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의 악동이 내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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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9.09 20:26
최근연재일 :
2024.09.1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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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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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단 테스트(1)

DUMMY

본격적인 입단 테스트가 시작됐다.


2주라는 기나긴 여정이다.


기초적인 체력과 스킬을 점검하는 것과 더불어 훈련과 연습 경기를 통한 팀 적응 능력 평가까지 골고루 판단하며, 최종 합격 대기자를 상대로 하는 면접과 메디컬 체크까지.


말이 아카데미라는 이름을 달고 있을 뿐 U-18, U-21로 구성된 아카데미는 플릿 우드 타운 FC로 가기 위한 과정이자 발판이다.


리그1, 2를 오르락내리락하는 팀이지만 엄연히 프로에 속하는 팀으로 21부까지 있는 영국 리그에서 4부 리그 소속이라는 건 그만큼 벽이 높다는 걸 의미했다.


입단 테스트를 신청하고 모여 있는 많은 선수들이 그저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프로를 준비하는 능력 있는 선수들 이라는 소리다.


“ 워밍업으로 가볍게 조깅 후 테스트 시작합니다.”


앞에서부터 천천히 테스트가 시작됐다.


처음은 몸의 밸런스와 속도를 체크하는 지그재그 코스를 달리는 것.


“ 다음!”


체크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썩 좋지 않은 걸로 봐서는 만족스러운 선수가 아직 나오지 않은 건가.


“ 23번 준비.”


아까 열심히 도망가던 검은 머리 녀석이다.


“ 준비, 시작.”


거리감이 있어 제대로 볼 수 없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코스를 통과하는 것 같다.


“ 좋습니다, 다음.”


만족한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걸 보면 괜찮은 기록으로 보였다.


그래도 기본은 있으니, 이곳에 왔겠지.


물론 다른 능력이 어떨지 모르지만 적어도 저것 하나는 괜찮다는 의미다.


본인도 만족한 모양인지 웃으며 이쪽으로 걸어왔다.


“ 봤냐, 낙하산.”

“ 그래도 기본은 있나 보네?”

“ 너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 좋을 대로 생각해라.”


얼마나 잘했다고 동네방네 자랑하는 지 모르겠지만, 곧 알게 되겠지.


“ 그만 떠들고 이동하세요.”


“ 알겠습니다.”


괜히 나에게 와서 한마디 듣는 녀석이다.


계속되는 테스트.


“ 41번!”


내 차례가 다가왔다.


눈앞에 보이는 고깔을 보니 일방적인 달리기가 아닌 약간의 지그재그가 섞인 코스다.


“ 준비, 시작.”


보이는 코스를 빠르게 정복해 나가기 시작했다.


몸에 밸런스를 유지하며 금방 보이는 도착점.


“ 통, 통과.”


여유롭게 뛰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 지금까지 최고 기록!”


훈련마다 아빠의 몸싸움을 달고 뛰는 것이 익숙하게 다가와서 그런지 내 생각보다 더 빠른 모양이다.


저 멀리 보이는 황당한 표정의 검은 머리 녀석은 덤.


아까 전만 해도 선수들 사이에서 까불던 녀석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 78번!”


멀대 친구의 차례, 2미터 가까운 키에 못 달릴 줄 알았으나 생각 이상으로 빠르다.


자신감 넘치는 이유가 왜인지 알 것 같다.


“ 다음 테스트 이어서 하겠습니다.”


가벼운 테스트가 계속됐다.


패스 앤 무브를 통한 패스 능력과 공을 받을 때 움직임, 패스 게임을 통해 상황 판단과 같은 기본기를, 슈팅 테스트를 통한 여러 가지 슈팅에 대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 41번은 기본기는 볼 필요도 없겠는데.”

“ 그쪽은 논외고, 그나마 괜찮은 건 11번, 23번, 56번, 78번, 85번정 도.”

“ 다른 것들도 테스트해 봐야 알겠지만 지금 수준이면 바로 올려도 되겠는데?”

“ 하긴, 지금 당장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가 구멍이라 필요하지.”

“ 다른 것들도 잘하길 빌어야지.”


주변 소리를 들어보니 꽤 만족스러운 테스트였다.


내가 연습한 만큼 나온 것도 있고, 주변 평가도 좋은 편이다.


물론 내가 잘해서 그런 게 가장 크지만.


“ 스트레칭하고 오늘은 마무리합니다.”


순식간에 테스트 첫날이 마무리되었다.


때마침 지나가는 검은 머리 녀석의 얼굴이 보였다.


“ 어이.”

“ 응?”

“ 낙하산보다 못하는 걸 보니 넌 그냥 수직 다이빙하는 것 같은데.”

“ Fxxk.”

“ 잘 좀 해봐라, 허접아.”

“ 으아아아!”


손에 쥔 물병을 집어 던지며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본인이 먼저 시작했으면 감수해야지.


“ 키야, 한 방 제대로 먹였네.”

“ 친구 아니냐?”

“ 그냥 같은 히스패닉이라 말만 걸었을 뿐인데.”

“ 뭐 그러면 됐다.”


먼저 사과하는 모습을 보고 친구인 줄 알았지만, 전혀 아니었다.


하긴 영국에서 같은 한국 사람이 입단 테스트를 같이한다고 하면 나 같아도 한 번 말을 걸어볼 것 같다.


“ 그나저나 대단한 실력이던데.”

“ 너도 생각보다 잘 뛰더라.”

“ 당연히 최고의 공격수가 되기 위한 기본 소양이지.”

“ 어휴.”

“ 내일 또 보자고.”

“ 그러던지.”


저 한도 끝도 없는 자신감이 신기하다 못해 대단하게 느껴졌다.


생각보다 슈팅이나 패스도 괜찮은 수준으로 봐서는 아카데미에서 계속 볼 것 같은 예감이다.


“ 저기.”

“ 뭐.”

“ 아니야.”


잠깐 사이 다가온 선수들이 순식간에 흩어졌다.


나를 부르길래 잘 대답해 준 것 같은데 이상하게 모두 떨어져 눈치만 보고 있다.


별일 아닌 모양이니 가도 되겠지.


내일도 계속 진행되는 테스트를 대비 해야겠다.



***



첫날 테스트 이후 빠르게 시간이 지나갔다.


드리블, 상황 판단, 포지션과 관련된 각종 기술 등 여러 분야를 며칠에 걸쳐 진행하는 일정.


생각한 것보다 그리 어렵지 않은 테스트여서 그런지 편안하게 기본적인 테스트가 끝났다.


“ 오늘부터 팀 훈련 시작합니다.”


팀 훈련도 일종의 테스트라고 볼 수 있다.


아무리 기본기와 기량이 좋은 선수라도 훈련을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거나, 팀에 녹아들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2주라는 긴 시간을 테스트하는 이유 중 하나가 그런 이유 때문이다.


“ 여기 공.”


팀 훈련이 시작되며 자연스럽게 내 옆에 붙어 있는 멀대.


떨어질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 좀 떨어지지?”

“ 같이 훈련해야지!”

“ 나랑 친했던가.”

“ 이제부터 친해지면 안 될까?”

“ 에휴.”


나름 편한 점은 있다.


나도 한 덩치 하지만, 멀대는 그 이상의 덩치라 그런지 다가오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검은 머리 녀석에게 뭘 잘 못 들었는지 접근하려는 녀석들도 나와 멀대의 덩치 앞에서 조용해졌다.


“ 너는 왜 머리가 초록색이냐.”

“ 튀고 싶어서?”

“ 이해할 수가 없네.”

“ 그러면 너는 왜 노란색?”

“ 혼혈이다.”

“ 아, 미안.”


저 초록 머리도 자신감의 상징이 아닐까?


나 같으면 쪽 팔려서 고개도 못 들 것 같은데 아무렇지 않은 모습이다.


“ 그나저나 내일 연습 경기가 있다던데.”

“ 벌써 그렇게 됐나?”

“ 제발, 같은 팀이면 좋겠다.”

“ 상대로 만나서 발라 버리고 싶은데.”

“ 안돼!”


슬슬 연습 경기 시간이 다가온 모양이다.


경기를 여태 뛴 적이 없다 보니 내가 얼마나 올라왔는지 가늠이 잘 안되는 상황에서 좋은 기회가 주어졌다.


“ 내일 연습 경기 맴버를 알려주겠다, A팀에 11번, 23번, 81번 ···.”


검은 머리와는 다른 팀이다.


저 멀리서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


눈을 마주쳐도 피하지 않는 걸 봐서는 뭔가 꾸미는 모양 같은데 별거 없겠지.


“ B팀에 41번, 67번, 78번 ···.”


멀대와 같은 팀인가?


공격수와 수비형 미드필더라 크게 겹칠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한 번 쯤 붙어 봤으면 좋았는데 아쉽다.


“ C팀, D팀까지 모두 완료 고 순서는 A팀과 C팀 그리고 B팀과 D팀 순서로 진행하고 승자조와 패자조로 나누어 다시 한 번 뛸 거다.”


100명이 넘던 입단 테스트 첫날과 달리 이제 남아있는 인원은 50명 정도밖에 안돼 보였다.


포기하거나, 개인 기량 미달로 이미 사라진 인원이 생각 이상으로 많다는 의미다.


“ 잘 부탁해.”

“ 그래.”


사라진 사람이 뭐가 중요한가 싶다.


지금 당장은 연습 경기에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연습이긴 해도 내 상태를 점검할 기회다.



***



먼저 진행된 A팀과 C팀의 경기.


A팀이 가까스로 승리 했다.


검은 머리가 A팀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 했지만, 특출난 모습은 보여주지 못한 모양이다.


얼굴이 어두운 걸 보면 앞으로 볼 일이 없지 않을까?


“ B팀, D팀 경기 시작합니다.”


경기에 나설 시간이다.


“ 아담, 어시스트 부탁해.”

“ 난 수비형 미드필더다.”

“ 그래도.”

“ 너 알아서 해라.”

“ 기대할게!”


연습 경기지만 필드를 밟는 순간부터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작이 반이지만 차분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


특별함을 보여 주는 건 좋지만, 무리하는 순간 오히려 독이 될 테니까.


삐익-!


경기를 알리는 휘슬과 함께 시작된 경기.


생각을 가다듬고 천천히 공을 받아냈다.


“ 해보자고.”


전방을 둘러보니 보이는 머리 하나는 더 높은 공격수가 손을 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멀대 위치 정도면 충분히 받은 공간이 되겠는데?


정확한 패스가 멀대에게 되었다.


상대를 등지고 공을 간수한 상황에서 주변을 바라보는 멀대가 이내 반대로 돌아 나왔다.


수비가 따라올 틈도 없이 쏘아낸 슛이 골키퍼를 지나 골망을 가르는 순간, 골과 함께 거대한 덩치가 나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다가오는 걸 보니 신나게 뛰어와 나를 뭉개버릴 생각 같은데 어림도 없다.


“ 쿠에엑?”


꼴사납게 쓰러진 멀대가 원망의 눈빛을 보내는 사이 주변 동료들이 모조리 달려드는 모습이다.


“ 그걸 골로 만들어?”

“ 대단한 놈.”

“ 네가 공격 다해라!”


안 피했으면 내가 저 샌드위치 밑바닥에 깔려 있지 않았을까 싶다.


저 밑에 있으면 다음 생을 기약하며 두 눈을 감았겠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동료 선수들과 함께 찌그러진 멀대만 남아있다.


“ 그걸 피하다니.”

“ 느리다.”

“ 다음에는 꼭!”

“ 다음은 없다.”


모두가 돌아가고 다시 진행되는 연습 경기.


한 골을 넣은 이후 정신 못 차리는 D팀을상대로 계속 이어지는 공격으로 인해 내가 딱히 할 일이 없다.


물론 공격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나는 수비형 미드필더다.


자리를 유지하며 대비하는 것도 내가 할 일이니까.


“ 수비 뒤로!”


계속되는 공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흘러 나간 공이 상대 선수 앞에 떨어졌다.


저 위치에서 줄 만한 곳은 몇 곳 없다.


다른 곳은 수비수들이 자리 잡고 있으니 지금 막아내야 할 곳은 한 곳뿐이다.


예상 지점으로 이동하자 다가오는 상대의 패스를 가볍게 가로채며 내 소유로 만들었다.


역습이라 생각한 상대가 라인을 올린 지금은 전진할 타이밍이다.


빠르게 공을 몰고 상대 진형으로 나가자 뒤늦게 되돌아오려는 상대가 나를 잡을시간이 없다.


순식간에 가까워진 골문이 눈에 들어왔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동료들은 이미 수비가 붙어 있는 상태고, 내 앞은 깨끗하다.


지금은 패스가 아닌 슛이다.


철썩


골키퍼의 손끝을 피하며 오른쪽 구석을 파고드는 공.


순식간에 만들어진 골에 잠시간의 침묵이 필드를 가득 채웠다.


“ 와아아!”

“ 골, 골이라고?”

“ 아담!!!”


조용했던 필드에 퍼지는 환호성.


내가 골을 넣었··· 커억.


“ 잡았다!”


뒤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내 어깨 위를 짓눌렀다.


워낙 빠르게 다가온 탓에 생각할 틈이 없었다.


“ 커헉.”

“ 믿고 있었다고.”

“ 어시스트에 이어 골 까지 미친 거 아니냐!”

“ 넌 빨리 올라가라!”


가벼워진 무게를 느끼고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새 다들 도망가 있다.


특히 멀대 녀석이 저 멀리 빠르게 도망가고 있다.


“ 제비어!”

“ 미안!”


아직 경기가 끝난 건 아니니 일단 넘어가야지.


다음에 멀대가 골을 넣는 순간 지옥을 보여줘야겠다.


삐익


내가 골을 넣은 뒤 계속되는 경기.


상대 팀이 두 골을 먹고 정신을 차린 모양인지 경기가 팽팽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공방을 서로 주고받는 상황.


적극적인 볼 탈취와 상대의 흐름을 끊는 플레이를 계속하다 보니 어느새 경기 종료가 다가왔다.


2대0으로 끝나 버린 경기.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만족스러운 성과다.


이제 남은 건 A팀과의 연습 경기 뿐이다.


오늘 따라 눈에 잘 보이는 검은 머리가 때마침 눈앞에 있다.



“ 너, 엄청 잘 하나보다.”

“ 뭐라고?”

“ 그러니까 A팀에서 전반전 끝나고 체력 안배 차원으로 교체해 준 거 아니야?”

“ 이 자식이···.”

“ 아, 아닌가? 아님 말고!”


A팀과의 경기가 기대된다.


검은 머리 녀석 정도는 별거 아니니까.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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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시간은 매일 오후 6시 20분 입니다. 24.09.11 17 0 -
8 U-21 리그(2) NEW 22시간 전 10 0 12쪽
7 U-21 리그(1) 24.09.17 23 0 13쪽
6 친선 경기 24.09.16 24 0 13쪽
5 통과 그리고 선택 24.09.15 29 0 13쪽
4 입단 테스트(2) 24.09.14 37 0 12쪽
» 입단 테스트(1) 24.09.13 49 0 12쪽
2 영국으로 돌아가다 24.09.12 57 1 13쪽
1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24.09.11 80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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