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의 악동이 내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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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9.09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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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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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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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참을 수 없다

DUMMY

내 이름은 김아담이다.


스포츠 스타 2세의 아들로 아빠는 매우 유명한 축구 선수다.


영국에서 국가대표로 활약한 것은 물론 세계에서 알아주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이름을 날렸으며, 90분 동안 지치지 않는 체력을 이용한 거칠고 활동적인 움직임, 정교한 패스와 슛을 갖춘 선수라 평가 받았다.


물론 단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터지는 다혈질의 성격으로 인해 필드의 싸움꾼이자 트러블 메이커로 악명을 떨쳤으며, 거칠다 못해 반칙성 플레이를 서슴없이 하는 축구 3의 달인이자, 마음에 안 들면 자신의 팀 감독에게 마저 인터뷰에서 독설을 서슴없이 내뱉는 것까지.


필드의 천재이자 악동이며, 팬과 안티 팬 모두를 미치게 만드는 슈퍼스타(?), 원클럽 맨 이지만 자신의 팀을 줄기차게 까대는 선수였다.


축구 재능과 성격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나 또한 선수를 꿈꾸며 아빠를 따라 축구를 배워 나갔다.


“ 무슨 선수가 될래.”

“ 아빠 같은 선수!”


아빠와 같은 축구 선수가 되고자 했었던 나는 일련의 사건을 겪은 이후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다.


U-12 팀에 들어간 이후 듣거나 알게 된 아빠와 관련된 시선과 소문, 필드 밖에서 모범 시민 그 자체인 아빠 대신 나에게 집중되는 부담스러운 시선의 집중과 함께 욱하는 성격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 등.


악동의 길을 버리고 조용하고 신사적인 축구 선수로 탈바꿈하기 위해 모든 걸 바꿔 나갔다.


익숙한 영국을 떠나 엄마의 고향인 한국에서 축구를 도전했으며, 포지션을 중앙 미드필더로 변경하고,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플레이를 대신하여 마찰을 피하기 위한 안정적이고 소심한 플레이에 이르기까지 모든 걸 변화시켰다.


하지만 몸에 맞지 않는 옷을 걸친 탓 일까?


자신감은 물론 기량마저 떨어지며 점점 주전 경쟁에서도 밀리기 시작하고, 다른 문화 차이로 발생하는 어려움을 겪으며 축구에 흥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어느새 3년이 흘러 중학교 막바지.


축구에 대한 흥미가 식어 가는 상황에서 마지막이라 생각한 경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



주말리그가 한창인 2023년 중등부 리그.


왕중왕전에 진출이 걸려 있는 중요한 경기가 있는 날이 찾아왔다.


주전 경쟁에서 밀려난 상황에서 선수들의 부상으로 인해 기회가 주어졌다.


계속되는 경쟁 실패로 예전 스타일로 돌아갔으면 어떨까 싶지만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삐익


경기 시작을 알리는 심판의 휘슬과 함께 상대 진영에서 달려오는 선수 한 명.


“ 영국 놈 오늘도 별거 없겠네?”


이름이 이민수였던 걸로 기억하는 녀석이다.


항상 먼저 시비를 걸어 오며, 짜증나게 구는 선수 중 하나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유독 나에게만 경기가 있는 날이면 접근하여 시비를 걸어 오는지 모르겠다.


다른 애들과 다르게 나만 반응이 적어서 더 그런 것 아닐까 싶기도 하다.


오늘도 딱히 다를 건 없겠지, 뭐.


“ 영국에서 축구 못해서 한국으로 왔다며?”


아직 까지는 아빠와 했었던 훈련 중 남아 있는 것 하나가 다가오는 상대를 적당히 무시하고, 화를 참는 방법이다.


웬만한 욕설은 기본이고 실력과 관련된 말이나 이상한 언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황을 겪었다.


워낙 필드에서 입이 험하고 거친 아빠의 훈련을 받으며 계속 들어와서 그런지 저런 어린애 말장난보다 못한 말은 아무 것도 아니다.


인종 차별 발언이나 부모님과 관련된 욕, 직접적인 위협이나 동료를 건드는 행동 같이 선 넘는 행동이 가끔 있기는 하다.


물론 그럴 때마다 엄마의 조언에 따라 적당한 선에서 참고 넘기려 하고 있으며, 대부분은 그런 상황까지 다가오는 경우도 드물었다.


“ 그렇게 못 하면 가만히, 어?”


상대방이 방심한 틈을 노려 반대편으로 치고 나가자 당황하는 이민수의 표정.


전방으로 달려가는 공격수를 향해 공을 넘겨주고 난 뒤 무언가가 강하게 뒤에서 들이박았다.


“ 커억.”


본인이 직접 부딪치고 튕겨 나가 바닥을 구르는 신기한 녀석이다.


“ 너, 너!”

“ 어휴.”

“ 감히 네가 날 때려?”


본인이 시작하고 왜 난리인지 모르겠다.


삐비빅


심판이 휘슬 소리와 함께 나에게 심판이 다가왔다.


내가 뭘 잘 못 했던가?


“ 조심히 플레이하라고.”

“ 예?”

“ 한 번 더 그러면 경고야.”


내게 주의를 주는 심판이다.


주변을 둘러보자 어느새 얼굴을 부여잡고 있는 녀석이 필드를 굴러 다니고 있다.


엄청난 연기 실력으로 심판을 속인 모양이다.


저 정도 연기면 선수보단 연기자를 더 잘 할 것 같다.


“ 꼴이 좋아?”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 한마디 하는 녀석.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한다.


헐리우드 액션은 흔한 일이니까.


시간이 흐르며 계속 붙어 있던 녀석의 움직임이 느슨한 타이밍에 내게 공이 흘러 들어왔다.


“ 리턴.”


팀원의 패스를 받자, 뒤에서 느껴지는 위화감에 공을 넘겨주고 바로 점프를 하는 순간 녀석의 태클이 내 다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 아, 아깝네.”


이민수의 표정을 보아하니 고의성이 가득한 태클이다.


잘 못 걸렸으면 선수 생명마저 위험한 상황에서 심판이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고 있다.


바로 눈 앞에서 심판이 봤으나 아무런 말 한마디 조차 없다.


이전 경기와 다르게 오늘 따라 심판의 판정에 이상함이 느껴졌다.


“ 이쪽으로 패스.”


패스를 받자마자 다시 달려와 유니폼을 잡고 늘어지는 이민수의 손길.


유니폼을 잡은 손을 밀어내며 전방의 공격수에게 정확히 연결된 공이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만들어 냈다.


가볍게 골망을 흔들며 골로 연결되는 순간이다.


“ 드디어.”


삐비빅, 삐익


심판의 휘슬 소리가 무언가 이상하다.


골을 인정하는 휘슬 소리가 아닌 다른 무언가.


아까 전 나에게 다가온 심판이 이번에는 품속에서 노란 카드를 들어 올렸다.


옐로우 카드라고?


“ 내가 카드 준다고 했지?”

“ 제가 뭔 잘못을 했길래 그러시죠.”

“ 넘어진 저 친구 안 보여?”

“ 제 유니폼은 안 보이세요?”

“ 그건 중요하지 않고!”

“ 하···.”

“ 더 말하면 퇴장이야.”

“ 알겠습니다.”


또 그 녀석이다.


유니폼을 잡은 손에 밀쳤을 뿐인데 이번에는 팔을 부여잡고 쓰러져 있다.


아까 전 녀석의 태클과는 상반되는 심판의 판정이다.


내가 왜 옐로우 카드를 받는 건지 전혀모르겠다.


“ 그러게, 잘했어야지.”

“ 후···.”

“ 다음에는 조심 하라고."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 어느새 나에게 말을 거는 이민수.


오늘이 무슨 날이라도 되는 건가.


왕중왕전 진출이 걸려 있는 중요한 경기라고 해도 주요 선수가 아닌 나를 견제할이유가 전혀 없다.


계속 나를 건드는 행동을 보면 뭔가 지시를 받았거나 다른 무언가가 있는 건가?


“ 네가 그 악동의 아들이라며?”


저 말을 듣자마자 머릿속이 차분해졌다.


무엇을 노리는 것인지 알겠다.


아빠를 말하는 걸 보면 나를 계속 긁어내 폭발 시키려는 의도를 지닌 낌새다.


여태 아빠의 축구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 시간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이런 자잘한 것으로 무너질 리가 없다.


최대한 무시하고 이번 경기를 넘겨내자.


“ 에이, 재미없게 반응이 없네.”


나를 계속 찔러보던 녀석이 주변의 동료에게 발길을 돌렸다.


주변을 건들며 나를 계속 쳐다보는 것을 보고 있다.


평소 아빠가 동료를 건들면 먼저 폭발하는 모습을 보고 따라 하는 느낌이다.


위험성 넘치는 태클은 기본이고 동료들의 얼굴이 붉어지는 트래쉬 토크 남발까지.


심판도 별다른 제지가 없으니 더 날뛰고 있다.


“ 너희 아빠 우리 회사 다닌다며?”

“ 아니, 그게.”

“ 알아서 잘해라.”


협박까지 서슴없이 하고 있다.


다른 것도 아닌 축구에서 가족을 들먹이는 모습이라니.


속에서 무언가 끓어오르지만 참아 냈다.


지금 경기만 끝나면 된다.


“ 나는 너 같은 녀석이 싫어.”

“ 뭐가.”

“ 악동의 후광으로 선수가 된 녀석이.”


아빠라는 산을 없애기 위해 모든 걸 버리고 온 나에게 가족의 후광이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 너 사실 악동의 친아들이 아니라며?”

“ 그만해라.”

“ 필드의 악동답게 불륜이라는 소문이 있던데.”


계속 선을 넘는 녀석이다.


온몸에서 열이 끓어 올랐다.


참아왔던 모든 것들이 자신들을 폭발 시키라고 부추기지만, 마지막 이성이 나를 붙잡았다.


여기서 그만둔다고?


“ 아담, 공 받아!


분노와 이성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내 발 밑에 흘러 들어온 공.


빠르게 전방을 확인하자 뛰어나가는 공격수.


연결을 위해 강하게 공을 차내는 순간 한 명의 얼굴이 정면에서 튀어나왔다.


이민수가 태클하는 순간 내 발을 떠난 공이 녀석의 얼굴을 향해 점점 가까워졌다.


퍼억!


일그러지는 그 녀석의 얼굴과 함께 경기장 전체에 울려 퍼지는 강렬한 소리.


“ 크에엑.”


안면을 정확하게 강타한 공을 맞고 꼴 사납게 쓰러지는 이민수.


양쪽에서 흐르는 코피와 함께 처참하게 쓰러진 모습을 보고 있으니 의도한 바는 전혀 아니지만 속이 다 후련하다.


이게 다 업보가 아닐까?


주변에서 누구도 걱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 이민수의 동료마저도 저 녀석을 싫어하는 것 같은데.


삐비비빅


쓰러져 있는 이민수를 보고 내게 달려오는 심판.


품속에서 빨간 카드를 꺼내 들었다.


“ 퇴장이요?”

“ 내가 조심하라고 했지.”

“ 저는 공만 찼을 뿐인데요?”

“ 고의로 찬 거 다 알아.”

“ 그냥 저 녀석이 달려오다 맞은 건데요.”


내가 물론 찬 건 맞지만 딱히 의도도 없었다.


저 녀석이 다가와 맞은 게 전부다.


경기 중 흔히 있을 수 있는 경우지만 이걸로 카드를 받을 정도가 맞는지 의문이다.


“ 이건 너무 한 거 아닙니까?”

“ 더 나서면 너도 경고야.”

“ 공 맞은 걸로 퇴장은 아닌 것 같은데요.”

“ 너 경고!”

“ 이게 무슨···.”

“ 더 말하면 다 경고야!”


주변 동료들의 항의에도 꿈적하지 않는 심판의 모습이다.


문제가 생기기 전 내가 먼저 나서 동료들을 진정시키고 난 뒤 천천히 경기장 밖으로 나섰다.


억울한 상황이지만 경기도 거의 끝났다.


내가 나간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건 없겠지.


딱히 후회할 것도 없다.


마지막이라 생각한 경기에서 퇴장이라

아쉬움이 클 뿐이다.



***



“ 그러니까 5경기 출전 정지요?”

“ 그래.”

“ 무슨 사유죠?”

“ 축구장 내부에서 폭력 사용이다.”

“ 하, 그게 뭔.”

“ 그리고 징계 이후에도 출전이 어려울 것 같다.”

“ 예?”


감독님의 갑작스러운 징계 소식과 불투명한 출전 통보에 머리가 어지럽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는 소리가 딱 이런 기분인가?


과연 내가 징계를 받을 정도의 잘못인지 이해가 잘되지 않는 상황이다.


“ 내가 미안하다.”


쫓겨나듯 감독실에서 나오니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 나왔냐?”

“ 어.”


우리 팀 주장이자 유일하게 친구라고 할 수 있는 녀석이 앞에 서 있었다.


영국에서 어릴 때 나를 아는 유일한 녀석일 것이다.


“ 출전 정지라며.”

“ 나도 모르겠다.”

“ 그거 알고 있냐?”

“ 뭔데?”

“ 이민수 그 녀석 대정 그룹 손자다.”

“ 재미있네.”


이상하다고 생각한 것들이 조금씩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주변 동료들이 그 녀석이 뭘 하든 무시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했으며, 심판의 어이없는 판정과 이해 할 수 없는 징계까지.


참 재미있는 축구 세상이다.


그 녀석 하나 때문에 이렇게 됐다는 소리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생각 없이 걷어차고 볼 걸 그랬다.


“ 나도 도와주고 싶은데 별 수가 없네.”

“ 그래도 알려줘서 고맙다.”

“ 축구는 포기 하는 거냐?”

“ 전혀.”


식었던 축구가 다시 끓어 올랐다.


내가 스스로 마무리 하려 한 축구를 이런 방식으로 끝낼 수 없다.


“ 영국으로 돌아가야지.”

“ 설마.”

“ 끝내려고 했는데 못 참겠다.”

“ 악동?”

“ 그래.”


여태 노력했던 모든 것들이 그 녀석 하나 때문에 모조리 어그러졌다.


악동의 축구가 아닌 다른 축구를 하기 위한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됐다.


“ 적으로 제발 만나지 말자.”

“ 내가 너는 봐준다.”

“ 휴, 다행이다.”

“ 간다.”

“ 바로 갈려고?”

“ 준비해야지.”

“ 잘 가라 아담, 다음에는 알지?”

“ 잘 있어라, 박정수.”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생각을 정리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보이는 집.


엄마가 언제나 환한 미소를 띠며 나를 반겨줬다.


“ 아들, 왔어?”

“ 엄마, 할 말 있어.”

“ 무슨 일이야.”

“ 우리 영국으로 돌아가자.”

“ 갑자기?”


영국으로 돌아가자는 말에 놀라는 엄마의 표정이다.


3년 동안 영국으로 갈 생각도 안 하던 내가 돌아가자는 말을 하니 놀라신 모양이다.


“ 여기서 더 이상 축구를 못 할 것 같아서.”

“ 전화로 들어서 알고 있어, 억울한 일이라며.”

“ 이제 안 참으려고.”

“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 엄마, 미안해.”

“ 항상 믿고 있는 거 알지?”

“ 응.”


아빠의 축구를 다시 꺼낼 시간이 왔다.


숨어있던 악동의 DNA가 점점 샘솟기 시작했다.


이번 일을 기억하고 영국으로 돌아가 세계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되어 돌아올 것이다.


축구로 억울한 일, 축구로 모두 끝내야겠다.


이제 더 이상 나의 축구는 없다.


악동의 축구만 남았을 뿐이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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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24.09.11 80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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