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먹는 천재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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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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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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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미궁도시 카라텔.] 좋은 요정 나쁜 요정.

DUMMY

아직 해가 중천에 떠있음에도 불구하고 카라텔의 거리에서는 음산한 기운이 풍겼다. 그건 칼릭스가 실제로 햇빛이 잘 들지 않는 구역에 있었기 때문이다.


짙은 그림자의 거리. 카라텔의 외곽에 위치한 구역이자 가장 얕은 층의 미궁으로 통하는 포탈이 위치한 장소. 실제로 움푹 꺼진 지형 위에 자리잡기도 했고 무분별한 건물 증축으로 인해 길거리를 걸을 때면 볕이 잘 들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칼릭스는 길을 걸으며 주변을 살펴봤다. 과연, 왕국에서 가장 큰 도시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헨스트릭시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짙은 거림자의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여기저기 보이는 칼 찬 모험가들과 목소리를 드높이는 상인, 뒷골목의 깡패와 구걸하는 거지. 음···거지는 어디에나 있군.


옛날 생각이 떠올라 동화 한 닢을 적선해준 칼릭스가 고개를 든 거지에게 물어봤다. 미궁 입구가 어디냐고.


칼릭스는 미궁 도시보다는 미궁 그 자체에 흥미가 있었다. 아직 해가 중천에 떠있었으니 칼릭스는 당장 아콘 길드를 찾아가기보다 우선은 미궁부터 들리기로 결정했다.


미궁에 들어가면 시간 감각이 사라진다지만 그래도 생체 시계라는 게 있었다. 사람이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연구해야 하는 법 아니겠는가? 아직 여관에 발을 들이기에는 이른 시간이다.


칼릭스는 거지가 알려준 길을 따라 미궁 입구에 도착했다.


미궁으로 통하는 포탈은 거울처럼 매끈했다. 매끈한 표면 너머로 불길한 검은 기운이 일렁거렸다. 로즈에게 들은 모습 그대로였다.


칼릭스가 다가가자, 경비원 두 명이 그를 빤히 바라봤다.


“뭐냐? 꼬마야. 여긴 왜 왔어.”


“미궁에 들어가려고요.”


“네가 미궁에 들어간다고? 죽고 싶어서 그러는 거냐?”


“괜찮아요.”


“괜찮기는 뭐가 괜찮아. 내가 잠자리가 다 사나워질 것 같아서 그런다. 이 녀석아. 헛짓거리 하지말고 돌아가.”


칼리스는 고개를 저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신이 마법사라는 걸 정확히 밝히는 게 맞다는 걸 알고 있다.


“저는 마법사라서 괜찮다는 뜻이에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이크. 그래? 그럼 얼른 들어가려무나.”


“네?”


칼릭스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질문을 꺼낼 타이밍을 놓쳤다. 경비원이 갑자기 뒷걸음질치며 목소리를 높였기 때문이다.


“아, 갑자기 배가 아프군. 화장실에 다녀와야겠어. 로치. 자네한테 부탁좀 하지.”


“어, 어이. 어이! 어디가!”


칼릭스에게 살갑게 대하던 사내가 도망치듯 사라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칼릭스가 남은 사내 한 명을 바라보았다.


“음, 꼬마야. 마법사라고 했지? 난 신경쓰지 말고 얼른 들어가렴.”


“음···”


칼릭스가 잠시 생각했다. 뭔가 이상한데.


“보통 확인하지 않아요? 마법사라는걸 증명해보라거나, 아니면 너같은 어린애가 마법사라는 걸 믿을 것 같냐거나. 그런 반응이 정상 아닌가요?”


“···내가 왜 그래야 하니? 부디 얼른 들어가렴. 부탁이다.”


경비병은 말도 섞기 싫다는 듯 칼릭스에게서 등을 돌렸다. 아니 도대체 자신이 뭘 했길래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한단 말인가? 칼릭스는 어이가 없었다.


“······흥.”


칼릭스는 눈을 한 번 흘기고 포탈을 향해 발을 들였다.


스팟!


그 순간 눈 앞이 아찔해졌다. 그저 포탈을 통과하기만 했을 뿐인데 칼릭스는 전혀 다른 공간으로 이동했다.


“···정말 이상한 사람들이네. 마법사가 뭔지 제대로 알지도 못 하면서.”


볼멘소리로 잠시 투덜거린 칼릭스가 고개를 들었다. 축축한 이끼가 낀 돌벽이 사방을 둘러싼 일자형의 복도였다. 옆을 바라보니, [2]라는 글자가 새겨져있다.


“2층이라. 꽤 얕은 층에 떨어졌네.”


짙은 그림자의 거리에 위치한 포탈은 진입자를 미궁의 1~5층 사이의 어딘가로 이동시킨다.


5층이라면 모를까 2층이라면 칼릭스는 아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자신의 마법이라면 웬만한 문제는 전부 해결할 수 있을 테니까. 이건 로즈 또한 동의한 바였다. 저층의 미궁은 칼릭스에게 별 위협이 되지 않는다.


“공기가 습기를 가득 머금고 있어. 꿉꿉한 냄새도 나고. 곰팡이에 관한 실험을 하기에 꽤 괜찮은 환경이네. 나중에 한 번 해봐야지.”


중얼거리며 한참동안 복도를 나아간 칼릭스의 시야에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미궁에 진입한 뒤 처음으로 흥미로운 무언가를 발견한 것이다.


“와. 보물상자? 어디보자.”


칼릭스는 노트를 꺼내들었다. 미궁 탐사에서 써먹을 수 있는 실용적인 지식을 정리해둔 노트다. 로즈의 가르침에 따라 열심히 만들었다.


“얕은 층에서 발견한 보물상자는 높은 확률로 미믹이다. 확인해보려면 화염 마법을 사용해보면 된다. 흐음···뭘로 할까. 흘러내리는 불?”


화르륵!


그 순간 보물 상자의 가장자리를 타고 흐르는 불꽃이 뚝뚝 떨어졌다.


“케에에엑!”


“와. 진짜 미믹이잖아?”


닫혀있던 보물 상자의 뚜껑이 벌컥 열리며 사람 팔뚝만한 혓바닥이 튀어나왔다. 그 모습을 본 칼릭스가 호기심어린 눈동자를 한 채 미믹을 향해 다가갔다.


“안녕 미믹아. 나는 칼릭스야.”


“케케케켁!”


“너 정말 신기하게 생겼다. 울음 소리도 듣기 좋고 혓바닥도 미끈한 게 잘 생겼네. 음, 그런데 왜 소리를 지르는 거야?”


“케에에에엑!”


화르륵! 매캐한 탄내가 피어올랐다. 그제야 칼릭스는 자신이 화력을 조절하지 못 했음을 알아차렸다.


“얼어붙어라.”


타닥, 탁.


“케에에!”


순식간에 진화된 불꽃이었다. 상자 겉부분의 불길은 꺼졌지만 미믹은 여전히 흥분했는지 혓바닥을 사방팔방으로 휘저으며 난리법석을 쳤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칼릭스가 품 속에서 육포 하나를 꺼냈다.


“넌 입처럼 생겼으니까 뭔가 먹고 싶다는 뜻이겠지? 자. 이거 내 건데 너 줄게.”


육포를 던지자 낼름 받아먹는 미믹.


칼릭스가 웃으며 육포를 몇 번 더 건네줬다. 던지는 족족 혓바닥으로 낚아채 집어먹으니 밥 줄 맛이 났다.


“너 정말 귀엽다. 귀족들이 이래서 애완동물을 기르는 거구나. 이번에는 이것도 한 번 먹어볼래? 화염구.”


화르르륵!


성인 머리통만한 불꽃 구체가 칼릭스의 손 위로 두둥실 떠올랐다. 칼릭스는 미믹의 입을 향해 화염구를 던져넣은 뒤, 뚜껑을 손으로 꾹 눌렀다.


“케에에엑! 크뢰에에에에엑!”


“맛있어?”


“께에에에엑!”


“그렇게 좋아?”


“꼐레레레렉!”


“음···너무 뜨거웠나? 식혀서 먹을래?”


칼릭스는 아차 싶어 다시 뚜껑을 열어주었다. 그러나 칼릭스를 반긴 건 새카맣게 탄 점막과 축 늘어진 혓바닥 뿐이었다.


“기절한거야? 괜찮아 내가 깨워줄게. 흐르는 전류.”


파지지직!


하지만 미믹은 미동조차 없었다. 완전한 생명의 끝이 찾아온 것이다.


“어, 음······”


약간 놀라 잠시 생각을 정리한 칼릭스의 입이 다시 열렸다.


“유감이야. 미믹아. 죽이려는 의도는 없었어. 그래도 네가 아무거나 덥썩덥썩 받아먹어서 이렇게 된거니까 네 잘못도 있어. 난 가볼게. 안녕. 만나서 즐거웠어.”


칼릭스가 도망치듯 옆으로 슬슬 물러났다. 몸을 돌리고 미믹에게서 멀어지려던 찰나-


덜그럭.


“어?”


칼릭스가 우뚝 멈춰섰다. 그리고 발 아래를 봤다.


“···석판 함정?”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칼릭스가 주변을 둘러봤다.


“천장에 구멍이 있네. 로즈가 조심하라고 했던 건데.”


그가 손을 들어 뒤통수를 긁었다. 석판 함정은 미궁 저층에서 가장 위험한 함정 중 하나였다. 들어오자마자 이렇게 밟을 줄은 칼릭스도 예상 못 했다.


“이래서 파티에 레인저가 필수라고 한 거구나.”


칼릭스는 잠시 고민했다. 석판 함정은 발을 뗄 때 발동된다. 대처할 시간이 있다는 뜻이다.


“음. 저 구멍에서는 뭐가 나올까? 흐음. 불인가.”


손가락을 탁 튕겨 마력을 흔들자, 구멍 너머에 기관장치 하나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로즈의 가르침에 따르면 저런 기관장치는 불을 뿜는 부류일 가능성이 컸다.


잠시 고민한 칼릭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방법을 떠올려냈기 때문이다.


“미믹아! 신세 좀 질게! 떠올라라, 끌려와라, 염동력.”


후웅-


그 순간 몇 미터 옆에 있던 미믹의 몸체가 두둥실 떠올랐다. 칼릭스는 미믹의 시체를 향해 얼음 마법을 사용했다. 칼릭스가 꼭 들어갈만한 사이즈의 상자가 얼어붙었다.


“보호막을 두르면 마나 소모가 심하니까 대신 너를 방패로 쓸게.”


칼릭스는 거북이처럼 웅크려 미믹을 등 위에 덮은 뒤 석판에서 발을 뗐다.


화아아아아악!


압도적인 불길이 천장에서 쏘아졌지만, 칼릭스는 최소한의 마력으로 냉기마법을 사용해 열을 전부 막아냈다.


타다닥, 타닥.


그건 미믹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불길이 그쳤을 때 칼릭스는 몸을 일으켰다. 이제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게 된 미믹의 시체가 바스라졌다.


“고마워 미믹아. 넌 정말 훌륭한 친구였어.”


잿더미가 된 미믹은 대답 대신 보석 하나를 떨어트렸다. 영롱한 빛이 뿜어져나오는 붉은 루비였다. 이런 걸 숨기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다음 미믹부터는 꼼꼼히 뒤져봐야겠다고 생각한 칼릭스는 보석을 냉큼 주워 주머니에 챙겼다.


“함정도 한 번 경험했고, 친구도 하나 만들었고. 마물은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야 나올 것 같고. 조금만 더 둘러보고 오늘은 돌아가야겠다. 아콘 길드에도 한 번 가봐야 하니까.”


칼릭스는 통로를 따라 쭉 전진했다. 갈림길이 나올 때마다 마음에 드는 방향으로 향했다. 지나온 길을 전부 외우고 있었기에 문제는 없었다.


몇 시간쯤 미궁을 탐험했지만 미믹처럼 특이한 건 없었다. 사람도 만나지 못 했고 미궁의 구성요소 중 하나인 ‘방’도 발견하지 못 했다. 칼릭스가 슬슬 돌아가볼까 생각하던 찰나.


“으윽.”


‘사람?’


여인의 신음소리가 칼릭스의 귓가에 들려왔다. 칼릭스는 스승의 가르침을 떠올렸다. 미궁에서 만나는 사람을 절대로 믿지 마라.


일단 기척을 숨긴 칼릭스는 모퉁이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슬쩍 고개를 내밀어 소리가 난 방향을 살펴보았다.


보이는 것은 드러누운 남성의 시체.


그 옆으로, 쇄골에 단검이 박힌 채 벽에 기댄···


벽에 기댄······


인간이 아니었다. 저 생김새는 마치-


“하악, 하아···끄으으.”


“요정?”


칼릭스가 흠칫 놀라며 말했다. 귀가 뾰족했다. 스승에게 들은 요정의 생김새 그대로였다. 먼 동쪽 숲에서 살아가는 엘프라는 종족이다.


“으, 으윽. 꼬마야. 꼬마야···혹시, 포션. 포션 있니···?”


“네. 있어요.”


“있어? 하나만, 하나만 나눠줄 수 없을까? 돈이라면, 많아. 다······줄게. 제발.”


요정 여인이 피를 흘리며 애원했다.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팠다. 칼릭스가 말 없이 서있자 요정은 거의 흐느끼다싶이 말했다.


“죽을, 것···같아. 너무, 너무. 아파아···”


“포션은 드릴 수 있는데요. 음···죽을 것 같다고요?”


“그, 래. 당장···치료해야···”


칼릭스는 스승의 가르침을 떠올렸다.


좋은 요정은 죽은 요정 뿐이라는 격언.


“그럼 혹시 좋은 요정이 되시려는 건가요?”


“···그게 무슨, 소리니. 난···이미 좋은 요정이야. 으윽, 얼른···포션을···”


칼릭스는 혼란스러워졌다. 이미 좋은 요정이라니?


살아있는데 어떻게 좋은 요정일수가 있는가? 좋은 요정은 죽은 요정 뿐인데?


잠깐 고민해보자 논리적 오류가 전혀 없는 가정이 하나 나왔다.


“그렇다면 이미 죽은 요정이신가요?”


“그, 게 무슨 미친, 소리야······제, 발 포션 좀···”


“포션은 드릴 수 있지만 좋은 요정이 될 기회를 제가 빼앗을 수는 없잖아요.”


“자꾸, 이상, 한······소리를···너, 혹시···마법······사니?”


“네. 저 마법사 맞아요.”


“그럼 그냥 가던 길 가렴.”


엘프, 이레인은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버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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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미궁의 미친 천재 마법사 -> 피먹는 천재마법사 NEW 18시간 전 20 0 -
12 012. [미궁으로.] 피를 마시다. NEW 18시간 전 49 5 11쪽
11 011. [미궁도시 카라텔.] 지금 동생이 말대꾸? 24.09.18 68 6 10쪽
10 010.[미궁도시 카라텔.] 자 이제 누가 형이지? 24.09.17 74 6 13쪽
9 009. [미궁도시 카라텔.] 미친 마법사가 진짜 왔다! 24.09.16 89 7 16쪽
8 008.[미궁도시 카라텔.] 갱생의 여지가 있는 요정. 24.09.15 101 5 15쪽
» 007 [미궁도시 카라텔.] 좋은 요정 나쁜 요정. 24.09.14 105 8 12쪽
6 006. [미궁도시 카라텔.] 미친 마법사가 온다! 24.09.13 110 5 14쪽
5 005. [미궁 도시 카라텔] 남자의 자존심, 추락하다. +1 24.09.12 127 6 14쪽
4 004. [스승을 만나다.] 프랙탈. 24.09.11 139 7 15쪽
3 003. [스승을 만나다.] 예의. 24.09.10 131 6 13쪽
2 002. [스승을 만나다.] 마법. 24.09.09 150 6 11쪽
1 001. [스승을 만나다.] 오두막. 24.09.09 212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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