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시킨 병력이 던전을 찢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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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6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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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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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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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03 A급 던전

DUMMY

* * *



탱커 둘에 딜러 둘.

그리고 서포터 하나.

도합 다섯 명으로 이뤄진 그들은 이번 잠실 던전을 공략하기 위해 찾아온 레이드 팀이었다.

간만에 찾아온 던전이었지만 그들의 표정은 영 좋지 못했다.

앞서 들었던 어떤 이야기 때문이었다.

강리안.

트리플 B등급의 플레이어.

그는 팀 내의 탱커 포지션을 맡고 있었다.


“확실해? 우리보다 먼저 출입한 녀석이 있다고? 이 던전을 먼저 배정받은 건 우리잖아?”


태곤.

A급 딜러.

강리안과 마찬가지로 표정이 좋지 못하던 그가 답했다.


“아까 못 들었어? 쥐새끼 하나가 먼저 들어왔다고 했잖아.”

“말이 안 되니까 하는 소리지. C급 플레이어라면서? 여긴 A급 던전이야. 처음 등장했을 때나 C급이었지 지금은 A급으로 격상됐다고. 그런데 출입했다는 게 말이 돼?”

“그럼 아무 것도 모르고 출입한 모양이지. 직원한테 들어보니까 각성한지 얼마 안 되는 뉴비라고 하던데.”


라희.

팀의 서포터 포지션을 맡고 있는 그녀도 대화에 끼어들었다.


“바보 아니야? 아무리 몰라도 그렇지 C급이 어떻게 A급 던전을... 죽었겠지?”

“당연히 죽었겠지. 두 단계 차이는 믿는 구석이 있지 않고서야 객기로 덤벼볼 사이즈가 아니야.”


모두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C급이 A급 던전에서 살 수 있는 확률은 숨어서 버티는 것 외에 제로였다.

아니다.

숨어서 살 확률도 지극히 낮았다.

그러니 팀의 리더로 있던 백호 역시 먼저 들어갔다는 C급 플레이어에 대해 크게 걱정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그만 좀 해. 어차피 죽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들 모두를 비웃듯이.

찾아온 그들을 해맑게 기다리고 있던 이가 있었으니.

생존자 꼬마와 함께 있던 영민이었다.


“살아 있잖아?”


말이야 안 했지만.

그들 모두 영민이 죽었길 바라고 있었다.

이유야 간단했다.

그가 살아있는 것만으로 그들의 이권이 침해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니까.


“애아빠야? 같이 있는 저 꼬마는 뭐야?”


라희가 물었지만 대답해줄 사람이 없었다.

그들 모두 영민에 대해 몰랐으니까.


‘확실히 표정들이 좋지 않네.’


영민은 찾아온 레이드 팀이 자신을 반기지 않으리란 것은 대강 알고 있었다.

던전 보상을 독식해야하는 레이드 팀 입장에서 미리 출입한 플레이어를 반길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

그것도 기존에 갇힌 상태가 아닌 제 의지로 발을 담근 플레이어라면 더욱 더 그러했다.


“아니 C급 주제에 어떻게 살았지? 숨는 재주라도 있는 건가?”


대놓고 불쾌감을 표시하는 강리안에게 주의를 주는 백호가 나섰다.

그는 팀의 리더 자격으로 영민과 대화하려 했다.


“저희보다 먼저 출입한 C급 플레이어가 있다고 들었는데. 혹시 그 사람입니까?”

“네, 그게 접니다. 다행이네요. 플레이어 파업이 끝난 거 같아서.”


이리 당돌할 줄이야.

백호가 불쾌감을 드러냈다.


“던전 규칙에 대해 전혀 모르시는 겁니까? 아무리 뉴비라지만 기본적인 사항은 숙지하고 계셨을 텐데요?”

“규칙이라면 협회 규칙을 말하는 겁니까?”

“네, 협회 규칙이요. 협회에서 배정받은 팀만 이 던전에 출입할 권리가 주어집니다. 그리고 24시간 뒤 전체 공개되죠. 24시간이 지나도 던전이 공략되지 않았다는 건 팀에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니까.”


그는 이어 말했다.


“하지만 그 24시간이 지나기 전까지는 먼저 출입한 레이드 팀에게 던전의 모든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협회 규칙이잖아요?”


영민은 사뭇 여유로운 투로 화답해주었다.


“애석하게도 전 협회 사람이 아닙니다.”

“예? 협회 사람이 아니라고요?”


벙찐 모두는 서로를 쳐다보았다.

세상에 협회에 속하지 않은 플레이어가 있다니.


“말이 안 되는데. 협회에 등록하지 않은 플레이어도 있었나?”

“레이드 팀을 못 구할 텐데?”

“뉴비라 협회에 등록하는 법을 까먹었나?”

“그럴 리가. 가입과 동시에 협회 등록을 권하는데. 저건 일부로 안 한 거야. 그것 말고는 설명이 안 돼.”


술렁이던 그들은 일제히 마경을 착용했다.

거의 반사적이었다.

믿는 구석이 있지 않고서야 협회에 가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으니까.

라희는 자신의 시야에 떠오르는 영민의 상태창을 보았다.




【 Lv. 21 던페 】

◇속성 : 생체-무장갑

◇스탯

신체[H] : 5

감각[S] : 5

정신[M] : 25

마력[A] : 0

◇특전 : ??

◇특성 : ??

◇기술

[Q] : ? [W] : ? [E] : ? [R] : ?




특별할 것도 없고, 오히려 안 좋아보였다.


“특별한 게 없는데? 스탯도 구려.”


1레벨의 플레이어는 평균적으로 도합 20개의 스탯을 가져야했다.

이후 레벨당 추가되는 1스탯까지 감안한다면 현재 21레벨인 영민이 가져야할 스탯 합계가 못해도 40은 되어야한다는 소린데.

신체 5, 감각 5, 정신 25의 스탯을 가진 영민은 오히려 5개의 스탯이 부족한 상태.

그러니 그녀의 입장에선 영민은 게임 속 망캐나 다름이 없었다.


“언더독이야.”


언더독.

망캐에 가까운 플레이어를 뜻하는 은어.

그녀만이 아니었다.

모두는 마경을 통해 영민을 살피고 있었다.

하지만 평가는 제각각이었다.


“언더독까지는 아니고. 무장갑이네. 그런데 스탯이 진짜 구리긴 하다. 이렇게 구리게 나온 사람은 처음인 거 같은데?”

“처음은 아니지. 솔직히 D, E, F등급의 플레이어가 없어서 그렇지. 그 사람들도 이 정도는 할 걸?”

“무장갑이 너무 아깝네. 아니면 무장갑 때문에 스탯이 구리게 나온 건가? 가끔 그런 경우 있잖아? 속성이나 능력 보정이 크면 스탯이 구리게 나오는 거.”

“그래도 이건 심했지.”

“그런데 정신 스탯만 몰빵했어. 설마 공력 사용자인가?”


역시나 전문가답게 그들은 영민을 빠르게 파악해냈다.

이는 영민 역시 마찬가지였다.


‘레벨대가 전부 30에서 40이네.’


영민은 그들 중 리더로 보이는 자를 마경으로 훑어봤다.



【 Lv. 41 백호 】

◇속성 : 생체-냉기-중장갑

◇스탯

신체[H] : 28

감각[S] : 12

정신[M] : 15

마력[A] : 10

◇특전 : ??

◇특성 : ??

◇기술

[Q] : ? [W] : ? [E] : ? [R] : ?



스탯도 무난했고, 레벨로 보건대 A등급은 되어보였다.


‘녀석이 대장인 거 같은데? 레벨이 가장 높아.’


영민을 살피던 그들 중.

리더인 백호가 영민과 함께하는 아이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그런데 같이 있는 그 아이는 뭡니까?”

“아 이 아이요? 이 아이는 여기서 만난 생존자입니다.”


모두의 낯빛이 또 변한다.

안 좋은 쪽으로.


“생존자요? 그럴 리가... 몇 주나 지났을 텐데.”

“저도 놀랬습니다. 그래도 다행이네요. 이렇게 구조대를 만나게 돼서.”


생존자까지 만날 줄 몰랐던 그들의 표정은 더 안 좋아졌다.

던전 안에서 생존자는 말 그대로 짐.

던전 공략을 우선시하는 플레이어에겐 그리 달갑지 않은 손님이었다.


‘귀찮은 게 잔뜩 있었군.’

“잠시만요. 저희끼리 할 얘기가 있어서.”


거리를 벌리고 선 그들이 저들끼리 숙덕이기 시작했다.

영민과 함께하던 아이가 무언가 분위기가 이상했는지 영민을 끌어안으며 물었다.


“아저씨, 저희 살 수 있는 거죠?”


그런 아이의 머리를 말없이 헝클어트리며 영민은 그들을 주시했다.

쓰게 웃는 건 순전 느낌이라.


‘다들 표정이 안 좋던데. 뭔 생각들을 하고 있는 거지?’


저렇게 숙덕거리는 것도 이상했다.

물론 대략적인 느낌이야 알 수 있었지만 엿들을 수 없으니 속이 답답했다.

그때.

영민의 어깨 위로 내려앉은 정령이 있었다.

바드였다.


‘옳거니.’

“너 쟤들 말 엿들을 수 있겠냐?”


혹시나 해서 물어본 것이었다.

실체가 없어 벽도 제 맘대로 넘나들고, 기묘한 소리와 함께하는 신비로운 존재였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정령은 대꾸도 없이 영민의 귓가에 그들의 대화 소리를 들려주었다.

마치 속삭임처럼.


“어처구니가 없네. 생존자까지 있어?”


영민이 엿듣는 사실을 모르는 그들은 편히 대화를 시작했다.

물론 그들끼리만 들리는 작은 목소리였다.


“생존자야 그냥 무시하면 되잖아? 솔직히 여기서 죽든 말든 우리와 무슨 상관이야?”


인간미 없는 대화가 펼쳐지고 있었다.


“맞아. 생존자는 그냥 무시하면 돼. 우리가 언제 생존자 같은 거 신경 썼었나? 그냥 하던 대로 하자고.”


생존자에 대해선 암묵적인 합의가 끝났다.

이제 남은 건 영민에 대한 것이었다.


“그런데 저 녀석은 어떻게 하지? 무시할까?”

“던전 기여도는 낮을 거 같은데... 언더독이잖아?”


영민을 깔보는 라희가 말하자 같이 있던 다른 동료들이 고개를 저었다.

그들은 영민과 함께하는 오크 주술사와 고블린 짐꾼, 그리고 정체불명의 정령까지 확인한 상태였다.


“확실히 언더독은 아니야. 좀 이상한 소환사야. 완전 좋밥이 아니라고.”

“뭐야 소환사였어?”


라희가 고개를 돌려 영민과 함께하는 존재들을 뒤늦게 확인했다.


“저걸 못 봤네. 그럼 오크 소환사인가? 주술사가 있어. 그런데 고블린하고 저 정령은 뭐지?”


그들은 경험이 많은 자였다.


“혹시 다른 던전에서 고용한 거 아니야?”

“용병 캠프?”

“맞아. 우리도 가끔 이용하잖아. 거기 종류도 다양하고.”


용병 캠프.

던전에 단순히 상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여러 몬스터를 고용할 수 있는 캠프 역시 존재하고 있었다.


“그렇네. 마력도 제로잖아? 그럼 용병 캠프 밖에 없겠네.”

“그럼 소환사도 아니란 소린가?”

“십중팔구 용병 캠프에서 구입한 몬스터만 믿고 여기까지 온 모양인데?”


그래도 무언가 찝찝했던지.

백호의 표정은 조금 불편해보였다.


“다 떠나서 나는 저기 있는 정령이 거슬려. 생전 못 보던 정령이야.”


여기에 대해선 모두 공감하고 있었다.

정령의 종류가 많다지만.

바드는 그들도 처음 보는 정령이었다.


“뭐하는 녀석인지 감도 못 잡겠어.”

“설마 저 정령 때문에 아직까지 살아남은 거 아닐까? 솔직히 오크 주술사나 고블린이 여기서 의미 있지는 않잖아?”

“가능성이야 있지. 그런데 알잖아? 정령은 보통 서포터 포지션인 거. 딜탱까지 다 하려면 차라리 골렘류가 나아.”

“그건 맞아. 예전에 정령술사를 만난 적이 있었는데, 정령들 옆에서 도와주는 정도지 크게 위협적이거나 하진 않았어.”

“그렇다면 저기 있는 정령도 그렇게 위협적이진 않다는 소리네?”


대화는 다시 원점이 됐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그냥 무시할 거야? 아니면...”


서로 눈치만 보던 그들은 재빠르게 합의를 보았다.

영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솔직히 이번이 처음은 아니잖아? 더러운 꼴 안 보고 여기까지 올라온 사람 있어? 다 그렇게 살아남은 거 아니었어?”

“그렇긴 한데... 그래도 이유 없이 죽이긴 좀 그래서. 어차피 기여도도 낮을 테고 우리가 크게 손해 볼 건 없잖아? 그냥 놔두는 건 어때?”


라희가 왈칵 표정을 구겼다.


“미쳤어? 던전 보상이 아니라 정부 보상이 토막나잖아. 이 던전이야 기여도에 따른 자동분배라지만 정부 보상은 무조건 N빵인 거 몰라서 그래?”

“하... 골 때리네.”

“결국 피를 봐야하나?”

“이번에 비과세되면서 정부 보상도 많이 올랐잖아? 라희 말대로 정부 보상을 가볍게 볼 건 아닐 거 같아.”

“솔직히 액수가 크긴 하지. 사람 하나 묻어도 될 만큼.”


백호가 나섰다.


“아까 이유가 없다고 했었나? 그럼 그 이유를 만들면 되지. 솔직히 이 던전. 지 발로 들어온 거 아니야?”


그들은 비웃음을 머금었다.


“맞네. 지 발로 들어왔네.”

“팀에 껴주자고. 어차피 여기.”


그들은 아포칼립스가 된 던전 안을 둘러보았다.

제법 빠르게 성장한 던전.

그들의 경험이 말해주고 있었다.

이 공간을 지배하는 주인이 누구인지.


“느낌이 딱 드래곤 레어 같은데. 적당히 데리고 다니면서 던전 먹이로 던져주자고. 이게 가장 베스트일 거 같은데?”


옳거니.

모든 합의가 끝났다.

대화를 마친 그들이 영민에게 돌아왔을 땐.

표정이 좋지 못한 꼬마와 여전히 미소 짓는 영민이 있었다.


‘이야 이거 대단하신 양반들인데? 전부 사패 아니면 소패 같은 느낌이야. 어떻게 사람 죽이는 걸 그렇게 가볍게 생각할 수 있지?’


바드가 있어서 망정이었지.

대화를 엿듣지 않았다면 큰일 날 뻔했다.


“이야기는 다 끝나셨나요? 그럼 저희는 여기 있을까요? 던전 공략에 방해가 될 거 같은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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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03 A급 던전 NEW 18시간 전 185 10 12쪽
» #03 A급 던전 24.09.18 302 16 13쪽
13 #03 A급 던전 24.09.17 354 14 12쪽
12 #03 A급 던전 +1 24.09.16 415 13 11쪽
11 #03 A급 던전 +1 24.09.15 496 13 11쪽
10 #02 플레이어 협회 +1 24.09.14 546 18 12쪽
9 #02 플레이어 협회 +2 24.09.13 576 16 11쪽
8 #02 플레이어 협회 +4 24.09.13 607 17 10쪽
7 #02 플레이어 협회 +2 24.09.12 656 18 12쪽
6 #01 배달의 소환사 +3 24.09.11 706 21 11쪽
5 #01 배달의 소환사 24.09.10 741 20 11쪽
4 #01 배달의 소환사 +1 24.09.09 820 24 12쪽
3 #01 배달의 소환사 +4 24.09.08 894 22 12쪽
2 #01 배달의 소환사 +3 24.09.06 949 22 11쪽
1 #00 프롤로그 +4 24.09.06 1,174 2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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