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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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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1 배달의 소환사

DUMMY

* * *




던전화가 된 야탑역으로 향하는 수송 장갑차 안.

사뭇 긴장된 표정의 한 남자가 있었다.

날카로운 인상에 뚜렷한 이목구비.


‘서아가 야탑역에 있다고? 어리다지만 아직까지 전철을 타고 다닐 줄이야.’


도진.

한국 플레이어 랭킹 부동의 1위.

솔플의 제왕이라 불리는 그가 한 소녀를 구하기 위해 나섰다.

물론 그만 나선 건 아니었다.

그와 함께하는 팀 전부 반강제적으로 호출 당했다.

전부 도진의 작품이었다.


“하... 협회에다가 뭐라고 하지? 고작 플레이어 하나 구하기 위해 협회 공문을 어긴 건 좀 명분이 약해 보이는데?”


근육질 사내가 푸념을 늘어놓자 테니스공을 벽면을 향해 주고받는 사내가 옅게 웃었다.


“무슨 상관이야? 우리가 협회 그 자체인데.”

“이봐, 보상 문제로 던전 출입을 막은 건 우리잖아? 그런데 그런 우리가 움직이고 있어. 분명 아니꼬운 시선으로 협회 내부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나올 거다. 비단 협회뿐만이 아니야. 정부에서도 이상하게 생각할 테고.”

“그건 맞아. 정부는 이상하게 생각하겠지. 던전에 출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게 우리였으니.”

“그리고 그 아이. 랭크도 고작 더블 A잖아? 우리 같은 S급 레벨도 아닌데 굳이 신경 써줄 필요가 있나?”


팀원들의 불만이 상당했다.

자신들이 한 말이 있는데, 고작 한 소녀 때문에 움직이는 꼴이라니.


“설마. 도진이 네가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 싹퉁머리 없는 꼬맹이한테 관심이라도 있었던 거냐? 그런 낌새는 전혀 없었는데.”


참고 참다가 물어보는 것.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건 같이 있는 다른 팀원들이 잘 알고 있었다.

수려한 외모의 한 여인이 도진을 흘겨보며 말했다.


“아니, 그건 아닐 걸? 도진이가 집착하는 사람은 따로 있어. 피의 장막... 쉽게 닿을 수 없는 그곳에 그녀가 있거든. 도진이가 집착하는 여자가. 그래서 걔는 아니야.”

“쉽게 닿을 수 없는 곳? 그게 뭐야?”

“그런 게 있어.”

“힌트 좀.”

“도쿄 공략에 왜 도진이는 진심일까? 거기에 뭐가...”

“그만.”


그들의 불평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도진이 무거운 입을 열었다.


“도쿄 신주쿠. 그 던전을 격파하려면 그 아이가 필요해. 그것뿐이다.”

“설마 걔가 가진 능력 때문에? 공력 기반 AD Carry면 차라리 중국애들이 더 낫지 않나? 걔들은 공력에 진심이고 또 S급도 많잖아.”


도진은 단번에 고개를 저었다.


“중국애들은 믿을 수 없어. 일본 정부에서도 반대할 거다. 중국 개입은.”

“하긴. 대만 문제로 상당히 껄끄러우니 그럴 수 있겠네.”


도진은 모두가 포기한 도쿄 던전에 진심이었다.


“서아는 더 성장할 거야. 지금이야 더블 A지만 잠재력이 있거든.”


그날의 악몽이 떠올랐다.

도쿄 신주쿠의 악몽이.





* * *




“아저씨 1분만.”


보스방에 출입하기 직전.

소녀는 잠시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이어지는 명상.

명상을 마친 소녀가 일어서자 영민이 의문을 토했다.


“뭐한 거야?”

“명상.”

“명상? 그런 걸 왜 하는 거야?”

“나 공력 기반이잖아?”


귀찮았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같이할 사람이니 소녀가 뒷말도 이어주었다.


“딜러는 크게 공력 기반과 마력 기반이 있어. 마력은 아저씨도 알다시피 마법사 같은 거야. AP 관련 능력을 펼치고 마나를 쓰지.”

“그럼 공력은?”

“무협 같은 거 알아? 뭐 그런 거야. 방금도 명상 같은 걸로 공력을 보충한 거야.”

“아 무공 같은 건가?”

“아저씨도 마력이 없지? 나랑 비슷하네. 그럼 아저씨도 나중에 딜러하고 싶으면 나처럼 공력 기반 AD Carry나 하든가.”


평생 탱커나 할 줄 알았는데.

딜러를 할 수 있단다.

화색이 돈 영민이 물었다.


“탱커 말고 딜러가 가능해?”

“정신 스탯까지 제로베이스는 아니잖아? 그러고 보니 무장갑이네. 딜러치곤 몸빵도 되겠다.”


영민이 더 묻기도 전에 소녀는 보스방의 출입구를 열어젖혔다.

정확히는 검기가 둘러진 칼로 그들 앞을 막아서고 있는 문을 가른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각자도생이야. 탱커로서 역할은 기대도 안 하니까 나중에 살아서 봐.”


뉴비인 영민을 탱커로 써먹을 수 있는 것도 보스방 출입구까지였다.

그래서였다.

지금부터는 오직 자신만의 싸움이라고 생각한 이유가.

출입한 보스방.

거대 괴수의 위장쯤 보이는 내부가 그들을 맞이했다.

질척한 바닥은 끈적끈적한 액체로 가득했고, 내부는 부뇌에 정신지배를 당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많던 사람들이 다 어디로 갔나 했더니...’


전부 이 방에 있었다.

그 수만 해도 백이 넘어갔다.


‘여기가 지옥인가?’


정확히는 지옥의 위장 속.

바닥에 질척거리는 액체도 그 정체가 심히 의심스러웠다.


‘순전히 내 느낌이지만. 까딱하면 뭐든 다 녹여버릴 거 같아.’


하지만 당장은 아니었다.

그 이유를 추측하건대.

아무래도 이 위장 속에 있는 부뇌와 정신지배를 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그 이유인 것 같았다.


‘부려먹는 수하들까지 죄다 녹일 순 없으니까. 그나저나...’


영민의 시선이 탱커인 자신보다 앞서 있는 소녀에게 향했다.


‘믿는다. 싹퉁바가지.’


탱커인 자신보다 앞서 있는 걸 보면 자신은 이제 필요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하긴 탱커로 내세웠어도 얼마 못 버텼을 것이다.

그렇다면 영민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오크 주술사와 함께 어떻게든 살아남는 것.

마나가 전부 고갈된 오크 주술사는 지팡이부터 앞세웠다.

영민도 다 찌그러진 방패를 들어올렸다.


‘살아남아야 돼. 무조건!’


그 생각이 강렬해질 쯤.

대치하던 적들이 먼저 움직였다.

도합 백에 달하는 사람들이 우렁찬 함성과 함께 달려든 것이다.

이를 본 소녀는 두 눈을 감았다.

두 귀도 닫는다.


‘해낼 수 있을까?’


끝없는 평온이 찾아온다.

이를 만끽하고 있던 소녀가 번뜩이는 안광과 함께 발검했다.


촤악!


허공에 실선처럼 남겨진 검기가 적들을 횡으로 갈랐고, 수많은 피의 분수를 만들어냈다.

피칠갑을 한 소녀가 내달린다.

목표는 사람들을 조종하는 부뇌였다.

하지만 이를 허락하지 않으려는 듯.

촉수를 날리는 부뇌 무리가 소녀의 움직임을 막아섰다.

마치 곡예와 같은 움직임으로.

쏘아지는 촉수를 피해 적과의 거리를 좁히는 소녀가 칼을 휘둘러 부뇌 하나를 갈랐다.

지켜보던 영민이 감탄했다.


‘진짜 괴물은 따로 있었어.’


보통 사람이 보일 법한 움직임이 아니었다.

지구상 그 어떤 맹수나 짐승도 저런 움직임은 불가능하리라.

그리고 저런 곡예와 같은 움직임을 계속 성공한다면.

탱커도 뭐도 필요 없이 혼자서 던전 공략이 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저렇게나 잘 싸우면서 왜 나를 탱커로 써먹은 거야!’


하지만 소녀도 완벽하진 않았다.

곡예와 같은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머잖아 멈췄다.

수십의 촉수 중 하나가 소녀의 빈틈을 파고들며 옆구리를 찌른 것이다.


‘빌어먹을!’


지켜보던 영민이 좌절했다.

저 촉수에 당하게 되면 정신지배를 받게 된다.

동시에 소녀가 했던 유언이 떠올랐다.

만약 자신이 부뇌에 먹힌다면.

망설이지 말고 죽여 달라고.


‘어떻게 죽여! 저기 있는 부뇌 한 마리도 못 잡는데!’


그러다 이가 갈렸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도 할 수 없는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났던 것이다.

지금보다 힘이 더 있었더라면!

적어도 금화라도 충분히 가지고 있었더라면!

그렇다면 이 모든 상황을 반전시키고 영웅놀이를 할 수 있었을 텐데!


‘빌어먹을 영웅놀이는 무슨! 다 끝났다고.’


그의 몸은 어느샌가 뒷걸음질치고 있었다.

키보드 워리어로 빙의한 마음 속 외침과는 다르게 그 몸은 솔직했던 것이다.

그렇게 몇 발자국 뒷걸음질 치던 영민은 자신도 모르게 사람 머리의 형상에 손을 얹고 말았다.

정확히는 기괴한 어느 벽면에 손바닥이 닿은 것이다.


“아...”


시야가 암전된다.


‘뭐, 뭐야?’


암전된 시야 속.

곧 하늘에 수놓아지는 피의 장막들이 보였다.

하늘하늘 거리는 그 장막 아래.

정체를 알 수 없는 흰 복장의 광신도 무리가 보였다.

그리고 그 중앙에 서 있는 한 여인.

꽤나 고고해보이던 그 여인은 자신의 발치에서 비굴하게 머리를 조아리는 한 남자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여긴 어디야?’


무덤덤하게 한 남자를 내려다보던 여인의 시선이 칼처럼 날카로워지며 이를 멀리서 지켜보던 영민에게 향했다.

이어 쏟아지는 검은 좀비 떼.

좀비 떼는 마치 영민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흠칫 놀란 영민이 몸을 움직이자 시야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뭐야? 방금 뭐였지?’


뒤돌아보니 위장 속에서 소화되다 만 어느 광신도의 머리가 보였다.

분명 피의 장막 아래 서 있던 백색의 무리 중 하나였다.


‘방금 뭘 본 거야?’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바로 정신 차린 영민은 부뇌에게 먹힌 소녀를 다시 찾았다.

촉수에서 뻗어 나오는 신경이 척수를 타고 뇌에 닿기 전에.

불굴의 정신력으로 이를 버텨내는 소녀가 허리에 꽂혀있던 촉수를 잘라냈다.

이어 정신을 차린 소녀가 일대를 도륙냈다.

소녀는 다시 곡예와 같은 움직임을 보였고 순식간에 부뇌와 사람들을 정리했다.


‘어떻게 버틴 거지? 설마 정신 스탯과 관련이 있는 건가?’


다시 승기를 잡은 소녀가 부뇌 무리를 어느 정도 정리하자 드디어 진짜가 나타났다.

영민의 가장 맞은편.

위장 벽면에서 사람 얼굴의 형상이 튀어나온 것이다.

보스몹의 등장.

쩍 벌린 입에서는 수많은 촉수들이 말미잘처럼 춤추고 있었다.




* * *




부뇌와 그 부뇌에 조종당하던 사람들은 어떻게든 정리했다.

하지만 진짜가 나타났다.

보스와 싸웠다.

싸우면서 딜이 부족하지는 않았다.

보스에게 치명상을 입혔고, 조금만 더 몰아붙이면 잡을 것 같았으니까.

문제는 탱이었다.

몸빵으로 세울 탱커가 없으니 보스의 모든 공격에 직접 노출될 수밖에 없었고, 어느 정도 유효타도 내줘야만 했다.

다행인 건.

보스의 촉수는 부뇌와 다르게 정신 지배의 효과는 없었다는 점이다.

그랬더라면 진작 끝났을 테니까.

하지만 보스의 촉수는 부뇌의 것보다 단단했고 그 수가 너무 많았다.

강철 같은 촉수에 꿰뚫린 몸은 더 이상의 움직임을 불허했다.

분했다.

혼자서 보스와 싸워야만 하는 이 상황이.


‘그 사람한테 기댈 건 아무것도 없는데!’


무너진다.

몸이.

최후의 순간을 맞닥트렸다.

이제 편히 두 눈을 감으면 되는 건가?

그때 날아오는 촉수를 대신 맞아주는 이가 있었다.

근육질의 오크 주술사였다.


‘늦었어.’


뒤늦게 개입해봤자 이미 끝났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서서히 암전되는 시야.

재미없던 인생의 마지막이었다.

당장 힐러라도 찾아오지 않는 이상.

이대로 죽음을 맞이하는 건 기정사실로 보였다.

그때.

자신의 입으로 넘어오는 비릿한 액체가 있었다.

뭘까?

힐링 포션은 아까 다 써버렸을 텐데?

설마 자기 혼자 쓰려고 숨겨둔 포션인가?

이 이기적인 아저씨가!

하지만 그 맛이 너무 비렸다.

마치 피를 마시는...

아니, 진짜 피였다.


“난 뱀파이어가 아니야...”


그러다 희미해지는 의식이 강렬히 되살아나는 게 느껴졌다.

뭐지?

난 뱀파이어가 아닌데?


“일어나! 나 혼자 낙동강 오리알로 만들 셈이냐!”


흐릿하던 의식이 빠르게 돌아온다.

분명 만신창이가 됐던 몸이었는데.

움직임을 불허할 텐데.

아니었다.

움직인다.

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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