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의 악동이 내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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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9.09 20:26
최근연재일 :
2024.09.1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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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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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단 테스트(2)

DUMMY

A팀과의 연습경기 시간이 다가왔다.


이전에 대화로 인해 눈빛이 심상치 않은 검은 머리가 점점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 넌 뒤졌다.”

“ 남자 싫어하니까 저리 가라.”

“ 내가 박살 내버린다.”

“ 화이팅!”


기초 테스트가 끝난 이후 딱히 신경 쓰려하지 않아도 계속해서 나를 긁어 오던 녀석이다.


팀 훈련에 들어간 뒤 주변 선수들에게 괴상한 소문을 녀석이 내고 다녔다.


본인 실력이 부족한 걸 아니까 팀 내에서 정치로 어떻게 해볼 생각 이였던 것 같은데 물론 그런 것들이 먹힐 일이 없다.


이전 연습경기만 봐도 곧 사라질 녀석이다.


그렇다면 오늘 뭔가 하려고 하지 않을까?


삐익-!


경기 시작과 함께 내 발밑에 공이 들어 오자 나를 향해 녀석이 뛰어오고 있다.


빠르게 뛰어오는 모습을 보면 상대 팀에서 전술적으로 나를 견제하는 것 인지, 아니면 개인의 독단적인 행동인지 잘 모르겠다.


“ 야, 덤벼.”

“ 내가 왜?”

“ 쫄?”

“ 에휴.”


툭!


앞에 멈춰 선 녀석의 가랑이 사이로 지나가는 공이 동료 미드필더를 향해 연결되었다.


갑작스럽게 사라진 공을 찾으며 두리번 거리던 녀석이 이내 알까기 당한 걸 눈치챘다.


“ 이런 씨···.”

“ 너희 팀 코치가 뭐라고 한다.”

“ 아니.”

“ 잘 가고.”


상대 코치석에서 고래고래 소리치는 걸 보니 독단적인 행동인 모양이다.


최전방 공격수에게 연결된 공이 저 멀리 하늘을 향해 솟아올랐다.


상대의 방해가 없는 상황에서 하늘을 향하는 슛이라니.


처음으로 치루는 연습 경기라 긴장해서 과도하게 힘이 들어간 느낌인데, 다음 기회에는 잘하겠지 뭐.


상대 진영에 넘어간 공격권.


공이 올라오며 녀석에게 공이 넘어갔다.


그나저나 왜 저 녀석 나한테 오는 거지?


“ 한판 뜨자고!”


아까의 알까기로 악에 받친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일대일로 승부를 보자는 의미 같은데 뭔 대단한 걸 보여 주려고 하는 걸까.


시동을 거는 녀석이 발을 움직여 스탭 오버를 시작했다.


헛다리 짚기라고 불리는 기술로 상체 페이크를 동반한 발놀림을 통해 수비를 속이고 돌파하는 기술이다.


정작 녀석이 펼치는 스탭 오버는 무언가 비어있다.


상체가 전혀 움직이지 않고 발만 움직이는 모습만 봐도 겉멋만 든 녀석이라는 소리다.


제대로 된 페이크가 없다면 그저 공을 헌납하기 좋은 개인기 중 하나 일 뿐이라 뻔히 보이는 틈으로 다리를 집어넣자 공이 그대로 딸려 나왔다.


당황한 녀석의 표정을 뒤로 미드필더에게 건네준 공이 다시 한번 전방으로 연결 되었으나 이번에는 힘없이 골키퍼 앞으로 굴러가는 소녀 슛이다.


아까와 다른 전혀 반대의 상황이라니.


몸이 덜 풀린 모양이니 다음에는 한 골 넣어주겠지.


“ 너무 뻔하다.”

“ 그걸 뺏었다고?”

“ 그러다 잘리겠다.”

“ Callate!”


방귀 낀 놈이 성낸다는 말의 의미를 이제 알 것 같다.


본인 실력이 안 좋은 걸 왜 남 탓하는지 모르겠다.


악에 받친 시뻘건 얼굴로 돌아간 것 봐서는 오늘 경기에 공을 잡으면 무조건 내 쪽으로 올 것이다.


“ 검은 머리가 공 잡으면 놔둬.”

“ 그래도 괜찮을까?”

“ 무조건 내 쪽으로 오니까 신경 쓰지 마.”

“ 오케이.”


팀 훈련이나 이전 연습 경기에서 보여 준 모습 덕분에 주변 동료들도 쉽게 수긍하는 모습이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찍어 누르면 찍소리도 못 내겠지.


물론 그 전에 입단 테스트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


“ 아담, 그쪽으로 간다!”


팀원의 외침과 함께 녀석이 공을 잡아 내가 있는 곳을 향해 뛰어오기 시작했다.


아까 전 어설픈 개인기로 공을 뺏긴 걸 생각해서 그런지 이번에는 빠른 돌파를 시도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훈련장과 경기에서 보여 준 습관이라면 오른쪽으로 치고 나갈 가능성이 높다.


툭-!


오른쪽으로 치고 나가려는 녀석의 공을 깔끔한 스탠딩 태클로 가져왔다.


공을 탈취하여 공간이 역으로 열렸으니 바로 전진할 타이밍이다.


뒤늦게 녀석이 달려오지만 이미 늦었다.


내 움직임을 본 전방의 공격수가 나를 커버 하기 위해 비어있는 공간으로 뛰기 시작했다.


낮게 깔아 찬 패스가 동료에게 연결되며 만들어낸 단독 찬스가 만들어졌다.


아까 전 두 번이나 날린 찬스, 이번에는 넣어야지.


상대 골키퍼가 뒤늦게 나오는 일대일 상황에서 동료가 차낸 공이 골키퍼를 지나 골대를 향했다.


드디어 정신 차리고 한 건 해주는 건가?


철썩-!


바람과 달리 옆으로 살짝 벗어나 옆 그물을 때리는 공과 함께 두 손으로 얼굴을 부여잡는 모습이다.


공격수가 저런 쉬운 공을 놓치다니.


짜증이 슬슬 나기는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내가 세운 기준점 중 하나가 경기에 임하는 상황에서는 커다란 사건이 아니면 팀원에 대한 부분은 넘어가려는 것이다.


지금 같이 실력이나 컨디션의 문제라면 본인도 잘 알고 있는 상황이니까.


계속되는 기회를 놓친다면 전반전이 끝난 직후 락커룸에 들어가 한마디 하면 충분하다.


“ 미안!”


본인도 여러 번 기회를 놓친 걸 잘 알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봐야지.


적어도 검은 머리처럼 지금도 뻔뻔하게 아무렇지 않은 모습은 아니라 다행이다.


경기가 길어질수록 무언가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좋은 위치를 선점하여 공을 받고 슛을 때리지만 골로 연결하지 못하는 공격수와 자신에게 공이 주어지면 모든 걸 무시하고 내게 달려와 시답잖은 개인기로 공을 뺏기는 검은 머리의 대결이 계속 이어졌다.


계속되는 돌파 시도와 허접한 개인기를 어떻게 든 성공하게 하려는 모습은 대단하다.


물론 내가 통과시켜 줄 생각은 없다.


“ Joder!”

“ 욕 말고 제대로 된 개인기를 해라.”

“ 이 자식이···.”

“ 이번이 마지막인 것 같은데 열심히 해라.”

“ 으아아아아!”


달려들 것처럼 화내는 모습이지만 정작 무언가를 생각한 모양인지 자리로 돌아가 나만 노려보고 있다.


슬슬 다른 걸 준비하는 모양인데 나도 대비를 해줘야지.


다시 공을 잡은 녀석이 내 앞으로 다가와 공을 뺏기는 순간 이상한 낌새가 느껴졌다.


아까의 집착에 가까운 모습과 달리 순순히 공을 내준 걸 생각하면 뭔가 있다.


공을 잡고 전진하는 순간 뒤에서 느껴지는 위화감.


힐끗 쳐다본 뒤쪽에서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는 폼이 공을 뺏으려는 의도가 아니다.


악의를 가진 선수가 가장 노릴만한 곳을 꼽으라면 다리 부분이다.


그렇게 나오면 나도 가만히 있을 필요가 없다.


촤르륵-!


뒤에서 들려오는 바닥을 쓸어오는 소리.


가장 중요한 기준점을 행동할 시간이다.


말은 말로, 행동은 행동으로.


타앗-!


순간적으로 몸을 공중으로 띄워 올랐다.


밑을 스치고 지나가는 발과 함께 나를 쳐다보는 눈빛에 악의가 가득하다.


백태클을 피함과 동시에 중력의 영향을 받아 내려가는 다리가 녀석을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퍼억-!


“ 아악!”


백태클에 실패한 녀석의 허벅지 위로 발바닥이 정확하게 떨어지며 강타했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얼굴을 보고 있으면 잘됐다는 생각이 들지만, 지금 중요한 건 표정 연기다.


심판이 보기에 고의성이 전혀 없는 느낌을 줘야 한다.


삐비비빅-!


“ 어, 괜찮아?”

“ 아으 너 일부로···.”


다가온 심판이 호출한 의료진이 경기장에 들어오며 잠시 경기가 중단됐다.


“ 아담 선수, 괜찮습니까?”

“ 저는 괜찮습니다, 저쪽부터 신경 써 주세요.”

“ 위험했는데 다행입니다.”


다행히 상황이 잘 넘어갔다.


심판이 내 표정을 확인한 모양인지 녀석의 백태클에 더 집중하는 모양새다.


의료 조치를 받으며 나가는 녀석의 뒤로 심판의 빨간색 카드가 손에서 빛나고 있다.


위험한 태클에 대한 다이렉트 퇴장이다.


발바닥을 완전히 들어 태클을 걸어온 것으로 봐서는 내 다리를 아작 내려 한 모양인데 아쉽게 됐다.


본인의 행동은 본인이 책임져야 하는 법이다.


물론 허벅지가 아닌 다른 부위를 밟았다면 큰 부상을 입혀 줄 수도 있겠지만,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 낼 필요가 없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이성을 찾은 검은 머리가 조용히 밖으로 도망가는 게 보였다.


적어도 영국에서는 더 이상 축구를 할 수 없을 것이다.


실력도 좋은 편은 아니니 다시는 볼 일이 없겠지.


한차례 폭풍이 지나간 뒤로 다시 경기가 재개되었다.


한 명이 사라졌어도 달라진 게 없는 하나가 남아있다.


계속되는 공격에도 들어가지 않는 공이 이제는 경지에 도달했다.


빗나가는 슛을 넘어 골대를 연속으로 강타하는 기예 까지 펼치는 상황에 황당하기까지 하다.


일부로 맞추라고 해도 어려운 걸 저렇게 쉽게 해냈다.


삐익, 삑-!


순식간에 끝난 전반전과 함께 라커룸에 들어가니 이미 한 소리 듣고 있는 공격수다.


“ 하, 위치 선정은 좋은데 마무리가 너무 아쉬운데.”

“ 죄송합니다.”

“ 훈련처럼 하라고.”

“ 노력하겠습니다.”

“ 어차피 연습 경기니까 계속해 봐.”


풀이 죽은 모습을 하고 있는 걸 보고 있으니 입 앞까지 올라왔던 화가 속 들어가 버렸다.


한국에서 제대로 풀어가지 못한 예전 경기를 생각하니 오히려 안쓰럽다고 느껴졌다.


“ 어이.”

“ 아담, 미안해.”

“ 내가 왜 계속 공을 줬는지 알아?”

“ 너무 못 넣으니까 그런 거지?”

“ 아니다.”

“ 어···.”

“ 다른 건 몰라도 위치 선정 하나는 기가 막혀서 안 줄 수가 없거든.”

“ 그, 그래?”


공을 소유하고 전방을 보면 항상 좋은 공간을 선점하고 있어 도무지 안 줄 수 없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물론 나중에는 오기가 생겨 계속 보내기도 했지만.


“ 그러니 후반전도 똑같이 밀어준다.”

“ 내가 넣을 수 있을까?”

“ 보니까 골키퍼를 피하다가 오히려 안 들어가는 거 같은데, 그냥 골키퍼 후려갈긴다고 생각해.”

“ 알, 알겠어.”

“ 화이팅하자고.”


남은 건 본인의 의지다.


제대로 못 하면 그때는 욕 한번 시원하게 박으면 되는 거 아닐까?


그전에 테스트 장에서 사라지겠지만.


삐익-!


시작된 후반전과 함께 사이드로 들어오는 상대의 공을 끊어내며 역습 찬스가 찾아왔다.


전방에서 뛰어가는 모습을 보면 위치 선정 하나는 기가 막힌다.


아까 본 이름이 닉이었던가.


“ 닉, 간다!”


가볍게 찬 공이 닉의 앞에 정확하게 떨어졌다.


순식간에 뚫린 뒷공간에 닉에게 주어진 다시 한 번의 일대일 찬스의 기회.


골키퍼가 달려오는 걸 본 닉이 강하게 공을 찼다.


강렬한 슛에 골키퍼가 반응할 시간도 없이 그대로 몸에 맞으며 굴절 되어 골대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점점 굴러가며 천천히 멈춰 서는 공이 아슬아슬하게 골 라인을 서서히 넘어가며 들어갔다.


“ 와, 고골!”


후반전에 드디어 터진 우리 팀의 첫 골.


저 멀리서 닉이 달려오는 폼을 보아하니 피할 시간이다.


“ 아담, 넣었···!”

“ 멀대랑 어떻게 똑같이 생각하냐.”


스쳐 지나가는 닉이 동료들로 인해 샌드위치 빵으로 변해버렸다.


전반전 내내 들어가지 않던 골이 드디어 들어갔다.


이제 숨통이 트였으니 남은 후반전에서 많은 골을 넣지 않을까?


그러나 이후 후반전에서 닉이 골을 넣는 일은 없었다.



***



1점 차 승리로 연습경기가 끝난 직후 테스트에서 방출된 몇 명이 눈에 들어왔다.


이미 도망간 검은 머리와 친하지 않은 몇 명과 닉의 이름이 올라가 있다.


“ 아담, 오늘 고마워.”

“ 아쉽게 됐네.”

“ 내가 잘 못하는 거니까, 뭐.”


마무리가 없는 공격수가 설 자리가 없다.


결국 공격수는 골로 모든 걸 증명 해내야 하니까.


“ 조언은 고마운데 내가 도무지 못 하겠더라.”

“ 그러면 골은 어떻게 넣었는데?”

“ 눈 감고 차니까 들어갔지.”


눈 감고 찬 골이라니, 벌써 정신이 어질어질하다.


“ 앞으로 눈 감고 차면 되겠네.”

“ 그것도 방법이네.”


진짜 그대로 하는 건 아니겠지?


본인의 선택이라 하더라도 눈 감고 차는 건 좀 그런데.


“ 뭐, 여하튼 다시 필드에서 보자고.”

“ 꼭 필드에서 만나!”


점점 멀어지는 뒷모습에 희망차 보였다.


아쉬운 능력이지만 그만큼 프로의 허들은 높다.


당장 멀대를 뛰어넘지 못하면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물론 닉이 마무리 능력만 장착하면 다시 만날 가능성이 높지만, 설마 눈 감고 슛 쏘는 공격수를 뽑아 주는 팀이 있을까?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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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단 테스트(2) 24.09.14 38 0 12쪽
3 입단 테스트(1) 24.09.13 49 0 12쪽
2 영국으로 돌아가다 24.09.12 57 1 13쪽
1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24.09.11 80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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