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끝을 보고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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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풍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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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8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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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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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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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DUMMY

감우중을 챙긴 떨거지들이 떠나간 뒤, 집으로 돌아온 나는 바닥에 앉아 생각했다.


‘내가 갈 테니 기다리라고 해서,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들을 녀석들은 아니지.’


요한길드는 그 구성원의 대부분이 조직폭력배로 이루어져 있는 길드이다. 좋게 말한다고 알아들을 녀석들은 아니라는 의미. 길드장의 성격을 생각하면 당장 오늘 밤에 습격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탑의 등장과 함께 혼란해진 세상.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치안 강국이라는 것도 이젠 다 옛말이다. 감우중의 떨거지 중 하나가 대놓고 회칼을 휘두른 것처럼, 언제 어디서 무기를 들고 습격을 가할지 몰랐다.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내가, 어째서 그들을 도발했느냐고 하면.


‘그래봤자 양아치 따위니까.’


요한길드의 놈들 정도로는 나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

모든 인류가 탑에 갇혀 버린, 회귀 전 시절의 습격자라면 최소 50레벨의 각성자로 구성된 파티가 마치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처럼 진형을 짜고 덤벼온다. 그런 걸 생각하면 놈들은 그저 우스울 뿐이다.

물론 지금은 나 역시 회귀 전과 비교해서 많이 부족한 만큼, 약간의 준비는 필요하긴 하지만, 딱히 문제 될 건 없었다.

그 외에도 다른 이유가 하나 있는데.


‘요한길드의 주 수입원이 연금술로 만들어진 마약이었지. 약물을 통한 각성자의 강화에도 제법 능통하다고 알고 있고. 그 기반을 내가 가져야겠어.’


연금술과 관련된 장비는 단순히 돈을 쓴다고 바로 구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왜냐하면 연금술이란 기술은 기존의 지구에서 사용되는 기술처럼 규격이 딱딱 정해져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연금술은 사용하는 각성자의 개성이나 비전이 중요한 만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장비 역시도 그에 맞춰서 커스텀을 더해야 했다. 그러므로 그 과정에 많은 시간과 자본이 추가로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연금술은 나에게도 중요하다. 고위의 ‘상징’을 만들기 위해선.’


내가 회귀 전의 성취를 되찾기 위해서는 연금술의 도움이 필수적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요한길드가 가진 사도(邪道)에 가까운 연금술의 성취를 통째로 집어삼키는 것은 상당히 매력적인 선택지.

어차피 훗날 토벌당할 놈들, 내가 성장할 양분으로 삼아야겠다.


*


어두운 실내의 중앙. 기묘한 푸른빛이 신비한 느낌으로 번쩍이며 주변의 공기를 뒤흔들어 소음을 발생시킨다.


슈화학!


좁은 원룸의 바닥에 앉은 나의 양손 사이에서 푸른 빛무리가 회전하며 격렬함을 더해가는 중이다. 이는 기본 스킬 마법의 1레벨 기술인 매직 미사일을 고도로 다루는 행위로. 회귀 전 성취의 일부분을 되찾기 위한 준비 중 하나였다.


키이잉-!


마치 원자를 맴도는 전자의 띠 모형처럼 가늘고 얇게 형성된 마나의 고리들이 하나둘씩 통합되며 그 수를 줄여나갔고. 마침내 단 하나의 고리만이 남아 저 하늘의 별처럼 빛을 흩뿌릴 때였다.


【매직 미사일의 숙련도가 최대치에 이릅니다. 마력을 통한 [의지의 투사]에 대한 제한이 해제됩니다.】


“후우.”


시스템 창의 알람을 확인한 나는 손아귀 안에서 고고하게 빛나는 것에 투사 중인 의지를 천천히 거두어갔다. 그에 따라 찬란하던 광량을 잃어가며 점차 꺼져가는 마나.

도저히 매직 미사일이라고는 부를 수 없는 매직 미사일을 없애버린 뒤, 나는 옆에 둔 흑요석 단검 위로 손을 올렸다.

그러자 직접 닿아있지 않음에도 허공으로 떠오른 흑요석 단검이 자연스럽게 손바닥 위로 안착했다. 이것은 마력에 의지를 투사하여 발생시킨 물리력을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는 증거.

의지에서 발현되는 마력의 작용이 마치 족쇄를 벗어던진 것처럼 자유롭게 수발 된다. 상태창에 의한 제한이 해제된 결과였다.


“이제야 조금 숨을 쉬는 것 같군.”


마력에 의지가 통하니 한결 자유로워진 기분이다.

참고로 스킬의 숙련도에 따른 제한은 회귀 전을 기준으로 잡아도 도달한 이가 별로 없는 경지였다. 스킬의 숙련도가 최대에 이른 사람 자체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사실, 상태창의 제한은 어디까지나 각성자의 안전을 위한 장치이다.

본디 마법이란 자유로운 것. 스킬로써의 매직 미사일이 손에서만 나가는 것과 달리, 본래의 매직 미사일이란 마력으로 물리력을 투사하여 날려 보내는 기술일 뿐이니까. 손이든 발이든 입이든 어느 부위에서라도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러한 자유로움은 자격이 부족한 자에게 주어졌을 땐 그저 재앙이 될 뿐이기에.

어느 날 상상을 해본다. 혹시라도 자기 몸 속에서 매직 미사일을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 그것도 머릿속의 뇌에 직접 물리력을 투사하면?

상황도 무시할 순 없다. 자는 데 꿈에서 사용한다면, 화가 나 무심결에, 등등.

이 모든 상황에서 매직 미사일의 트리거가 실제로 당겨지지 않는다는 확신이 어디에 있는가.

이것이 자신의 의지조차 제대로 장악하지 못한 자가 마법을 배워서는 안 되는 이유이자, 그리고 상태창이 각성자의 권한을 제한하고 있는 이유인 것이다.


【제례용 흑요석 단검(D)】

타인에게 쉽게 상처입히는 무기를 믿지 마라. 칼날의 방향은 누구에게나 향할 수 있으므로.

-주술의 위력과 반동을 강화한다.


족쇄를 하나 벗어던진 나는 무려 82만 원이나 주고 산 아이템을 들어 올렸다. 이건 내게 아이템으로써의 가치가 전혀 없는 물건이다. 그저 마력이 잘 통하는 흑요석이란 것에만 가치가 있을 뿐.


“이로서 준비가 끝났다.”


나는 흑요석 파편의 날카로운 단면을 보았다. 이것이야말로 물질로서 존재하는, 현실에 그 존재를 증명하는 [상징]이다.

여기에 추가로 필요한 것이 바로 마력. 숙련도를 증명함으로서 되찾은, 마력에 의지를 투사할 수 있는 [권한]을 더하고.

마지막으로 심연을 끌어올린다. 그리하여 회귀의 영향을 받지 않는 심연이 물질과 마력을, 그리고 상징과 권한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될 것이다.


***


“규상아. 저기 이 층이 맞나?”

“예, 형님. 저기 맞습니다.”

“근데 왜 불이 꺼져있는 거야? 아직 잘 시간 아니지 않나?”

“그놈이 오늘 튜토리얼 깨고 왔다니까 피곤해서 자는 거 아닐까요?”

“오. 규상이 네가 머리를 참 잘 굴려.”

“감사합니다, 형님.”


강진곤의 원룸이 보이는 골목의 그림자 속. 옷의 틈새 사이로 문신이 돋보이는 사내들이 모여 대화를 나눈다.


“자. 일 시작하기 전에 다시 한번 말한다. 절대로 죽이면 안 된다. 특히 무산 너.”

“예, 형님.”

“너 오늘 일은 절대로 실수하면 안 돼. 알았냐?”

“예, 형님.”

“대답만 잘하지 말고 짜식아. 혹시라도 힘 조절이 안 되면 그냥 빠져라. 이번 타겟을 죽였다간 공구리 당하는 게 차라리 호상일 테니까. 알겠냐?”

“예, 형님.”

“그래. 우리 무산이. 언제나 대답은 참 잘해. 그치?”

“예, 형님.”

“하, 씨. 그럼 가자.”


그들이 강진곤을 제압하기 위한 도구들을 챙기고 원룸으로 접근하려던 순간이었다.

가장 앞에 있던 최규상이 걸음을 멈췄다.


“어.”

“규상아. 돌았냐? 갑자기 왜 멈추고 지랄이야.”

“형님. 저기 좀 보십쇼.”


최규상의 손가락을 따라 고개를 돌린 형님, 김대웅은 원룸에서 나온 누군가를 보았다. 그런데 그 누군가의 얼굴이 익숙한 게 아닌가. 구체적으론 여기 오기 전에 사진으로 본 얼굴과 똑같이 생겼다.


“······쟤 혹시.”

“예, 강진곤이 맞는 거 같습니다.”


그들은 갑작스러운 타겟의 등장에 당황한 것도 잠시, 오히려 잘됐다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강진곤을 미행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납치하는 과정에서 자칫 잘못했다간 소란을 키울 수도 있었다. 타겟이 스스로 인적이 드문 장소로 이동해 준다면 그들로서도 나쁠 게 없었다.

그렇게 강진곤이 인적이 드문, 드문 것조차 넘어 아예 사람의 흔적이라곤 없는 야산의 초입에 도착했을 때였다.


“저 새끼는 뭐 이런 곳을 다 오냐.”

“···형님.”

“왜 무산아.”

“우리 들킨 것 같습니다.”


박무산의 말에 다시 본 강진곤은 그들이 몸을 숨긴 갈대를 정확히 바라보고 있었다.


“하. 어처구니가 없네. 나가자. 들켰네.”


김대웅은 고개를 저으며 갈대를 헤치고 몸을 드러냈다. 자신의 뒤를 따르는 두 동생과 함께 타겟의 앞으로 천천히, 그리고 당당하게 다가선 그가 물었다.


“언제부터 알아차렸냐?”

“처음-”


물음에 답하는 강진곤. 하지만 김대웅이 당당한 태도로 다가가 질문한 것은 그 자체로 방심을 노린 함정이었다.


치이이익-!


그는 자신의 옆에 있는 최규상과 함께 최루 스프레이를 꺼내 강진곤의 얼굴을 향해 분사했다.

그런 뒤 그들이 빠르게 물러서자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박무산이 긴 쇠 파이프를 건네주었다.

이제 최루 스프레이를 맞고 당황한 타겟의 팔다리를 다져놓으면 되는데······.


“······뭐야? 왜 반응이 없어?”

“······일단 때려 볼까요?”

“······아니, 우선은 두고 보자.”


얼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진한 최루 가스를 주변에 두른 상태인데도 강진곤은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에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 때.

마침내 강진곤 주변의 최루 가스가 옅어지면서 드러난 상황은······.


“어? 뭐야, 씹! 그냥 덮쳐!”

“예! 형님!”


마치 투명한 막에 둘러싸인 것처럼 강진곤의 주변을 맴도는 최루 가스.

이를 본 김대웅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일단 쇠 파이프를 휘두르고 봤다. 하지만 물러선 그들이 다시 가까워지는 것보다, 강진곤이 양손을 들어 올리는 게 먼저였다.

그리고 그 양손에는 최루 가스가 모여 있었다. 그는 최루 가스를 흘려냄과 동시에 모으고 있었던 것이다.


푸화학-!


“으악! 시벌!”

“크으윽!”


매직 미사일처럼 발사된 가스에 얼굴을 직격당한 김대웅과 최규상이 쓰러지고. 마치 그 틈을 노린 것처럼 접근한 박무상이 쇠 파이프를 휘둘렀다.


“오?”

“······.”


텅-!


짧게 감탄한 강진곤이 매직 미사일로 박무상의 공격을 격추하고, 이어서 손을 뻗자 박무상은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그렇게 만들어진 잠깐의 틈에 강진곤이 물었다.


“기(氣)를 쓰네. 혹시 스킬도 쓰나?”

“······아니.”


스킬과 달리 기나 마력, 신성력 등의 스탯은 원시적인 형태로나마 다룰 수 있는 이들이 제법 있었다. 때문에 강진곤의 반응은 담백했다.


“초인이 아니었군.”


그 말에 긁힌 걸까.

박무산이 두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병신같은 새끼가. 멀리서 깔짝대는 것밖에 못 하는 주제에 뭐라도 되는 척, 폼 잡지 마라. 전부터 생각했지만 스킬 사용하는 게 어디가 대단한지 전혀 모르겠거든.”

“네가 대단한 걸 못 본 거겠지.”

“그럼 네가 내게 한번 보여 봐라. 제대로 해야 할 거다. 지금부터 난 널 패 죽여버릴 거니까.”


그 말에 자신의 눈을 비비며 나뒹굴던 김대웅이 외쳤다.


“야! 박무산! 죽이면 안 된다고!”

“안되는 게 어딨어! 날 막으면 전부 부숴버릴 거다!”

“이런, 시발! 저 꼴통 새끼가!”


눈이 뒤집힌 박무산은 더 이상 막을 수 없다. 이 사실에 참담한 미래를 예감한 김대웅이 소리를 지르고, 박무산이 강진곤을 향해 달려들며 주먹을 들어 올린 순간.


“이게 진짜 기술이라는 거다.”


【광령마도(鑛靈魔道)-흑요인(黑曜刃)】


그리 말하며 강진곤은 간결하게 손을 휘둘렀다.


촥-! 촥-!


평온한 어조였으나 그 여파는 흉악했다. 휘둘러진 손의 궤적을 따라 한 인간의 신형이 깔끔하게 쪼개졌으니까.


후두둑-!


조각난 박무산의 신체가 무너져 내리듯 엎어지자, 일대에는 기묘한 침묵이 감돌았다. 김대웅과 최규상은 최루 가스로 인해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괴로운 와중에도 두려워서 아무런 소리를 낼 수 없었다.


‘시발. 잘못 걸렸다.’


그렇게 잠깐 침묵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김대웅은 문뜩, 주변이 지나치게 조용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야산과 가까운 위치임에도 그 많은 풀벌레가 단 한 마리도 울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이제서야 깨달은 것이다.


‘시, 발···. 진짜··· 잘못 걸렸어······.’


잠시 후. 강진곤의 손에 맺혀 요사하게 빛나는 검은 마력이 제 역할을 다하고 사라졌다.


***


“흠. 역시 뒤처리는 해야겠지.”


회귀 전엔 이런 걸 굳이 치우지 않아도 됐는데. 그래도 평화는 좋은 거니까.

나는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을 하며 양손으로 각각 마법을 사용했다.


【정령마법(Fairy Magia)-요정의 고리(Fairy ring)】

【정령마법(Fairy Magia)-요정의 고리(Fairy ring)】


오른손에서 반짝이는 마력은 허공으로, 왼손에서 반짝이는 마력은 바닥으로 향했다. 그러자 뭉게뭉게 피어나는 구름과 불쑥불쑥 솟아나는 바위가 각각의 위치에서 원을 그렸고. 나의 마력을 주입받은 요정의 고리가 두 정령을 탄생시켰다.


=휘오오오-······!

=그드드드득-.


“대지의 정령은 저기 있는 시체들을 가능한 한 깊게 묻고, 하늘의 정령은 당분간 날 따라다녀라.”

=기기긱-.

=휘오오-


늪지대의 정령과 달리 녀석들은 나의 말에 별다른 반응 없이 복종하였다. 이번엔 순수하게 나의 마력만을 사용하기도 했고, 그 마력조차도 적게 사용하여서 자아가 희미했기 때문이다.


“넌 내가 자는 동안 내게 접근하는 녀석이 있으면 방해해라.”

=휘이익-.

“그래. 그냥 방해만 하면 된다.”


이로써 내가 할 수 있는 준비는 대충 끝. 남은 건 그저 놈들이 키워놓은 과실을 가져오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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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발악과 폭발 NEW 11시간 전 28 2 16쪽
10 화제 24.09.17 47 2 15쪽
9 평타 24.09.16 56 2 14쪽
8 처리 24.09.15 61 2 13쪽
7 호수의 정령 24.09.14 73 3 12쪽
6 두 마리의 토끼 24.09.13 86 3 13쪽
» 준비 24.09.12 106 4 14쪽
4 악연 24.09.11 112 4 12쪽
3 보상 24.09.10 122 4 13쪽
2 소환과 계약의 전문가 24.09.09 133 5 12쪽
1 회귀 그리고 튜토리얼 24.09.08 180 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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