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독시] 전지적 패러디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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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도K
그림/삽화
카미도K
작품등록일 :
2024.09.08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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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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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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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 주인공들의 모임 (3)

DUMMY

“······그러니까 너도, 그걸 읽은 사람이라는 거지?”


지하철 의자를 부수려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 그들을 배경으로 여자가 단조롭게 말했다. 여자는 처음에는 어수선한 표정을 보이더니만 금방 진중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네, 맞습니다. 저도 당신과 같은 사람입니다.”

“나 말고도 있었다니······.”


여자가 허탈하다는 듯 고개를 툭 떨구었다. 여러모로 아직 잘 이해가 안 되는 듯했다. 하긴, 빙의 당한 것도 어이가 없을 텐데. 다른 사람이 또 있을 줄 몰랐을 테니까. 머릿속이 혼란스러운 것은 당연했다.


“그래서······ 그걸 나한테 말한 이유는?”

“이유랄게 뭐 있습니까. 같이 돕고 살자는 거죠.”


아니, 근데.

이 새끼 왜 말을 놓지? 오늘 처음 보는 사이 아냐? 순간 열 받는 기분이었으나 일단 참기로 했다.

그래, 가끔 패러디 작품 중엔 이렇게 싸가지가 없는 주인공도 있으니까.

그 성격이 영향받아서 그런 거겠지.


“솔직히 혼자서 이딴 세계를 살아남을 수 없잖습니까?”

“···한마디로, 동료가 되어 달라는 거지?”

“잘 이해하셨네요.”

“내가 왜?”


갑작스러운 여자의 말에 나는 당황하고 말았다.


“예? 그야······ 이 세계가 위험하다는 것쯤 당신도 알 거 아닙니까. 혼자서는 살아남을 수 없어요. 동료가 필요하죠. 그런 의미에서 저나 당신은 ‘그’ 웹소설을 읽었다는 공통점이 있잖습니까? 완전한 신뢰는 불가능할지라도 상호관계 정돈될 거로 생각합니다. 정보를 나눠 갖는다면 충분히······.”

“그러니까, 내가 왜? 내가 네 어디를 보고 믿으라는 건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사고가 멈추고 말았다.

그게 무슨 정곡을 찌르는 말이어서가 아니다. 되레 웃기지도 않는 헛소리였다. 얼마나 생각이 없는 소리인지 굳이 서술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잘난 척하는 그런 말.

저도 모르게 깊게 한숨을 쉬고 말았다.


“내 말 맞잖아? 갑자기 네가 배신할 수도 있는 건데. 괜히 믿었다간 손해가 클 텐데 말이야. 틀려? 꽤 합리적인 사고라고 생각하는데?”

“······하, 씨발. 이 빡대가리 새끼가.”

“뭐? 야! 너 지금 나한테 욕한 거지!”


나는 잠시 그 여자를 바라보았다.

누가 보더라도 당당해 보이는 표정. 특히나 평범한 듯 보이면서도 예쁜 미모를 가졌기에 누구나 쉽게 말하기 어려울 것이었다.


말 그대로 언제나 옳기만 한 듯한 주인공.

그러나 이 세계는 옳고 그름만 따지는 세계가 아니다. 원작 주인공, 김독자조차도 선인 자체는 아니었으며 다른 주요 인물들도 나름의 악함이 존재했다.

완전한 순수 악이 없듯이 순수 선도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걸 모르는 이 주인공은 아무 생각 없이 말을 내뱉고 있었다. 그것도 자기 잘난 듯. 그게 좀 짜증이 났다.


“그래, 욕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욕이 절로 나왔다. 불만 있냐?”

“뭐라고? 이게 진짜!”


여자가 무슨 말을 꺼내기 전에 나는 먼저 입을 열었다.


“야. 내 말 똑똑히 잘 들어. 네 말대로라면 세상 그 누구도 못 믿게 된다. 다들 자기 속내쯤 숨기고 살아가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필요하니까 인간관계를 맺는 거지. 그게 사회생활이라는 거다. 설마 진짜로 혼자 살아갈 건 아니겠지?”


여자가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금방 미소로 가다듬더니 당당히 내게 말했다.


“믿을 사람은 있어.”

“뭐? 누가 있다는 거냐?”

“‘그’들이 있지.”


나는 순간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녀석이 누구들을 말하는지 눈치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행적을 떠오른다면 저 말이 얼마나 개소리인지 바로 알 수가 있었다.


“그래? 그럼 그들은 믿을 수 있고? 어떻게 믿을 수 있다는 거지?”

“그야······.”

“아니, 다시 제대로 질문하겠어. 어떻게 그들이 널 믿을 수 있다는 거지?”

“어?”


‘그’들.

더 정확히는 전독시 등장인물들.

우리 독자들이라면 그들을 믿는 것은 당연했다. 그들의 겪어온 행적이 있으며 성격이 어떤지 전부 알고 있으니까.

그렇기에 더욱 문제점은 명확했다.


「그들이 우릴 신뢰해줄까?」


다른 등장인물들은 굳이 생각할 필요도 없다. 전독시 주인공, 김독자만 떠오르더라도 우리를 쉽게 믿을 성격이 못 된다. 그의 성격을 생각하면 적이 될 수도 있는 노릇이지.


신뢰 따위 해주지 않을 것이다. 동료로 마주해줄 리가 없다.


이것은 당연한 사실이었다.


“어? 생각해봐라. 그들이 과연 널 동료로 받아줄까?”

“그거야······.”

“뭐, 유능한 점을 보여주면 된다, 이런 대답을 할 건 아니지? 하긴, 당연히 아니겠지. 그야 겨우 그 정도로도 그들의 동료가 되긴 힘들 테니까. 우린 너무나도 수상하잖아?”


내 말에 제대로 된 반박이 떠오르지 않았는지 여자가 입을 다물었다. 우리 둘 사이에는 강렬한 분위기가 오고 갔고, 그걸 깨준 것은 다름이 아니라 사람들 목소리였다.


“차, 찾았다!”


드디어 사람들이 벌레를 찾은 모양이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곤 살짝 안도했다. 다행히도 사람을 죽이지 않아도 될 테니까.

나는 잠시 여자에게 해줄 말을 생각해보곤 중얼거렸다.


“잘 생각해보세요. 원래부터 이 세계는 순수 선 따위 없었습니다. 위선조차 제대로 해낼 수 없는 게 현실이었죠. 그러니 절 동료로 맞이할지 말지 제대로 고민해보세요.”


말을 끝내자마자 나는 곧바로 사람들이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조금 살펴보니 정말로 벌레가 우수수 나오는 것이 확인되었다.


‘좋았어.’


이거면 나도 살 수 있겠다. 비집고 들어가 좀 힘을 주니 곧바로 벌레를 잡을 수 있었다.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이제 이걸 콱 쥐여주기만 한다면.’


난 살 수 있다.

확실하게.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힘을 주려던 순간이었다.


「외전 스토리가 떠올랐다.」


“······.”


외전에서, 이와 비슷한 전개가 있었다. 그게 생각났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어떤 사건이 벌어질지 바로 알 수 있었다.


고개를 돌리자 모두가 희망에 찬 눈빛을 하고 있다. 그리고 전독시는, ‘멸살법’은 이런 전개를 참 싫어하지.


‘왜 멈추는 거야.’


앞으로 벌어질 사건?

그걸 알았으면 더더욱 이 벌레를 잡아야지. 내가 뭔 히어로라도 되는 줄 알아? 난 내 목숨 하나도 제대로 지키기도 바쁜 사람이라고.

주인공 같은 새끼가 아니야.


‘심지어, 김모군도 그럴 성격이 아니지.’


하지만 나는 멈췄다.

그리고 그 이유를 뒤늦게나마 고민해보았다.


「이 세계에는 나 말고도 빙의자가 여럿 있다.」


더 정확히는, 이 세계에 큰 관심을 받을 주인공들.

그것도 그냥 평범한 주인공도 아닌, 패러디물 주인공. 그런 존재가 있다. 그 사실에 나는 멈췄다.


「과연, 그 수많은 패러디 주인공들 속에서 ‘김모군’은 성좌들에게 관심받을 수 있을까?」


패러디 소설 주인공이라면, 여러 사기적인 스킬과 특성, 성흔을 받을 것이다. 원작 설정까지 파괴하면서. 하지만 내가 쓴 ‘김모군’은 그런 것과는 한참 먼 주인공이었다.

언제나 김독자 뒤에나 숨던, 스토리가 바뀌는 것이 두려워만 하던 인물. 그래서 앞에 나선 적 없는 존재. 그게 내가 빙의된 몸이다.


「그렇기에 나는 평범하게 살아남아선 안 된다.」


성좌들에게 제대로 된 관심을 받고, 끝까지 가기 위해서라면.

김모군 그대로 있어선 안 된다.

난 지금 선택해야만 한다. 그저 평범한 엑스트라로서 이야기를 끝낼지, 아니면 주인공의 삶을 살아갈지.


답은 정해져 있었다.


「당연히 나는······.」


고개를 돌리자 어떤 어린아이가 보였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그 아이에게 다가가서는 벌레를 건네주었다.


“자, 이거 받으렴.”

“네, 네?”

“이거, 콱 잡으면 살 수 있어. 그러니까 잡아.”

“아, 아니. 그, 그게······.”

“얼른. 지금 어른들이 있어서 비집고 못 들어가는 거 다 아니까. 난 다른 거 찾으면 되거든.”


아이가 가만히 그 벌레를 보더니 눈 꽉 감고는 콱 잡았다. 그리고 손을 뻗자 그 벌레의 사체가 빛 먼지처럼 사라졌다.

참 웃기지도 않는다.


나는 다시금 의자 쪽으로 가서는 벌레를 찾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나를 위해서가 아니다. 아까처럼 어른들 사이로 비집고 못 들어가는 어린아이들을 위해서.

그렇게 잡고, 또 나눠주고 그걸 반복했다.


그러던 때였다.

시간은 별로 지나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벌레 사체가 사라지지 않기 시작했다.


“뭐, 뭐야? 왜 내 것은 안 사라져?”

“야! 이거 어떻게 된 일이야!!”


모두가 이 이변에 당황하던 차였다.


[메인 시나리오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츠츠츠츳, 하는 소리와 함께 허공에서 비형이 나타났다. 녀석이 피곤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거참······ 여러분.]


비형의 얼굴을 바라보자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역시나, 이런 부분은 외전 스토리를 따라가는 듯하군.


나 말고도, 이곳 말고도 빙의자는 존재한다. 그 뜻은 곧 이젠 벌레 죽이기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것. 그러니 이젠 이런 쉬운 방법으론 시나리오는 해결해봤자 재미가 없다는 소리다.


그리고 재미없는 걸 개연성이 없는 것보다도 싫어하는 <스타 스트림>이기에 무언가 바뀌는 건 당연했다.


[여러분은 이게 무슨 ‘벌레 죽이기’ 게임인 줄 아시나 봐요. 이번 시나리오는 정말 이상하네요. 이렇게 똑같은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수가 있나······.]


나는 잡아뒀던 벌레는 콱 쥐어버렸다. 이젠 가지고 있어봤자 무의미했기 때문이다. 그리곤 자연스레 앞에 나타난 메시지를 읽어보았다.


[관리국이 시나리오의 부자연스러운 흐름을 감지했습니다.]

[시나리오의 개연성이 기울어지기 시작합니다.]

[<스타 스트림>의 움직입니다.]


이제 내가 할 일을 정했다.

내가 쓰기도 한 전개를, 이 현실에서 만들어야만 한다.


[하여간 인간들 자인한 건 알아줘야 한다니까. 자기들 살겠다고 불쌍한 벌레들을······.]


내가 쓴 첫 번째 시나리오 해결법을 지금 그대로 일으켜야만 한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나, 난 제대로 벌레를 죽였어. 죽였다고!”

“야, 이런 말은 없었잖아! 없었다고!”


츠츠츠츠츳.


개연성 변동의 소리.

나는 고개를 돌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직은 보이지 않는 별. 하지만, 성좌들을 제대로 지켜보고 있겠지.


[<스타 스트림>의 개연성이 움직입니다.]


일단 조건을 다 갖췄다.

일부러 힘없는 어린아이들에게만 벌레를 나눠줘 내 선함을 증명했다. 그러니 내 다음 행동에도 악함이 없을 리라 생각해주겠지.

분명히 그래 줄 것이다.


[메인 시나리오 조건이 변경되었습니다.]


그러니 그들은 나를 ‘악당’보단 ‘주인공’으로서 기억해줄 거다.


[해당 시나리오 한정으로, ‘벌레’는 ‘생명체’에서 제외됩니다.]

[해당 지역에서 ‘벌레 살해’는 더 이상 ‘생명체 살해’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그래, 나는 주인공이다.


「이 ‘전독시’ 세계 속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


<메인 시나리오 # - 가치 증명>


분류:메인

난이도:F

클리어 조건:하나의 이상의 생명체를 죽이시오.

제한 시간:30분

보상:300코인

실패 시:사망


*해당 시나리오에서 ‘벌레’는 ‘생명체’로 취급되지 않습니다.

*해당 시나리오의 클리어 조건은 더 이상 변경되지 않습니다.


+



이 메시지 뜻은 아주 간단하다.

원작에서 나오던 ‘벌레 죽이기’는 더는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이, 이게 무슨!!!”

“뭐야, 뭐냐고! 도대체!”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 사이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마도 그들은 시나리오에 통과한 사람 같았다.


상황이 변했다.

희망이 절망으로 뒤바뀌었고, 절망은 곧 죽음을 가깝도록 느끼게 했다. 모든 것이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정말이지 내가 원하던 상황이다.」


조금은 이기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더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니 나는 내가 쓴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 하겠다.


「‘전지적이지만은 않은 시점’을 쓰겠다.」


나는 한숨도 쉬지 않고 곧바로 입을 열었다. 그러자 사람들이 내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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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독시] 전지적 패러디 시점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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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pisode 2. 진짜 주인공 (2) 24.09.10 8 0 14쪽
9 Episode 2. 진짜 주인공 (1) 24.09.09 8 0 22쪽
8 Episode 1. 주인공들의 모임 (7) 24.09.08 9 0 15쪽
7 Episode 1. 주인공들의 모임 (6) 24.09.08 9 0 15쪽
6 Episode 1. 주인공들의 모임 (5) 24.09.08 7 0 18쪽
5 Episode 1. 주인공들의 모임 (4) 24.09.08 7 0 20쪽
» Episode 1. 주인공들의 모임 (3) 24.09.08 7 0 13쪽
3 Episode 1. 주인공들의 모임 (2) 24.09.08 6 0 15쪽
2 Episode 1. 주인공들의 모임 (1) 24.09.08 7 0 19쪽
1 프롤로그 24.09.08 23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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