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끝을 보고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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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풍뎅
작품등록일 :
2024.09.08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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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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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

DUMMY

튜토리얼 6단계 출신 각성자. 회귀 전 나의 스펙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다.

이에 다른 표현으로는 ‘출신의 한계’가 있는데. 어감이 좋지 않은 것에 비해 6단계 출신 각성자의 대우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억 단위의 자본을 들여야 비빌 수 있는 7단계 이상의 튜토리얼은 ‘출신’이 받쳐줘야 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사실상 나는 내가 가질 수 있는 스펙의 한계치를 거머쥔 것이다.

즉, 튜토리얼 6단계 출신 각성자라는 건, 가진 것 하나 없는 고아인 내가 가질 수 있는 스펙으로선 꽤나 괜찮은 편이었다.


‘그런데 빌어먹게도.’


하지만 순조로웠어야 했을 나의 각성자로서의 삶은 시작부터 삐걱거리게 되었다. 내가 범죄와 연관되어 있다는 여러 정황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면서 아주 꼬여버린 것이다. 그런 상황을 만드는데 아주 큰 관여를 한 사람이 바로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녀석이었다.

내가 직접적인 범죄 행위를 저지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뭔지 모를 물건을 운반하고, 출처 모를 돈봉투를 가져오는 등의 심부름 과정이 찍힌 사진과 그 대가로 돈을 받은 계좌의 기록 등은 나의 인생을 하드 모드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변명을 하자면, 내겐 선택권이 없었다. 이건 변명임과 동시에 사실이기도 하다.

고아원을 나와 집을 구하는 방법조차 모르는 내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준 것은 감우중뿐이었으니까. 그리고 탑과 관련된 각종 기상천외한 사건 사고가 터지는 세상에서 고아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했으니까.

하지만 세상일이 다 그렇듯, 대가 없는 도움이란 건 없었다.


-진곤아! 너 6단계 클리어했다며! 이야! 축하한다! 너라면 해낼 줄 알았어 인마. 그런데 너 어디 길드 갈 거냐?

-너 들어갈 길드 찾는다고 했지? 그럼 화운길드는 어떠냐? 내가 거기 아는 게 있어서 그래. 너한테도 나쁜 일은 아닐 거다. 그리고 거기 길드장이 그렇게 예쁘다던데.

-화운에서 이번에 어디 공략하는데? 응? 아니, 그 정도 정보는 알려줘도 되잖아. 우리 사이에.

-야, 너. 요즘 내 연락 피하더라? 괜찮겠냐? 난 너에 대해서 아는 게 많은데.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나는 나와 함께 목숨을 걸고 싸우던 이들의 정보를 팔아넘기고 있었다. 다행히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기 전에 감우중과 선을 그을 수 있었지만. 당연하게도 화운길드에는 더 이상 내가 있을 자리가 없었다.


-개새끼.


이 기억만은 여전히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치가 떨리는 배신감에 움켜쥔 그녀의 주먹을. 경멸과 증오를 담아, 눈물을 흘리며 노려보는 화운 길드장의 표정을.


*


“그래. 일단, 들어는 볼까. 왜 날 찾아온 거지?”


나는 우선 물었다. 내가 녀석의 연락을 무시하고 차단했다는 이유로 찾아왔다기에는 덩치들을 몇 놈 데려온 것이 조금 걸렸다. 아마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물음에 감우중은 너스레를 떨며 내게 다가왔다.


“너 임마. 이 형님이 좋은 일자리를 소개해 주려 하는데, 뭘 하느라 바빠서 이제야 돌아오는 거냐?”

“······.”


뭘 하느라 바빠서, 라. 그 말을 듣는 순간 감이 왔다.


‘이놈이 관련된 불법적인 일은 게이트와 관련된 것이었지. 떠보는 거로군.’


“관리청에서 튜토리얼을 하고 왔지.”

“···!”


대답을 듣는 순간 감우중의 눈썹이 높게 올라갔다. 이를 본 나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녀석은 10단계 튜토리얼의 클리어자 이름이 나와 같다는 걸 알고 혹시나 싶어 찾아온 것이다.


“튜토리얼을 하고 왔다고? 장비 사기엔 너 아직 돈이 모자라지 않았나?”

“내 자금 상황을 꽤 잘 알고 있네?”

“아니, 그, 인마. 너 튜토리얼 높은 단계 깨려고 준비하는 거 누가 모른다고.”


나의 지적에 잠시 당황하던 감우중이 적당히 얼버무리며 말했다.


“그런데 너 장비는? 지금 집에 도착한 거 보면 처분할 시간은 없었을 텐데? 가방에 넣었다기엔 가방이 많이 작은데.”

“처음부터 안 샀지. 없어도 될 것 같아서.”

“······안 샀다고?”


감우중의 표정이 눈에 띄게 변했다. 구체적으로 묘사하자면, 눈빛에 깃든 탐욕을 숨기지 못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아니, 뭐 뻔한가. 내가 튜토리얼의 공략법 같은 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아무런 장비 없이 10단계를 클리어할 수 있는 비법 같은걸.

감우중이 목소리를 한껏 낮췄다. 혹시라도 누가 듣는 걸 경계한다는 듯이.


“진곤아.”

“왜.”

“너나 나나 이름이 꽤 특이하잖냐.”

“원장님 네이밍 센스가 독특했지.”

“그래, 그랬지. 그 영감. 지 이름 아니라고 아무렇게나 짓기는.”

“······.”

“아무튼, 방금 튜토리얼 10단계 클리어한 강진곤이란 사람이, 너 말고 더 있을까?”

“······.”

“난 없다고 생각하거든.”

“······.”

“너냐? 10단계.”


나는 그 사실을 부인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고개를 끄덕이며 담백하게 답했다.


“어.”

“······.”


감우중은 고개를 숙이고 한 손으로 자신의 입가를 매만졌다. 큼지막한 손으로도 가리지 못할 정도로 올라간 그의 입꼬리가 보인다.

감우중이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진곤아. 우리-”

“아니. 거절하지.”

“······뭐?”


나는 그가 말을 시작하기도 전에 끊었다. 그리고 있지도 않은 비법의 공유를 거절했다.


“너한테 알려줄 건 아무것도 없어.”

“······.”

“그러니 우중아. 나한테 아무것도 묻지 마라.”

“······.”

“알아들었으면 이제 꺼져.”

“하. 하하하.”


감우중이 어이없다는 듯이 웃다가, 눈을 살벌하게 치켜뜨면서 내게 머리를 들이밀었다. 그리고 이마로 나의 이마를 밀어내며 말했다.


“야. 진곤아. 형이 너 가장 힘들 때도 도와줬잖냐. 그리고 지금까지 돈도 벌게 해 줬고. 그러면서 늘 말했었지. 우리처럼 X도 없는 놈들끼리 돕고 살아야 한다고.”

“······.”

“그런데 갑자기 이런 식으로 나오면 안 되지. 네가 고아 새끼일지언정 그래도 사람 새낀데, 은혜를 이런 식으로 외면하면 안 된다고.”


나는 목에 힘을 주고 녀석을 되려 밀어내면서 되받아쳤다.


“은혜? 같은 고아원 출신인 애들 모아서 범죄에 가담하게 만드는 게 은혜냐?”

“···!”


튜토리얼을 클리어하기 위해 한창 몸을 단련하던 시기라 힘으론 오히려 내가 우위에 있었다. 그에 감우중이 악을 쓰며 외쳤다.


“뭐? 지금 그딴 게 불만이어서 이렇게 삐딱하게 나오는 거냐? 근데 좀 웃기다? 그건 네가 지랄할 일은 아닐 텐데? 내가 너한테 직접적인 범죄 행위를 시킨 적이 있었던가? 오히려 범죄에 가담한 애들은 불만 없이 가만히 있는데 왜 네가 지랄이세요 강진곤 씨 이 새끼야?”

“어이 감우중 착각하지 마라. 다른 녀석들이 어떻든 간에 그딴 건 관심도 없어. 나한테 시킨 일들을 증거로 모아둔 너한테 불만인 거지.”

“···! 이 새끼!”


내게 힘으로 밀리고 할 말도 없으니 감우중은 거리를 살짝 벌린 뒤에 기습적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수십 년을 전투로 보낸 내가 몸싸움 하나 제대로 못 하겠는가.


슥-.

뻐벅.


나름 자세 잡힌 주먹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흘려보내며 감우중의 간과 턱에 한 방씩 먹여줬다. 끽소리도 내지 못하고 쓰러지는 녀석.


“이 새끼가!”

“형님!”


그에 감우중이 데려온 덩치들이 내게 덤벼들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거의 넘어질 것처럼 자세를 낮추며 돌진해 가장 앞에 있는 덩치의 한쪽 다리를 잡고 넘어트리면서 자연스럽게 발목을 꺾었다.


우득.


“끄아악!”


이렇게 한 놈을 무력화시키고 일어서자 옆에서 나를 붙잡아왔다. 나는 순식간에 허리를 빼며 나를 잡은 녀석의 무게 중심을 뒤로 넘겨 휘둘렀다.


쿵!


“커헉!”


녀석을 아스팔트 바닥에 메어치고, 그에 놀랐으면서도 여전히 덤벼오는 녀석 둘의 턱에 한 방씩 주먹을 꽂아 넣었다. 순식간에 다섯 명을 쓰러트린 순간.


쇄액!


마지막으로 남은 한 녀석이 회칼을 꺼내 휘둘렀다. 나는 허리를 깊게 숙여 횡으로 지나가는 칼을 피한 다음 바닥을 박차, 뒤로 물러섰다. 그렇게 이어서 떨어지는 칼날도 피하고, 뒤로 맨 가방을 벗어 그 안에서 흑요석 단검을 꺼냈다.


“······아이템?”

“아이템은 맞는데, 그냥 순수하게 칼전하려고 꺼낸 거니까 쫄 필요 없다. 어차피 여기 근처엔 필드도 없잖아.”

“······이 새끼가!”


갑자기 등장한 아이템의 존재에 멈칫했던 덩치가 쫄았냐는 내 말에 광분하며 덤벼들었다.

흑요석 단검으로 회칼을 쳐낼 수는 없었다. 제대로 부딪치면 흑요석 쪽이 한 번에 부서질 수도 있으니까. 이 아이템은 따로 쓸 용도가 있기 때문에 지나친 손상은 피해야 했다.

그래서 나는 회칼을 향해 가방을 휘둘렀다. 당연하지만 회칼은 가방을 관통했다.


푹.


“···칼이!”


하지만 가방에 걸려버린 회칼은 내가 휘두르는 가방을 따라 덩치의 손에서 탈출. 그렇게 빈손이 된 덩치에게 접근한 나는 신들린 것처럼 흑요석 단검을 움직였고, 그 궤적을 따라 옷과 살이 갈라지며 피가 튀었다.


촤자자자작-!


“악! 아악!”


순식간에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녀석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드러누웠다. 나는 녀석을 한심하다는 듯이 내려다보며 말했다.


“엄살떨지 마라. 깊게 안 찔렀다.”

“허억···! 허억···!”


흑요석 단검이 부서지지 않도록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휘둘렀으니 큰 상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쯤 되자 내게 주먹을 맞고 쓰러졌던 녀석들이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있었다.


“···너 이거 뒷감당할 수 있겠냐. 10단계 깼다고 기고만장하는 모양인데, 아까 네 말대로 여긴 필드가 아니야. 너 지금 각성자 아니라고.”


감우중이 완전히 굳은 얼굴로 그리 말했다. 각성자라도 탑이나 필드가 아니라면 상태창의 힘을 사용할 수 없으니, 일반인으로서 뒷감당이 가능하겠냐고 묻는 거다.

나는 그 말에 대꾸하는 대신, 녀석을 향해 손을 뻗었다.


“? 지금 뭐하-”


【매직 미사일(Magic Missile)】


투콰악-!


“꾸웍!”


내 손에서 푸른 빛무리가 터져 나옴과 동시에 감우중의 몸이 뒤로 날아갔다.

그 모습을 본 덩치들이 깜짝 놀란 얼굴로 외쳤다.


“아니, 어떻게!”

“필드인가?!”

“난 스킬 안 써져···! 여기 필드 아니야!”

“진짜···! 초인이다···!”


저 녀석들 중에서도 각성자가 있었던 모양이다.

필드처럼 탑의 영향력을 받는 공간이 아니라면 상태창의 보조를 받을 수 없었다. 그러니까 이건 다시 말해 상태창의 보조 없이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면,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런 것이 가능한 사람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절대 많은 편도 아니었다.

언제 어디서나 제한 없이 힘을 사용하고 싶은 게 사람이다. 많은 이들이 상태창의 도움 없이 기술을 사용하려고 노력했으나 성과를 얻은 것은 소수일 뿐이었다. 이는 순수하게 상태창의 보조 없이 힘을 다루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평범한 인간은 불가능하단 말이 나올 정도로.

따라서 그런 것이 가능한 이들을 초인이라 부른다.


저벅. 저벅.


나의 퍼포먼스에 기가 죽은 덩치들을 지나 배를 부여잡고 토악질을 하는 감우중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녀석의 머리채를 잡고 들어 올려 눈을 마주했다. 내 안에서 맴도는 심연을 억누르지 않고 드러내면서.


“···! ···! ···!”


나는 그 상태를 유지한 채로 말했다.


“네 뒤에 있는 놈들. 요한길드. 니들이 숨겨놓은 게이트의 위치 내가 알고 있거든.”

“헉! 헉! 헉!”

“참고로 걱정하지 않아도 돼. 딱히 신고할 생각은 없으니까.”

“흐윽! 흑! 으으!”

“그 대신 내가 직접 찾아갈 거다. 너희가 숨기고 있는 거 들키기 싫으면, 전부 모여서 날 죽여.”

“으아아! 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악!”


나는 미쳐 발광하는 감우중을 놓고 뒤를 돌아보았다. 잔뜩 쫄아서 움츠러든 덩치들에게 텃짓을 했다.


“내가 방금 한 말. 너희들도 잘 들었겠지.”

“······.”

“이놈 데리고 가서 설명할 때, 빼놓지 말고 말해라.”

“······.”

“다시 말한다. 알아들었으면 이제 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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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준비 24.09.12 107 4 14쪽
» 악연 24.09.11 114 4 12쪽
3 보상 24.09.10 123 4 13쪽
2 소환과 계약의 전문가 24.09.09 134 5 12쪽
1 회귀 그리고 튜토리얼 24.09.08 181 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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