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 수집하는 EX급 뱀파이어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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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비
작품등록일 :
2024.09.05 19:16
최근연재일 :
2024.09.06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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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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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받지 못한 귀환

DUMMY

#4. 환영받지 못한 귀환



타앙-!


리볼버가 발사됨과 동시.


리퍼의 몸 전체 윤곽이 흐트러지며 형체가 불분명해지기 시작했다.

살과 뼈가 붉은 안개로 용해되며 박혀 있던 은재 탄자들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리퍼의 고유 혈능.

완전한 혈무의 발현이었다.


오랜 전투 끝에 녀석이 각성하고야 만 것.


“이런!”


타앙-!


서둘러 마지막 한 발을 발사해 보았지만.


후웅-


이미 온몸이 짙은 선홍색의 안개로 변해버린 리퍼에게 물리적 공격은 통하지 않았다.


“Fuxk!!”


안개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공중으로 떠올랐고, 깨진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교회 밖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하늘 가운데에 붉은 노을이 생긴 듯한 모양이었다.



*



두두두두-


요란한 헬기들의 프로펠러 소리가 마을 전체를 감싼 후, 온몸을 방호복으로 감싼 인간들이 대거 출현했다.


그들은 마을 사람들의 처참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익숙하다는 듯이 시체들을 처리했다.


그중 몇몇은 유리와 리퍼가 전투한 곳의 흔적을 둘러보며, 리퍼가 흘린 혈액의 샘플을 채취하고 있었다.


저 피를 사용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공기에 노출되어 버린 뱀파이어의 혈액은 순식간에 산화되어 본래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


‘아쉽네···.’


로드들을 사냥할 수 있는 무기가 바로 코앞에 있었는데, 종이 한 장 차이로 획득에 실패해 버리고 말았다.


그 상실감에 유리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얼굴이 말이 아니군, 레이븐.”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콰이엇 브라더스의 리더인 데미언이 보였다.


“데미언.”

“영광인걸. 내 이름을 알고 있었나.”

“달밤에 깨어 있는 늙은 하이에나가 많은 건 아니니까.”


피식.


데미언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내뺄 수도 있었을 텐데, 도와줘서 고맙다.”

“낯간지러운 인사는 서로 생략하지. 서포트, 나쁘지 않더군.”


두 남자가 가벼운 악수를 한 후.

데미언은 사뭇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런데 블러디 포그라니···. 리퍼의 계승이 이뤄진 건가.”

“아마도.”

“그 답도 없는 몬스터가 어째서 저딴 변종에게 자신의 몸을 내어준 거지?”

“글쎄···.”


영국의 알렉스 브린츠.

이명은 리퍼.


다른 로드들과 다르게 녀석의 나이는 기사단에서도 제대로 파악을 못 했을 정도였다.

조심스레 추측하기로는 인간의 역사와 함께했을 거라고 하던데.


그만큼이나 오래 산 노괴라면.


“삶이 지루해졌나 보지.”

“더럽게 부러운 녀석이었군.”


부럽다라.

수천 년을 살아가는 게 정말 행복한 일일까.


아마 죽을 때까지 답을 찾지 못할지도···.

직접 경험해보지 않는 한은.


“그런데 몸은 괜찮은가?”

“보다시피.”


몇 군데 긁혔던 상처들도 금세 나아 있었다.


“그거 말고. 아까 보니 피를 마시던데.”


아.

그쪽 얘기였나.


“멀쩡해.”

“그래? 운이 정말 좋은 친구였군. 그래도 앞으론 자제하는 게 좋아. 물론 스스로가 누구보다 잘 알겠지만, 아마 네 몸은 이미 한계일 거다.”


가끔 이 같은 조언을 하는 이들이 있었다.


‘한계라···.’


뱀파이어의 혈액을 마시는 헌터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끝이 머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다고.


하지만.


‘그런 건 단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어.’


이유야 뻔했다.

누구에게도 알린 적 없는 자신만의 능력.

특성, 최초의 혈통.


초기엔 혹시 한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하고 걱정했지만, 지금은 그런 염려 따위 던져버렸다.


심지어 이번 기회를 통해 중급의 혈액조차 자신에겐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봐서, 이게 생각보다 맛있거든.”


멈출 생각이 없었다.

적어도 놈을 죽일 때까지는.


“그런가···. 뭐, 어쩔 수 없지. 만약 네가 스폰이 된다면 내가 직접 깔끔하게 처리해 주겠다.”

“기대하지.”

“혹시라도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긴다면 연락해라. 오늘의 빚은 반드시 갚을 테니.”


데미언이 건네는 명함을 받아 들고 난 후.


다른 인물 하나가 말을 걸어왔다.


“이봐! 레이븐!”


마을 어귀에서 눈을 좌우로 찢었던 빌어먹을 녀석이었다. 아마 형제들 중 막내라고 했던가.


“···뭐지?”


설마 지금 상황에 시비라도 걸려는 건···.


“싸인좀 부탁한다!”

“······?”


10년의 헌터 생활 중 처음이었다.

동종 업계 종사자의 싸인 요청은.


“푸흣, 푸하핫!”


데미언은 자신의 동생을 바라보는 벙찐 표정의 유리를 보고는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



바티칸에는 두 명의 교황이 있었다.


성경의 율법조차 바꿀 수 있다는 하늘과 땅의 왕으로서, 지상의 하나님이라고도 불리는 대외적인 교황.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극소수의 인물들만이 알고 있는 지하 세계의 왕으로서 군림하는 교황.


그 존재를 알고 있는 자들은 둘의 구분을 위해 지하 세계의 교황을 성녀라고 칭했다.


“성녀님, 네덜란드 지역의 보고서입니다.”

“고마워요.”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의 지하.


성인 베드로와 역대 교황들의 무덤이 자리하고 있는 곳 아래, 깊고 비밀스러운 곳에 성녀와 바티칸 비밀 기사단의 거처가 자리하고 있었다.


“···리퍼가 움직인 방향조차 알아내지 못했단 건가요?”

“예,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그대가 사죄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녀는 조용히 서류에 첨부된 하나의 사진을 응시했다.


‘유리···.’


기사단만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뱀파이어들의 숫자 때문에 돈으로 부리는 사냥개들.


언제든지 쓰다 버릴 수 있는 소모품이나 다름없는 것들이었지만, 이 남자만큼은 어째서인지 신경이 쓰였다.


“사망자가 없다고 했나요?”

“예, 성녀님.”

“신기하군요. 아무리 베테랑들이라고는 하나, 기사도 아닌 헌터가 리퍼와 대적하고도 살아남다니···. 단장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기사단장, 엘바르도 델 카레토 2세는 그녀의 질문에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행운이 겹쳤을 겁니다. 익명의 제보대로 이제 갓 태어난 로드였다면 변종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을 것이고, 놈이 각성과 동시에 취한 행동이 헌터들을 죽이는 게 아닌 잠적이었으니까요.”

“그렇다면 처음부터 기사단을 동원해 리퍼를 처단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기사단의 전력은 한정적입니다. 이미 맡은 임무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진상 파악도 되지 않은 제보에 섣불리 파견할 수는 없었습니다.”


대신 사냥개를 풀었다.

몸집이 크고 잘 싸우는 녀석들로.


살아남든, 죽든.

진상을 파악하기에 충분한 숫자로.


그리고 의도했던 대로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그럼 다른 하나의 제보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요?”

“네덜란드의 건을 보아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졌으니, 당연히 기사단을 보내야 하겠지만···.”

“아무래도 어렵겠죠.”


제보가 들어온 나라는 한국이라고 불리는 지역. 그곳만 보았을 때는 파견에 거리낄 것이 없었지만, 문제는 국경을 접한 다른 나라였다.


커튼 뒤의 뱀파이어들이 다스리는, 로켓맨으로도 유명한 공산주의 독재 국가. 북한이었다.


물론 소수의 인원만을 비밀리에 보낼 수도 있겠지만, 만약 북한 측에서 그 사실을 알아차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겠죠. 기사단의 움직임에 극도로 예민한 곳이니까요. 그렇다면······.”


성녀는 클립에 끼워진 사진을 뽑아 들었다.


“마침 이 헌터의 모국이 그곳이네요.”

“그렇습니까?”

“어머, 제가 단장님보다 많은 걸 알고 있을 때도 있네요?”


서류에 쓰인 글자를 보았을 뿐이지만.


“저라고 모든 정보를 다 기억하는 건 아니니까요.”

“후후, 뭔가 승리한 것 같은 기분인걸요.”

“그런 생각은 하실 필요 없으십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성녀님을 보좌하는 아랫사람일 뿐.”


엘바르도는 한쪽 무릎을 꿇으며 조용히 얘기를 이었다.


“그럼, 명령을.”

“이 헌터를 한 번 더 고용하죠. 이른 시일 내에 제보의 진상을 확인, 사실로 밝혀진다면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기사단을 파견하겠습니다. 그리고 영국으로 전력을 움직여 주세요. 사자가 사라진 정글이니, 여우들이 움직일 겁니다.”

“Yes, my lord.”


단장은 고개를 숙이며 답한 후, 조용히 성녀의 거처를 빠져나왔다.



*



체코 프라하의 외곽에 위치한 웨어하우스.


내부에는 창고에 어울리지 않는 전자 설비들이 비치되어 있었고, 그 기기들에서 삐져나온 수많은 전선이 바닥에 얼기설기 늘어졌다.


그리고 모니터들 앞 테이블 위에는 먹다 만 인스턴트 음식의 용기들과 음료수 페트병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모습에, 자리의 주인 또한 비슷한 몰골의 외형을 가졌으리라 예상해 볼 수 있겠으나.


“음, 음-♪”


젖은 금발 머리를 수건으로 털며 나타난 여성은 ‘지저분’ 과는 거리가 상당히 먼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사파이어를 박아 놓은 듯한 푸른 눈동자와 우아하게 곡선을 그리는 높은 콧대. 그리고 섬세한 턱선은 마치 조각가가 만든 걸작과도 같았다.


수건에 감싸지지 않아 드러난 피부는 매끈한 도자기처럼 광채를 뿜어내고 있었고, 살굿빛 볼에는 옅은 홍조가 감돌았다.


성별 불문. 누구라도 지금 그녀의 모습을 눈에 담는다면, 대부분 ‘Fuxxing jesus!’ 라고 외치며 경탄을 금치 못할 게 분명했으나.


“옷 좀 입지.”


심드렁한 목소리로 지적하는 남자는 조금의 감탄조차 하지 않았다.


“꺄악!”

“시끄럽군.”

“유리? 언제 왔어요?”

“방금. 옷 좀 입으라고 한 것 같은데.”

“흐응-?”


레나는 갑자기 요상한 웃음을 지으며 유리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곤 몸을 가린 수건의 매듭 부분에 손을 가져갔다.


마치 당장이라도 풀어 헤칠 것처럼.


“왜? 이러고 있으니, 여자로 보여요?”

“네 몸이라면 이미 과거에 봤다.”

“쳇, 그때랑 지금은 다르잖아요.”


레나는 김이 샜다는 듯이 한숨을 쉬며 뒤를 돌아 모니터들이 가득한 자신의 자리를 향해 걸었다.


그리고는.


훌러덩-


외간 남자가 한 공간 안에 있음에도 그녀는 몸을 가린 수건을 풀어 헤치고는, 한쪽 의자에 걸어둔 옷들을 주섬주섬 입었다.


그 과정에서 레나의 등에 새겨진 끔찍한 흉터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지만, 유리의 시선은 그곳이 아닌 스마트폰을 향하고 있었다.



- 단독 보도, 네덜란드 시골 마을의 참사.


: 폭설로 인해 인접 지역과의 왕래가 끊겼던 네덜란드의 ······. 이곳에서 한동안 발견되지 않았던 치명적인 바이러스 ‘Hemorax-4’ 가 하룻밤 사이 빠르게 확산되었고, 마을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은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


네덜란드 당국은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서둘러 방역을 시작했고, 비공개 단체 장례식을 간단히 진행한 이후 곧장 시신들을 소각했다.


이에 희생자들의 친인척들과 시민단체는 정부의 비인도적인 처사에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으며······.



“코메디가 따로 없군.”


진실을 묻은 건 어느 쪽일까.


바티칸? 아니면 로드들?


극명히 대립하는 사이였음에도. 그들이 암묵적으로 힘을 합하는 부분이 있었으니, 그건 달의 세계가 양지에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일이었다.


‘함께 했을 수도 있고.’


어쨌거나 참 영리한 족속들이다.


‘갈라치기도 이만하면 수준급이지.’


기사를 접한 인간들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보다는 서로 편을 나누어 싸우기를 택할 테니.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게 한 국가의 냉정한 선택에 대해 분노하는 감성적인 자들.


그리고 인간을 떼죽음에 이르게 할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방역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옹호하는 이성적인 자들.


또한 귀가 얇은 족속들이나, 생계에 치여 남의 일에 관심을 쏟을 여력조차 없는 자들까지.


‘하나가 되지 못하는 여론만큼 다루기 쉬운 것도 없으니까.’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무마할 수 있을까.


유리가 헌터로 활동한 지 10년.

그 짧은 시간 사이에도 과학의 발전은 눈부시게 이루어져, 정보의 통제는 더욱 힘들어졌다.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막아내고 있지만.’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는 스폰들이 계속 생겨날 경우, 뱀파이어의 존재가 까발려지는 것은 시간문제나 다름없었다.


이미 뱀파이어는 실재하고, 우리 인간들은 그들의 꼭두각시이자 가축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이트가 존재하고 있을 정도였으니.


‘뭐, 내 알 바는 아니지.’


언젠가 두 세계가 만나는 날이 온다면···.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큰 혼란을 먹고 자라난 틈 사이로, 로드를 사냥할 기회가 생겨날지도 몰랐으니까.


“아 맞다! 유리!”


어느새 옷을 모두 챙겨입은 레나가 잔뜩 신이 나 유리에게 달려왔다.


“······?”

“우리 여행 가야 해요!”

“갑자기 무슨 소리야?”

“DTS! 쏜! 킴여나! 코리아!”


유리는 한없이 밝은 레나의 미소가 어째선지 불안하게 느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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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영받지 못한 귀환 24.09.06 9 1 13쪽
3 붉은 눈의 까마귀(3) 24.09.05 8 1 12쪽
2 붉은 눈의 까마귀(2) 24.09.05 12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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