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의 악동이 내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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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9.09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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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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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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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으로 돌아가다

DUMMY

한국을 떠나기로 결심한 이후로 빠르게 영국 행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집은 당장 영국에 있는 아빠가 있으니 구할 필요가 전혀 없는 상황이고, 학교도 학기가 끝난 뒤 돌아가면 되는 문제니까.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내가 뛸 만한 팀이다.


당장 12월은 영국 모든 축구 리그가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는 시점에서 팀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거기에 예전 유망주 시절 나라면 어느 팀이든 나에게 손을 내밀었겠지만, 지금의 나는 그저 한 명의 평범한 선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나를 원하는 팀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소리다.


“ 아들, 아빠 전화."


가뭄에 비 같은 아빠의 전화다.


선수에서 은퇴한 이후 번리 FC 소속 수석 코치로 활약 중인 아빠라면 무슨 방법이 있지 않을까 싶다.


예전의 나라면 도움받을 생각조차 안 하겠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상황이다.


“ 아들, 영국으로 온다고?”

“ 한국에서 더 이상 축구를 못 할 것 같아서.”

“ 나야 돌아오면 좋지, 그래서 팀은 구했고?”

“ 아직 못 구했어.”

“ 혹시 아빠가 제안 하나 해도 괜찮겠지?”

“ 예전이면 몰라도 지금은 무조건 좋지.”


무슨 제안을 하실지 궁금하다.


당장 뛸 수 있는 팀이라면 어디든 환영이니까.


“ 영국으로 돌아오면 뛰는 건 어떻게 하게?”

“ 많이 생각해 봤는데 예전으로 돌아 가려고.”

“ 잘 생각했네.”

“ 내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 좋아, 그러면 우선 아빠 밑으로 들어와라.”


번리 FC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건가?


“ 이번에 아빠가 새로운 팀 감독으로 부임한다.”

“ 아빠가 감독이라니···.”

“ 내가 축구는 좀 잘하니까 그렇지, 여하튼 그곳으로 가면 밑에 있는 아카데미를 통해서 다시 끌어 올려 보는방안으로 가는 거 어떻겠냐?”

“ 나야 뭐든 좋은 기회지.”

“ 휴, 적어도 수비형 미드필더는 걱정 없겠네.”


번리가 아니라도 좋은 제안이다.


아빠와 같이 있다면 예전 스타일로 빠르게 돌아갈 수 있으니까.


아빠가 감독이라 낙하산이라는 소리를 듣긴 하겠지만, 그 문제는 내가 잘하면 해결될 문제다.


“ 아빠 믿지?”

“ 항상 믿고 있지.”

“ 예전 스타일로 돌아가면 리그1은 쉽게 끝내고 더 높은 곳으로 갈 거다.”

“ 어차피 여기서 더 이상 갈 곳도 없으니 열심히 해야지 뭐.”

“ 그래, 같이 한번 해보자.”

“ 알았어.”


순식간에 팀 문제까지 해결됐다.


번리 FC가 아니라 하더라도 상관없다.


당장 팀을 구하기 어려운 막막한 상황에서 어디든 뛸 수 있는 공간이 주어지는 것 자체가 고마운 일이다.


이제 남은 건 한국을 떠나는 일뿐이다.


“ 다 준비했지?”

“ 다 챙겼어요, 엄마.”

“ 가기 전에 연락할 사람은 없고?”

“ 전화로 하면 되죠, 뭐.”


엄마의 표정에 웃음이 가득한 걸 보니 예전에 돌아갈 걸 후회가 밀려왔다.


표현하시지 않아도 오랜 시간 동안 두 분이 떨어져 지낸 만큼 힘든 시간의 연속 이였을 것이다.


이제 다시는 떨어질 일이 없게 내가 잘 해야지.


영국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



2023년 12월, 영국 블랙풀 공항.


맨체스터 공항을 거쳐 블랙풀 공항에 이르기까지 긴 비행 여정이 끝을 향해 다가왔다.


특유의 변덕스러운 날씨와 함께 문이 열리고 익숙한 얼굴이 눈앞에 들어왔다.


“ 여기야, 여기!”


익숙한 목소리까지 들리니 이제야 영국이라는 게 실감 나기 시작했다.


“ 기러기 생활 끝이다!”

“ 아빠는 나 말고 엄마가 와서 더 좋은 거 맞지?”

“ 에이, 설마···.”

“ 그러면 나만 남고 엄마는 다시 돌아가는 걸로?”

“ 들켰네.”


아빠의 엄마를 향한 사랑은 못 말린다니까.영국에서 한국으로 넘어간 직후 매일 밤이면 걸려 오는 아빠의 전화만 봐도 말 다했다.


지금도 두 분이 마주 보고 있는 모습만 봐도 뭐.


이제 다른 곳에 갈 일도 없으니 행복하실 일만 남았다.


“ 거하게 사고 치고 왔다며.”

“ 사고는 아니고 억울한 일?”

“ 모든 일을 다 들어 보니 아빠는 실망했다.”

“ 죄송합니다, 아버지.”


이러나저러나 내가 잘못한 부분도 없는 건 아니니 할 말이 없다.


“ 내 아들이 겨우 그 정도에서 끝내다니.”

“ 응?”

“ 들어보니까 그 녀석이 주변은 다 건들고 다녔으면 너도 똑같이 해줬어야지.”

“ 아빠처럼 하면 최소 중징계야.”

“ 아빠가 그래도 팀에서는 수호신 아니겠냐.”

“ 그 외에는 악동?”

“ 흠흠, 대처가 좀 아쉽긴 해도 잘 했다.”


아빠가 수호신이라 불린 이유는 더비 매치에서 보여 준 행동 때문이다.


원클럽 맨 이라는 것에 걸맞게 2003-04 시즌 맨체스터 시티에서 데뷔한 아빠의 첫 더비 매치가 있었다.


거대한 제국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달리 리그마저 힘든 맨시티 입장에서 찾아온 더비 매치.


무시와 조롱, 욕설로 가득하게 채워진 올드 트래퍼드에서 아빠의 환상적인 바이시클 킥으로 골을 터트린 뒤 맨유 서포터즈 석 앞으로 달려가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강렬한 세레모니(?)와 함께 퇴장을 당했으나, 당시 더비 매치라 하지만 상대조차 되지 않던 상황에서 펼쳐진 기적과 같은 승리는 구단과 팬들의 희망이 되어 줬고, 그 이후 아빠가 출전한 더비 매치에서는 패배가 없었다,


안전상의 이유와 징계로 인하여 이후 맨체스터 더비에 출전한 경우가 많이 줄어 들었으나, 언제나 골을 넣은 뒤 상대 팬들 앞에서 한결같은 세레모니와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퇴장하는 모습은 맨시티 팬에게는 수호신, 맨유 팬에게는 악동으로 자리 잡게 된 이유다.


아빠의 손가락 올리는 대처는 본받으면 안 되겠지만 다른 것보다 더비 매치에서 상대의 홈그라운드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당당함은 내게 필요한 요소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 번리에서 잘린 거 아니죠?”

“ 아빠는 밖에서는 안 싸워.”

“ 코치면 필드 안에 있잖아요.”

“ 나도 이제 성질 죽일 나이다.”

“ 필드에서 참는 아빠라니, 혹시 다른 사람?”

“ 이번에 감독으로 가는 이유가 다 있는 거다.”

“ 우리 아빠는 아닌 것 같은데···.”

“ 아들, 오랜만에 옛날로 돌아가 볼까?


필드에서 화를 참는 아빠라니.


그게 가능하다는 건 호날두가 월드컵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수준의 경지 아닐까 싶을 정도다.


물론 호날두의 이번 유로 2024 예선 성적을 보고 있으면 대단한 선수 임은 틀림없지만, 2026년 월드컵이면 40세의 나이에 이미 은퇴하지 않을까?


설마 월드컵에 도전한다는 그런 소리는 안 하겠지.


“ 자, 그러면 슬슬 출발하자고.”

“ 우리 어디로 가?”

“ 우린 플리트우드로 간다.”


플리트우드, 사람들에게 플릿우드로도 불리는 작은 도시 중 하나다.


그렇게 유명한 건 없지만 괜찮은 팀 하나가 있다.


플릿 우드 타운 FC.


아빠가 리그1 소속 팀이라고 했으니 플릿 우드 타운 FC가 맞을 것이다.


크게 유명한 건 없지만 레스터 시티 소속으로 프리미어 리그에서 우승을 이끈 공격수 제이미 바디가 이적하기 전에 소속되어 있던 팀이라 기억에 남아있다.


“ 아빠, 내가 아카데미에 들어가서 잘 할 수 있을까.”

“ 부임 전까지 얼마 안 남은 시간 동안 해야 할 게 뭔지 알지?.”

“ 안녕히 계세요.”

“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


어릴 적 받았던 지옥 훈련을 생각하면 몸서리가 칠 정도다.


당시에는 가혹하다고 할 만큼의 엄청난 훈련들을 소화했었다.


그 덕에 스타일을 바꾸고 난 뒤에도 남은 기본적인 것이 그나마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던 밑바탕이 됐으니까.


지금 환경에서 변화를 위해서는 그 훈련을 다시 꺼낼 필요가 있겠지.


“ 도착이다.”


아담한 항구 도시가 눈 앞에 펼쳐졌다.


한국을 떠나 다시 시작하는 새로운 장소.


날아오를 일만 남았다.



***



플리트우드에 도착한 이후 계속되는 훈련을 소화하며 다시 모든 걸 되돌림과 동시에 내 역할에 대한 부분을 재정립해 나갔다.


가투소, 은골로 캉테, 그리고 아빠까지.


내가 가야 될 유형의 선수들이다.왕성한 활동력과 적극성을 통한 상대를 압박하는 것과 공수 관여에 이르기까지.


다행인 점은 어릴 적 배워온 것이라 잘 맞아 떨어졌고, 이내 금방 익숙해지고 있었다.


“ 이것밖에 안 되냐?”

“ 오히려 아빠가 힘들어 보이는데?”

“ 내가 현역은 아니여도 너 같은 애송이는 쉬워.”

“ 뒷방 늙은이는 나가세요.”

“ 더 크고 와라!”


계속되는 아빠와의 훈련에서 나타난 문제점이 하나 생겼다.


아빠와 마찬가지로 다혈질의 성격은 그대로라는 것.


“ 한국에서 도망간 아들.”

“ 강등 예정 감독님.”

“ 야이씨!”

“ 에이씨!”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다.


제어하지 못하면 문제가 터질게 분명하니까.


“ 아들, 기준점을 좀 세우자.”

“ 기준점?”

“ 아빠가 말년에는 그래도 성질을 죽이고 산 이유가 기준점을 정해 놔서 그렇다.”

“ 후반기에 상대 서포터즈 석 앞에서 세레모니?”

“ 흠흠, 그건 그쪽이 먼저 시작한 것이니 자업자득이라는 것이다.”


아빠가 말년에 들어선 뒤 사람들의 평가가 악동에서 악동이 철이 들었다 정도로 바뀐 이유가 기준점인 모양이다.


“ 뭐든 축구로 찍어 누르고 행동해라.”

“ 그리고?”

“ 그다음 그대로 돌려주는 거지.”

“ 아하.”


뭐가 됐든 축구만 잘하면 그만 아닐까?


나머지는 그 이후에 생각하면 될 테니까.


모든 건 실력 앞에서는 평등하다.


“ 나머지는 직접 생각해 봐라.”

“ 알겠어.”

“ 도움 필요하면 말하고.”


아빠의 말 이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느 정도 선이 맞을지, 어떤 기준점을 만들어야 할지.


계속되는 훈련과 아빠의 조언을 들으며 점점 흘러가는 시간과 함께 완성된 나만의 기준점.


6개월이라는 짧지만 긴 시간 사이 모든 것이 끝나갈 쯤 입단 테스트가 있는 날이 찾아왔다.


“ 아들, 데려다줄게.”

“ 아빠랑 같이 가면 다들 쳐다볼 것 같은데.”

“ 강등, 아니면 내 아들이라는 거?”

“ 아마도 둘 다.”

“ 구단이든 팬이든 신경 안 쓸걸?”

“ 그러면 나야 좋지.”

“ 얼른 타.”


아빠가 감독으로 부임한 플릿 우드 타운 FC는 내가 성장하는 사이 리그2로 강등되었다.


초보 감독이 4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팀을 강등권에서 구하는 건 누가 와도 어려운 상황이다.


구단과 팬들도 이미 체념하고 있던 터라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 분위기다.


물론 다음 시즌 제대로 못 하면 말짱 꽝이지만.


“ 빨리 올라와서 아빠 좀 도와라.”

“ 알겠어.”

“ 한 달이면 충분하지?”

“ 에이, 그건 좀.”

“ 너라면 충분히 가능해.”

“ 수비형 미드필더 구하기 힘든가 보네.”

“ 들켰네.”


리그2로 떨어진 것에 대한 여파로 선수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플릿 우드 타운 FC.


강등이라는 크게 작용하는 것과 더불어 초짜 감독이 이끄는 팀의 가능성을 믿을 사람이 있을까?


가장 부족한 자리는 수비형 미드필더라 그런지 나를 맨날 달달 볶는 모습이다.


나야 빠르게 올라가면 좋긴 하지만, 아직 입단 테스트도 치르지 못한 상황이라 별 수가 없다.


“ 슬슬 도착했으니 가봐.”

“ 금방 올라갈게요.”

“ 제발 잘하자.”


내리자마자 느껴지는 시선.


아빠의 말과 달리 많은 시선이 이쪽을 향해 있다.


대부분 입단 테스트를 치르기 위해 오는 선수들이라 그런지 많은 관심이 쏠렸다.


“ 저기 저 녀석이 감독 아들.”

“ 피지컬은 좋아 보이는데.”

“ 내가 듣기로는 이전에 있던 곳에서 사고 치고 왔다고 하던데.”

“ 직접 겪어봐야 알지.”

“ 조심해, 완전 개차반에 낙하산이래.”


나와 같은 아카데미 입단 테스트를 앞둔 선수 하나가 내 앞에서 앞 담을 하는 모습이다.


불만이 있을 수 있으나, 어디서 저런 헛소문을 들었는지 모르겠다.


물론 내 성격이 개차반은 맞긴 하지만 당사자 앞에서 참 잘하는 짓이다.


“ 거기, 테스트에서 덤벼라.”

“ 뭐, 뭐라고?”

“ 애도 아니고 말로 할 시간에 실력으로 증명해, 나도 그렇게 할 테니까.”

“ 너, 너.”

“ 왜, 말 밖에 할 줄 몰라서 그래?”


순식간에 시뻘게진 얼굴이 인상적이다.


“ 아빠 빽으로 들어온 낙하산 녀석 주제···.”

“ 낙하산 일지, 제트팩 일지는 안에서 확인해 봐.”

“ 두고 보자.”


빠르게 자리를 피하는 모습이다.


검은 머리가 인상적인 녀석의 이름이 닉 발리노 였던가.


테스트에서 얼마나 잘하는지 지켜 보면 알게 되겠지.


입만 산 녀석인지 아닌지.


“ 내가 미안해.”


검은 머리 옆에 있던 멀대 같이 큰 키의 사람.


도망간 녀석과 다르게 정중한 사과를 먼저 하는 걸 보니 꽤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이 들었다.


“ 나는 제비어 로페즈, 최고의 공격수가 될 남자야.”

“ 아담 킴, 수비형 미드필더.”

“ 방금 대화는 내가 사과할게, 이러나 저러나 잘못한건 사실이니까.”

“ 어느 정도 이해는 하지.”

“ 그렇다고 봐줄 생각은 없으니 잘 해보자.”

“ 해보던가.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여러 가지로 재미있는 입단 테스트가 될 것 같다.


그래도 한 가지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면 내가 모두 씹어먹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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