만, 주위의 이목을 확실하게 이끌었다.


기회는 한 번인 거다. 찾아왔을 때, 아니 만들었을 때 확실히 물어서 찢어 발라버려야 한다.


- 박 팀장. 지금 과장 자리도 공석이고 이럴 때 일수록 박 팀장이 여기 부서를 잘 이끌어야지 않겠습니까? 그런가요 아닌가요? 나중에 과장 하실 분이 이러시면 안 되죠.


내가 기능직 공무원인지만 운전을 해서 모시는 분이 대부분이 실국장이다.

그게 17년. 하물며 일년 중 대여섯번은 장차관님도 독대하듯 모시고. 심지어 심심치 않게 VIP랑 길게 통화하는 것도 득템하듯 현장감 있게 든 것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 분들 통화소리를 허구한날 듣다보니 아랫직원들 까는 것에서부터 처세하는 것까지 좀 배웠다고 해도 무리 아닐 것이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 ........네..


서울대 나온 똑똑한 박 팀장. 말을 못한다. 사실상 승부는 끝난 셈이다. 이건 사실 궁지에 몬 것도 아니다. 운이 안 좋은 거다. 나같은 기능직 공무원이 하필 이런 때에 있다는 사실 하나 일뿐 아니겠는가.


- 그런데 말입니다. 그런 중차대한 순간에 유튜브나 하신다고 하면서 부서원들이 고루고루 써가면서 탈 초과수당을 박 팀장이 다 가져가면 어쩌잔 말입니까?


박성연은 이미 할말을 잃고 넉다운 상태. 얼굴과 귀가 시뻘겋다. 나를 속으로 얼마나 죽이고 싶겠는가. 어쩌면 진짜 속마음은 나같은 기능직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아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해도 할말은 없지.


근데 이게 사람 나름인 거지. 그리고 똑똑한 박 팀장이 그걸 모를 양반이 절대 아니고.


나의 무서운 점은 바로 기능직 공무원이라는 거다. 나를 건드려봤자 내가 아쉬울 게 없으니, 방법이 없는 거지. 어디 보낼 곳이 있나. 내 처지가 그렇게 정해져 버린 거였다. 희한하게도.


거기다 맨날 천날 실장들 태우고 다니면서 알게 모르게 그들과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는 거 소문으로 들었겠지만 알고 있을 거다. 박은 전의를 모두 상실한 상태.


내가 뭐 기능직인데 과장을 달래나 장차관을 달래나. 나는 액션을 마무리 할 겸 좌중을 둘러보았다.


와 그런데 꼬마 팀장부터 대부분 직원들이 서서 나를 경외하듯 쳐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각자의 눈빛들이 말하는 수수만가지 말들이 내 언어로 들리는 거였다.


“후련하기 짝이 없네요. 감동받았습니다. 박 기사님 아니 박 시인님......”


낯간지럽지만 감동의 눈빛이 선했다.


애매한 결론은 안하는 것보다 못하다. 확실한 결론도 내가 정해주는 거다.


- 앞으로 박 팀장은 그간 받아가신 것도 있고, 오늘부터 최소 6개월간은 초과 안 하시는게 어떠십니까?


- ........!!!!!!


6개월간은 생각지 못하게 튀어나온 말이어서 아차 싶었다. 하지만 이 박 팀장 지가 양심이 있지. 초과 수당 지 맘대로 타간 게 몇 년이더냐.


오는 과장마다 참 다채로웠다. 어떤 과장은 추접스럽게 그런 걸 건드리냐고 내버려둔 양반도 있었고, 박의 집안을 어떻게 알았는지 슬슬 기면서 방치한 과장도 있었고, 권 과장은 뭣 모르고 했다가 어처구니 없이 쫓겨난 케이스.


하지만 박성연이 나를 쫓아낸다? 근데 나는 전보할 부서가 없다는데. 하지만 마음 먹으면 안될 것도 없을 거다.


이게 나로서는 상황이 운도 좋았다.


실장 중 안 실장이란 분한테 반우스갯 소리로 들었지만, 그게 사실 생사여탈권을 좌우하는 엄청난 거라는 걸 다른 실장을 통해 알게 되었다.


- 거 자네 과에 박성연인가 똥줄 좀 탈 끼다. 가가 이번에 과장 쫓아내고 지가 될라고 했는 갑제. 때가 되긴 했드만. 아니 늦었지....평판은 어떠노?


운전하고 있는 나한테 그런 걸 묻네. 하지만 그냥 물었겠나. 나란 사람이 사람으로 보였으니 묻는 거고.좀 잘 나가는 꼰대는 나같은 운전하는 친구는 사람 취급도 안하는 게 부지기수인데. 안 실장님은 실세중 실세이기도 하지만 사람 좋은 클래스가 다른 거지. 나도 나름 존경하고.


이런 경우 예전의 나라면 그냥 의미없는 답변이나 아니면 아무런 말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윗분들 오래 모시고 다니면서 얻은 눈칫밥이 무서운 거다.


나랑 하등 상관없는 일들도 내 것으로 끌어올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하물며 내 것은 될 수 없더라도 손톱의 때로 얹이는 거지.


내것이 되면야 최고인 거고. 차를 몰면서 그 비싼 휘발유를 길에 다 버린 다고 하는데 그런 인간들 대개 보면 그럼 순간 이동을 원하는 건가? 왜 덕분에 여기에서 저기, 저기에서 여기로 물체 이동시킨 에너지를 까먹냐고.

그리고 나는 이런 기회가 올 때 에너지 냄새, 즉 힘의 냄새가 나는 거다.


내 포지션을 내가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그 에너지는 무에서 유를 창출하니깐.


이거야말로 내가 17년간 휘발유를 땅에 버리며 운전하며 체득한 일종의 눈치 에너지 아니겠는가.


- 네 실장님. 제가 그래도 되는지 모르겠지만요. 이건 어떠실까요. 제가 실장님도 오래 모셨으니 실장님 시선으로 한번 지켜보겠습니다. 아무래도 관점이 다를까 해서요. 별일 없으면 따로 말씀은 안 드리겠습니다.


배경에 안 실장님이 있는 줄은 박 팀장은 상상도 못하겠지. 하지만 내가 믿는 구석이 이 정도는 되니까 나도 기능직 주제에 밀어 붙인 거지. 박팀도 상상은 못하겠지만 느꼈을 거다. 나는 미친 게 아니고, 미칠 뻔한 개를 구하는 일종의 개장수 같은 느낌?


이제 종지부는 확실하게.

이미 박은 개망신 상태다. 직원들 다 있는데. 전혀 말을 못한 채 죄인처럼 모니터만 쳐다보며 콧김을 내뿜으며 쥐구멍만 찾는 모양새의 박 성 연 팀장.


- 그럼 앞으로 박.팀.장.님.은 초과 안 하시는 걸로 정리가 된 걸로 알겠습니다. 직원분들도 다 들었으니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박팀장님 제가 좀 경우가 없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씀 들어주시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나는 박팀장에게 구십도 인사를 올리고 조용히 내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아! 할 말을 한다는 게 이런 건가?


종연이가 슬금슬금 내 옆에 오더니 내 어깨를 잡아 끌고 나가자는데 종연이 얼굴에 함박웃음 터져 미치려고 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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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편 너 그때 나한테 왜 그랬냐?> 24.09.04 70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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