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 수집하는 EX급 뱀파이어 헌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종횡비
작품등록일 :
2024.09.05 19:16
최근연재일 :
2024.09.06 19:46
연재수 :
4 회
조회수 :
51
추천수 :
4
글자수 :
23,418

작성
24.09.05 19:35
조회
8
추천
1
글자
12쪽

붉은 눈의 까마귀(3)

DUMMY

#3. 붉은 눈의 까마귀(3)



강원도의 어느 곳에 위치한 작은 보육원, 시간은 해가 뉘엿뉘엿 산 너머로 사라질 즈음.


“율아!”


주방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율아! 강율!”


두어 번쯤 같은 말이 되풀이된 후에야, 한 남자아이가 슬금슬금 보육원의 주방에 나타났다.


“여사님, 왜요?”

“또 그렇게 부른다.”

“원장님보다는 이쪽이 친근하지 않아요?”


사실 학교 친구들을 따라 하는 것이었다.


강율은 친구들이 자신들의 어머니를 여사님이라고 부르는 모습이 종종 부러웠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생각했다.


여사님이라고 하는 건 괜찮지 않을까.

엄마라고 부르지는 못해도.


“그래, 마음대로 해라.”

“그런데 왜 찾으셨어요?”

“마트에 좀 다녀올래?”

“아, 또 에요?”


요즘 들어 종종 있는 일이었다.

보육원을 운영하는 김 여사님께서 깜빡깜빡하는 것이.


이번에도 요리에 필요한 중요한 재료 중 하나를 사 오지 않은 것이리라.


“티비 봐야 하는데···.”

“네가 제일 맏이잖니. 아니면 다른 동생들 보내기라도 할까?”


뭐라 대꾸할 말이 없었다.

실제로 다른 아이들은 이제 갓 중학교에 들어간 아이 하나와 초등학생들이 대부분이었으니까.


곧 해가 지는 늦은 시간, 이곳에서 꽤 멀리 떨어진 마트까지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는 건 고등학생인 자신 뿐이었다.


“알겠어요.”

“여기, 카드 들고 가.”


강율은 김 여사가 건네는 카드를 받아 들고 사야 할 품목들을 기억한 뒤 현관으로 움직였다.


“오빠!”

“···?”


신발을 신으며 고개를 돌린 곳에는 예쁘게 땋은 포니테일 머리의 작은 아이가 서 있었다.


모두의 이쁨을 받는 보육원의 막내였다.


“어디 가? 마트?”


과하게 초롱초롱한 눈에는 녀석의 의도가 투명하게 비치고 있었다.


“뭐 먹고 싶은 거라도 있어?”

“응! 딸기 아이스크림!”


막내의 부탁은 선뜻 거절하기가 힘들었다.


물론, 여느 부모 없는 아이들처럼 자신의 처지를 일찍 깨달았기에 어려운 요구는 하지 않았다.


해봐야 지금처럼 자그마한 막대 아이스크림 정도.

그리고 그 정도라면···.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으니까.’


가족이나 다름없는 귀여운 막내 여동생에게 무언가를 해줄 수 있다는 사실은, 강율의 마음을 풍족하게 해주었다.


“알았어. 맛있는 걸로 골라 올게.”

“와! 율이 오빠 최고!”


고작해야 아이스크림 하나에, 세상을 다 가진 듯이 방방 뛰는 모습은 귀엽다가도 안쓰러웠다.


“다녀올게.”


보육원을 나서 약 이십 분.


마트에 도착한 강율은 김 여사가 주문한 음식 재료들과 아이스크림을 구매했다.


아이들이 서로 다투지 않도록 똑같은 딸기 맛으로 10개. 그리고 김 여사가 좋아하시는 호두가 들어간 것까지.


다행히 할인 행사를 하고 있어 그런지, 모두 합해 만 원을 넘지 않았다.


“아이스크림은 따로 계산해 주세요.”


주머니 속에 접어 넣어 두었던 지폐로 계산을 마친 뒤 마트를 나왔다.


‘빨리 가야겠네.’


겨울이 코앞이라 날씨가 꽤 쌀쌀해지기는 했지만, 늦장을 부렸다가는 아이스크림들이 녹아버릴지도 몰랐다.


‘얼른 가서 냉동실에 넣어놔야지.’


김 여사가 차려주는 맛있는 저녁을 먹은 후, 다 함께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


별것 아닌 작은 일이었지만 이런 일상이 강율에게는 행복이었다.


“후아, 후우.”


급한 마음에 뛰다가 걷기를 반복.


강율은 마트에 갈 당시 20분이나 걸렸던 시간을 무려 절반이나 단축해 10분 만에 보육원에 도착했다.


그리고 문을 열기 직전.


“···?”


낯선 향이 강율의 코를 찔렀다.


‘무슨 냄새지?”


쇠? 비린내?

뭔진 모르겠지만 지금껏 맡아본 적이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대체 무슨 요리를 하시길래···.’


별일 아니겠거니.

하며 문을 열었을 때.


“우읍!”


밖에서 맡았던 냄새가 구역질이 날 정도로 강렬해졌고, 어째선지 심장이 빠르게 쿵쾅거렸다.


그리고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거실부터 현관까지 흐르는 붉은 액체.


‘피?’


그 순간 강율을 지배한 감정은 두려움이 아닌 걱정이었다.


가족.

동생들과 여사님.


“얘들아!”


신발도 벗지 않은 채로 소리를 지르며 달려 들어간 거실의 모습은 처참한 아비규환이었다.


“우읍, 우에엑···.”


한눈에 보아도 더는 살아있는 인간이라 부르기 힘들 정도로 훼손된 핏빛 형체들.

그것들은 분명 조금 전까진 자신의 소중한 동생들이었으리라.


“아, 아아···.”


충격에 얼어붙어 버린 그의 귓가에 한 여성의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율, 아. 도망···.”


김 여사의 목소리였다.


“여사님!”


다급하게 들어간 주방에는 두 명의 인영이 있었다. 쓰러진 어머니와 그녀의 목에 머리를 비스듬하게 처박고 있는 낯선 남성의 뒷모습.


이 모든 일의 원흉이 분명했다.


“···도망, 쳐···.”


처음 느껴보는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물밀듯이 밀려왔지만, 김 여사가 아직 살아 있었다.


‘구해야 해!’


머릿속은 온통 그 생각뿐.


어떻게?


저놈을 죽이고 바로 119에 신고를.

놈을 죽이고.


죽인다.

죽인다.


···죽여버리겠어!


김 여사가 요리에 쓰던 주방용 칼을 들고 녀석을 향해 달려들었다.


푹!


본능이었을까.

강율은 머리나 등이 아닌 목을 노렸다.


“으아아!”


이성이 날아가 버린 상황에서도 혹 칼날이 관통하여 김 여사까지 상처 입게 되지는 않을까, 각도를 조절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푹, 푹!


하지만 강율의 그런 노력은 애초부터 부질없었다.


식칼의 날은 녀석의 목을 관통하지 못했으니까. 그저 몇 센치쯤 박히며 피가 이리저리 튈 뿐이었다.


그 피 중 일부가 강율의 입속으로 들어갔을 때 즈음, 남성이 거칠게 손을 뒤로 휘둘렀다.


마치 귀찮은 날파리를 쫓아내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퍼억-!


[뱀파이어 혈액(하급)을 마셨습니다.]

- 육체 능력치 +300% (30초 지속)

- 상태이상 : 혈귀화(Phase1)에 돌입.


! 특성 : 최초의 혈통을 각성합니다.

- 효과로 상태이상을 무시합니다.


낯선 글자들이 시야 위로 떠올랐지만.


콰앙!


주방 한 편, 냉장고에 처박힌 강율은 그것들을 인지하지 못했다.


“커헉!”


입을 통해 쏟아지는 피.


잠시 중단되었던 식사를 이어가려던 남성은 강율의 혈액에서 피어나는 향기에 반응을 보였다.


크르륵?


고개를 돌린 녀석은 마치 신기한 것을 발견한 것처럼 천천히 강율을 향해 네발로 기어 왔다.


그리곤 냉장고에 기대 쓰러진 강율을 향해 코를 들이밀었다.


킁, 킁.


음식의 냄새를 맡듯이 코를 벌렁거리는 남성의 모습은 이제 두렵기보다는 역겨웠다.


“괴물, 새끼가.”


강율은 눈을 부릅뜬 채로 입가에 피 칠갑을 한 남성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그런 그의 눈동자는 어느새 붉은색으로 옅게 물들어 있었다.


크르, 크르륵?


먹잇감의 붉은 눈동자가 신기하기라도 한 듯이, 남성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순간.


갑자기 어디서 힘이 솟아난 것인지, 강율은 끝까지 쥐고 있던 식칼을 힘차게 휘둘렀다.


스걱!


분명 방금까지 전력으로 찔러도 소용이 없었거늘, 신기하게도 이번 공격에는 놈의 목젖 부근이 꽤 깊게 베어졌다.


상처 부분에서 뿜어진 피가 강율의 얼굴에 그대로 쏟아졌다.


“쿨럭! 우웁, 퉷.”



[뱀파이어 혈액(하급)을 마셨습니다.]

- 육체 능력치 +300% (300초 지속)

- 상태이상 : 혈귀화(Phase1)에 돌입.


! 특성 : 최초의 혈통이 발동합니다.

- 효과로 상태이상을 무시합니다.



‘뭐야, 이건?’


안타깝게도 강율에겐 눈앞에 어지럽게 떠오른 글자들을 읽어볼 여유가 없었다.


캬아아악-!


남자가 고통스러운 듯이 몸부림을 치다가, 강율의 복부를 향해 공격을 가했기 때문.


“크학!”


그 결과 강율의 배에는 커다란 구멍이 하나 만들어졌다.


캬아악! 크르, 크륵!


그것으로는 부족했는지, 남자는 잔뜩 성이 난 채로 한 손을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흐릿하게 보이는 길고 날카로운 손톱.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방금도 저것에 몸이 뚫렸으니.


‘아. 죽는구나.’


방금 보았던 이상한 글귀 때문일까.


어째선지 남성이 손을 내리찍는 속도가 꽤 느리게 보였다.


몸이 움직인다면 그럭저럭 어렵지 않게 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될 정도로.


하지만 안타깝게도 전신에는 아무런 힘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렇게 죽음을 기다리던 순간.


타앙-!


커다란 굉음이 울렸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강율은 생각했다.


‘꼴 좋다.’


남성의 가슴팍에도 자신과 비슷한 크기의 구멍이 뚫려 있었기 때문.


그리고 몇 초 후.


녀석은 끈 떨어진 꼭두각시처럼 그대로 바닥에 허물어졌다.


이어 들려오는 구두 소리.


뚜벅, 뚜벅.


누구지?

고개를 돌려 확인할 힘조차 없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고마워해야 할까?

복수해 줘서 고맙다고.


아니면 원망해야 할까?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모르겠다.


‘졸려.’


그렇게 눈을 감으려는 순간.


‘여사님.’


혹시 아직 살아계시지 않을까.


자신은 틀린 것 같지만···.

그녀라도 살릴 수 있다면.


“신, 고좀···. 1, 19···, 쿨럭!”

“···?”


구두 소리가 가까워지는 것이 들렸다.


“No one is alive. You're the last. (살아있는 사람은 없다. 네가 마지막이다.)”

“어, 엄마가.”

“That woman? She's already dead. (저 여성을 말하는 거라면, 이미 죽었다.)”


대체 뭐라는 건지.


“Unfortunately, you'll follow her soon. so, I'll take away your pain. (안타깝게도 너도 곧 저 여자를 따라가게 될 거다. 고통이라도 덜어주마.)”


‘영어 공부를 좀 열심히 할 걸 그랬나.’


강율은 때늦은 후회를 했다.


철컥-


쇠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총?

아까 들었던 게 저 소리구나.


그나저나 누구일까.

한국인은 아닌 것 같고···.


강율은 자신의 마지막을 장식해 주는 사람의 얼굴 정도는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런 생각으로 힘겹게 고개를 들고 눈을 떴다.


시야가 흐릿해 얼굴을 확실하게 볼 수는 없었지만, 상대는 자신의 얼굴을 보고 놀란 듯한 표정을 짓는 것 같았다.


“Your Name? (너, 이름이?)”


간단한 회화.

영어에 젬병인 강율이라도 이 정도 질문에는 대답할 수 있었다.


“···율.”

“Yuri···. (유리라···.)”


그 대답을 끝으로 강율은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얼마 후.

작은 보육원은 거센 불길에 휩싸였다.



*



왜 하필 지금.

그날의 기억이 떠오르는 걸까.


한동안 까맣게 잊고 살았거늘.


‘로드를 만났기 때문인가.’


멀게만 느껴졌던 삶의 목표.

그 시발점이 눈앞에 있었다.


캬아악!


변종이 울부짖으며 유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타앙-!


은탄이 아슬아슬하게 놈의 심장 옆에 박혔다.

이로써 녀석의 몸에 박힌 은재 탄자의 갯수는 약 일곱 개.


아무리 심장을 빗겨나 박혔다 하더라도, 축복받은 은이 가지는 대(對)뱀파이어 억제력은 충분히 강력했다.


그 증거로 변종. 아니, 새로운 로드 리퍼의 움직임은 처음에 비하면 상당히 둔해진 상태였다.


덕분에 전투 중간까지는 감히 서포트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콰이엇 브라더스의 엄호 사격이 중간중간 날아오고 있었다.


‘나도 이제 한계야.’


뼈마디, 근육 세포 하나하나가 살려달라며 비명을 내지르는 것만 같았다.


게다가 랩피드 로더에 장전해 둔 커스텀 은탄도 모두 써버린 상태.


성수를 이용해 담금질한 제식용 은검마저 조금 전 부러졌기에, 실린더에 장전되어 있는 단 두 발의 은탄으로 싸움의 종지부를 찍어야 했다.


‘충분해, 두 발이면.’


그렇게 생각하며 완벽한 기회를 노리던 중.


퍽, 퍽퍽!


콰이엇 형제들의 사격에 직격된 리퍼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둔해졌다.


‘은탄?’


아끼고 있던 필살기를 쓴 느낌.


‘새끼들이 이걸 이제서야···.’


아니다, 됐다.

쓴 게 어디야.


‘체크메이트.’


10년.

그토록 오랜 기간 바랬던.

로드들과 적대할 수 있는 힘.


리퍼의 피는 다른 로드들을 사냥하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한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다.


‘만약 놈의 특성을 획득할 수 있다면.’


혈무(Bloody fog).

어쩌면 그 사기적인 능력을 자신이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타앙-!


강율의 리볼버가 거센 불길을 뿜어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특성 수집하는 EX급 뱀파이어 헌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 환영받지 못한 귀환 24.09.06 9 1 13쪽
» 붉은 눈의 까마귀(3) 24.09.05 9 1 12쪽
2 붉은 눈의 까마귀(2) 24.09.05 12 1 15쪽
1 붉은 눈의 까마귀 24.09.05 22 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